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다음 날 한낮이 되자, 아셰라드 공작은 황궁으로 향했다. 바실리안은 잠시도 아그네샤의 곁을 떠나지 않은 채 온전히 그녀만을 감싸 안으며 불안에 떨리는 마음을 부드럽게 다독여 주었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그녀의 어깨를 감싸 쥔 바실리안이 눈을 맞추며 낮게 물었다.“샤샤, 뭐가 그렇게 걱정이 되는 거야?”아그네샤는 그의 가슴에 이마를 묻은 채,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그의 옷자락을 꼭 그러잡았다.“다른 죄도 아니고 반역죄잖아요… 괜히 모함이라고 황실에 말하셔서 공작님마저 잘못되시기라도 하면… 어쩌죠?”제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권세를 누리던 발로아 공작가가 무너지기까지 겨우 하루조차 걸리지 않았던 것을 똑똑히 보았던 그녀였다. 권력의 비정함과 황권의 서슬 퍼런 칼날을 경험했기에 자신을 보호해 준 아셰라드 공작마저 그 거센 풍파에 휘말릴까, 봐 가슴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바실리안은 아셰라드 공작가의 세력과 세 공작이 결탁한 정황상 그녀의 걱정이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를 말로 늘어놓는 대신 조용히 아그네샤를 품 안 가득 끌어안고는 굳어있는 등과 어깨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그의 손길에서 전해지는 묵직한 온기가 그녀의 두려움을 가만히 눌러주었다.“샤샤, 걱정하지 마. 아버지 혼자 가신 것도 아니고, 다른 공작님들도 힘을 보태기로 하셨으니 분명 아무 일 없이 잘 해결하고 오실 거야.”그의 낮고 단단한 음성이 귓전을 울리자, 아그네샤는 비로소 참았던 숨을 길게 내쉬며 그에게 온몸을 맡겼다.시간은 아득할 정도로 느리게 흘러갔다. 바실리안은 아그네샤가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손가락을 얽어 쥐며 다정하게 입을 맞추기도 하고 따뜻한 차를 내어주며 계속해서 그녀의 시선을 자신에게 묶어두었다.얼마나 지났을까, 정원 너머에서 기다리던 육중한 마차 소리가 마침내 저택 정문을 통과해 들어왔다. 그 소리에 아그네샤의 몸이 순간 굳어졌고 바실리안은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며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돌아오셨나 봐. 같이 나가보자.”
Last Updated : 2026-10-0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