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센 프로젝트의 첫 지방 현장 실사가 진행되는 날이었다.미온개발 쪽 실무자들과 아크온의 인력이 합류한 소규모 출장팀은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예원은 프로젝트 자료를 한 손에 든 채 넓은 공사 부지를 살폈다.고객 동선과 실제 부지의 간극을 확인하고 구조의 방향을 논의하는 동안, 시혁은 늘 그래왔듯 완벽한 파트너로서 그녀의 곁에서 호흡을 맞추었다."이쪽 입구를 조금 더 트는 편이 동선상 유리할 것 같습니다."예원의 지적에 시혁이 들고 있던 도면을 펼치며 바로 응수했다."그렇게 되면 후면부 브랜드 공간의 밀도가 떨어집니다.진입로 폭을 현행 유지하되 내부 시야를 여는 방식이 더 낫습니다.""검토해 보죠."짧고 건조한 실무적인 대화들이 오갔다.중간 프레젠테이션을 마친 뒤에도 업무 현장에서 둘의 관계는 달라지지 않았다.의견이 맞으면 받아들였고, 다르면 근거를 놓고 다시 부딪쳤다.어느 쪽도 사적인 관계를 이유로 상대의 판단을 쉽게 넘겨주지 않았다.현장을 걷던 예원이 펜이 떨어지려던 순간, 시혁이 말없이 손을 뻗어 그녀의 자료를 받쳐 주었다.예원은 흠칫 놀라거나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대신 아주 자연스럽게 그 손길을 넘겨받아 다음 페이지를 짚었다.점심시간 식당을 고를 때도 두 사람은 굳이 서로의 취향을 묻지 않았다.식탁 위에는 늘 그렇듯 시혁이 먼저 예원 쪽으로 컵과 수저를 밀어두었고, 예원은 그것을 당연하게 사용했다.모든 것이 너무 자연스러웠다.손끝이 닿고, 시선이 마주치고, 서로의 필요를 먼저 알아채는 그 모든 순간들이.오후 늦게 차로 이동하던 중, 예원은 무심코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예전 같았으면 손끝 하나 스치는 것에도 잔뜩 날이 서고 긴장했을 텐데, 지금은 시혁이 자신의 곁에 있는 것이, 그의 손길이 닿는 것이 숨을 쉬듯 편안하고 익숙해져 있었다.누군가와 이토록 빠르게 가까워졌다는 사실보다, 그 가까움에 자신이 이미 완벽하게 길들어 있다는 사실이 낯설게 다가왔다.이상하게도 피곤하지가 않았다.저녁 무렵, 현장 실
最終更新日 : 2026-10-09 続きを読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