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한 날이 빚이 되는 장부가 있었다.서련은 그 장부를 헛간 벽에 못으로 박아 걸었다. 글을 아는 사람이 읽고 모르는 사람에게 읽어 주었다. 읽을수록 헛간이 조용해졌다.“내가 이백 날을 일했는데 이백 날치 빚이라고?”“그렇게 적혀 있습니다.”“그럼 안 일한 놈이 제일 부자게?”“그렇게 적혀 있습니다.”물동이를 이던 여자가 벽 앞에 섰다. 첫날 서련이 이름을 적은 여자였다.“제 이름도 있습니까.”“있습니다. 백스무 날.”“…그럼 저도 빚쟁이네요.”“이 종이로는요.”덕보는 자기 이름을 못 찾아 젊은 일꾼에게 짚어 달라 했다. 짚어 준 자리에 제일 큰 숫자가 있었다.“내가 제일 오래 일했는데.”“그래서 제일 많이 적혔습니다.”덕보가 웃었다. 웃음이 마른 장작 같았다.서련은 사람을 불렀다. 박 관리, 오 서방, 그리고 실제로 물건을 받아 간 윤가의 인수 관리. 인수 관리는 오지 않으려 했으나 강무가 다녀오자 왔다. 세 사람을 헛간 가운데 앉히고 일꾼들이 둘러섰다. 서련은 상석에 앉지 않았다. 일꾼들 사이에 섰다.“문서에 품삯이 선납금에서 지급되었다고 적혀 있습니다. 지급되었으면 누가 받았습니까.”박 관리가 말했다.“장원 관리인에게 넘겼습니다. 일꾼에게 나눠 주라고.”모두가 오 서방을 보았다. 오 서방의 배가 오늘은 작아 보였다.“…받긴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그 돈으로 밥값을 대고, 연장 값을 대고, 그러다 보면…”“밥값은 품삯에서 뗀다 했지요. 그럼 두 번 뗀 겁니다.”“마님, 다들 그렇게 합니다.”헛간이 조용했다. 서련은 오 서방을 오래 보았다. 그는 서련 편이었다. 이레 전 마당에서 마님이라 부르며 뛰어나온 사람이었다.“오 서방. 다들 그렇게 한다는 말은 제가 궁에서 여섯 해 동안 제일 많이 들은 말입니다.”“…”“그 말을 한 사람 중에 제 편은 없었습니다.”오 서방이 고개를 숙였다. 덕보가 옆에서 조심스레 말했다.“마님, 오 서방은 그래도… 윤가 사람이 올 때 우리 앞을 막아 준 사람입니다요.”“압니다.
Last Updated : 2026-09-1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