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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작은 꽃무늬

Author: POT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1 14:39:40

꽃 한 송이가 불경이 되는 데는 하룻밤이면 충분했다.

아침에 침방 작업자 둘이 수를 놓다 손을 멈추었다. 태후전 궁인이 지나가며 한마디를 흘렸다는 것이다. 제례 덮개에 꽃이라니, 죽은 이의 자리에 꽃을 놓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한마디였다. 그러나 손을 멈추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소례가 말했다.

“아침밥 먹기 전에 세 사람 입을 거쳤어요. 세 번째 입에서는 태후마마께서 직접 하신 말씀이 되어 있었고요.”

“누가 그랬는지 아십니까?”

서련이 물었다. 채운이 고개를 저었다.

“이름은 아무도 모릅니다. 태후전 사람이라는 것만요.”

“그럼 이름 없는 말이군요.”

“이름이 없어도 손은 멈춥니다.”

민서경이 침방에 와 있었다. 그녀는 작업자들 앞에서 서련을 기다렸다.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

“태후전에서 나온 말이오. 무늬를 바꾸시오. 아직 수를 다 놓지 않았으니 늦지 않았소.”

“태후전 말씀입니까, 태후전 궁인의 말입니까.”

“다르오?”

“이름이 있고 없고가 다릅니다. 태후마마의 말씀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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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위된 황후가 새 황제를 고른다   제90화. 작은 꽃무늬

    꽃 한 송이가 불경이 되는 데는 하룻밤이면 충분했다.아침에 침방 작업자 둘이 수를 놓다 손을 멈추었다. 태후전 궁인이 지나가며 한마디를 흘렸다는 것이다. 제례 덮개에 꽃이라니, 죽은 이의 자리에 꽃을 놓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한마디였다. 그러나 손을 멈추게 하기에는 충분했다.소례가 말했다.“아침밥 먹기 전에 세 사람 입을 거쳤어요. 세 번째 입에서는 태후마마께서 직접 하신 말씀이 되어 있었고요.”“누가 그랬는지 아십니까?”서련이 물었다. 채운이 고개를 저었다.“이름은 아무도 모릅니다. 태후전 사람이라는 것만요.”“그럼 이름 없는 말이군요.”“이름이 없어도 손은 멈춥니다.”민서경이 침방에 와 있었다. 그녀는 작업자들 앞에서 서련을 기다렸다.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태후전에서 나온 말이오. 무늬를 바꾸시오. 아직 수를 다 놓지 않았으니 늦지 않았소.”“태후전 말씀입니까, 태후전 궁인의 말입니까.”“다르오?”“이름이 있고 없고가 다릅니다. 태후마마의 말씀이라면 문서로 오겠지요.”“문서가 오면 늦소.”“무늬는 침방 기록대로입니다.”“기록이 있다고 다 옳은 것은 아니오.”“그렇습니다. 그러니 기록만으로 말하지 않겠습니다.”서련은 단비를 보냈다. 단비가 명선의 시종과 함께 돌아왔다. 시종이 든 것은 옷 세 벌이었다. 오래된 제례복. 명선의 창고에서 나온 것으로, 선제 때 제례에 쓰이고 보관된 옷이었다. 시종이 공주의 말을 전했다.“먼지값은 따로 받겠다 하셨습니다.”민서경이 시종을 보았다.“선제 때 옷을 공주 창고에서 꺼내 오다니. 공주께서도 이 일에 깊이 들어오셨군.”“옷은 창고에 있었고, 열쇠는 공주께 있었습니다. 그뿐입니다.”서련은 옷을 탁자에 나란히 펼쳤다.“선제 열두 해 봄 제례. 열여섯 해 봄 제례. 스무 해 봄 제례. 이 옷들의 소맷부리를 보십시오.”작업자들이 다가왔다. 자줏빛 소맷부리 안쪽에 작은 꽃이 수놓여 있었다. 다섯 잎. 덮개의 꽃과 같았다.“그리고 이것.”채운이 침방 기록을 펼쳤다. 낡은 종이였다.

  • 폐위된 황후가 새 황제를 고른다   제89화. 밤을 새우지 않는 사람

    채운의 항의는 옳았다. 그것이 더 아팠다.서련은 작업표를 다시 보았다. 채운의 이름이 두 줄에 있었다. 옆솔기 낮, 수놓기 밤. 그녀가 쓴 글씨였다. 남에게는 해가 지면 손을 놓으라고 하고, 자기 손으로 한 사람을 두 줄에 넣었다.보늬가 소례의 옷자락을 잡고 속삭였다.“채운 언니 정말 그만둬요?”소례는 대답하지 않았다. 방 안의 모두가 서련을 보고 있었다.“맞습니다.”서련이 말했다. 채운이 가위를 집지 않았다.“맞다고 하시면 끝입니까.”“아니요. 고칩니다. 지금.”서련은 표를 뒤집어 빈 면에 다시 썼다. 작업자들이 둘러섰다. 보늬가 맨 앞에 있었다.“수놓기는 채운이 본만 뜹니다. 수는 둘이 나눕니다. 옥분 아주머니 눈이 침침하니 굵은 선을, 소례가 잔 선을. 채운은 옆솔기만.”“옥분은 객사 사람입니다. 침방 일을 시키면 민 상궁이….”“공주의 제례 준비 인력으로 올립니다. 이름과 한 일과 값을 적어서요. 민 상궁이 보라고 적는 겁니다.”채운이 표를 들여다보았다.“그래도 나흘에 두 벌은 빠듯합니다.”“빠듯하지요. 그러니 다른 줄을 줄입니다.”서련은 제례복 일곱 벌의 줄을 보았다. 옆솔기는 채운. 그러나 옆솔기 다음의 마무리는 누구여도 됐다. 그 마무리를 침방 작업자 넷에게 돌렸다. 하루가 났다.“그리고 운반.”단비가 물었다.“운반이요?”“덮개는 수선방에서 짓고 침방으로 옮겨야 해. 비단은 진왕부에서 오고. 그걸 누가 나르지?”“…저요?”“너는 낮에 지급표를 쓰잖아. 밤에 짐까지 나르면 네가 밤을 새우는 거야.”단비가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손뼉을 쳤다.“복례 아주머니요! 노새가 둘이고, 조카가 있어요. 열아홉인가, 힘이 좋아요. 밤길도 잘 알고요.”“값은.”“운송 값으로요. 객사에서 내던 대로.”“가서 정해 와. 하루 두 번, 해 진 뒤 한 번. 값은 종이에 적고.”단비가 뛰어나갔다. 신을 반만 신고.채운은 아직 가위를 집지 않았다. 그녀는 새 표를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자기 이름을 손끝으로 따라갔다. 한

  • 폐위된 황후가 새 황제를 고른다   제88화. 한 벌을 더 만드는 값

    장녕궁의 담은 열아홉 해가 지나도 검었다.봄이 왔는데 담 안쪽에는 아무것도 자라지 않았다. 잡초만 그을린 돌 틈에서 나왔다. 서련은 등을 낮게 들고 담을 따라 걸었다. 강무가 뒤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여기부터는 자기 자리가 아니라는 뜻이었다.이현은 담 앞에 서 있었다. 제례복은 벗었고 장포 하나만 걸쳤다. 등불이 그의 등에 닿았다.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그대가 올 줄 알았소.”“강무가 왔습니다.”“강무를 보낸 게 나요.”서련이 그의 옆에 섰다. 나란히. 담을 보았다. 검은 돌 위에 봄 새벽의 푸른빛이 얹혀 있었다.“여기 서면 아무도 오지 않소. 그래서 오는 거요.”“오늘은 왔습니다.”“그래서 보냈소.”이현이 말했다. 서두르지 않았다.“열두 살이었소. 그날 밤 문이 잠겨 있었소. 안에서인지 밖에서인지 모르오. 나는 밖에 있었고, 문을 두드렸고, 아무도 열지 않았소.”서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버지는 그날 밤 오지 않았소. 다음 날도. 위패를 세울 때 오셨지. 뒷줄에.”“전하.”“그게 다요. 더 아는 것도 없소.”“묻지 않겠습니다.”“그대는 묻지 않는군.”“물으면 대답하셔야 하니까요.”“하나는 물어도 되오.”서련은 담을 본 채로 물었다.“숙비마마 덮개의 무늬를 기억하십니까.”“…꽃이었소. 작은 꽃. 다섯 잎. 어머니가 좋아하셨소.”“침방 기록에 있는지 보겠습니다. 없으면 전하 기억으로 뜨겠습니다.”“기억이 틀리면.”“그럼 전하가 기억하는 꽃이 됩니다. 그것도 어머니 것입니다.”서련은 등을 발치에 내려놓았다. 열아홉 해 전. 그녀는 아홉 살이었다. 그해 겨울에 아버지가 죽었다. 함 속에 아버지의 필사본이 있었다. 그 말이 목까지 올라왔다. 그녀는 삼켰다. 지금은 그의 어머니 이야기였다.“덮개는 나흘 걸립니다.”“들었소.”“닷새 걸리는 문서와 함께 가면 제례 전날에 끝납니다. 하루가 비니 한 벌을 더 짓겠습니다. 예비로.”이현이 처음으로 그녀를 보았다.“한 벌 더.”“덮개가 밤새 없어질 수도 있으니까

  • 폐위된 황후가 새 황제를 고른다   제87화. 비워 둔 위패

    이현은 당장 바로잡겠다고 했다. 서련은 안 된다고 했다.“오늘 밤이오.”백연전 사무방. 이현은 앉지 않았다. 제례복을 벗지도 않았다. 자줏빛 옷자락이 문턱에 걸렸다.“덮개 하나요. 침방에 사람이 있고 비단이 있소. 오늘 밤에 짓고 내일 아침 예관에게 가져가면 되오.”“덮개 하나가 아닙니다.”“하나요.”“덮개는 위패마다 무늬가 다릅니다. 숙비마마의 무늬는 침방에 본이 없습니다. 본을 뜨고, 수를 놓고, 안감을 대야 합니다. 그건 하룻밤이 아니라 나흘입니다. 하룻밤에 하려면 세 사람이 밤을 새워야 합니다.”“그럼 세우시오.”서련은 이현을 올려다보았다.“그 사람들에게 해가 지면 손을 놓으라고 약속했습니다.”“약속은 그대가 한 것이오. 그대가 풀 수 있소.”“예. 그래서 안 풉니다.”이현이 탁자에 손을 짚었다. 세게는 아니었다. 그러나 등불이 흔들렸다.“그대가 이 일을 맡았지 않소.”“맡았습니다.”“맡은 사람이 안 된다고만 하면 누가 하오.”“제가 합니다. 예관에게 갑니다. 공주께 갑니다. 위패의 순서는 태후전이 정한 것이고, 그건 바늘로 되돌리는 게 아니라 문서로 되돌리는 겁니다. 그 문서를 받으려면 닷새는 걸립니다. 그동안 덮개를 짓습니다. 밤을 새우지 않고요.”“닷새.”이현이 그 말을 되풀이했다.“닷새 뒤면 제례 사흘 전이오. 문서가 안 오면.”“그러면 제가 예관 앞에 섭니다.”“그대가 서서 무엇이 되오. 위패를 뒤로 보낸 도장은 태후전 것이오.”“예. 그래서 전하가 오늘 밤 침방을 뒤집어도 위패는 안 움직입니다. 덮개만 생기지요. 덮개를 든 채 뒷줄에 서 있게 됩니다.”“덮개라도 있는 편이 낫소.”“덮개를 짓다 손을 다친 아이도 그렇게 말하겠습니까.”이현의 턱이 굳었다.“열아홉 해를 뒤에 세워 두었는데 닷새를 더 기다리라는 말이오.”“예.”“그대는 늘 순서를 말하오. 내 어머니는 열아홉 해 동안 순서 밖에 있었소.”“압니다.”“모르오.”“그대의 순서에 내 어머니 자리는 몇 번째요.”서련은 바로 답하지

  • 폐위된 황후가 새 황제를 고른다   제86화. 전 황후의 자리

    중궁 예복은 여섯 해 동안 서련의 것이었다. 오늘은 아니었다.태묘 앞마당에 예행 자리가 그어져 있었다. 황제의 자리, 태후의 자리, 그 옆에 비어 있는 중궁의 자리. 그 아래로 종친들, 예관들, 향로와 등을 든 궁인들. 봄바람이 마당의 모래를 낮게 쓸었다. 서련은 실무복을 입고 왔다. 회색 옷, 소매를 끈으로 묶은. 채운이 지어 준 그 옷이었다.종친 줄에서 이현이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보지 않았다. 지금 볼 사람이 아니었다.예관이 예복을 받쳐 들고 다가왔다. 그 위에 자리표가 놓여 있었다. 중궁.“전 황후께서는 이쪽으로.”서련은 예복을 받았다. 두 손으로. 무게가 손에 익어 있었다. 여섯 해 동안 이 무게로 서고 앉고 절했다. 금실 봉황이 아침 빛에 잠깐 빛났다.그녀는 예복을 접었다. 소매를 안으로, 옷깃을 위로. 자리표를 그 위에 얹어 예관에게 돌려주었다.“이 옷은 함에 넣어 두십시오. 제례 때 입을 사람이 정해지면 그때 꺼내면 됩니다.”“폐하의 명입니다.”예관의 손이 예복 아래서 떨렸다. 그는 황제와 전 황후 사이에 서 있었고, 그 자리는 예관의 자리가 아니었다.“동작을 보이라는 명이지요. 보이겠습니다. 예관께서 곤란하시면 제가 폐하께 직접 말씀드리지요.”“…그러시지요.”서련은 자리를 지나쳐 궁인들 쪽으로 갔다. 향로를 든 궁인 앞에 서서 소매를 잡아 보았다.“절할 때 팔꿈치를 몸에 붙이세요. 그러면 소매가 향로에 닿지 않습니다. 해 보세요.”궁인이 절했다. 소매가 닿지 않았다.이겸이 자리에서 그것을 보고 있었다. 황제의 제례복을 입은 채였다. 그는 오래 참았다. 서련이 궁인 넷의 옷을 다 잡아 줄 때까지. 그러고 나서 말했다.“서련.”마당의 소리가 멎었다.“한 번만 서 보라는 것이다. 예행이다. 그 자리가 비어 있는 것을 짐이 보기 싫다.”서련은 이겸을 향해 돌아섰다. 예를 갖추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한 번 서면 두 번째는 명령이 됩니다.”“짐이 그럴 것 같으냐.”“폐하께서는 지금도 명령을 하고 계십니다.

  • 폐위된 황후가 새 황제를 고른다   제85화. 비단을 자르는 순서

    모자란 비단 한 필이 궁의 서열을 그대로 그렸다.민서경이 내민 명단에서 제일 아래에 있는 이름은 제례 때 향로를 드는 궁인이었다. 그 위가 등을 드는 궁인, 그 위가 예관, 맨 위가 종친이었다. 아래에서부터 줄인다. 그것은 궁이 늘 하던 방식이었고,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향로를 드는 궁인이 방 구석에 서 있었다. 제 이름이 불리는 것을 듣고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서련이 그녀에게 물었다.“향로가 무겁습니까?”“…무겁습니다.”“두 손으로 들지요?”“예.”서련이 민서경에게 돌아섰다.“향로를 드는 사람의 소매를 줄이면 향로가 소매에 닿습니다.”“그럼 등을 드는 사람.”“등도 마찬가지입니다.”“서련 님. 옷감이 없소. 없는 옷감으로 옷을 짓는 재주가 있으시오?”“없습니다. 그래서 있는 옷감을 다시 보자는 겁니다.”채운이 앞으로 나왔다. 손에 본이 들려 있었다. 제례복의 본. 그녀가 그것을 펼쳐 탁자 위에 놓고 옷깃 안쪽을 짚었다.“겹단입니다. 옷깃과 소맷부리 안에 같은 비단을 한 겹 더 대게 되어 있습니다. 밖에서는 안 보입니다. 옷깃이 서게 하려는 건데, 심을 쓰면 같은 효과가 납니다.”“선대부터 그렇게 지었소.”“예. 그래서 아무도 안 봤습니다.”“심을 넣으면 옷깃이 거칠어지오.”“제례복 옷깃을 누가 만집니까.”채운이 손가락으로 셈했다.“여덟 벌의 겹단을 심으로 바꾸면 비단이 한 필 남짓 나옵니다. 아무 옷도 줄이지 않고요.”작업자들이 본을 들여다보았다. 나이 든 작업자가 손으로 옷깃 안을 만져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맞네. 이건 안 보이지. 이십 년을 겹단을 대고 살았는데.”서련이 민서경을 보았다.“보이지 않는 곳을 줄이면 아무도 낮아지지 않습니다.”민서경은 본을 오래 보았다. 그녀는 물건을 셀 줄 아는 사람이었다. 셈이 맞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심 값은.”“겹단 비단 값의 십 분의 일입니다.”“…그렇게 하시오.”방 안의 공기가 바뀌었다. 웃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향로를 드는 궁인이 자기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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