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은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그의 시선이 시엔나의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를 훑어내렸다. 긴 머리를 정갈하게 묶은 그녀의 얼굴에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더하는 옅은 화장이 얹혀 있었고, 허리를 곧게 편 자태에서는 당당한 자신감이 흘러넘치고 있었다."대표님?"길 한가운데에서 갑자기 멈춰 선 상사를 향해 비서가 어색하게 불렀다.데미안은 비서를 완전히 무시했다. 뒤따르던 수십 명의 임원진의 의아한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데미안은 발걸음을 돌려 시엔나가 서 있는 부스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시엔나는 제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데미안이 진열대 바로 앞에 다다르자, 시엔나는 치마 앞에서 손을 꽉 쥐었다가 이내 고개를 들어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비즈니스용 미소를 지어 보였다."안녕하십니까, 블랙웰 고객님. 피부 관리에 필요한 제품이나 혹시 동료분을 위한 선물을 찾으시나요?"마치 일반 고객을 대하듯 지극히 프로페셔널한 톤으로 시엔나가 인사를 건넸다.데미안의 가슴속이 격렬하게 요동쳤다. 낯선 감정의 파도—경악과 분노, 그리고 지금 시엔나가 하는 행동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짙은 거부감이 섞인 감정이 밀려들며 그의 턱관절이 경련하듯 굳어졌다."이게 무슨 짓이지, 시엔나?"데미안이 억누른 목소리로 물었다. 낮고 깊은 음성에 추궁하는 듯한 압박감이 짙게 실려 있었다.시엔나는 눈동자 하나 떨지 않은 채 완벽한 미소를 유지했다."근무 중입니다, 고객님. 이 제품은 저희 브랜드의 신상 스킨케어—""지금 당장 나와 같이 가."데미안이 말을 단칼에 잘라버렸다. 시엔나를 쇼핑몰의 인파 속에서 끌고 나가기 위해 그의 손이 그녀의 손목을 향해 뻗어졌다.시엔나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고, 데미안의 손길을 피하기 위해 손을 뒤로 숨기기까지 했다."죄송합니다, 블랙웰 고객님."시엔나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지만 더없이 단호했다."지금은 제 근무 시간입니다. 저희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없으시다면, 제 영업 공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협조
Last Updated : 2026-09-0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