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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다시 고른 낭군: Chapter 91 - Chapter 100

115 Chapters

제 91화 [문] - 2 -

서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객주가 안 받으면 객주를 거치지 않으면 됩니다. 장터에 내는 것도 결국 남의 자리를 빌리는 것이니, 그쪽에서 손을 대면 똑같습니다.""직접 파신다는 말씀입니까.""예."서리가 서안 위의 종이를 한쪽으로 밀었다."저희 물건을 저희 자리에서 팝니다. 그러면 사이에 끊을 데가 없습니다."이겸이 그 말을 잠시 들여다보았다."세를 놓으려던 자리를요.""세를 놓으면 달마다 정해진 만큼입니다. 직접 쓰면 파는 만큼이고요."서리가 덧붙였다."지금은 세를 놓아 얼마를 받느냐보다, 만들어 둔 물건을 어디에 내다 파느냐가 먼저입니다."서리가 문 쪽으로 갔다."감씨.""예.""백종길 어른과 홍설아, 안기현을 불러다오."그러고는 이겸 쪽을 돌아보았다."잠시 일을 좀 보고 오겠습니다."이겸이 답했다."그러시지요."서리가 나간 뒤에 이겸은 잠시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말려볼 생각은 들지 않았다.—낮에 회의를 하던 별채에 다시 불이 켜졌다.백종길이 먼저 들어왔다."그 자리 지금 쓸 수 있습니까.""쓸 수 있습니다. 다만 안이 오래 비어서 손은 봐야 합니다.""어느 정도요.""바닥과 시렁입니다. 지붕은 성합니다.""세 들겠다는 자들에게는 못 준다고 이르십시오."백종길이 잠시 서리를 보았다."쓰시렵니까.""저희가 씁니다."홍설아와 안기현이 그 뒤에 들어왔다.서리가 말했다."저희 물건을 저희가 직접 팝니다. 도성 저자에서요."안기현이 눈을 가늘게 떴다."파는 것을 저희가 하면 셈이 늘어납니다. 받는 값도, 나가는 값도, 누가 언제 무엇을 가져갔는지도 다 저희가 잡아야 합니다.""그러니 두 분께 말씀드리는 겁니다.""물목은 어디까지 잡습니까."홍설아가 물었다."지금 있는 것부터입니다. 송탄 것과 청암 아래에서 나오는 가죽, 그리고 북쪽에서 내려오는 마른 약재.""그것만으로 되겠습니까.""안 되면 늘리면 됩니다."서리가 답했다."다만 처음부터 없는 것을 벌여놓지는 마십시오."홍설아가 웃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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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2화 [거울] - 1 -

이튿날도 사람들은 문 앞에서 멈췄다.들여다보고, 한 바퀴 돌고, 값을 묻고 나갔다.한 사내는 시렁 앞에 한참 서 있다가 이렇게 말했다."솥은 무쇠전에서 사고 약은 약재전에서 사는 것인데, 여기는 무엇을 하는 데요.""다 하는 데입니다."홍설아가 답했다."한 집에서 다 사면 어디 가서 값을 견줍니까.""견주고 오셔도 됩니다."사내가 웃고는 그냥 나갔다.안기현이 안쪽에서 그 말을 받아 적었다."저 말이 오늘만 세 번째입니다."—그 아이가 눈에 띈 것은 사흘째 오후였다.열두어 살쯤 되어 보였다.물동이를 이고 지나갔다가, 한참 뒤에 빈 동이를 들고 다시 지나갔다.두 번 다 문 앞에서 걸음이 느려졌다.머리를 뒤로 묶었는데 한쪽이 흘러내려 있었고, 그것을 손등으로 자꾸 밀어 올렸다.세 번째로 지나갈 때는 아예 멈춰 서서 안을 들여다보았다.그러다 눈이 마주치자 얼른 고개를 돌렸다."구경만 해도 됩니다."홍설아가 문가에서 말했다.아이가 그 말에 반쯤 돌아섰다가 다시 섰다."저 같은 사람도 들어갑니까.""들어오는 사람이 손님입니다."아이가 문턱을 넘었다.들어와서는 손을 뒤로 모으고 시렁을 따라 걸었다.솥 앞에서는 오래 서 있지 않았고, 대야 앞에서도 그랬다.약재 궤 앞에서는 냄새를 한 번 맡았다.그러다 아래 칸에서 걸음이 멎었다.손바닥만 한 거울이었다.테를 두르지 않은 민것이었고, 뒷면에 무늬도 없었다.다만 앞면은 곱게 갈려 있었다.아이가 그것을 집어 들었다.얼굴 앞으로 가져갔다가, 곧 내려놓았다.그러고는 옆에 붙은 값을 보았다.한참을 보았다.내려놓고 두 걸음 갔다가 돌아왔다.다시 집어 들고, 다시 내려놓았다."이달 삯을 받은 지 얼마 안 됐습니까."홍설아가 물었다.아이가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어찌 아십니까.""그런 얼굴이라서요."아이가 입술을 조금 물었다."사면 다음 삯까지 아껴야 합니다.""그럼 다음에 오셔도 됩니다.""그런데……"아이가 거울 쪽을 다시 보았다."다음에 오면 없을 수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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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3화 [거울] - 2 -

"얼마나요.""쓸 수 있는 만큼."이겸이 답했다."북계에 올릴 것이 많으니 어쩔 수 없지 않으냐."한무진이 잠시 이겸을 보았다."……영안공.""왜.""그거 원래 하시던 일 아닙니까.""원래 하던 일이다."이겸이 답했다."다만 이달에는 좀 넉넉히 잡아 쓰라는 것이지."한무진이 소리 내어 웃었다."사흘만 밀려도 창고삯이 붙습니다. 옮기고 지키는 삯까지 더하면 남는 것이 별로 없을 겁니다.""그러냐.""모르셨습니까.""몰랐다."이겸이 그렇게 답하고 돌아섰다."그자가 어디서 밀렸는지 알아낼까요.""알아내지 못하게 하는 것이 좋겠지.""군에서 나루를 쓰는 것은 문서에 남습니다.""남으면 남는 대로 두어라."이겸이 답했다."북계 군량을 제때 올린 것이 무슨 흠이 되겠느냐."그러다 걸음을 멈췄다."무진아.""예.""아까 그 종이에 이름이 여럿이더구나."한무진의 얼굴에서 웃음이 조금 걷혔다."예. 나루를 같이 쓰는 자들입니다.""그 가운데 하나가 눈에 걸린다."이겸이 종이를 다시 폈다."이 집이 소금을 다루느냐.""아닙니다. 그 집은 곡물하고 종이입니다.""그런데 왜 소금 나루에 이름이 있느냐."한무진이 답하지 못했다."알아봐라.""예.""급하게 하지 말고."이겸이 덧붙였다."급하게 캐면 저쪽에서 먼저 안다."한무진이 그 종이를 도로 품에 넣었다."영안공.""말하라.""이건 소금 나루입니다. 곡물하고 종이를 다루는 집이 여기 이름을 올릴 일이무엇이 있겠습니까.""그러니 알아보라는 것이다."이겸이 답했다."장부에 이름이 같이 있다고 다 한편은 아니다. 그러니 더 봐야 하고."—궁에서는 이헌이 종이 한 장을 받아 들었다.영안공 부부가 도성에 들었다는 것이었다.영안궁이 아니라 서가 저택에 머문다는 말도 붙어 있었다.이헌은 그것을 읽고 서안 위에 놓았다.한참 뒤에 다시 집어 들었다.같은 줄을 두 번 읽었다.내관을 부르려다 말았다.무슨 명목으로 부를 것인지가 떠오르지 않았다.숙부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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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4화 [삯] - 1 -

이튿날 아침에 서리가 일찍 나섰다.이겸이 마당까지 따라 나왔다."시렁을 옮기신다고요.""예."서리가 그렇게 답하고는 곧바로 덧붙였다."약재 쪽도 손을 봐야 합니다. 궤를 그대로 두면 안이 안 보여서요.""그러시겠지요."서리가 대문을 나설 때까지 이겸은 그 자리에 있었다.돌아보지는 않았다.돌아보면 아직 서 있을 것 같아서였다.볕이 아침부터 뜨거웠다.골목을 얼마쯤 걷고서야 서리는 손끝으로 입술을 한 번 건드렸다가 곧 떼었다.……날이 더워서일 것이다.길을 반쯤 갔을 때에야 걸음이 평소대로 돌아왔다.—만품전에서는 그날 아침부터 시렁을 옮겼다.거울과 머리꽂이가 위 칸으로 올라갔고, 솥과 큰 대야는 아래로 내려갔다.약재 궤는 뚜껑을 떼어냈다."안이 보이면 손을 댑니다."서리가 말했다."닫혀 있으면 물어야 하는데, 묻는 것부터가 어렵습니다."옷감은 그 옆에 새로 놓았다.북방에서 내려온 삼베와 무명이었다. 통째로 세워두지 않고 몇 자씩 잘라 따로 개어두었다."이렇게 잘라놓으면 남는 자투리는 어찌합니까."안기현이 물었다."그것도 값을 매기십시오."서리가 답했다."옷깃 하나 갈 만큼, 주머니 하나 지을 만큼. 그런 것을 찾는 사람이 있습니다.""많이 사려는 사람은요.""그건 받아 적었다가 보내드리면 됩니다."약재는 그날 오후에 다시 갈랐다.한 종류를 하루치씩 나누어 종이에 싸고, 사흘치와 이레치도 따로 만들었다.봉지마다 값을 적어 붙였다."이만큼씩 나누면 손이 많이 갑니다."홍설아가 말했다."갑니다."서리가 답했다."그런데 한 근을 통째로 살 수 있는 사람이 이 근방에 몇이나 됩니까."홍설아가 잠시 생각했다."많지는 않겠습니다.""그럼 나눠야지요."이튿날에는 들어오는 사람이 조금 늘었다.한 여인이 약재 궤 앞에 섰다."이것도 하루치만 됩니까.""됩니다."안기현이 봉지 하나를 꺼내 보였다."여기 값이 적혀 있습니다."여인이 그것을 받아 들고 한참을 보았다."닷새치는요.""사흘치와 이레치가 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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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5화 [삯] - 2 -

같은 무렵, 동가였다.방 안에 사람이 여섯이었다."나루가 언제 풀립니까.""그믐이 지나야 한다 합니다.""그러면 열흘입니다."앉아 있던 자가 손가락을 꼽았다."창고삯이 열흘치입니다. 지키는 사람 삯도 그만큼이고요.""내렸다가 다시 싣는 값도 붙습니다.""그럼 이번 물량에서 남는 것이 있습니까."아무도 곧바로 답하지 않았다."육로로 돌리면요.""배 하나에 실린 것을 수레로 옮기면 몇 대가 필요한지 아십니까."다른 자가 받았다."수레를 새로 잡아야 하고, 말도 잡아야 합니다. 몰 사람에 지킬 사람까지 붙이면 그 삯이 또 얼마입니까. 먹이는 값은 따로고요.""그래도 날짜는 맞출 수 있지 않습니까.""못 맞춥니다."그자가 고개를 저었다."수레로 그 길을 가면 배로 가던 것보다 곱절은 걸립니다. 약속한 날에 못 대면 그쪽에서 값을 깎자고 나옵니다."방 안이 조용해졌다."기다려도 손해고 돌려도 손해라는 말이군.""예."한 사람이 상 위를 손바닥으로 쳤다."하필 이달에 군량이 그리 많이 올라갑니까.""북계가 시끄러우니 올릴 것이 많겠지요.""그것을 누가 모릅니까."그자가 이를 갈았다."영안공이 어린 부인 치마폭에 놀아나느라—""입조심하게."윗자리에 앉은 자가 잘랐다."누가 듣기라도 하면 어쩌려고.""틀린 말도 아니지 않습니까.""증거가 있나."말한 자가 입을 다물었다."……없습니다.""군에서 나루를 쓴 것이다. 문서에도 그리 남았고."윗자리에 앉은 자가 말을 이었다."그것을 두고 무어라 하면, 우리가 군량 올리는 것을 막았다는 말이 된다."아무도 더 말하지 않았다.한참 뒤에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저 집이 낸 전방 말입니다.""망했다는 말이 아직 없더군.""망하기는요. 요새 아녀자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도는 모양입니다.""무슨 이야기가.""약을 하루치씩 판답니다. 옷감도 몇 자씩 잘라 팔고요."한 사람이 코웃음을 쳤다."아녀자들이 돈을 써봐야 얼마나 쓰겠습니까.거울이며 머리꽂이며 하루치 약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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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6화 [흘린 것] - 1 -

안기현이 추려 온 것은 여섯 곳이었다."자주 든 데가 이만큼입니다."장부를 짚어가며 말했다."그중 넷은 대감마님 계실 적부터 서가 수레가 들던 자리고요."서리가 그 이름들을 하나씩 보았다."수레를 둘 자리가 있는 데는.""넷입니다. 나머지 둘은 밖에 세워야 합니다.""밖에 세우면 사람을 붙여야 하지.""그럼 그 넷부터 하지."정하려는 것은 많지 않았다.사람 묵는 값, 말 먹이와 물, 수레 둘 자리, 짐을 맡는 값."미리 정해두면 저희가 손해 아닙니까."백종길이 물었다."값이 오르는 달도 있을 텐데요.""오르는 달도 있고 내리는 달도 있겠지요."서리가 답했다."저희가 원하는 것은 싸게 드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 길목에 가도 얼마가 드는지 미리 아는 것입니다."백종길이 장부를 한 장 넘겼다."지난달 것을 보면 같은 구간에서도 셈이 제각각입니다.""그것이 지금은 몇 푼입니다."서리가 답했다."수레가 늘면 그 몇 푼이 어디까지 붙을지 모릅니다. 그때 가서 고치려면 늦고요."백종길이 그 말에 잠시 생각했다."저쪽에서는 무엇을 받습니까.""저희 수레가 늘 듭니다."서리가 답했다."한 달에 몇 번이 정해져 있으면, 그쪽도 자리를 비워두고 기다릴 수 있지요."—사람을 보낸 것은 그다음 날이었다.사흘 뒤에 답이 왔다."세 곳에서는 이야기를 들어보겠다 합니다."백종길이 답했다."그중 한 곳은 대감마님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뭐라 하던가요.""서가 수레가 다시 다닌다는 말은 들었다고요.""남은 하나는요.""주인이 바뀌었답니다. 서가를 모르는 사람이라고요.""그럼 우선 세 곳부터 하지."서리가 종이를 받아 들었다."표식은 어찌합니까."안기현이 물었다."약조가 된 곳에는 걸어두도록 해. 서가 수레가 드는 곳이라는 표시가 있어야 수레꾼도 헤매지 않는다.""이름은요.""그 고을 이름을 앞에 붙이면 되겠지."서리가 그렇게 답하고는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부르는 이름도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안기현이 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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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7화 [흘린 것] - 2 -

목가로 돌아온 것은 해가 기울 무렵이었다.물건이 들어오는 것을 아버지가 보았다."그것이 무엇이냐.""그릇입니다. 집안 사람들에게 나눠주려고요.""어디서 샀느냐."목연이 곧바로 답했다."저자에 새로 난 전방입니다. 요즘 이름이 자주 들리기에 한번 가보았습니다."아버지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가에서 낸 데가 아니냐.""그렇습니다."목연이 그렇게 답하고는 이어서 말했다."물건의 질이 괜찮았고 값도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여러 벌을 한 번에 구하기도 수월했고요.""……""무시할 만한 곳은 아니었습니다."아버지가 그 말에 눈을 조금 들었다.그러고는 곧 시선을 돌렸다."저자의 전방 하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예.""그보다 네게 더 중한 일이 있지 않으냐."목연이 고개를 숙였다."그쪽에 마음을 두어라.""그리하겠습니다."목연이 물러났다.방을 나서면서 목연은 잠시 생각했다.아버지가 서가를 달가워하지 않는 것은 알고 있었다.서가가 다시 세를 넓히고 있었고, 그 적통이 영안공과 혼인한 뒤로는 그 뒤에 무엇이 있는지도 셈해야 하는 처지였다.그러니 언짢아하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었다.다만 오늘은 그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를 피하려는 듯했다.언짢아하는 것과 듣지 않으려는 것은 달랐다.목연은 그것을 오래 붙들지 않았다.방으로 돌아와 앉았다.몸종이 그릇을 풀어 방 한쪽에 늘어놓았다.목연이 무심코 손을 뻗다가 멈췄다.부채가 없었다.아버지 방에 두고 나온 모양이었다.—목연이 다시 나섰다.아버지 방 앞에 이르렀을 때였다.안에서 목소리가 났다.아버지 것이 아니었다.목연이 손을 들었다가 내렸다.들어가려던 참에 그 목소리가 이렇게 말했다."그때 일을 이제 와서 들추면 곤란합니다."목연의 발이 멎었다."그러니 조용히 두라 하지 않았느냐."아버지의 목소리였다."그쪽에서는 아직 모릅니다.""모르는 편이 낫지."한동안 말이 없었다."전의 그것은 어찌할까요.""그런 물건을 지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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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8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 1 -

보고는 짧았다.저자에 낸 전방에 사람이 붙기 시작했다는 것.북방 물산이 다시 도성으로 내려오고 있다는 것.예전에 서가와 거래하던 자들 가운데 몇이 다시 그쪽을 살피기 시작했다는 것.마지막 줄이 하나 더 있었다.영안공이 영안궁에 들지 않고 서가 저택에 머물고 있다는 것.왕후는 그 종이를 두 번 읽었다.수틀은 무릎에 있었다.바늘을 한 땀 놓고 나서, 왕후가 물었다."언제부터 그리 지냈다더냐?""도성에 든 뒤로 줄곧이라 합니다.""영안궁은?""비워두었습니다."왕후가 고개를 끄덕였다."저자의 그 전방은 누가 보고 있다더냐?""영안공 부인이 직접 보는 듯합니다. 사람도 여럿 붙었고요."그것으로 물러가라 일렀다.—혼자 남은 뒤에도 수틀은 한동안 무릎에 있었다.서가가 무너진 것이 삼 년 전이었다.무너진 집이 다시 서는 일이 없지는 않았다.다만 이만한 속도로 서는 일은 흔치 않았다.그리고 그 집의 적통이 지금 영안공의 부인이다.왕후는 그 두 가지를 나란히 놓아보았다.무너진 집이 다시 서는 데는 대개 사람이 필요했다.그런데 서가는 사람이 흩어진 뒤에 무너진 집이었다.그 흩어진 사람들이 도로 모이고 있다는 뜻이었다.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니었다.영안공은 북계를 맡아 제 일을 하고 있었고, 그 부인은 제 집안을 다시 세우고 있었다.거기까지는 흠잡을 것이 없었다.다만 그 둘이 하나로 묶여 있었다.왕후는 바늘을 수틀에 꽂아두었다.—이헌이 든 것은 그날 저녁이었다.창이 얇게 열려 있었다. 낮의 열기가 아직 방 안에 남아 있었다."앉아라."이헌이 앉았다.왕후는 곧바로 말했다."다음 달 안으로 목가에 혼약을 넣을 것이다."이헌이 고개를 들었다."다음 달 말씀이십니까?""그렇다.""봄에 자리를 마련하신 뒤로 아직 반년도 지나지 않았습니다.""반년이면 짧지 않다."왕후가 답했다."그때 이미 볼 것은 다 보았다. 목가 여식이 그중 낫다는 것도 그 자리에서 정해진 것이고.""어머니께서 정하신 것이지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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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9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 2 -

처소로 돌아온 뒤에도 이헌은 앉지 못했다.창을 열어두었는데 바람이 들지 않았다.숙부가 힘을 가지면 마음이 달라질 수 있다.어머니는 그렇게 말했다.이헌은 그 말을 곱씹었다.숙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그 자리를 탐하는 기색을 보인 적이 없었고, 깨어난 뒤에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다만 어머니의 말이 아주 틀린 것도 아니었다.사람이 달라지는 것을 이헌도 알고 있었다.멀리서 찾을 것도 없었다.십 년이었다.그 십 년 동안 자신은 한 사람을 곁에 두고도 내내 등을 돌리고 있었다.처음에는 화가 났고, 그다음에는 믿지 않았고, 나중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다.아무렇지도 않게 되는 데 얼마나 걸렸는지는 이헌도 알지 못했다.그러다 마지막에는 그 이름이 적힌 문서를 도로 밀어놓았다.그 십 년이 이헌에게는 아직도 이상했다.연택례가 지난 것이 봄이었다.그러니 현생으로 셈하면 반년도 되지 않았다.그런데 그 반년 사이에 십 년이 들어와 있었다.이어진 것이 아니었다.방 하나가 열리고, 그 안에 있던 것이 통째로 쏟아진 것에 가까웠다.쏟아진 것을 다시 세워보려 해도 순서가 잡히지 않았다.무엇을 물었는지, 무엇을 답하지 않았는지, 어느 계절에 무엇을 보았는지.그런 것들이 순서 없이 남아 있었다.어떤 것은 손에 닿는 감촉까지 남았고, 어떤 것은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봄에 정전에서 그 사람이 숙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이헌은 그 자리에서 들었다.그때는 그것이 그저 뜻밖의 일이었다.지금은 아니었다.그 사람은 지금 숙부의 부인이었다.그것은 사실이었고, 이헌도 그것을 알았다.바꿀 생각도 없었다.다만 하나가 계속 걸렸다.나에게 기억이 돌아왔다면.이헌은 창가에 서 있었다.그 사람에게도 같은 기억이 돌아왔다면, 지금 이 궁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어머니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그리고 나를.봄에 그 사람이 숙부의 이름을 부른 것이 그래서였다면.이헌은 거기서 생각을 멈췄다.이헌이 눈을 감았다.물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었다.물어본다고 답할 것인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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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0화 [그 곳] - 1 -

이헌이 온 것은 사흘 뒤 낮이었다.말은 넷이었고, 따라온 자는 여섯이었다.행차라 하기에는 조촐했다.대문 앞에서 내려 걸어 들어왔다.서리가 마당에서 맞았다.기별을 받은 뒤로 사흘이었다.그동안 서리는 그 서찰을 다시 꺼내 읽지 않았다.읽어도 적힌 것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었다."전하.""오래 폐를 끼치지는 않겠습니다."이헌이 그렇게 말했다.서리가 예를 갖췄다."드시지요."자리를 별채에 두었다.감씨가 차를 내왔고, 시종 둘이 문 가까이에 섰다.처음에는 별것 아닌 말이 오갔다.도성에 든 지 얼마나 되었는지, 북쪽 길이 어떠했는지.이헌이 그것을 하나씩 물었고, 서리가 답했다."숙부께서는 요즘 어떠십니까.""북현 쪽 일이 많아 자주 나가십니다.""그러시겠지요."말은 이어졌는데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서리는 그것을 알아챘다.찻잔이 두 번 비었다.세 번째로 감씨가 물을 더 가져왔을 때, 서리가 말했다."따로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이헌이 잠시 서리를 보았다."……예."서리가 감씨 쪽을 보았다."잠시 나가 있거라."감씨가 시종들을 데리고 물러났다.—문이 닫혔다.방 안이 조용해졌다.이헌이 잔을 내려놓았다.내려놓고 나서도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다 입을 열었다."서리야."말해놓고 나서 이헌 자신이 먼저 굳었다.몇 달 전까지는 그렇게 불렀다.일곱 살짜리가 연못가 난간에 매달려 잉어를 보던 때부터 그렇게 불렀고,그것이 이상하다고 여긴 적이 한 번도 없었다.그 안에서도 처음에는 그렇게 불렀다.시간이 흐르며 이름을 부르는 일마저 줄었지만,부를 말 자체가 달라진 적은 없었다.서리가 이헌을 보았다.놀라지 않은 얼굴이었다."전하."서리가 차분하게 말했다."이제는 숙모라 하셔야 합니다."이헌은 반박하지 않았다.반박할 것이 없었다.옳은 말이었고, 그것을 이헌도 알고 있었다."……맞는 말씀입니다, 숙모."그 두 글자를 제 입으로 내는 데 시간이 걸렸다.알고 있던 사실이었다.서리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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