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악녀는 죽음 대신 남주의 침대로 들어갔다: Chapter 71 - Chapter 80

115 Chapters

71.

71.바실리안마저 회의에 들어갔기에 가제보에 혼자 남아있던 아그네샤는 솟구치는 불안감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침실로 발길을 돌렸다.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라 소음이 감돌았지만, 아그네샤는 소음이 귓가에 들려오지 않았다. 오히려 제 심장 뛰는 소리만 들리는 것 같아 그녀의 초조함을 부추겼다.아그네샤는 두 손을 꼭 쥐었다 편 채 침대 주위를 몇 번이고 서성였다. 세 공작과 저택의 주인들이 나누고 있을 대화의 무게를 가늠해 보려 애쓸수록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왔다.창밖의 푸르스름한 빛으로 뉘엿뉘엿 붉게 물들고 마침내 짙은 어둠이 침실 구석구석을 채울 때까지 시간은 야속하게만 천천히 흘렀다.저녁 식사 시간이 다 되어서야 닫혀 있던 침실 문이 조용히 열리며 바실리안이 안으로 들어왔다. 긴 회의를 마친 그의 얼굴에는 미세한 피로감이 서려 있었지만, 안절부절못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아그네샤를 발견하자마자 눈빛이 다정하게 풀어졌다. 바실리안은 천천히 다가와 그녀의 앞에 섰다.“내일 아버지랑 세 공작이 궁으로 가신다니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그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회의 결과를 전하며, 아그네샤의 표정을 살폈다.“세 분이 저녁 식사까지 하고 가신다는데, 식당에서 같이할까?”그의 물음에 아그네샤는 잠시 망설이다가 슬쩍 고개를 저었다. 아직 공작들과 얼굴을 맞대고 아무렇지 않은 척 식사할 만큼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은 탓이었다.그 마음을 모를 리 없는 바실리안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아그네샤의 허리를 부드럽게 감싸 안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그 단단하고 따뜻한 품에 안기자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그녀의 긴장이 조금은 풀어지는 듯했다.“걱정하지 마. 공작님들이 잘 도와주실 거야.”아그네샤의 머리를 살포시 쓸어내리며 위로를 건넨 바실리안은 문가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메리, 저녁은 손님방에서 할 테니 준비해 줘.”“네, 소공작님. 바로 준비해 올리겠습니다.”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메리의 스스럼없는 대답이 들려오고 바실리안은 아그네샤의 손을 잡아 다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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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2.다음 날 한낮이 되자, 아셰라드 공작은 황궁으로 향했다. 바실리안은 잠시도 아그네샤의 곁을 떠나지 않은 채 온전히 그녀만을 감싸 안으며 불안에 떨리는 마음을 부드럽게 다독여 주었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그녀의 어깨를 감싸 쥔 바실리안이 눈을 맞추며 낮게 물었다.“샤샤, 뭐가 그렇게 걱정이 되는 거야?”아그네샤는 그의 가슴에 이마를 묻은 채,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그의 옷자락을 꼭 그러잡았다.“다른 죄도 아니고 반역죄잖아요… 괜히 모함이라고 황실에 말하셔서 공작님마저 잘못되시기라도 하면… 어쩌죠?”제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권세를 누리던 발로아 공작가가 무너지기까지 겨우 하루조차 걸리지 않았던 것을 똑똑히 보았던 그녀였다. 권력의 비정함과 황권의 서슬 퍼런 칼날을 경험했기에 자신을 보호해 준 아셰라드 공작마저 그 거센 풍파에 휘말릴까, 봐 가슴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바실리안은 아셰라드 공작가의 세력과 세 공작이 결탁한 정황상 그녀의 걱정이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를 말로 늘어놓는 대신 조용히 아그네샤를 품 안 가득 끌어안고는 굳어있는 등과 어깨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그의 손길에서 전해지는 묵직한 온기가 그녀의 두려움을 가만히 눌러주었다.“샤샤, 걱정하지 마. 아버지 혼자 가신 것도 아니고, 다른 공작님들도 힘을 보태기로 하셨으니 분명 아무 일 없이 잘 해결하고 오실 거야.”그의 낮고 단단한 음성이 귓전을 울리자, 아그네샤는 비로소 참았던 숨을 길게 내쉬며 그에게 온몸을 맡겼다.시간은 아득할 정도로 느리게 흘러갔다. 바실리안은 아그네샤가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손가락을 얽어 쥐며 다정하게 입을 맞추기도 하고 따뜻한 차를 내어주며 계속해서 그녀의 시선을 자신에게 묶어두었다.얼마나 지났을까, 정원 너머에서 기다리던 육중한 마차 소리가 마침내 저택 정문을 통과해 들어왔다. 그 소리에 아그네샤의 몸이 순간 굳어졌고 바실리안은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며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돌아오셨나 봐. 같이 나가보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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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73. 그는 이어 차갑게 식어 내린 눈빛으로 다음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반역 문서를 조작해 발로아를 모함한 샤이로 백작가는 그에 합당한 처참한 벌을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짚이는 구석이 있더구나. 황제가 이번 일에서 성녀는 건드리지 말라는 조건을 내걸었다.”“성녀를… 말입니까?” 바실리안의 눈매가 날카롭게 좁아졌다. 아셰라드 공작은 수염을 쓸어내리며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내가 보기에는 샤이로 백작가가 아니라, 성녀와 황제 사이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긴밀하게 얽혀 있는 것 같다. 사람을 붙여 비밀리에 조사해 보라고 지시했으나, 쉽게 드러나지는 않을 것 같구나.” 그 말을 들은 아그네샤는 가슴 한구석이 돌덩이를 얹은 듯 무거워지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조이…….’ 원작의 흐름을 비틀고 들어앉은 가짜 성녀 조이에게는 타인의 마력을 흡수하고 갈취하는 능력이 있었다. 그 위험천만한 능력 때문에 누구든 함부로 그녀에게 다가가지 못할뿐더러, 무엇보다 조이가 집요하게 노리고 있는 대상이 바실리안이니 더욱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 ‘내게 마력을 정제하고 순화하는 능력이 있으니… 어쩌면 내가 곁에 있으면 조이의 마력 흡수를 막아낼 수 있지 않을까?’ 아그네샤는 순간 희망 섞인 생각을 떠올려 보았지만, 이내 이성이 서늘하게 머리를 스쳤다. 원작 속 여주였던 세라피나 역시 강력한 마력 정제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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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74. 바실리안은 그녀의 표정을 보고 가볍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아그네샤의 머리를 다정하게 쓸어 넘겨주었다. “당장이라도 따라가서 곁에 있고 싶지만, 예정된 가을 원정이 있어서 며칠 후에나 가볼 수 있을 것 같아. 기사 몇을 붙여줄 테니 저택 안에서도 밖으로 나갈 때도 꼭 데리고 다녀.” 자신이 없는 동안 혹시라도 일어날 불상사를 걱정하는 그의 진득한 눈빛에 아그네샤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다음 날, 아그네샤는 바실리안이 엄선해 붙여준 든든한 기사들과 메리를 비롯한 사용인들을 대동하고 마침내 발로아 저택으로 향했다. 반역죄로 가문이 몰락하고 아셰라드 기사단이 들이닥쳤던 곳이었기에 아그네샤는 저택 내부가 참혹하게 파헤쳐져 있거나 피비린내 흔적이 남아있지 않을까 내심 긴장하며 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녀의 예상과 달리, 넓은 저택 안은 털끝 하나 먼지가 날리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아그네샤가 놀란 눈으로 저택 안을 둘러보자, 짐을 들고 뒤따라 들어온 메리가 눈치를 채고 밝은 목소리로 설명했다. “공작님께서 가문의 복권이 확정되자마자 미리 사용인들을 보내 저택을 대대적으로 청소해 두셨습니다. 작은 마님께서 바로 지내시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식재료와 생필품도 넉넉히 준비해 두었고요. 방은 어디로 사용하시겠어요?” 가문의 모든 명예와 권력이 되돌아왔고 아그네샤는 이제 엄연한 발로아 가문의 유일한 주인이었다. 그렇기에 가주가 머무는 가장 크고 화려한 중앙 침실을 사용하는 것이 마땅했다. 하지만 아그네샤는 선뜻 그 방을 택할 수 없었다. 이 가문의 진짜 주인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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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75. 온기라고는 단 한 조각도 찾아볼 수 없는 얼음처럼 서늘하고 차가운 무표정이 그녀의 얼굴을 지배했다. 아그네샤는 1 황자를 똑바로 직시하며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받아쳤다. “전하, 말씀이 너무 지나치시군요. 비록 제가 아직 정식으로 공작 서임을 받지는 못하였으나, 엄연히 발로아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이자 가문의 모든 권한을 쥔 주인입니다.” 조금의 물러섬도 없이 오롯이 가주의 위엄을 내뿜는 그녀의 서늘한 눈빛에 느긋하게 입을 놀리던 1 황자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어졌다. “언제까지 그렇게 고개를 뻣뻣이 들고 있을 수 있는지 어디 한번 두고 보도록 하지.” 1 황자는 기분이 상한 듯 찻잔을 탁 소리 나게 내려놓고는 싸늘한 경고를 남긴 채 응접실을 빠져나갔다. 1 황자를 마차까지 배웅하고 돌아온 아그네샤는 소파에 몸을 묻으며 짓눌려 있던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었다. 소름 끼치는 중압감에 굳어있던 손끝이 파르르 떨려왔다. 원작 속에서도 악행을 서슴지 않던 전형적인 빌런 캐릭터였던 만큼, 그가 풍기는 사악하고 탐욕스러운 오라는 피부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기분 나빴다. 아그네샤는 두 번 다시 저 남자와는 절대로 가까이 지내지 않겠노라, 속으로 몇 번이고 깊게 다짐했다. 그렇게 차가웠던 긴장감이 채 가시기도 전인 오후 무렵, 이번에는 2 황자가 저택을 찾아왔다. 갑작스러운 방문이었지만, 1 황자와 달리 2 황자는 훨씬 온화하고 품위 있는 태도로 아그네샤를 대했다. 원작에서 여주인공에게 은근하고 다정하게 접근했던 서브 남주라는 인상이 머릿속에 남아있었던 탓일까, 아그네샤는 1 황자에게 세웠던 날카로운 경계심을 저도 모르게 조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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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76. 바실리안은 아그네샤의 허리를 커다란 두 손으로 끌어당겨, 마주 본 채 자신의 단단한 허벅지 위에 앉혔다. 자연스럽게 벌어진 그녀의 다리 사이로 물결이 출렁였고 물속에서 이미 단단하게 발기한 그의 중심이 아그네샤의 민감한 곳을 지그시 눌러 문지르기 시작했다. 은근하게 전해지는 묵직한 열기에 아그네샤는 작게 숨을 들이켰다. 바실리안은 그녀의 머리를 고정하고 있던 정교한 머리 장식을 긴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하나씩 빼내었다. 툭, 툭 소리를 내며 보석 장식들이 욕실 바닥으로 떨어졌다. 풀어 내린 긴 머리카락이 물 위에 미끈하게 퍼져 나갔다. “2 황자랑 무슨 이야기 나눴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묻는 그의 눈빛에는 서늘한 독점욕이 짙게 배어 있었다. 아그네샤는 수줍어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두 손을 한데 모아 따뜻한 물을 살포시 퍼 올리더니, 그의 넓은 어깨 위로 조르륵 부어주었다. “가문 복구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갔어요. …아, 그전에는 1 황자도 왔고요.”“그 망나니는 뭐라는데?” 바실리안의 미간이 단번에 찌푸려졌다. 1 황자라는 이름이 나오자마자 분위기가 차갑게 식어 내리자, 아그네샤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진심으로 짜증이 났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헛소리하고 갔어요. …리안, 아무래도 검술 배울까 봐요.”“왜?”“헛소리하는 놈들 직접 잡게.”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잔뜩 심통 난 얼굴로 귀엽게 웅얼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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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77. 전신을 바들바들 떨면서도 자극을 놓치지 않으려 야무지게 허리를 털어대는 그녀의 모습은 차마 눈을 떼지 못할 만큼 야성적이고 미치도록 관능적이었다. 게다가 그 와중에도 아그네샤는 다른 한쪽 손을 올려, 제 가슴에 고개를 파묻고 있는 바실리안의 젖은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쓸어내리며 그를 부드럽게 품어 안았다. 신음을 내뱉으며 본능에 몸을 맡기면서도 자신을 놓지 않고 쓰다듬어 주는 그 애정 어린 손길에 바실리안의 이성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아그네샤가 애타게 허리를 튕길수록 탕 안의 물결이 크게 일렁였다. 손가락 끝에 닿아오는 매끄러운 감촉과 거칠게 쏟아지는 자극에 아그네샤의 고개가 뒤로 가늘게 젖혀졌다. 파르르 떨리던 허벅지가 순간 단단하게 경직되더니, 그녀는 허리를 크게 비틀며 숨을 턱 하고 들이켰다. “아, 앙…! 리, 리안…! 앗, 아아……!” 절정에 도달함과 동시에 아그네샤의 몸이 활처럼 휜 채 바들바들 떨려왔다. 밀려드는 절정의 쾌감 속에 애액과 함께 투명한 액체가 물속으로 쏟아져 나왔다. 바실리안의 손등을 쥔 그녀의 손가락에 경련하듯 강한 힘이 들어갔고 찰랑거리는 물소리 사이로 가쁜 숨소리가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한참을 자지러지듯 떨던 아그네샤는 절정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바실리안의 손을 잡아 제 다리 사이 더 안쪽 깊숙한 곳으로 이끌었다. 팽팽하게 열이 올라 붉어진 질구에 그의 손가락 끝이 닿자, 아그네샤는 몽롱하게 풀린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나비처럼 떨리는 음성을 내뱉었다. “하아… 하, 여기도… 만져줘요, 응…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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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78. 이튿날 아침, 침대에서 눈을 뜬 아그네샤는 지독한 피로감을 느끼며 겨우 몸을 일으켰다. 샤워를 마치고 드레스를 입기 위해 거울 앞으로 걸어간 그녀는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목덜미와 쇄골, 가슴골까지 바실리안이 집착적으로 남겨둔 붉은 흔적들로 가득해 상체가 온통 얼룩덜룩했다. 아그네샤는 한숨을 깊게 내쉬며 목 끝까지 바짝 올라와 온몸을 완벽히 가려주는 고전적인 드레스를 골라 입었다. 그러고는 시녀를 시켜 준비해 둔 피임약을 잊지 않고 챙겨 마셨다. 쌉싸름한 약 기운이 목구멍을 넘어가는 순간, 아그네샤는 문득 만약 피임약을 먹지 않고 정말로 바실리안의 아이를 낳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그와의 미래를 괜히 머릿속으로 그려보며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하지만 아그네샤의 감상도 잠시, 발로아 저택에는 차분함이 오래가지 못했다. 1 황자와 2 황자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번갈아 가며 매일 저택을 찾아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황자들은 가문의 수습을 도와주겠다는 명목을 내세웠지만, 속내는 아그네샤에게 은근히 접근해 작업을 걸고 아셰라드와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계산이 뻔히 보였다. 바실리안은 황자들이 매일 아그네샤의 주변을 맴돌며 치근덕거리는 모습을 보고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판단한 바실리안은 저스틴을 발로아 저택으로 호출했다. “도저히 못 봐주겠군. 한동안 네가 발로아에 남아서 행정과 서류 처리를 맡아라. 샤샤는 당장 아셰라드 저택으로 옮긴다.”“예…? 제, 제가 발로아 가문의 행정을 맡는단 말씀입니까?” 갑작스러운 명에 저스틴이 멍한 표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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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79. 단단한 턱관절을 다물고 피비린내 나는 기운을 내뿜는 아들의 이례적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아셰라드 공작은 피식 낮게 실소를 터뜨렸다. “연무장 가서 훈련이라도 하거라. 그 상태로 발로아 공녀를 찾아가지 말고.” 바실리안을 집무실 밖으로 내보낸 공작은 느긋한 태도로 깃펜을 들었다. 그는 서류 작업을 거침없이 이어 나갔다. 작성한 서류 중 한 장은 인장을 찍어 공작령에 머무는 아셰라드 공작부인에게 긴급히 전서구를 통해 보내졌고, 또 다른 서류는 정갈하게 접혀 고급 봉투에 담겼다. 모든 준비를 마친 공작은 하인을 시켜 아그네샤를 집무실로 불렀다. “공작님, 부르셨습니까.” 아그네샤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공작은 부드러운 손짓으로 그녀를 소파로 안내했다. 아그네샤가 소파에 얌전히 자리를 잡고 앉자, 공작은 책상 위에서 묵직한 두 개의 봉투를 집어 들어 그녀 앞의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하나는 황궁에서 온 청혼서다.”“황궁이요? 하아…….” 1 황자가 보낸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에 아그네샤의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깊은 한숨을 내쉬던 그녀는 옆에 놓인 또 다른 봉투를 바라보며 물었다. “…다른 하나는 무엇인가요?”“그건, 직접 열어보거라.” 공작의 덤덤한 대답에 아그네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뻗었다. 황실의 인장이 붉게 찍힌 봉투는 은연중에 뒤로 밀쳐두고 아셰라드 가문의 검은 사자 문양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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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80. 아그네샤가 여유로운 걸음으로 복도를 걸으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리안이 예전에 결혼식은 따뜻한 봄에 하고 싶다고 했잖아요? 아직 봄이 오려면 반년이나 남았네요. 그나저나 결혼하게 되면 발로아 가문의 행정은 어쩌죠? 저스틴을 평생 발로아에 묶어둘 수도 없고…….”“어…? 샤, 샤샤, 그 말은……!” 앞서 걷던 아그네샤의 입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미래에 바실리안의 발걸음이 순간 딱 멈춰 섰다. 그는 재빨리 긴 다리로 아그네샤의 앞을 질러가 그녀의 정면을 가로막았다. 조급함과 깊은 기대감으로 가득 찬 그의 붉은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 아그네샤는 기분 좋게 배시시 웃으며 그에게 한 걸음 더 바짝 다가섰다. 그러고는 그의 단단한 가슴팍에 살포시 손을 얹은 채 은근한 눈빛으로 올려다보았다. “리안, 이 모든 상황에 우리가 결혼을 안 하는 것도 이상한 거 아닌가요? 안 그래요?” 그녀의 확신에 찬 말 한마디가 떨어지는 순간, 바실리안의 이성은 또 한 번 사르르 녹아내렸다. 터져 나오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그는 커다란 두 손으로 아그네샤의 가느다란 허리를 단단히 감싸 안고는 그녀를 공중으로 번쩍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벅차오르는 감격을 온몸으로 표출하듯 그녀를 안은 채 빙글빙글 크게 돌았다. “아앗, 리안! 어지러워요!” 공중에 뜬 채 깔깔거리며 웃는 아그네샤를 소중하게 내려놓은 바실리안은, 여전히 그녀의 허리를 놓지 않은 채 벅찬 숨을 들이쉬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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