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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언니의 남편을 사랑하게 됐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91 - チャプター 200

347 チャプター

191.결혼식 전날, 가장 먼저 한 약속

결혼식 전날 밤.송유지는 침대 위에 드레스를 입을 때 필요한 준비물을 하나씩 펼쳐놓고 있었다.“보조 배터리.”채도하가 체크리스트를 봤다.“있고.”“립스틱.”“있고.”“휴지.”“있고.”“반지.”도하가 바로 그녀를 봤다.유지도 멈췄다.“왜요.”“그건 내가 챙겨.”“아.”유지가 웃었다.“맞다.”“그걸 네가 챙기면 이상하잖아.”“혹시 잊을까 봐.”“안 잊어.”“진짜?”“송유지.”“네.”“결혼식 반지를 어떻게 잊어.”유지는 어깨를 으쓱했다.“사람 일 모르죠.”도하가 한숨처럼 웃었다.준비는 거의 끝났다.식장.드레스.사회자 대본.하객.식전 영상.혼인서약.빠진 걸 찾는 게 더 어려웠다.그런데 유지 마음은 이상하게 계속 불안했다.“도하 씨.”“응.”“저 오늘 잠 못 잘 것 같아요.”“왜.”“내일 결혼식이잖아요.”“이미 결혼했잖아.”“그 말 하지 마요.”“왜.”“그럼 제가 왜 이렇게 떨리는지 설명이 안 되잖아요.”도하가 옆에 앉았다.“사람들 앞에서 하는 건 처음이니까.”“그렇죠?”“응.”“그리고.”유지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저 내일 울 것 같아요.”“울어.”“화장 지워지잖아요.”“그럼 참아.”“아.”유지가 바로 쳐다봤다.“말이 너무 쉽다.”한참 뒤.유지가 서랍에서 작은 봉투 하나를 꺼냈다.도하가 물었다.“뭐야.”“도하 씨 거.”“내 거?”“응.”유지는 봉투를 내밀었다.“내일 아침에 봐요.”도하가 받으려다 멈췄다.“지금 보면 안 돼?”“안 돼요.”“왜.”“혼인서약도 몰래 썼잖아요.”“응.”“이것도.”도하가 봉투를 뒤집어봤다.앞에는 짧게 적혀 있었다.내일의 채도하에게.도하가 웃었다.“뭔데.”“편지.”“지금 읽으면.”“안 돼요.”“한 줄만.”“도하 씨도 저한테 뭐 준비했어요?”도하가 바로 입을 다물었다.유지 눈이 가늘어졌다.“있네.”“없는데.”“있어요.”“아니야.”“표정이 그런데.”“너 닮았나 봐.”“아.”유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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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오늘부터 사람들 앞에서도 부부

웨딩홀에 도착하자마자.송유지는 차에서 내리기 전부터 손바닥을 몇 번이나 문질렀다.채도하가 옆에서 봤다.“긴장돼?”“엄청.”“아까는 괜찮다며.”“차 안이랑 식장은 다르죠.”“아.”유지가 그를 흘겨봤다.“도하 씨는 안 떨려요?”도하는 잠깐 대답하지 않았다.“떨리네.”유지가 바로 웃었다.“봐.”“왜 좋아해.”“저만 그런 거 아니니까.”대기실에 들어가자.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유지 엄마.도하 어머니.나현.박수진.민서.두 사람의 오래된 친구들.그리고.유리가 있을 때부터 도하를 알던 사람들까지.유지는 거울 앞에 앉아 있다가 문 쪽을 봤다.나현이 들어오자마자 말했다.“야.”유지가 웃었다.“왜.”“진짜 예쁘다.”“진짜?”“응.”나현이 가까이 와서 눈을 가늘게 떴다.“근데 너 울었냐?”“아침에 조금.”“벌써?”“편지 때문에.”“채도하 씨가?”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나현이 피식 웃었다.“결혼식 전에 사람 울리네.”잠시 뒤.도하 어머니가 들어왔다.유지는 바로 일어났다.“어머니.”“앉아 있어.”“괜찮아요.”어머니는 유지 모습을 한참 봤다.말이 없었다.유지가 괜히 긴장했다.“왜요.”“아니.”“이상해요?”“아니.”어머니가 아주 조금 웃었다.“예쁘네.”유지 눈가가 다시 뜨거워졌다.“오늘 왜 다들 울리려고 해요.”“울지 마. 화장 번진다.”“엄마랑 똑같은 말 하시네.”어머니가 웃었다.“이제 양쪽 엄마 말 다 들어야지.”유지도 웃었다.“그건 좀 무서운데.”식 시작 10분 전.플래너가 들어왔다.“신부님, 이제 입장 준비하실게요.”유지 심장이 갑자기 빨라졌다.“아.”나현이 손을 잡았다.“괜찮아?”“응.”“안 괜찮아 보이는데.”“맞아.”“야.”유지가 웃었다.“그래도 갈 거야.”“당연하지.”복도 끝.버진로드 입구가 보였다.안에서는 사회자 목소리가 들렸다.“이제 신랑 채도하 님의 입장이 있겠습니다.”박수 소리.유지는 숨을 들이켰다.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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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결혼식이 끝난 뒤 처음 한 일

식이 끝난 뒤.송유지는 신부대기실이 아니라 폐백실 옆 작은 대기 공간 의자에 털썩 앉았다.“휴.”채도하가 바로 물었다.“힘들어?”“조금.”“구두 벗어.”“지금?”“응.”유지는 잠깐 주변을 봤다.“사람 들어오면 어떡해요.”“문 닫혀 있어.”“그래도.”도하가 이미 앞에 쪼그려 앉았다.“가만있어.”“도하 씨.”“왜.”“신랑이 신부 구두 벗겨주는 장면.”“응.”“되게 로맨틱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도하가 구두를 벗겨주며 말했다.“발 아프다며.”“아.”유지는 웃었다.“역시 현실적이네.”맨발로 바닥을 디디자 살 것 같았다.유지는 드레스 자락을 조금 들고 발목을 움직였다.“와.”도하가 물었다.“많이 아팠어?”“생각보다요.”“진작 말하지.”“결혼식 중간에 구두 벗을 순 없잖아요.”“그건 그렇네.”유지가 도하 얼굴을 빤히 봤다.“근데.”“응.”“아까 여보라고 한 거.”“왜.”“진짜 아무렇지도 않았어요?”“응.”“저만 놀랐네.”“너도 했잖아.”“그건.”유지가 얼굴을 조금 돌렸다.“분위기에 휩쓸려서.”도하가 웃었다.“그럼 다시 해봐.”“싫어요.”“왜.”“이제 조용하니까 더 부끄러워.”잠시 뒤.밖에서 노크 소리가 났다.“신랑님, 신부님. 사진 촬영 준비되셨습니다.”유지가 바로 한숨을 쉬었다.“또 사진.”“가야지.”“몇 장 남았어요?”도하가 문 쪽을 봤다.“모르겠는데.”“아.”유지는 다시 구두를 신었다.“결혼식이 끝나면 끝난 줄 알았는데.”“이제 시작인가 봐.”유지가 멈칫했다.“그 말.”“왜.”“조금 멋있는데.”“사진 말한 건데.”“아, 됐어요.”단체 사진 촬영.가족 사진.친구 사진.회사 사람들.두 사람을 오래 알던 사람들.유지는 몇 번째 사진인지도 모른 채 계속 웃었다.그때 사진사가 말했다.“이번에는 두 분만 찍겠습니다.”유지와 도하가 가운데 섰다.“조금 가까이 붙어주세요.”이미 붙어 있었는데.도하가 허리에 손을 둘렀다.유지가 작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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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화: 결혼하자마자 한 달 출장이 생겼다

결혼식 다음 날.송유지는 눈을 뜨자마자 한동안 천장만 바라봤다.옆에서는 채도하가 아직 자고 있었다.유지는 슬쩍 몸을 돌렸다.그리고 작게 불렀다.“여보.”반응 없음.조금 더 가까이.“여보.”도하가 눈도 뜨지 않은 채 대답했다.“응.”유지 눈이 커졌다.“자면서도 대답하네.”“들리니까.”“안 잤어요?”“잤어.”도하가 천천히 눈을 떴다.“왜 아침부터 연습해.”“연습 아니거든요.”“그럼.”유지는 웃었다.“그냥 불러봤어요.”“한 번 더.”“싫어요.”“왜.”“이제 일어나요.”결혼식 다음 날이라고 특별한 건 없었다.둘은 늦게 일어나.어제 남은 짐을 정리하고.축의금 봉투를 다시 확인하고.사진을 보내온 사람들에게 답장을 했다.유지가 휴대전화를 내리며 말했다.“나현이 사진만 83장 보냈어요.”“많네.”“절반이 제가 우는 거야.”도하가 웃었다.“잘 찍혔어?”“안 보여줄 거예요.”“왜.”“못생겼어요.”“보여줘.”“싫어.”그때.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회사 메일이었다.유지는 별생각 없이 열었다.그러다.움직임이 멈췄다.“어?”도하가 물었다.“왜.”“잠깐만.”유지는 메일을 위에서부터 다시 읽었다.차기 프로젝트 해외 협업 일정 관련 제안“아…….”도하가 가까이 왔다.“뭔데.”유지가 화면을 보여줬다.해외 파트너사와 진행하는 단기 공동 프로젝트.현지 실무 총괄 1명 파견.기간.약 4주.도하도 멈췄다.“한 달?”“응.”“언제.”유지가 아래를 봤다.그리고 이번에는 정말 말이 없어졌다.“왜.”“다음 달.”“…….”“우리 신혼여행 예약한 주랑 겹쳐요.”잠시 정적.유지가 소파에 털썩 앉았다.“와.”“회사에서 너한테 가라고 한 거야?”“확정은 아니고.”“응.”“제안.”유지는 메일을 다시 확인했다.“제가 지금 맡은 프로젝트 연계라서 저를 1순위로 보고 있대요.”도하가 옆에 앉았다.“하고 싶어?”그 질문에 유지가 바로 고개를 들었다.“그걸 먼저 물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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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화: 신혼여행 대신 출국 준비

월요일 오전.송유지는 회사 회의실에서 일정표를 받아들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출국 날짜.현지 미팅 일정.숙소.파트너사 담당자.그리고 맨 아래.파견 기간 28일.유지는 숫자를 한 번 더 봤다.28일.딱 한 달은 아니었다.그런데 이상하게 더 길어 보였다.“송 책임자님.”“네.”“일정 괜찮으실까요?”유지는 바로 고개를 들었다.“네.”“혹시 개인 일정이 있으시면 조정 가능한 부분은 확인해보겠습니다.”잠깐.결혼식.신혼여행.그리고 이제 막 시작한 신혼생활.유지는 숨을 한번 들이켰다.“괜찮습니다.”“확실하세요?”“네.”그리고 웃었다.“다녀오겠습니다.”퇴근하자마자.유지는 식탁 위에 출력한 일정표를 펼쳤다.채도하가 한눈에 봤다.“확정됐어?”“응.”“28일.”“응.”유지가 의자에 앉았다.“생각보다 정확하게 써 있으니까 더 실감 나요.”도하는 출국일을 봤다.“3주 뒤.”“응.”“신혼여행 예약은 오늘 취소할까?”유지가 표정을 찌푸렸다.“취소.”“응.”“진짜 하네.”“안 하면 수수료 더 붙잖아.”“아.”도하가 휴대전화를 들었다.유지가 바로 손목을 잡았다.“잠깐.”“왜.”“그냥.”“응.”“아깝잖아요.”“여행?”유지가 잠시 생각했다.“응.”“그럼 다녀와서 가.”“일정 맞을까요?”“맞춰야지.”“도하 씨 출장도 있잖아요.”“조정해볼게.”“제가 일 때문에 미룬 건데.”도하가 유지 손을 내려다봤다.“그래서 내가 같이 못 가?”“그건 아니지만.”“그럼 됐어.”결국 두 사람은 신혼여행을 취소하지 않았다.일정 변경.한 달 뒤로.유지는 변경된 예약 화면을 보고 말했다.“이거 묘하다.”“뭐가.”“신혼여행이 신혼 끝나고 가는 것 같아서.”“28일이면 신혼 끝나?”“아니.”“그럼.”유지가 눈을 가늘게 떴다.“요즘 말 잘하네.”“원래 잘했어.”“아닌데.”그날부터 집 안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캐리어가 거실 한쪽에 나왔다.유지는 필요한 옷을 하나씩 넣었다 뺐다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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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화: 출국하는 날

공항으로 가는 차 안.송유지는 평소보다 말이 없었다.채도하도 마찬가지였다.한참 창밖만 보던 유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도하 씨.”“응.”“아니.”잠깐.“여보.”도하가 바로 돌아봤다.“응.”유지가 피식 웃었다.“이제 이게 더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난 처음부터 좋았는데.”“알아요.”“왜 불렀어.”유지는 다시 창밖을 봤다.“그냥.”“그냥 금지.”“아.”둘 다 웃었다.그런데 웃음은 오래가지 않았다.공항에 도착하자 실감이 더 났다.캐리어.여권.탑승권.출국 시간.전부 진짜였다.도하가 캐리어 손잡이를 잡았다.“내가 끌게.”“저도 할 수 있는데.”“알아.”“그럼 왜.”“오늘까진 내가.”유지는 더 말하지 않았다.그냥 옆에서 걸었다.체크인을 마치고.보안검색대로 들어가기 전.둘은 한쪽에 서 있었다.유지가 말했다.“이제 진짜 가야 돼요.”“응.”“28일.”“응.”“생각보다 길죠?”“응.”“아.”유지가 웃었다.“오늘은 왜 솔직하게 다 인정해요.”“길잖아.”“그렇긴 한데.”유지는 도하 손을 잡았다.“저 가서 잘할 수 있겠죠?”도하가 바로 대답했다.“응.”“새 파트너사고.”“응.”“제가 전체 총괄이고.”“응.”“영어 계속 써야 하고.”“응.”“왜 다 응만 해요.”도하가 웃었다.“잘할 거 아니까.”유지가 말문이 막혔다.“아.”“왜.”“저 긴장 풀어주려고 이러죠.”“조금.”탑승 시간이 가까워졌다.유지가 손목시계를 봤다.“진짜 들어가야 돼요.”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응.”그런데 아무도 먼저 손을 놓지 않았다.유지가 작게 말했다.“놓아야 되는데.”“알아.”“도하 씨.”“응.”“여보.”“응.”“저 없다고 밥 대충 먹지 말고.”“알겠어.”“출장 갔다 와서 빨래 쌓아두지 말고.”“알겠어.”“잠도 제대로 자고.”“송유지.”“네.”“너도.”유지가 멈췄다.도하가 하나씩 말했다.“끼니 챙기고.”“응.”“밤늦게 혼자 다니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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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화: 하루씩 지우는 사람들

송유지가 숙소 문을 열었을 때.가장 먼저 보인 건 작은 식탁이었다.사진으로 봤던 그대로.창가 옆에 붙은 2인용 테이블.의자는 하나만 빼져 있었다.유지는 캐리어를 세워두고 한참 그걸 봤다.“진짜 혼자네.”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자.조금 이상했다.바로 휴대전화를 꺼냈다.채도하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신호 두 번.곧 얼굴이 떴다.—숙소 도착했어?“응.”—보여줘.“뭘.”—어디서 한 달 사는지.유지는 카메라를 돌렸다.“여기 침대.”—응.“여기 주방.”—작네.“혼자 쓰는데 뭐.”그리고 식탁.“여기.”도하가 잠깐 화면을 봤다.—생각보다 괜찮네.“근데 의자 하나만 나와 있어요.”—하나는 넣어놨나 보네.유지가 괜히 웃었다.“왜요.”—뭐가.“저 그 말 들으니까.”유지는 카메라를 다시 자기 쪽으로 돌렸다.“하나 더 꺼내놓고 싶어졌어요.”도하도 웃었다.—왜.“그냥.”—그냥 금지.“아.”짐을 대충 풀고 나니 현지 시간은 저녁이었다.유지는 냉장고를 열어봤다.텅 비어 있었다.“와.”화면 너머 도하가 물었다.—왜.“먹을 게 하나도 없어요.”—당연하지. 오늘 들어갔잖아.“컵라면이라도 있을 줄.”—호텔 아니잖아.“레지던스도 좀 줘야 하는 거 아닌가.”도하가 웃었다.—편의점 가.“지금?”—밥 먹는다며.“귀찮은데.”—송유지.“네.”—끼니 챙기기로 했지.유지는 눈을 가늘게 떴다.“공항에서부터 감시 시작이에요?”—약속 확인.“아.”그래도 결국 신발을 신었다.근처 마트에 들어가자.유지는 카트를 끌며 도하와 통화를 계속했다.“우유.”—응.“계란.”—응.“빵.”—응.“과자.”—밥은.“이것도 식량이에요.”—밥.유지는 즉석밥을 집었다.“됐죠?”—응.“남편이 해외까지 따라온 느낌인데.”전화기 너머가 잠깐 조용해졌다.유지가 바로 웃었다.“왜.”—남편 좋네.“아직도 그 말 좋아해요?”—응.“질리지도 않나.”—안 질려.유지는 괜히 진열대를 오래 봤다.“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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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화: 익숙해질 즈음 생긴 변수

파견 9일째.송유지는 아침부터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현지 파트너사 쪽 일정이 또 바뀌었다.“다음 주 발표를 하루 당기는 건 가능할까요?”유지가 바로 자료를 넘겼다.“하루면 가능합니다.”옆에 있던 현지 담당자가 물었다.“정말요?”“대신 오늘 안에 수정본 받아야 해요.”“알겠습니다.”유지는 바로 노트북을 열었다.어느새 이런 식의 돌발 상황에도 익숙해져 있었다.처음 며칠은 퇴근만 하면 긴장이 풀려 아무것도 하기 싫었는데.이제는 회의 끝나고 마트도 들르고.빨래도 돌리고.혼자 저녁도 챙겨 먹었다.숙소도 조금씩 자기 공간처럼 보이기 시작했다.그게 묘하게 싫었다.퇴근 후.유지는 냉장고 옆 메모의 숫자를 지웠다.19사진을 찍었다.그리고 채도하에게 보냈다.—오늘도 하나 지웠어요.잠시 뒤.답장이 없었다.유지는 시계를 봤다.한국 시간은 꽤 늦은 밤.“출장인가.”아침에 도하가 지방 일정이 있다고 했던 게 생각났다.유지는 먼저 씻었다.샤워를 마치고 나왔는데도 메시지는 읽히지 않았다.“자나.”괜히 아쉬웠다.그래도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밤 11시가 넘어서.전화가 왔다.유지는 침대에 누워 있다가 바로 받았다.“여보.”—응.목소리가 평소보다 낮았다.유지가 바로 몸을 일으켰다.“왜 그래요?”—뭐가.“목소리.”잠깐.—좀 피곤해서.“출장 끝났어요?”—응.“밥은.”—먹었어.“거짓말.”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유지가 눈을 가늘게 떴다.“봐.”—어떻게 알아.“도하 씨 밥 먹었으면 저렇게 대답 안 해요.”—어떻게 하는데.“뭐 먹었는지 말해요.”잠시 뒤.—편의점.“그게 밥이에요?”—김밥 먹었어.“아.”유지는 그대로 이마를 짚었다.“제가 없다고 바로 그러죠.”—오늘만.“진짜?”—응.“내일은 제대로 먹어요.”—알겠어.잠깐 조용해졌다.유지가 화면을 켰다.“영상통화 할래요?”—지금?“응.”—좀 피곤해 보여서.“도하 씨도 보여줘요.”결국 영상이 연결됐다.유지는 화면 속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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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화: 기다림에도 익숙해질 수 있을까

파견 12일째.송유지는 아침부터 회의실과 사무실을 오갔다.최종 발표 일정이 잡히면서 해야 할 일이 갑자기 늘었다.자료 수정.수치 검토.현지 파트너사 의견 반영.본사 보고.점심도 책상에서 대충 먹었다.오후 6시가 넘어서야 노트북을 닫았다.“하…….”현지 담당자가 물었다.“오늘도 늦게까지 하실 거예요?”유지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오늘은 들어가려고요.”“드디어요?”“네.”“남편분이 기다리시겠네요.”유지 손이 잠깐 멈췄다.“네.”그리고 웃었다.“많이요.”숙소로 돌아오자.유지는 습관처럼 냉장고부터 봤다.23어제보다 하나 줄어 있었다.유지는 펜을 들었다.줄 하나.22사진을 찍어 채도하에게 보냈다.—오늘도 하나 지웠어요.이번에는 바로 답장이 오지 않았다.유지는 옷을 갈아입고.샤워하고.간단히 저녁까지 차렸다.그래도 읽음이 없었다.“오늘 늦나.”식탁 맞은편 의자는 그대로 비어 있었다.유지는 그 의자를 잠깐 보다가.괜히 휴대전화를 다시 확인했다.그때.메시지가 왔다.—미안. 회의 길어졌어.유지는 바로 답했다.—괜찮아요.잠시 뒤.—밥 먹었어?—응.—뭐 먹었는데.유지가 사진을 찍었다.즉석밥.계란.김.—이거요.잠깐 뒤.—너도 대충 먹었네.“아.”유지는 혼자 웃었다.—도하 씨는요.—나도 비슷해.—사진.답이 없었다.유지가 눈을 가늘게 떴다.—거짓말이죠.몇 초 뒤.편의점 샌드위치 사진이 왔다.유지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여보.”—응.“그게 저녁이에요?”—응.“왜.”—늦었어.“집에 뭐 없어요?”—있는데 귀찮아서.“아.”유지는 이마를 짚었다.“제가 없으면 바로 이렇다니까.”—너도 계란 먹었잖아.“저는 해외잖아요.”—그게 면죄부야?유지가 말문이 막혔다.“아니.”도하가 웃었다.—똑같네.“뭐가요.”—서로 밥 챙기라고 잔소리하면서 정작 자기 건 대충 먹는 거.유지도 결국 웃었다.“그러게.”영상통화로 바꾸자.도하 얼굴이 화면에 떴다.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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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화: 22일이 3일이 되는 밤

파견 31일째.송유지는 회의실 앞에서 발표 자료를 다시 넘겼다.오늘이 마지막 결과 발표였다.한 달 가까이 붙잡고 있던 프로젝트.그리고 연장된 7일까지.전부 오늘로 끝났다.현지 담당자가 옆에서 말했다.“긴장돼요?”유지는 숨을 한번 들이켰다.“조금요.”“잘하실 거예요.”유지는 작게 웃었다.“저도 그렇게 생각하려고요.”휴대전화가 짧게 울렸다.채도하였다.—끝까지 하고 와.유지는 화면을 보며 웃었다.—네.잠깐 고민하다 하나 더 보냈다.—오늘 끝나면 3일 남아요.답장은 바로 왔다.—알아.—세고 있었어요?—매일.유지는 휴대전화를 가슴 쪽으로 잠깐 붙였다가 내려놓았다.“좋아.”그리고 회의실 문을 열었다.발표는 1시간을 넘겼다.프로젝트 결과.수정된 운영안.수치.현지 반응.향후 계획.질문도 예상보다 많았다.유지는 하나씩 답했다.마지막 질문까지 끝난 뒤.잠깐의 정적.그리고 박수가 나왔다.현지 책임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Excellent work, Song.”유지는 고개를 숙였다.“Thank you.”끝이었다.진짜로.회의실 밖으로 나오자마자.유지는 가장 먼저 도하에게 전화를 걸었다.두 번 만에 받았다.—끝났어?“응.”—어땠어.유지는 벽에 기대었다.“잘했어요.”—알아.“또 알아.”—목소리만 들어도 알아.유지가 웃었다.“칭찬해주세요.”잠깐.—수고했어.“그게 끝?”—잘했어.“또.”전화기 너머에서 웃는 소리가 들렸다.—우리 여보 진짜 잘했어.유지의 웃음이 멈췄다.“아.”—왜.“회사 복도인데.”—네가 해달라며.“그건 맞는데.”유지는 목소리를 낮췄다.“한 번 더.”도하가 웃었다.—잘했어, 여보.유지는 결국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됐어요.”—좋아하면서.“좋아요.”숙소에 돌아온 뒤.유지는 냉장고부터 봤다.3이제 정말 세 칸뿐이었다.유지는 펜으로 숫자를 동그라미 쳤다.도하에게 사진을 보냈다.—이제 3.잠시 뒤.한국 집 냉장고 사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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