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네 시가 조금 넘어서 첫 번째 회신이 들어왔다. 수빈이 통화 내용을 정리한 메모를 들고 태혁의 자리로 왔다.“서진우 누나랑 통화했습니다.”태혁이 고개를 들었다.“뭐래.”“걸음걸이에 특별한 특징은 없었대요. 다리를 크게 다친 적도 기억나는 건 없고요.”“다른 사람들은.”“당시 대학 동기 두 명까지 확인했는데 비슷합니다. 한 명은 워낙 오래돼서 기억 안 난다고 했고요.”태혁이 메모를 받아 들었다.예상했던 답이었다.십 년 전 알고 지낸 사람의 걸음걸이를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계속 확인해.”“네.”“지문 대조는.”“아직 돌고 있습니다. 교정시설 쪽은 오늘 안으로 받을 수 있을 것 같고요.”태혁은 메모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오면 바로 붙여.”“네.”수빈이 돌아갔다.태혁의 시선이 모니터 한쪽에 띄워둔 CCTV 화면으로 향했다.검은 모자를 쓴 남자가 화면 한가운데 멈춰 있었다. 키는 서진우와 비슷했다. 체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걸음걸이는 확인되지 않았고, 얼굴도 보이지 않았다. 서진우라는 증거도, 아니라는 증거도 없었다.태혁은 화면을 닫았다.***퇴근 시간을 십 분쯤 넘겨 이재는 노트북을 덮었다.“다은 씨, 퇴근 안 해요?”“합니다. 지금 합니다.”대답과 동시에 다은이 가방을 집어 들었다.이재가 웃었다.“아까는 오늘 못 갈 것 같다면서요.”“퇴근은 의지의 문제니까요.”“숫자는요?”“대리님 덕분에 살았습니다.”당당한 대답이었다.이재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두 사람은 나란히 사무실을 나왔다.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하자 익숙해진 얼굴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낮에도 몇 번 마주쳤던 보안팀 직원이었다. 정확히는 보안팀 직원으로 위장한 경호원.이재가 나타나자 남자는 자연스럽게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이쪽을 보는 척도 하지 않았다.다은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대리님, 약속 있으세요?”“아니요.”“그럼 같이 저녁 드실래요?”이재가 잠깐 고민
Last Updated : 2026-09-0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