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어디에도 내가 네 것이라는 조항은 없어.”해원은 태헌을 올려다보았다.턱을 잡고 있던 손은 이미 떨어졌지만, 일어나라는 말은 없었다. 해원은 무릎을 꿇은 자세로 잠시 침묵했다.“알겠습니다, 주인님.”목소리는 흐트러지지 않았다.태헌의 시선이 해원의 얼굴에 머물렀다.해원이 먼저 물었다.“오늘 부르신 이유는 그 질문뿐입니까?”“그래.”“그럼 돌아가도 됩니까?”태헌은 곧바로 답하지 않았다.해원은 재촉하지 않고 기다렸다.“일어나.”명령이 떨어지자 해원은 바닥을 짚지 않고 일어났다. 오래 꿇고 있던 무릎이 잠깐 저렸지만 내색하지 않았다.태헌은 더 가까이 부르지 않았다.옷을 벗으라는 명령도, 손을 내밀라고도 하지 않았다.“가.”“안녕히 주무십시오, 주인님.”해원은 몸을 돌려 방을 나왔다.맞은편에 있는 자기 방으로 돌아와 문을 닫았다. 잠금장치를 걸지는 않았다.협탁 위에는 개인 휴대전화와 검은 휴대전화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해원은 개인 휴대전화로 아침 알람을 맞췄다. 검은 휴대전화의 화면은 켜보지 않았다.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다음 날 아침, 해원은 평소와 같은 시각에 일어났다.결혼식까지 38일 남은 날이었다.본관 식당에 들어갔을 때 태헌과 명우는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잘 잤어?”수경이 자기 옆자리를 가리켰다.“네, 엄마.”해원이 의자를 당겨 앉자 직원이 커피를 따랐다.수경이 물었다.“호텔 수정안은 잘 마무리됐어?”“네. 어제 승인까지 받았어요.”“벌써?”“바꿀 곳이 많지 않았어요. 이제 외부 업체 시간만 다시 맞추면 돼요.”명우가 태헌에게 시선을 돌렸다.“호텔 쪽에서도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어?”“네. 해원이 안으로 확정했습니다.”태헌은 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수경이 웃었다.“둘이 같이 일하니까 나는 마음 놓고 있어도 되겠네.”해원은 커피잔을 들었다.“저랑 본부장님이 같이 하는 건 아니에요. 승인 절차만 태원그룹을 통하는 거예요.”“집에서도 본부장님이야?”“일 얘기니까요
Last Updated : 2026-09-0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