All Chapters of 낮에는 오빠, 밤에는 주인님: Chapter 11 - Chapter 20

123 Chapters

11화. 와

“계약서 어디에도 내가 네 것이라는 조항은 없어.”해원은 태헌을 올려다보았다.턱을 잡고 있던 손은 이미 떨어졌지만, 일어나라는 말은 없었다. 해원은 무릎을 꿇은 자세로 잠시 침묵했다.“알겠습니다, 주인님.”목소리는 흐트러지지 않았다.태헌의 시선이 해원의 얼굴에 머물렀다.해원이 먼저 물었다.“오늘 부르신 이유는 그 질문뿐입니까?”“그래.”“그럼 돌아가도 됩니까?”태헌은 곧바로 답하지 않았다.해원은 재촉하지 않고 기다렸다.“일어나.”명령이 떨어지자 해원은 바닥을 짚지 않고 일어났다. 오래 꿇고 있던 무릎이 잠깐 저렸지만 내색하지 않았다.태헌은 더 가까이 부르지 않았다.옷을 벗으라는 명령도, 손을 내밀라고도 하지 않았다.“가.”“안녕히 주무십시오, 주인님.”해원은 몸을 돌려 방을 나왔다.맞은편에 있는 자기 방으로 돌아와 문을 닫았다. 잠금장치를 걸지는 않았다.협탁 위에는 개인 휴대전화와 검은 휴대전화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해원은 개인 휴대전화로 아침 알람을 맞췄다. 검은 휴대전화의 화면은 켜보지 않았다.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다음 날 아침, 해원은 평소와 같은 시각에 일어났다.결혼식까지 38일 남은 날이었다.본관 식당에 들어갔을 때 태헌과 명우는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잘 잤어?”수경이 자기 옆자리를 가리켰다.“네, 엄마.”해원이 의자를 당겨 앉자 직원이 커피를 따랐다.수경이 물었다.“호텔 수정안은 잘 마무리됐어?”“네. 어제 승인까지 받았어요.”“벌써?”“바꿀 곳이 많지 않았어요. 이제 외부 업체 시간만 다시 맞추면 돼요.”명우가 태헌에게 시선을 돌렸다.“호텔 쪽에서도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어?”“네. 해원이 안으로 확정했습니다.”태헌은 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수경이 웃었다.“둘이 같이 일하니까 나는 마음 놓고 있어도 되겠네.”해원은 커피잔을 들었다.“저랑 본부장님이 같이 하는 건 아니에요. 승인 절차만 태원그룹을 통하는 거예요.”“집에서도 본부장님이야?”“일 얘기니까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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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키스해

해원은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수정하던 문서를 저장하고 노트북을 닫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선 뒤 맞은편에 있는 태헌의 방문을 두드렸다.“들어와.”해원이 문을 열었다.태헌은 창가에 서 있었다. 한 손에는 검은 휴대전화가 들려 있었다.해원이 들어오자 그가 화면을 끄고 휴대전화를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문 닫아.”해원은 문을 닫았다.“부르셨습니까, 주인님.”어젯밤에는 끝까지 요구해야 나왔던 호칭이었다.태헌이 해원을 바라보았다.“이리 와.”해원은 곧바로 걸어갔다.태헌의 앞까지 다가가 멈추자 오른손이 올라왔다.손가락이 해원의 목덜미를 감쌌다.해원은 물러나지 않았다.몸을 굳히지도, 태헌의 손을 향해 기울이지도 않았다. 그저 손이 닿은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태헌의 엄지가 목덜미를 천천히 눌렀다.“이번에는 안 피하네.”“피하지 말라는 명령으로 알았습니다.”태헌의 손이 멈췄다.해원은 그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손에 이끌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좁혀졌다. 숨이 닿을 만큼 가까워져도 해원은 먼저 움직이지 않았다.태헌의 시선이 해원의 입술로 내려갔다.“키스해.”해원은 망설이지 않았다.자신의 목덜미를 감싼 태헌의 손에 이끌려 몸을 숙였다.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았다.가볍게 닿았다가 떨어지는 키스는 아니었다.해원이 먼저 입술을 벌렸다. 태헌의 입술을 천천히 물었다가 놓고, 다시 각도를 바꿔 깊게 맞췄다.태헌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목덜미가 당겨지며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사라졌다. 태헌이 벌어진 입술 안으로 밀고 들어오자 해원은 피하지 않고 받아들였다.호흡이 섞였다.해원의 손가락이 한 번 말렸다가 펴졌다.태헌의 어깨도, 셔츠도 붙잡지 않았다. 양손은 그대로 몸 옆에 머물러 있었다.태헌이 밀어붙이면 그만큼 받아들이고, 속도를 늦추면 함께 느려졌다. 해원은 명령받은 키스를 정확히 수행했다.태헌이 먼저 입술을 뗐다.해원도 즉시 멈췄다.가까운 거리에서 흐트러진 숨만 몇 차례 오갔다. 해원의 입술은 젖어 있었지만 다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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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고마워, 오빠

다음 날 오후, 해원은 태원호텔 그랜드홀에 있었다. 홀 입구에서 신부대기실로 이어지는 바닥에는 흰색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신부와 수경이 지나갈 동선이었다. 해원은 태블릿 화면과 바닥의 표시를 번갈아 확인했다. “여기서 한 번 멈출게요.” 앞서 걷던 다연이 걸음을 멈췄다. 해원은 신부대기실 입구에서 홀 안쪽을 바라보았다. 정면에 세워질 카메라와 하객 대기 구역이 한눈에 들어왔다. “신부 입장 전에 이쪽 문은 닫아두고, 외부 업체는 반대편 서비스 통로로만 움직이게 해주세요.” 태원호텔 연회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대형 장식물 반입은 네 시 이후가 맞죠?” “네.” 해원이 태블릿 화면을 아래로 내렸다. 세 시까지 신부 동선 점검, 세 시 삼십 분까지 촬영 위치 확인, 네 시부터 장식물 반입. 라비엘과 호텔 양측이 전날 최종 확인한 일정이었다. 다연이 바닥에 붙은 테이프를 따라 걸으며 카메라 각도를 확인했다. “여기서 찍으면 뒤쪽 출입문도 같이 나오겠는데?” “가림막 위치를 조금 옮기면 돼.” 해원이 홀 입구를 가리켰다. “오른쪽으로 삼십 센티미터만 옮겨달라고 해줘.” “응.” 다연이 외부 촬영업체 직원에게 다가갔다. 해원은 다음 동선을 확인하려다 홀 밖에서 들어오는 작업자들을 보았다. 남자 네 명이 높이 이 미터가 넘는 이동식 구조물을 밀고 있었다. 프레임 아래에는 바퀴가 달려 있었다. 해원이 연회팀장에게 물었다. “저건 네 시 반입 물품 아닌가요?” 연회팀장이 입구를 돌아보았다. “시간이 조금 당겨졌습니다.” “언제 바뀌었습니까?” “오늘 오전에요. 저녁 행사 준비가 있어서 운영팀에서 먼저 반입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해원은 태블릿에서 공용 메일을 열었다. 전날 받은 최종 일정 이후 새로 들어온 메일은 없었다. “변경안은 어디로 보내셨습니까?” “라비엘 쪽에도 전달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받은 게 없습니다.” 다연도 휴대전화를 확인하며 돌아왔다. “나한테도 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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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가고 싶지 않습니다

다음 날 밤, 해원은 책상 앞에 앉아 결혼식 일정을 확인하고 있었다.외부 업체의 최종 반입 시간이 적힌 칸을 수정하고 있을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검은 휴대전화는 울리지 않았다.해원은 노트북 화면에서 시선을 들었다. 잠시 후 다시 노크가 이어졌다.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자 태헌이 서 있었다.“잠깐 얘기하자.”평소처럼 명령하지도, 자신의 방으로 오라고 부르지도 않았다.태헌의 방문은 열려 있었다.해원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방을 나섰다. 태헌이 먼저 맞은편으로 들어갔고, 해원이 뒤따랐다.문은 태헌이 닫았다.해원은 방 안으로 몇 걸음 들어간 자리에 멈췄다. 무릎을 꿇지 않았다. 태헌도 자세를 지시하지 않았다.두 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태헌이 먼저 입을 열었다.“그날 네가 한 말.”해원은 무엇을 말하는지 되묻지 않았다.“듣고 싶었어.”“그래서 대답했습니다.”“계약이라서 듣고 싶었던 게 아니야.”해원의 손가락이 치맛자락 위에서 천천히 말렸다.태헌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질투했다는 게 좋았어.”해원이 고개를 들었다.“듣게 해놓고 착각이라고 하셨잖아요.”태헌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짧은 침묵이었지만 해원에게는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그 말을 들으면 나도 뭔가 대답해야 할 것 같았어.”“그래서 저한테 착각이라고 하셨어요?”“그래.”해원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저만 바보로 만들고요.”“그래.”태헌의 대답이 이번에는 늦지 않았다.“내가 잘못했어.”해원은 그 말을 듣고도 표정을 풀지 못했다. 기다렸던 사과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듣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질 줄 알았는데, 가슴 안쪽에 눌러두었던 것이 오히려 선명해졌다.“다시는 그런 식으로 네 마음을 묻지 않을게.”해원이 태헌을 바라보았다.“그렇게 말씀하셔도 아직 화가 안 풀렸습니다.”“알아.”“제가 왜 피했는지도 이제 아시잖아요.”“알아.”“그런데도 아무 말씀 안 하실 겁니까?”태헌의 시선이 해원의 얼굴에 머물렀다.“무슨 말을 해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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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안 부르십니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해원이 눈을 떴다.처음 보는 천장이었다.옅은 새벽빛이 커튼 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해원은 눈만 움직여 주변을 살폈다. 제 방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태헌의 침대였다.몸을 덮고 있는 이불 아래에는 가운만 입고 있었다. 벗어둔 옷은 침대 아래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다시 노크가 울렸다.“본부장님, 오늘 입으실 정장 가져왔습니다.”해원이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침대 반대편에서 태헌이 먼저 움직였다.“그대로 있어.”낮게 말한 태헌이 침대에서 내려갔다.해원은 이불을 가슴까지 끌어 올렸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본부장님?”“잠시만요.”태헌은 가운을 걸친 뒤 바닥에 떨어진 해원의 블라우스를 집어 침대 안쪽으로 던졌다. 치마와 속옷도 문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밀어놓았다.그가 문을 조금 열었다.“문 앞에 두세요.”“셔츠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셔야 해서요.”“괜찮습니다.”“아침 식사는 일곱 시 반에 준비됩니다.”“알겠습니다.”대답이 끝났는데도 문밖의 기척은 바로 사라지지 않았다. 옷걸이가 문 옆에 걸리는 소리가 나고, 구두 굽이 바닥을 두드리며 멀어졌다.태헌은 문을 닫고 잠시 그대로 서 있었다.해원이 이불을 걷었다.몸을 일으키자 전날 밤의 감각이 희미하게 되살아났다. 해원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가운 끈을 다시 여몄다.“몇 시입니까?”“여섯 시 오십 분.”평소라면 이미 일어났을 시간이었다.해원은 바닥에 놓인 옷을 하나씩 챙겼다.태헌은 문 앞에 기대선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해원이 가운 끈을 풀려다가 그 시선을 알아차렸다.“왜 보고 계십니까?”“보고 싶으니까.”해원의 손이 잠시 멈췄다.태헌은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해원은 가운을 벗고 속옷과 치마를 입었다. 블라우스 소매에 팔을 넣으며 물었다.“왜 안 깨우셨어요?““잘 자길래.”단추를 잠그던 손이 잠시 멈췄다.해원은 아무 말 없이 남은 단추를 마저 채웠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하고 침대 주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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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오늘은 나 못잡아

검은 휴대전화 화면에는 해원이 보낸 문장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오늘은 안 부르십니까? 보내기 전에는 단순한 확인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계약을 이행하는지, 쉬라는 말이 정말 명령인지 확인하는 것뿐이라고. 그러나 전송된 문장을 보고 있자 더는 그렇게 생각할 수 없었다. 부르지 않겠다는 태헌에게 자신이 먼저 물었다. 해원은 휴대전화를 쥔 채 답장을 기다렸다. 곧 화면이 켜졌다. 오고 싶어? 해원의 숨이 잠시 멎었다. 와. 평소처럼 그 한 글자가 왔다면 곧바로 일어나면 됐다. 이유도, 자신의 마음도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명령이 아니었다. 가고 싶은지 묻고 있었다. 해원은 맞은편에 있는 방문을 바라보았다. 닫힌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태헌도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가면 그가 시키는 대로 하게 된다. 그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알고도 부르지 않느냐고 먼저 물었다. 해원은 더 미루지 않고 답장을 보냈다. 네. 이번에는 답이 바로 돌아왔다. 그럼 와. 명령을 확인한 해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 앞에 도착하는 데는 몇 걸음이면 충분했다. 그런데 오늘은 그 짧은 거리가 전과 다르게 느껴졌다. 태헌이 불러서 나온 걸음이 아니었다. 해원이 먼저 가고 싶다고 대답한 뒤에 받은 명령이었다. 방문 앞에 선 해원이 손을 들어 노크했다. 문은 한 번 두드리자마자 열렸다. 태헌이 문 안쪽에 서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던 듯 옷차림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해원의 얼굴에 머물렀다. 해원은 그 눈을 오래 마주하지 못했다. 메시지로 보낸 한 글자를 입으로 다시 말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태헌은 손을 내밀지 않았다. 해원을 안으로 잡아당기지도 않았다. 비켜선 채 들어올 자리를 만들었다. 해원이 스스로 문턱을 넘었다. 등 뒤에서 태헌의 목소리가 들렸다. “문 닫아.” 해원은 돌아서서 문을 닫았다. 잠금장치가 맞물리는 소리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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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오고 싶어?

목선을 지나 쇄골과 가슴으로 천천히 내려왔다. 손이 자유로웠다면 그의 머리카락이나 어깨를 붙잡았을 것이다. 해원이 팔에 힘을 줄 때마다 커프가 손목을 붙들고 금속 고리만 낮게 울렸다.태헌의 입술이 배 아래로 내려갔다.혀가 안쪽을 훑자 해원의 허리가 저절로 들렸다. 태헌의 손이 골반을 눌러 다시 매트리스에 붙였다.해원의 손가락이 허공에서 세게 말렸다.“잡고 싶으면 다리로 잡아.”해원의 무릎이 태헌의 어깨를 감쌌다.손을 쓸 수 없는 만큼 허벅지에 힘이 들어갔다. 발목이 그의 등 뒤에서 겹쳐지고, 태헌을 놓치지 않으려는 것처럼 더 단단히 조였다.입술과 혀가 움직일 때마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균형을 잡을 손이 없었다. 해원이 허리를 들면 태헌이 누르고, 물러나려 하면 허벅지를 붙잡아 제자리로 돌려놓았다.몸 안쪽에 감각이 빠르게 차올랐다.해원은 팔을 내리려는 대신 프레임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아무것도 잡지 못한 채 허공을 긁었다. 연결 끈이 당겨질 때마다 손목을 감싼 가죽의 존재가 더 선명해졌다.“주인님…….”태헌은 대답하지 않았다.해원의 다리를 풀어 침대 위에 내려놓은 뒤 몸을 일으켰다. 벨트가 풀리고, 잠시 후 바지를 벗는 소리가 났다.태헌이 다시 해원의 무릎 사이에 자리 잡았다.그가 천천히 들어오자 해원의 몸이 굳었다. 전날 처음 관계를 맺은 자리에는 아직 희미한 민감함이 남아 있었다.태헌의 움직임이 멈췄다.묻는 말은 없었다.해원은 짧은 숨을 고른 뒤 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았다. 발뒤꿈치에 힘을 주어 조금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그제야 태헌이 다시 움직였다.처음에는 느렸다. 해원의 몸이 긴장을 풀고 그를 받아들이자 조금씩 깊이와 속도가 달라졌다.손으로 균형을 잡을 수 없어 해원의 몸은 태헌이 붙잡은 곳을 따라 움직였다. 그가 허리를 당기면 아래로 끌려갔고, 골반을 눌러 고정하면 그 자리에서 움직임을 전부 받아냈다.해원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다리로 그의 허리를 조이고, 태헌이 밀려들 때마다 허리를 맞받았다. 몸을 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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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너랑 먹고 싶었으니까

결혼식까지 34일 남은 날이었다.태원호텔의 소규모 시식실에는 긴 테이블 하나가 놓여 있었다.수경은 갤러리에서 예정된 해외 작가 미팅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고, 명우에게도 오후 이사회가 잡혀 있었다. 결혼식 메뉴의 최종 확인은 해원과 태헌에게 맡겨졌다.테이블 한쪽에는 태원호텔 연회팀장과 총괄 셰프가 앉아 있었다. 해원의 옆에서는 다연이 음식이 나올 때마다 메뉴표에 메모를 남겼다.마지막 전채 접시가 치워지자 연회팀장이 물었다.“소스 농도는 이대로 진행해도 되겠습니까?”해원이 메뉴표를 확인했다.“조금만 가볍게 해주세요. 식이 시작되고 세 번째로 나가는 메뉴라 앞의 음식과 맛이 겹칠 것 같아요.”“조정해서 다시 보고드리겠습니다.”태헌이 해원을 바라보았다.“다른 문제는?”“없습니다. 본부장님.”해원이 메뉴표를 넘기려고 손을 뻗었다. 셔츠 소매가 손목 위로 조금 밀려 올라갔다.붉은 자국이 드러났다.맞은편에 앉은 태헌의 시선이 잠시 그곳에 머물렀다. 해원은 아무렇지 않게 소매를 내려 자국을 가렸다.다연과 호텔 직원들은 메뉴표를 보고 있었다.다음으로 두 종류의 메인 요리가 나왔다.해원은 한입씩 맛본 뒤 먼저 흰 접시를 가리켰다.“엄마는 이쪽을 더 좋아할 거예요. 기름진 음식은 많이 못 드시거든요.”태헌도 같은 접시의 음식을 맛보았다.“아버지도 이쪽이 나을 것 같습니다.”“그럼 첫 번째 안으로 확정하겠습니다.”연회팀장이 표시를 남겼다.메인 접시가 치워지고 디저트 두 가지가 놓였다. 하나는 과일이 올라간 가벼운 무스였고, 다른 하나는 진한 초콜릿 케이크였다.해원은 무스를 먼저 맛보았다. 이어 초콜릿 케이크도 한입 잘라 입에 넣었다.다연이 물었다.“어느 쪽이 나아?”해원은 잠시 두 접시를 바라보다가 무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엄마는 이쪽.”“신랑 측도 괜찮으십니까?”연회팀장의 질문에 태헌이 대답했다.“그대로 진행하십시오.”“알겠습니다.”최종 메뉴가 확정되자 총괄 셰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수정된 구성은 내일 오전까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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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생각하지 않게 해주십시오

결혼식까지 31일 남은 날이었다.태원호텔 회의실 중앙에 수정된 하객 명단이 놓였다.홍보실 팀장이 새로 추가된 이름들을 가리켰다.“회장실에서 전달된 최종 명단입니다. 경호 인력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분들이 있어서 대기 공간을 하나 더 분리해야 합니다.”연회팀장이 기존 동선표를 펼쳤다.“현재 비어 있는 곳은 2층 소연회장뿐입니다. 다만 이곳을 사용하면 촬영팀 이동 시간과 겹칩니다.”두 사람의 시선이 해원에게 향했다.해원은 동선표와 예식 순서표를 나란히 놓았다.“VIP 대기실은 2층 소연회장으로 바꾸겠습니다. 대신 촬영팀은 서쪽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해주세요. 신부 이동이 끝난 뒤에만 출입을 허용하고요.”“그러면 장비 반입 시간을 앞당겨야 합니다.”“외부 업체에는 제가 전달하겠습니다.”하나를 정하자 다음 질문이 이어졌다.연회팀은 변경된 하객 입장 시간을 물었고, 외부 업체에서는 장비 반입 순서를 다시 확인했다. 다연은 수정된 일정 가운데 무엇을 먼저 확정해야 하는지 물었다.해원은 시간을 바꾸고, 동선을 나누고, 담당자를 지정했다.질문이 넘어올 때마다 답은 곧바로 나왔다.회의가 끝났을 때 동선표에는 수정 표시가 빼곡하게 들어가 있었다.“이제 끝난 거지?”다연이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물었다.그 순간 해원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외부 촬영업체에서 보낸 메시지였다. 변경된 반입 시간으로는 인력을 맞추기 어렵다는 내용이었다.해원은 화면을 확인한 뒤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아니. 하나 남았어.”“내가 연락할까?”“괜찮아. 내가 조정할게.”다연은 더 묻지 않고 자신의 서류를 챙겼다. 연회팀장과 홍보실 직원들도 차례로 회의실을 나갔다.해원은 자리에 남아 수정된 시간표를 다시 정리했다.맞은편에 앉아 있던 태헌도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오늘 몇 시까지 할 거야?”해원은 노트북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마지막 반입 시간만 확정하면 됩니다.”“그게 몇 시인데.”“확정될 때까지요.”태헌의 시선이 잠시 머물렀다.“그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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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무릎 꿇어

태헌의 시선이 해원의 얼굴에 고정됐다.“어디까지 맡기겠다는 건데.”해원은 잠시 숨을 골랐다.“오늘 밤은 전부요.”“내가 정해?”“네.”“전부?”해원은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았다.“네, 주인님.”태헌이 손을 내밀었다.“휴대전화 줘.”해원은 그의 손 위에 개인 휴대전화를 올려놓았다.태헌은 화면에 떠 있는 메시지를 읽고 자신의 휴대전화를 들었다. 비서실과 홍보실에 짧은 지시를 보낸 뒤 해원의 휴대전화를 책상 위에 뒤집어 놓았다.“오늘 밤 윤 팀장한테 추가 확인 요구하지 말라고 했어. 남은 건 내일 오전에 내가 먼저 볼 거야.”해원은 자신도 모르게 책상 위 휴대전화로 시선을 돌렸다.태헌의 목소리가 떨어졌다.“무릎 꿇어.”해원은 그대로 태헌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태헌이 책상 서랍을 열었다.그의 손에 검은 목줄과 짧은 리드줄이 들려 있었다.“오늘은 네가 정할 거 없어.”태헌이 한 걸음 다가왔다.해원은 그를 올려다보았다.턱이 잡히고, 목줄의 안감이 목덜미에 닿았다.버클이 잠기는 소리가 짧고 분명했다.금속 고리에 리드가 걸리는 소리가 이어졌다.태헌이 리드를 한 번 당겨 해원의 고개를 들게 했다.“내가 시키는 것만 해.”“네, 주인님.”그는 의자에 앉았다.손에 감긴 리드가 짧아지며 해원의 무릎이 앞으로 움직였다.태헌의 다리 사이가 바로 앞이었다.해원은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안다고 생각했다.벨트를 풀고, 입을 맞추고, 잘해야 했다.손이 버클 쪽으로 올라갔다.리드가 팽팽해지며 해원의 움직임을 멈춰 세웠다.“시키기 전에 하지 마.”해원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다시 무릎 위에 내려놓았다.대기실 위치와 촬영팀 엘리베이터, 답하지 못한 홍보 문자가 머릿속을 한 차례 훑었다.태헌은 그 생각을 묻지 않았다.벨트를 직접 풀었다.금속이 열리는 소리가 가까웠다.성기가 해원의 입술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뜨거운 열기가 먼저 닿았다.해원이 반사적으로 몸을 숙이려 하자 리드가 다시 당겨졌다.“기다려.”다음 동작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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