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 제네바 코인트린 국제공항 활주로를 박차고 오른 서경그룹 전용기 보잉 비즈니스 제트(BBJ).출발을 정할 때 시후는 먼저 서울로 돌아가도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은서는 몸 상태를 확인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번에는 짐을 챙기라는 말부터 들었다. 이번에는 대답할 때까지 그가 출발을 정하지 않았다.좌석 옆에는 그녀의 가방이 놓여 있었다. 여권과 전화기, 광산 문서와 검사 사진을 직접 넣었다. 시후는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려 하지 않았다. 불편한 것은 없는지만 물었다.은서는 구두를 벗고 발을 올렸다. 창밖의 구름이 천천히 멀어졌다. 창문 없는 방에서 비행기 창문으로, 낯선 나라의 창문에서 다시 이 자리로 돌아오기까지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아틀리에에 전화해도 돼요?”습관처럼 묻고 나서 은서는 입을 다물었다. 시후도 그 말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듯했다.“나한테 묻지 않아도 된다.”은서는 그 말을 듣고 전화기를 제 쪽으로 돌렸다. 작은 화면이 손안에 온전히 들어왔다. 누구를 먼저 부를지 생각하는 동안 시후는 기다렸다.은서는 연결 시간을 기다리며 전화기를 내려다봤다. 연결 가능한 시간이 되자 직원들에게 차례로 연락했다. 무사히 돌아간다고, 직접 이야기할 것이 있다고. 전화를 끊을 때 목이 메었지만 시후는 이유를 캐묻지 않았다.순항 고도 3만 피트의 상공, 마스터 스위트룸의 가죽 소파. 창밖으로 끝없이 펼쳐진 은빛 구름바다를 내려다보던 은서의 등 뒤로, 묵직하고 익숙한 시더우드 향이 부드럽게 감싸 안아왔다.파앗.시후의 긴 두 팔이 은서의 허리를 조심스럽게 감싸 안았다. 이전의 거칠고 파괴적인 통제의 손길이 아니었다. 남자의 단단하고 뜨거운 손바닥이 은서의 아직은 평평한 아랫배 위에 머물며, 제 아이들과 은서를 온몸으로 지켜내겠다는 듯 소중하게 덮어왔다.
Last Updated : 2026-09-3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