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서 내려 몇 번이나 방향을 틀고, 좁은 계단까지 올라간 뒤에야 준표를 붙잡고 있던 손이 멈췄다. 머리에 씌워져 있던 천이 거칠게 벗겨졌다. 갑작스럽게 쏟아진 빛에 준표는 눈을 질끈 감았다. 한동안 눈앞이 희뿌옇게 번졌다가 서서히 초점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을 뜬 순간, 절로 얼굴이 구겨졌다. 낡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사무실이었다. 벽지는 군데군데 누렇게 들떠 있었고, 천장에 달린 형광등은 금방이라도 꺼질 듯 희미하게 깜빡거렸다. 오래 묵은 담배 냄새와 눅눅한 먼지 냄새가 뒤섞여 코를 찔렀고, 한쪽 테이블 위에는 먹다 남은 컵라면과 재떨이, 빈 소주병이며 배달 용기까지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준표가 저도 모르게 코와 입을 틀어막았다. 우욱, 속에서 헛구역질이 치밀었다. 원래도 비위가 약한 데다 더러운 걸 혐오하는데, 이딴 곳에 무릎을 꿇고 있다니 참을 수가 없었다. “뭐야, 쟤.” 앞에 서 있던 남자가 눈물까지 고인 채 구역질하는 준표를 보더니 당황한 듯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억지로 진정한 준표는 다시 주변을 둘러봤다. 낡은 소파에는 험상궂게 생긴 남자들이 아무렇게나 퍼져 앉아 있었다. 팔뚝에는 시커먼 문신이 빼곡했고, 몇몇은 담배를 뻑뻑 피워대며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하나같이 눈빛부터 험악해 괜히 목이 움츠러들었다. “이야, 너 시계 뭐냐. 강태호는 따까리한테도 돈을 후하게 주나 봐?” 조직원 하나가 다가와 준표의 손목을 덥석 잡아 올렸다. 한눈에 봐도 값나가 보이는 시계를 이리저리 훑어보던 남자가 입꼬리를 비틀었다. “우리는 씨발, 컵라면이나 먹고 자빠졌는데. 팔자 좋다?”
آخر تحديث : 2026-09-30 اقرأ المزي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