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 바퀴 빠졌다!"진흙탕에 빠진 현무 2호기를 꺼내느라 익호군 녀석들이 끙끙거렸다.이치 고개에서 금산으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산 넘고 물 건너는 강행군. 전투 직후라 다들 녹초가 되어 있었지만, 쉴 틈이 없었다.나대용이 땀을 뻘뻘 흘리며 바퀴 축을 살폈다."대장, 무리요. 현무들이 한계에 다다랐소. 바퀴 살이 휘고 축이 틀어져서, 이 속도로는 금산까지 하루 꼬박 걸릴 거요.""하루면 늦습니다. 그 영감님 성격에 벌써 들이받았을지도 모릅니다."나는 초조하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조헌(趙憲).호는 중봉(重峯).임진왜란 의병장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지만, 동시에 조선 최고의 '꼰대'로도 유명했다.그는 도끼를 들고 대궐 앞에 엎드려 상소를 올리던(지부상소) 강성 인물이었다. 타협이란 걸 모르는 불같은 성격. 그런 양반이 700명의 의병을 이끌고 금산성에 틀어박힌 왜군을 치러 갔다.역사대로라면, 그는 내일 아침 전멸한다.함께 간 승병장 영규 대사도, 이름 없는 의병들도 모조리.그 아까운 목숨들을 역사책의 한 줄로 남게 할 순 없었다."최가야.""예, 대장님. 헉헉."최가가 혀를 빼물고 달려왔다."현무는 천천히 오라고 해. 나대용 형씨한테 맡기고, 우린 정예 요원만 추려서 먼저 뛴다.""뛰어서 말입니까? 여기서 금산까지요?""그래. 다리 튼튼하잖아. PT 체조로 단련된 허벅지를 믿어라."나는 미숙이를 허리춤에 단단히 묶었다."늦으면 다 죽는다. 살리고 싶으면 뛰어."우리는 산길을 달렸다.전생의 나는 5분만 뛰어도 숨이 찼을 테지만, 지금의 나는 지칠 줄 모르는 에너자이저였다. 산을 타고 계곡을 넘었다.한밤중이 되어서야 금산성 인근, 눈벌(연곤평)이 내려다보이는 야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허억... 허억... 대장님... 도착했습니다..."최가와 병사들이 바닥에 대자로 뻗었다. 하지만 나는 숨을 고를 새도 없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금산성.성벽
Last Updated : 2026-09-3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