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오빠의 방에는 창문이 없다: Chapter 81 - Chapter 90

150 Chapters

제81화. 담판

두두두두-!새벽 5시, 빙하 동굴 밖으로 스위스 구조대와 주 경찰 차량이 도착했다. 밤새 이어진 수색 끝에 열화상 장비가 두 사람의 위치를 잡아낸 것이었다.강한 탐조등이 동굴 안쪽을 비췄다. 구조대원들은 미끄러운 절벽에 안전 로프를 걸고 천천히 접근했다. 뒤쪽에는 경찰이 대기했다. 누가 누구를 억류했는지 확인하기 전까지 함부로 손대지 않겠다는 태도였다.은서는 눈을 가렸다. 밤새 기다린 빛이었는데 너무 강해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시후가 팔을 들어 그녀의 얼굴 앞에 그림자를 만들어 줬다.밖에서는 서로 다른 언어가 겹쳐 들렸다. 구조를 하러 온 사람들과 시후를 막으러 온 사람들이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카일이 동굴 안쪽을 확인하려 다가왔다가 경호팀의 제지를 받았다.“은서 아가씨, 제 목소리 들립니까?”익숙한 호칭에 은서는 빛이 비치는 쪽을 봤다. 누군가 자신을 확인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시후의 말만으로 대신 대답하게 해서는 안 됐다. 그녀는 코트 깃을 내려 가려진 입을 드러냈다.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도 자기 이름은 직접 말할 것이다.그녀는 들린다고 답했다. 목이 쉬어 멀리까지 나가지 않았다. 다시 말하려는데 시후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은서는 그의 손을 내려다봤다. 조금 전까지 도움을 기다렸던 남자가, 도움을 주러 온 사람들을 보자 다시 자신을 숨기고 있었다.밖에서 무기를 내려놓으라는 말이 들렸다. 시후의 표정이 날카로워졌다. 은서는 그 표정을 보고 그가 먼저 화를 내기 전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찾았다. 어제 보트에서 그랬던 일이 다시 시작되어서는 안 됐다.“강시후 회장! 당신은 스위스 연방 영토를 무단 침범하고 외교관 보호 인사를 억류하고 있소!”카일 백작의 카랑카랑한 음성이 확성기를 타고 계곡을 울렸다.“즉시 무기를 버리고 은서 아가씨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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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출구

오전 9시, 스위스 몽트뢰 레만 호숫가 프라이빗 빅토리아풍 별장.별장 정원 외곽은 시후의 특수 경호팀 50명과 스위스 연방 경찰이 30m 간격을 두고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었다.은서는 아래층에서 간단히 상태를 확인받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었다. 컵을 들 때마다 손이 조금씩 떨렸다. 카일은 더 쉬라고 했지만, 시후와 먼저 이야기하고 싶었다.“문밖에 의료진이 대기하겠습니다.”은서는 필요하면 어디로 부르면 되는지 듣고 나서야 몸을 돌렸다. 방 밖에 의료진이 기다린다고 했다. 또 둘만 남더라도 도움을 청할 사람이 있다는 것이 조금 안심됐다.시후는 옷을 갈아입고도 머리칼을 제대로 말리지 않았다. 은서가 수건을 건네자 잠깐 의외라는 듯 보았다.“물 떨어져요.”그는 수건을 받아 들었다. 은서는 창가의 의자에 앉았다. 유리창 밖에는 사람이 많았지만 방 안은 조용했다. 어젯밤 이야기를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생각하다, 은서는 가장 쉬운 질문부터 했다.“녹음은 가지고 있어요?”시후가 주머니를 짚었다. 없어지지 않았다는 확인에 그녀는 조금 숨을 놓았다. 적어도 자신이 여기까지 온 이유는 그의 손에 남아 있었다.철컥.2층 마스터 스위트룸의 오크 문이 닫혔다. 문밖의 목소리가 낮아지자 컵 내려놓는 소리까지 들렸다. 은서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시후를 바라봤다.“제가 쓴 편지가 있었다면 읽었을 거예요?”은서가 물었다. 시후는 뜻을 몰라 그녀를 봤다.“공항 가기 전에 편지를 쓸까 했어요. 왜 떠나는지 적으려고요.”“읽었겠지.”“끝까지요?”시후는 선뜻 대답하지 않았다. 은서는 그를 다그치지 않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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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쌍둥이

두두두두-!오전 10시, 몽트뢰 별장 잔디 정원으로 취리히 대학병원 전용 응급 헬기가 내려앉았다.먼저 은서를 살피던 의료진이 추가 진료를 요청했다. 시후는 필요한 장비가 무엇인지 묻다가 이름을 다 듣기도 전에 준비하라고 했다. 담당자가 통화를 마칠 때까지 옆을 떠나지 못했다.카일이 앉으라고 권했지만 그는 벽을 보고 서 있었다. 은서가 욕실에서 자신을 밀어냈던 순간이 반복해서 떠올랐다. 밤새 추위에 떨고도, 돌아오면 자신의 방으로 가자는 말부터 들었다.진찰실 안에서는 은서가 작은 목소리로 질문에 답하고 있었다. 시후는 그 소리를 들으려고 무의식중에 문 쪽으로 다가갔다. 담당자가 잠시만 밖에서 기다려 달라고 했다.그는 손잡이를 봤다. 안에서 잠겨 있는 문은 아니었다. 들어갈 수 있는데도 기다려야 하는 자리였다. 은서가 자신을 부르지 않는 한 문을 열어서는 안 됐다.시후의 직속 지시를 받고 30분 만에 급파된 스위스 최고 권위의 산부인과 전문의 닥터 켈러와 의료진이 이동식 정밀 초음파와 혈액 분석기를 들고 2층 침실로 뛰어 올라갔다.철컥.침실 문이 닫히고, 복도에는 강시후 홀로 남겨졌다. 벽에 등을 기댄 채 서 있는 남자의 큰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다가오는 사람마다 시후의 얼굴부터 보고 말을 고르는 동안, 그는 닫힌 문에만 시선을 뒀다.하지만 지금, 닫힌 문 너머에서 은서의 맥박과 숨결을 기다리는 남자의 단단한 턱관절은 부서질 듯 굳어 있었다. 윤 실장이 새 옷과 물을 가져왔다. 시후는 옷만 받고 물은 내려놓았다. 차가운 손으로 단추를 채우다가 두 칸을 잘못 맞췄다.“회장님.”윤 실장이 조용히 알려 줬다. 시후는 내려다보다가 단추를 다시 풀었다. 은서가 고쳐 주던 사소한 동작이었다. 그 손이 지금은 문 안에서 검사받고 있었다.“어제 추격을 멈췄어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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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해제

철컥.시후가 침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는 은서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제 아랫배를 감싸 쥔 손길에는 모성의 온기가 어려 있었다.벅, 벅.시후가 성큼 다가와 은서의 침대 곁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남자는 떨리는 커다란 손으로 은서의 차가운 손을 조심스럽게 감싸 쥐더니, 제 뜨거운 뺨과 입술에 깊게 묻었다.“내 아이였어…… 은서야.”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눈물로 젖어 있었다. 10년간 군림해 온 폭군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오직 제 목숨보다 소중한 여자를 마주한 한 남자의 처절한 순정만이 남아 있었다.은서가 눈물을 글썽이며 시후의 젖은 눈가를 어루만졌다.은서는 그가 쥔 봉투를 보았다. 닥터 켈러가 보여 준 것과 같은 사진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남자가 그것을 바라보는 표정은 자신이 처음 봤을 때와 또 달랐다.“나도 아직 실감이 안 나요.”그녀가 말하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계속 같은 곳을 문지르고 있는 손을 은서가 잡았다.“기뻐요. 그런데 무서워요.”“내가 다…….”시후는 하려던 말을 삼켰다. 무엇이든 해 주겠다고 답하기 전에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야 했다. 은서는 그가 스스로 입을 다문 것을 보고 다음 말을 꺼냈다.“아이들이 없었어도 저를 보내 줬을 거예요?”질문이 방 안에 오래 남았다. 시후는 곧바로 그렇다고 말하지 못했다. 그 침묵이 은서를 아프게 했지만 거짓 대답보다 나았다.“보내 줬어야 했다.”은서는 쥐고 있던 이불을 놓았다. 듣고 싶었던 대답과는 달랐지만 지금 처음 시작할 수 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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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재산

은서는 며칠 동안 별장에서 쉬며 변호인이 보낸 자료를 읽었다. 한 번에 오래 읽지 못해 문서 사이에 종이를 끼워 두었다. 시후는 그 종이를 볼 때마다 뒤의 내용을 대신 설명하려다 멈췄다.“어디까지 봤나.”“여기요. 이 거래 날짜만 다시 물어보면 돼요.”그는 답을 찾아 대신 말하지 않고 담당자에게 연결해 주었다. 은서는 자기 이름을 밝히고 질문했다. 전화가 끝난 뒤 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시후가 전화를 가져가 설명을 끝내 버리던 때와는 달랐다. 은서는 통화 화면을 직접 닫았다.심리 당일에는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참석하기로 했다. 상태가 나빠지면 중간에 나와도 된다는 설명을 듣고서야 은서는 코트를 입었다. 이기는 모습을 끝까지 보여 주는 것보다 자기 몸을 지키는 일이 먼저였다.카일이 준비한 서류 가방을 받으며 은서는 어머니의 장부가 든 칸을 확인했다. 어머니의 재산을 증명하러 가는데, 그 재산을 얻은 기쁨만큼 몸이 가볍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제는 무엇이 무거운지 자신이 말할 수 있었다.***며칠 뒤 오전 11시, 스위스 제네바 연방 대법원 제1특별법정.태강그룹 잔당 측 스위스 로펌 변호인단은 준비한 서류를 들어 보이며 목소리를 높였다.“서혜진의 알프스 마터호른 5,000억 에메랄드 광산 신탁은 한국 서경그룹의 공금을 횡령하여 불법 취득한 자산입니다! 직계 상속인 한은서의 자격을 박탈하고 전액 강제 가압류해야 마땅합니다!”원고 측의 파렴치한 궤변이 법정을 채우던 그 순간.쿵-!법정의 육중한 청동 문이 활짝 열렸다. 순백의 테일러드 팬츠 수트를 차려입은 한은서가 카일 백작의 호위를 받으며 단호하고 서늘한 걸음걸이로 걸어 들어왔다.임신 5주 차의 은서.은서는 법정 안을 둘러보고 자신이 설 자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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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출국

오후 2시, 제네바 코인트린 국제공항 활주로를 박차고 오른 서경그룹 전용기 보잉 비즈니스 제트(BBJ).출발을 정할 때 시후는 먼저 서울로 돌아가도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은서는 몸 상태를 확인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번에는 짐을 챙기라는 말부터 들었다. 이번에는 대답할 때까지 그가 출발을 정하지 않았다.좌석 옆에는 그녀의 가방이 놓여 있었다. 여권과 전화기, 광산 문서와 검사 사진을 직접 넣었다. 시후는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려 하지 않았다. 불편한 것은 없는지만 물었다.은서는 구두를 벗고 발을 올렸다. 창밖의 구름이 천천히 멀어졌다. 창문 없는 방에서 비행기 창문으로, 낯선 나라의 창문에서 다시 이 자리로 돌아오기까지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아틀리에에 전화해도 돼요?”습관처럼 묻고 나서 은서는 입을 다물었다. 시후도 그 말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듯했다.“나한테 묻지 않아도 된다.”은서는 그 말을 듣고 전화기를 제 쪽으로 돌렸다. 작은 화면이 손안에 온전히 들어왔다. 누구를 먼저 부를지 생각하는 동안 시후는 기다렸다.은서는 연결 시간을 기다리며 전화기를 내려다봤다. 연결 가능한 시간이 되자 직원들에게 차례로 연락했다. 무사히 돌아간다고, 직접 이야기할 것이 있다고. 전화를 끊을 때 목이 메었지만 시후는 이유를 캐묻지 않았다.순항 고도 3만 피트의 상공, 마스터 스위트룸의 가죽 소파. 창밖으로 끝없이 펼쳐진 은빛 구름바다를 내려다보던 은서의 등 뒤로, 묵직하고 익숙한 시더우드 향이 부드럽게 감싸 안아왔다.파앗.시후의 긴 두 팔이 은서의 허리를 조심스럽게 감싸 안았다. 이전의 거칠고 파괴적인 통제의 손길이 아니었다. 남자의 단단하고 뜨거운 손바닥이 은서의 아직은 평평한 아랫배 위에 머물며, 제 아이들과 은서를 온몸으로 지켜내겠다는 듯 소중하게 덮어왔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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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창가

오전 8시,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 서경그룹 전용기가 매끄럽게 안착했다.시후는 트랩을 내려오며 은서의 어깨를 제 단단한 코트로 감싸 안았다. 남자는 은서를 한남동 서경 펜트하우스 45층의 별도 주거 공간으로 데려왔다. 예전 밀실과 복도로 분리된 외벽 쪽 스위트에는 남산과 한강을 내려다보는 창이 있었다.은서는 현관에 들어서자 먼저 문을 열어 보았다. 손잡이가 안쪽에서 아무 저항 없이 돌아갔다. 복도에 서 있던 윤 실장이 고개를 숙였다.“나가실 때 차량이 필요하시면 말씀해 주십시오.”안 된다는 말이 아니었다. 은서는 문을 닫고 돌아섰다. 시후는 그녀가 무엇을 확인했는지 알고 있었다.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지나가 주려는 듯 다른 말을 꺼내지 않았다.방 안에는 필요한 만큼의 짐만 옮겨져 있었다. 원석을 가득 채워 두지도 않았다. 은서가 익숙한 공구 상자를 열어 보니 작업대에서 떨어뜨렸던 줄칼까지 제자리에 있었다.“다시 정리했군요.”“네가 놓는 순서를 몰라서 사진을 참고했다.”은서는 상자를 닫았다. 흩어진 공구를 주워 담던 날이 여전히 떠올랐다. 그래도 자신의 손에 익은 순서로 다시 놓인 줄칼을 보니, 상자를 열기가 전보다 덜 불편했다.시후가 외투를 챙기자 은서가 어디에 가는지 물었다. 그는 병원에 간다고 했다. 강문혁을 만난다는 말에 그녀의 얼굴이 굳었다.“무슨 일이 있었는지 돌아와서 알려 줘요.”시후는 돌아오면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은서는 그 약속을 듣고 나서야 현관 앞을 비켜 주었다.“여기서 몸을 추스르고 있어라, 은서야.”시후의 다정한 입술이 은서의 이마와 아직 평평한 아랫배 위에 가볍게 닿았다 떨어졌다.“모든 쓰레기는 내가 치우고 올 테니.&r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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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호칭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서울가정법원 종합접수실.은서는 제출 전 마지막으로 확인한 문서를 기억했다. 원고 칸에 자기 이름이 있었고, 청구 취지에는 자신이 알지 못한 채 만들어진 관계의 효력이 적혀 있었다.법무팀은 어떤 자료가 있고 무엇을 더 확인해야 하는지 설명했다. 은서는 어머니의 죽음과 입양 기록을 하나의 이야기로만 말하지 않으려 했다. 슬펐다는 사실만으로 서류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기억나는 날짜와 당시 들었던 말을 나누어 적었다.성명을 발표하기 전에도 문구를 다시 읽었다. 혈연이 아니라는 사실은 밝히되 판결이 이미 난 것처럼 쓰지 말아 달라고 했다. 시후는 그녀가 고친 문장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은서는 고친 문장을 소리 내 읽었다. 자기 이름을 읽을 때는 성까지 천천히 발음했다. 누군가의 딸이라는 설명보다 ‘한은서’라는 이름이 앞에 있었다. 마음에 걸리던 수식 하나를 더 지웠다.접수증 사본이 도착했을 때 은서는 화면을 저장했다. 갑자기 홀가분해질 거라 생각했지만 아직 달라진 것은 시작했다는 사실뿐이었다. 그래도 시작하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점은 달랐다.서경그룹 법무팀이 한은서를 대리하여 정식으로 접수한 [한은서-강문혁 간 입양 무효 확인 청구]. 동시에 서경그룹 대변인실을 통해 주요 국내외 매체로 공식 성명이 배포되었다.[공식 발표: 서경그룹 강시후 회장과 ‘EUN’ 한은서 대표는 혈연관계가 아닙니다. 10년 전 서류 조작으로 이루어진 위장 입양의 효력을 법원에서 확인받고,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혼인을 진행할 예정입니다.]재계와 증권가가 발칵 뒤집혔다. 위장 입양의 효력을 확인받고 혼인을 진행하겠다는 소식에 서경그룹 지주사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상한가로 직행했다.***밤 11시, 한남동 펜트하우스 마스터 아틀리에.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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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문

치지직-!새벽 3시, 한남동 펜트하우스 45층 방탄유리에 붉은색 레이저 포인트가 찍히는 0.1초의 찰나.파앗-!시후가 침대 위에서 번개처럼 몸을 날려 은서를 가슴에 품고 침실 안쪽 방탄 패닉룸 안으로 밀어 넣었다.은서는 방 안으로 들어가자 바로 뒤를 돌아봤다. 문이 잠기는 소리를 듣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이 안에서 열 수 있어요?”시후가 손잡이 아래 비상 개방 장치를 가리켰다. 그녀가 직접 쥐어 볼 때까지 기다렸다. 은서는 장치에서 손을 떼고 다음을 물었다.“통신은요?”“여기 있다. 계속 연결해 두겠다.”기기를 받아 든 은서는 자신의 목소리가 밖으로 들리는지 확인했다. 시후가 바로 대답했다. 같은 패닉룸이어도 무작정 기다리라는 말만 남기고 떠나지는 않았다.그녀는 두 손을 배 위에 올렸다가 다시 통신기를 잡았다. 무서운 것은 똑같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필요할 때 열 수 있는 길을 알고 있었다.“은서야,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문은 열지 마라.”시후의 단단하고 뜨거운 손이 은서의 떨리는 뺨을 감싸 쥐며 입술을 깊게 훔쳤다.“내 아이들과 넌 내가 지킨다.”철컥- 쿵!두께 30cm의 티타늄 방폭 도어가 닫히고 잠금장치가 체결되었다. 시후는 망설임 없이 벽면의 메인 전원 차단 레버를 내렸다.팟-!불빛이 차례로 꺼졌다.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워지자 넓은 펜트하우스가 닫힌 방처럼 느껴졌다. 어둠에 묻힌 거실에서는 깨지는 소리가 났다.콰앙-!옥상 서비스 출입구를 통해 침입한 남자 셋이 카메라와 복제 출입카드를 들고 거실로 들어왔다. 조수현 측 브로커가 고용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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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남매

최종 심리를 앞둔 아침, 은서는 소장에 적힌 자기 이름을 다시 읽었다. 변호인이 여러 차례 설명해 준 내용이었다. 그래도 직접 입으로 말하려니 다른 무게가 느껴졌다.“기억나지 않는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겠습니다.”그녀가 말하자 변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재판을 위해 기억을 만들어 낼 필요는 없었다. 남아 있는 자료와 자신이 겪은 일을 구별해서 말하면 됐다.시후는 옆에서 기다렸다. 손을 잡아 주려다가 그녀가 서류를 다 읽은 뒤에야 내밀었다. 은서는 마지막 장을 덮고 그 손을 잡았다.“끝나면 어머니 편지부터 다시 읽고 싶어요.”“집에 가서 같이 읽을까.”그녀는 잠시 생각한 뒤 좋다고 했다. 돌아간다는 말에 처음으로 문보다 함께 할 일이 먼저 떠올랐다.***이후 열린 최종 심리일 오전 10시, 서울가정법원 가사 법정. 태강그룹 잔당 측 변호사들이 재판부를 향해 마지막 발악을 쏟아내고 있었다.“두 사람은 10년간 법적 남매로 살아왔습니다. 이제 와 입양이 처음부터 무효였다고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그때, 법정 후면의 육중한 문이 활짝 열렸다. 완벽한 스리피스 블랙 수트를 차려입은 강시후와, 단아한 순백의 실크 블라우스를 입은 한은서가 당당히 손을 맞잡고 걸어 들어왔다. 시후가 증거대 앞에 서서 지난 피습 당시 입수한 마이크로 녹음기와 서경그룹 가문 조작 문서를 법정에 내던졌다.촤르륵-“10년 전 강문혁 명예회장과 계모 조수현이 서혜진 여사의 지분을 찬탈하기 위해 날조했던 강제 위장 입양 서류 원본, 그리고 조수현이 은서와 내 아이들을 살해하려 교사한 육성 자백 녹음기입니다.”은서는 직접 질문에 답했다. 강문혁을 아버지처럼 대하라는 말을 들은 기억은 있었지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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