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컥- 삐빅.오전 7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서경 펜트하우스 45층.이탈리아 코모 호수에서 날아온 전용기가 인천공항에 닿자, 시후는 대기 차량으로 은서를 한남동에 데려왔다. 그는 은서를 안아 올려 45층 ‘창문 없는 방’으로 걸어 들어갔다. 육중한 삼중 티타늄 방음 도어가 닫히며 붉은색 전자 잠금장치가 차갑게 맞물렸다.외부의 햇빛도, 세상의 어떤 소음도 닿지 않는 짙은 암흑과 정적. 시후는 집무실 책상 위에 은서의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올려두더니, 전원을 끄고 서랍 깊숙이 넣어 잠갔다.은서는 처음에는 휴식을 시키려는 줄 알았다. 비행 내내 시후는 착륙하면 아무 일도 하지 말고 자라고 했다. 그 말대로 짐을 풀기도 전에 끌려 들어왔지만, 잠깐만 쉬고 나가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전화기까지 가져갔다. 아틀리에에 무사히 돌아왔다고 알릴 수 있게 잠깐 달라고 했을 때도 시후는 들은 척하지 않았다. 노트북이 서랍에 들어가고 열쇠가 돌아가는 순간, 은서는 침대에서 일어났다.“직원들이 기다려요. 아직 연락도 못 했어요.”“내가 전했다.”“제가 직접 말해야죠.”은서가 손을 내밀자 시후는 열쇠를 지닌 채 서랍 앞에서 비켜섰다. 그녀가 책상 쪽으로 움직이려 하자 그가 돌아서서 앞을 막았다.은서는 방 안을 다시 봤다. 작업대에는 새 확대경과 원석이 놓여 있었다. 전용기에 오르기 전부터 누군가 이곳을 준비했을 것이다. 코모 호수에서 나온 그날부터, 시후는 자신을 다시 밖으로 내보낼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오빠, 지금 뭐 하는 거예요?”은서는 다가오는 시후를 바라봤다. 셔츠 소매를 걷어붙이는 동안에도 그의 눈은 그녀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코모 호수에서 데려온 뒤 줄곧 저런 얼굴이었다. 잠깐 한눈을
Last Updated : 2026-09-2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