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하녀복의 천이 찢어져 나가며, 차가운 공기와 함께 아처린의 거친 숨결이 드러난 내 살결에 와 닿았다.순간이동을 하느라 마력을 과도하게 쥐어짠 여파로 내 몸은 손가락 하나 뻥끗하기 어려울 만큼 탈진해 있었다. 소파에 쓰러진 채 헐떡이는 내 몸 위로, 묵직하게 내려앉은 아처린의 초록빛 눈동자가 짐승처럼 번뜩였다."아린, 잠깐만······. 내가, 내가 벗을 수 있어······." "거짓말."낮게 깔린 그의 음성이 내 귓가를 간지럽혔다. 하긴, 옷을 갈아입을 힘조차 남아 있을 리 없었다.기억을 잃었을지언정 오만한 황태자로서의 본능과 포악한 맹수의 피는 어디 가지 않았다. 그는 나의 유약한 반항을 비웃기라도 하듯, 비에 젖어 피부에 딱 붙어 있던 속옷마저 망설임 없이 바닥으로 내던졌다."읏······ 부끄러운데······."실낱같은 옷가지조차 사라진 내 상체 위로, 아처린이 가져온 부드러운 수건이 덮였다. 하지만 그 수건을 쥔 그의 커다란 손길은 결코 물기만 닦아내는 데에 그치지 않았다.투박한 손가락이 젖은 수건 너머로 부드럽게 살갗을 훑고 지나갈 때마다, 나는 온몸의 감각이 서서히 예민해져 가는 것을 느꼈다.도드라진 쇄골과 허리선, 그리고 훤히 드러난 가슴 곡선을 따라 그의 손길이 천천히 내려앉았다. 열기에 휩싸인 손바닥이 닿을 때마다 내 몸은 전율로 크게 떨렸다."차갑네, 마리."아처린이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내 몸을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방금 갈아입은 그의 튜닉 너머로, 짐승처럼 단단한 가슴 근육과 뜨겁게 펄떡이는 심장 소리가 내 몸에 그대로 밀착되었다. 축축하게 젖은 밤기운을 단번에 밀어내는, 숨 막힐 듯한 남자의 온기였다."따뜻하게 해주고 싶은데."비록 기억을 잃어 자신의 신분이나 현재 상황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는 이 상황에서도 도의적으로 내 건강을 염려해 주었다.몸을 닦아내던 아처린의 손길은 순간 멈추었다. 아무리 실내라고 한들 오두막 밖에서 세차게 몰아치는 빗소리와 함께 스며든 냉기가 서늘하게 공간을 지
Last Updated : 2026-09-1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