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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핏빛 만찬

ผู้เขียน: 백윤슬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09-11 15:58:33

상처 부위에 남아있던 엘리자의 서늘한 체온이 지워지기도 전에, 저택의 분위기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자객들이 실패했다는 소식은 숙부의 귀에도 들어갔을 터였다.

"오늘 밤 가문 집행위원회의 응접회에 참석해야 해."

엘리자는 거울 앞에 서서 진한 핏빛 립스틱을 입술에 얹으며 차갑게 읊조렸다.

"숙부는 내가 독 때문에 사경을 헤매고 있거나, 어젯밤 자객의 손에 죽었을 거라 믿고 있겠지. 내가 멀쩡히 걸어 나가는 것만으로도 그 늙은 뱀의 목을 죄는 꼴이 될 거야."

카엘은 엘리자의 발치에서 목줄을 매만지며 코웃음을 쳤다.

"늙은 뱀을 잡으러 가는데, 왜 날 끌고 가려는 건데?"

"네가 어젯밤 날 구했잖아?"

엘리자가 돌아섰다. 서늘한 쿨톤의 피부 위로 핏빛 입술이 선명하게 대비되어, 잔혹할 정도로 매혹적인 자태를 자랑했다. 그녀는 카엘의 앞으로 다가가 소년의 헝클어진 검은 머리칼을 가만히 정돈해 주었다. 카엘은 그녀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몸을 움찔거렸지만, 이번엔 쉽게 뿌리치지 못했다.

"숙부에게 보여주는 거야. 네가 그토록 탐내던 특이체질 늑대가 내 개가 되어 내 곁을 지키고 있다는 걸. 그리고 그 애완동물이 숙부가 보낸 벌레들의 목을 깔끔하게 꺾어놓았다는 것도."

"……."

"준비해, 카엘. 오늘 밤은 핏빛 만찬이 될 테니까."

가문의 대연회장은 화려한 샹들리에와 순혈 뱀파이어 귀족들의 차가운 웃음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중심에는 짐짓 인자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엘리자의 숙부, '빅토르'가 서 있었다.

그가 다른 귀족들과 잔을 맞대며 엘리자의 부재를 핑계로 가문 승계권을 논하려던 그 순간, 연회장의 육중한 문이 열렸다.

쿵.

화려한 블랙 고딕 드레스를 입은 엘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의 피로함도 느껴지지 않는, 완벽하고 도도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바로 뒤, 단단한 쇠사슬을 쥔 채 걸어 나오는 미소년이 있었다.

앳되고 선이 예쁜 얼굴. 하지만 얇은 셔츠 사이로 느껴지는 마른 근육과, 세상을 씹어먹을 듯 번뜩이는 늑대의 눈빛. 카엘의 등장에 연회장이 순식간에 동요했다.

"엘리자…! 네가 어떻게…?"

빅토르의 눈동자가 지독하게 흔들렸다. 독을 먹이고 자객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멀쩡하다 못해 기세등등하게 나타난 조카의 모습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엘리자는 시크한 미소를 지으며 빅토르의 앞까지 다가갔다. 그리고 쇠사슬을 살짝 당겨 카엘을 제 옆에 바짝 세웠다.

"얼굴이 안 좋아 보이시네요, 숙부님. 마치 보아서는 안 될 유령이라도 본 사람처럼."

"그, 그 짐승은 뭐냐! 가문의 거룩한 연회장에 감히 저런 더러운 포로 놈을 끌고 들어오다니…!"

"더럽다니요."

엘리자가 차가운 손가락으로 카엘의 턱을 슬쩍 쓸어내렸다. 카엘은 으르렁거리며 빅토르를 노려보았다. 미소년의 청초한 외모 뒤에 감춰진 폭발적인 야성에 빅토르가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섰다.

"어젯밤 제 침실에 침입한 정체 모를 벌레들의 목을 전부 꺾어버린 은인인데요."

엘리자의 서늘한 목소리가 연회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숙부님께서 보내주신 영약 덕분에 힘이 넘쳐나서 말이죠. 앞으로 제 신변 안전은 이 아이에게 전담시킬 생각입니다."

빅토르의 턱이 파르르 떨렸다. 자객들이 전부 실패했으며, 자신이 보낸 독의 존재까지 간파당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카엘은 엘리자의 곁에 서서 빅토르의 기가 질린 얼굴을 바라보았다. 오만하고 차가운 이 뱀파이어 여자가 가문 전체를 손아귀에 쥐고 흔드는 모습. 자신을 '피주머니'라 부르며 지배하려 했던 그 서늘한 기위가 이제는 온 가문을 압박하고 있었다.

'나쁜 기분은 아니군.'

카엘은 제 목에 걸린 사슬을 쓸어내리며 비틀린 미소를 지었다.

"잘 들어, 늙은 뱀."

카엘이 시크하게 굳어버린 빅토르를 향해 낮고 사납게 중얼거렸다.

"이 여자의 목을 노릴 거면, 나부터 넘어봐. 물론, 그전에 네놈이 먼지가 되겠지만."

서로를 죽이고 싶어 했던 천적. 하지만 이제 두 사람은 가문이라는 거대한 위협 앞에서, 서로의 생존을 완벽하게 공유하는 위험천만한 완벽한 공범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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