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했다.마치 쇠줄을 당기는 것 같은 장력.이순신 장군님이 보낸 활, '고삐리'는 보통 물건이 아니었다. 일반 병졸들은 시위를 걸기 위해 배를 깔고 낑낑거려야 겨우 구부러지는 강궁(強弓) 중의 강궁.하지만 내 손안에서는 얌전한 강아지였다."후우..."나는 숨을 골랐다.객주 마당, 200보(약 150m) 밖에는 짚으로 만든 왜군 허수아비가 서 있었다. 머리에는 놈들이 쓰고 다니는 뾰족한 투구를 씌워 놓았고, 다리 사이에는... 짚단을 두툼하게 뭉쳐놓았다.주변에는 익호군 300명이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었다.'보여준다.'대장이 몽둥이질만 잘하는 게 아니라, 정밀 타격도 가능하다는 것을. 그리고 이 활의 이름이 왜 '고초필중시(苦草必中矢)'인지.나는 활을 들어 올렸다.왼손은 태산처럼 버티고, 오른손은 깃털처럼 가볍게 시위를 당겼다. 깍지 낀 엄지손가락에 엄청난 힘이 걸렸다.근육이 기억하고 있었다.바람의 세기, 습도, 화살의 무게. 전생의 강철민은 몰라도, 현생의 김덕령은 본능적으로 계산을 끝냈다.'고초필중. 매운맛을 보여주마.'팅!맑고 날카로운 파공음이 고막을 때렸다.쉬이익-!화살이 보이지 않는 속도로 공간을 갈랐다.퍽!!둔탁하면서도 끔찍한 파열음이 났다.200보 밖, 허수아비의 머리가 아니었다. 가슴도 아니었다.화살은 정확하게 허수아비의 다리 사이, 두툼하게 뭉쳐놓은 짚단 정중앙을 관통했다.우지끈!관통된 힘이 어찌나 센지, 허수아비를 지탱하던 나무 기둥의 하단부가 박살이 나며 허수아비가 반으로 접혀버렸다. 말 그대로 '거기'가 터져버린 것이다."......!!"정적.그리고 동시에 터져 나오는 외마디 비명."흐억!""큭...!"구경하던 익호군 300명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몸을 움츠렸다.최가는 두 손으로 자신의 사타구니를 감싸 쥐며 안색이 파랗게 질렸고, 춘식이는 아예 다리를 엑스자로 꼬고 주저앉았다.남자라면 누구나 느낄 수밖에 없는, 시각적 통각(痛覺)의 전이."대, 대장님... 너무 잔인하십니다
Last Updated : 2026-10-0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