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도 사람들은 문 앞에서 멈췄다.들여다보고, 한 바퀴 돌고, 값을 묻고 나갔다.한 사내는 시렁 앞에 한참 서 있다가 이렇게 말했다."솥은 무쇠전에서 사고 약은 약재전에서 사는 것인데, 여기는 무엇을 하는 데요.""다 하는 데입니다."홍설아가 답했다."한 집에서 다 사면 어디 가서 값을 견줍니까.""견주고 오셔도 됩니다."사내가 웃고는 그냥 나갔다.안기현이 안쪽에서 그 말을 받아 적었다."저 말이 오늘만 세 번째입니다."—그 아이가 눈에 띈 것은 사흘째 오후였다.열두어 살쯤 되어 보였다.물동이를 이고 지나갔다가, 한참 뒤에 빈 동이를 들고 다시 지나갔다.두 번 다 문 앞에서 걸음이 느려졌다.머리를 뒤로 묶었는데 한쪽이 흘러내려 있었고, 그것을 손등으로 자꾸 밀어 올렸다.세 번째로 지나갈 때는 아예 멈춰 서서 안을 들여다보았다.그러다 눈이 마주치자 얼른 고개를 돌렸다."구경만 해도 됩니다."홍설아가 문가에서 말했다.아이가 그 말에 반쯤 돌아섰다가 다시 섰다."저 같은 사람도 들어갑니까.""들어오는 사람이 손님입니다."아이가 문턱을 넘었다.들어와서는 손을 뒤로 모으고 시렁을 따라 걸었다.솥 앞에서는 오래 서 있지 않았고, 대야 앞에서도 그랬다.약재 궤 앞에서는 냄새를 한 번 맡았다.그러다 아래 칸에서 걸음이 멎었다.손바닥만 한 거울이었다.테를 두르지 않은 민것이었고, 뒷면에 무늬도 없었다.다만 앞면은 곱게 갈려 있었다.아이가 그것을 집어 들었다.얼굴 앞으로 가져갔다가, 곧 내려놓았다.그러고는 옆에 붙은 값을 보았다.한참을 보았다.내려놓고 두 걸음 갔다가 돌아왔다.다시 집어 들고, 다시 내려놓았다."이달 삯을 받은 지 얼마 안 됐습니까."홍설아가 물었다.아이가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어찌 아십니까.""그런 얼굴이라서요."아이가 입술을 조금 물었다."사면 다음 삯까지 아껴야 합니다.""그럼 다음에 오셔도 됩니다.""그런데……"아이가 거울 쪽을 다시 보았다."다음에 오면 없을 수도
Last Updated : 2026-10-1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