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화살처럼, 아니 조총 탄환처럼 빠르게 지나갔다.어느새 찬 바람이 잦아들고, 메마른 가지에 물이 올랐다. 담양천 변에는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었고, 추월산 자락에는 진달래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1592년, 임진년(壬辰年)의 봄.조선 역사상 가장 잔인했던, 그리고 가장 뜨거웠던 봄이 왔다.객주 뒷마당.대장간의 열기는 여전히 식을 줄을 몰랐다."어이! 3호기 왼쪽 바퀴 축이 좀 뻑뻑하다! 기름칠 더 해!"나대용의 호통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그는 이제 선비라기보단 완벽한 현장 소장이었다. 기름때 묻은 도포를 걷어붙이고 망치를 든 모습이, 붓을 든 모습보다 백 배는 더 잘 어울렸다.그의 시선 끝에는 세 대의 검은 괴물이 웅크리고 있었다.현무(玄武) 1호, 2호, 3호.초기작이었던 1호기는 덩치만 컸지 투박했지만, 개량을 거듭한 2호기와 3호기는 세련된 살인 병기로 진화해 있었다.두꺼운 정철 장갑 위에는 적병이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쇠못을 촘촘히 박았고, 전면부에는 도깨비 형상의 충각을 달아 파괴력을 높였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화력'이었다."화포 장착 완료했습니다!"최가가 2호기 전면부 해치를 열고 소리쳤다.용머리 형상의 포문 안쪽에는, 나대용이 심혈을 기울여 주조한 '현자총통(玄字銃筒)'이 거치되어 있었다. 대형 화포인 천자총통보다는 작지만, 기동성과 파괴력을 갖춘 중형 화포.이걸 수레에 싣고 쏜다고?조선 수군도 배가 뒤집힐까 봐 조심하는 물건을?하지만 나대용은 해냈다. 수레바닥에 충격 흡수용 판스프링(대나무와 쇠를 겹쳐 만든)을 설치하고, 무게 중심을 낮춰 반동을 잡은 것이다. 역시 천재는 다르다."좋아. 이 정도면 왜놈들 진형을 볼링핀처럼 쓰러뜨릴 수 있겠어."나는 3호기의 장갑을 두드려보았다. 텅, 하고 묵직한 소리가 났다."대장님, 볼링핀이 뭡니까?""있어, 그런 게. 둥근 공 굴려서 다 넘어뜨리는 거.""아, 격구 같은 겁니까?""비슷해. 이번엔 공 대신 이 쇳덩이를 굴려서 왜놈들을 넘어뜨릴 거니까
آخر تحديث : 2026-09-17 اقرأ المزي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