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지키지 못한 무장의 최후. 비참했지만 받아들여야 했다. 저승에 가서 선왕들을 뵐 면목이 없구나.그때였다.쿠오오오오-!지축을 울리는 굉음이 등 뒤에서 들려왔다.천둥소리? 아니, 산사태 소리인가?땅이 흔들렸다. 발바닥을 타고 올라오는 진동이 예사롭지 않았다.전투를 벌이던 양측 병사들이 동시에 동작을 멈추고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칼을 휘두르던 왜군도, 창을 찌르던 관군도, 모두가 얼어붙었다.이치 고개 정상, 관군 진영의 뒤편 언덕.하늘을 가리는 흙먼지가 피어오르며 거대한 그림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검은 철갑을 두른 세 대의 괴물.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수백 명의 장정들."저, 저게 뭐냐?""아군인가? 적군인가?"관군들은 웅성거렸다. 조선군 복장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왜군도 아니었다. 허름한 베옷을 입었지만, 그 기세만큼은 정규군보다 더 살벌한 무리.맨 앞에 선 거대한 사내가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붉은 누빔옷을 입고, 등에는 활을 메고, 허리에는 검은 몽둥이를 찬 사내.김덕령이었다.그는 전장을 쓱 훑어보았다. 피와 시체로 뒤덮인 아비규환. 하지만 그의 눈빛은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먹잇감을 발견한 맹수처럼 번들거렸다.그는 멍하니 서 있는 권율 장군에게 다가왔다."수고하셨습니다, 영감님."그가 씩 웃었다."많이 지치신 것 같은데, 이제 좀 쉬시죠.""자, 자네는 누구인가? 지원군인가?"권율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담양 사는 김덕령입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짐 챙겨 오느라 좀 걸렸네요."덕령이 뒤를 돌아보며 손짓했다."비키십쇼. 주전 선수 입장하십니다."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뒤에 있던 괴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끼기기기긱-육중한 쇳소리와 함께 바퀴가 굴러갔다.현무(玄武).육지 거북선 3대가 전열을 갖추고 내리막길을 향해 머리를 돌렸다."뭐, 뭐냐 저건! 쇠로 만든 수레?"고개 아래쪽에 있던 일본군들이 술렁거렸다. 난생처음 보는 비주얼
Last Updated : 2026-09-2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