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 바퀴의 딱딱함은 소가죽으로 막고, 무게는 네 바퀴로 나누고, 흔들림은 물푸레나무가 잡는다... 와, 진짜 미쳤네요.""어떤가? 이제 산길을 달려도 승차감이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을 걸세. 자네가 밀 맛 좀 나지 않겠나?"나대용이 으쓱거리며 웃었다."문제는 자금이지. 물푸레나무에 소가죽까지 쓰려니 돈이 줄줄 새네. 바퀴 하나가 황소 값이야."나대용이 한숨을 쉬자, 뒤에서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돈 걱정은 마세요. 제가 다 해결했으니까."서백설이었다. 그녀는 땀을 뻘뻘 흘리며 수레를 끌고 들어왔다. 수레에는 패물들이 가득했다."이게 다 뭡니까?""뭐긴요. '특별 안보 회비'죠."그녀가 씩 웃으며 땀을 닦았다."소문을 듣고 피난 온 양반들이 갈수록 늘고 있어요. '김덕령 장군이 지켜주는 특별 구역' 입주비를 알아서들 낸다니까요. 다들 살겠다고 앞다퉈 돈 보따리를 푸는데, 심지어 어떤 대감마님은 첩실이 아끼던 은비녀, 노리개까지 탈탈 털어왔더라니까요?""와... 진짜 악마네. 존경합니다, 행수님.""칭찬으로 들을게요."돈, 기술, 그리고 사람.주식회사 익호는 전쟁통 속에서도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 평화가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기에, 더 독하게 준비했다.시간은 흘러 처서(處暑)가 지나고 9월이 되었다.들판의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아침저녁으로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수확의 계절이자, 전쟁의 계절.왜군들도 굶어 죽지 않으려면 이제 움직여야 할 때였다.어느 날 늦은 밤.나는 잠이 오지 않아 마당에 나와 미숙이를 닦고 있었다. 흑단목이 달빛을 받아 검붉게 빛났다."똑똑."누군가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급박하면서도 절제된 노크 소리."누구냐.""접니다, 대장님. 미령이에요."미령이였다. 평소라면 자고 있을 시간인데.문을 열어주자, 미령이가 창백한 얼굴로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는 찻잔이 아닌, 붉은 도장이 찍힌 서신들이 들려 있었다."들어와. 무슨 일인데?
Last Updated : 2026-10-1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