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정은 바늘을 잡아 본 지 삼 년이 넘었다고 채운이 말했다.“책임자가 되고부터입니다. 장부를 잡으면 바늘은 놓는 법이라고요.”“누가 그러던가요?”“책임자가요.”사무방 창틀에서 단비의 종이꽃이 바람에 흔들렸다. 채운은 내보내겠다는 말을 듣고도 침방에 돌아가 낮일을 마쳤다. 내보낸다는 말과 내보냈다는 말은 다르니까요, 하고 그녀는 말했다. 서련은 그 말을 오래 기억해 두기로 했다.민서경은 해 질 무렵에 왔다. 태후전에서 바로 온 옷차림 그대로였다.“조카가 소란을 겪었다더군요.”“채운이 소란을 겪었습니다. 조카분은 명을 내리셨고요.”“같은 말이오.”“매를 맞는 쪽에서는 다릅니다.”민서경은 앉지 않았다. 앉으면 이야기가 길어진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었다.“서련 님. 침방의 인사는 내 소관이오. 공주께서 맡기신 건 제례 준비지 침방 살림이 아니지 않소.”“그렇습니다. 그래서 인사를 말하지 않겠습니다. 순서를 말하지요.”서련은 종이를 한 장 밀었다. 이름은 없었다. 날짜와 작업 단계만 있었다. 재단, 안감, 옆솔기, 소맷단, 마무리.“제례복 여덟 벌이 이 순서로 지어졌습니다. 옆솔기가 누구 손에 있었는지는 침방 장부에 있겠지요. 저는 그 장부를 보자고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찢어진 옷이 보늬 손에 간 것이 소맷단 차례였다는 것은 장부에도 그렇게 적혀 있을 겁니다.”“그래서.”“혈연은 제가 따질 일이 아닙니다. 순서는 따질 수 있습니다.”민서경의 입가가 움직였다. 웃음은 아니었다.“말씀은 잘하시오. 그런데 서련 님, 말로 옷이 지어지오?”“아니지요.”“그럼 지어 보이시오.”민서경이 조건을 내놓았다. 내일 새벽부터 하루. 같은 옷감, 같은 본. 채운이 한 벌, 민유정이 고른 사람들이 한 벌. 예관이 입회하고 명선공주가 원한다면 보아도 좋다. 채운의 옷이 낫다면 보늬의 매는 없던 일로 하고 채운도 침방에 남는다.“조카분은 사람을 빌려도 됩니까?”“태후전에서 둘 빌리겠소.”“빌리십시오. 이름을 적으시고요.”“채운의 옷이 못하면.”
Last Updated : 2026-09-1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