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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고른 낭군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81 - チャプター 90

127 チャプター

제 81화 [자리] - 2 -

같은 무렵, 도성이었다.왕후가 목연을 부른 것은 그 무렵이었다.차가 나왔고, 날씨 이야기가 오갔다.목연은 묻는 말에만 답했다."목가에 좋은 일이 있어야 할 텐데."왕후가 그렇게 말했다."과분한 말씀입니다.""과분하기는. 요즘 궁이 너무 조용해서 걱정이구나."목연은 그 말을 곧바로 알아들었다.봄에 열렸던 자리 이후로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정해지지 않은 채 시일만 지나가고 있었고, 왕후가 그것을 조용하다고 말한 것이었다."그 아이가 요즘 어떤지 아느냐."왕후가 물었다.목연은 그 아이가 누구인지 되묻지 않았다."뵌 지 오래되었습니다.""그렇겠지."왕후가 잔을 내려놓았다."곧 다시 볼 일이 있을 게다."목연은 고개를 숙였다.돌아가는 길에 목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무엇을 청한 것도, 무엇을 약속한 것도 아니었다.그런데 왕후가 자신을 어디에 놓고 보는지는 알 수 있었다.봄에는 그 자리가 아직 열려 있었다.지금은 왕후가 그 자리를 닫으려 하고 있었다.닫는 방식이 어느 쪽인지가 다를 뿐이었다.—이헌이 왕후의 처소에 든 것은 그로부터 며칠 뒤였다.문안 인사였다. 다만 앉기도 전에 왕후가 먼저 말을 꺼냈다."아직도 그 일을 보고 있다지.""예.""무엇이 나왔느냐."이헌은 답하지 않았다.나온 것이 없었다.시신이 나온 뒤로 계속 뒤졌지만, 누가 어떻게 했는지가 하나도 붙지 않았다.그 집안이 왜 그리 되었는지도 마찬가지였다."없구나."왕후가 말했다."그만큼 봤는데도 나온 것이 없으면,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더 볼 것이 있습니다.""무엇을.""모르겠습니다."이헌이 답했다."모르니 보는 것입니다."왕후가 바늘을 내려놓았다."이미 죽은 아이를 언제까지 쫓을 생각이냐."방 안이 조용해졌다."태자가 죽은 사람 하나에 이리 오래 매여 있으면 말이 난다."왕후가 말을 이었다."혼사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지금 봐야 할 것이 그것이냐, 그 일이냐."이헌이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고는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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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2화 [맥] - 1 -

그날 밤에는 잠이 오지 않았다.서안 앞에 앉아 있다가, 등잔을 끄고 자리에 들었다가, 다시 일어났다.새벽이 가까워서야 눈을 붙였다.이번에는 길지 않았다.—앞에 사람이 서 있었다.얼굴이 보이지 않았다.무언가를 내밀고 있었다.이헌이 그것을 받았다.손에 닿는 것이 있었다.그 순간이었다.- 서리.배신당했다는 감각이 목까지 치받았다.—눈을 떴다.창이 희끄무레했다.손바닥을 펴 보았다.아무것도 없었다.그런데 무언가를 쥐었던 감각이 남아 있었다.이헌은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전에 꾸었던 꿈과는 달랐다.그때는 해가 몇 번이나 바뀌었고, 사이사이가 다 있었다.이번에는 한 장면뿐이었다.누군가 무언가를 가져왔다. 꿈속의 이헌은 그것을 받았다.받고 나서 배신당했다고 느꼈다.무엇을 받았는지도, 누가 가져왔는지도 떠오르지 않았다.다만 꿈속의 이헌이 그것을 무엇으로 받아들였는지는 알 수 있었다.서리가 그 아이를 그리 만들었다는 증거.그것을 스스로 찾아낸 것이 아니었다.누군가 제 앞에 가져다 놓았고, 꿈속의 이헌은 그것을 그대로 믿었다.손에 받은 뒤 서리의 이름이 떠오르기까지, 망설임이 없었다.이헌은 편 손바닥을 한동안 내려다보았다. 지금이라면 어디서 난 것인지부터 물었을 터였다.그런데 꿈속에서는 그 물음이 끼어들 틈도 없이 분노가 먼저 올라왔다.왜 그토록 쉬웠는지.그 짧은 장면을 다시 더듬어도, 그 대목에서는 더 나아갈 수 없었다.지금은 아니었다.시신이 나온 뒤로 계속 뒤졌는데도, 서가의 딸과 그 집안을 잇는 것은 한 줄도 나오지 않았다.만난 적도, 얽힌 일도, 오간 것도 없었다.그런데 꿈속에서는 그런 것이 있었다.—날이 밝은 뒤에 이헌은 사람을 불렀다."임가 쪽은 그대로 두어라.""예.""대신 다른 것을 하나 알아보아라."이헌이 잠시 말을 골랐다."그 집안이 없어지고 나서, 그 일을 두고 무슨 말이 돌았는지.""저잣거리 뜬소문까지 말입니까.""그것부터 받아라."이헌이 답했다."없는 말이 어디서 처음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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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3화 [맥] - 2 -

사람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그다음 날부터였다.두레가 걸렸다.빈 통이 내려갔다. 밧줄이 풀리며 나무 굴대가 삐걱였다.한참 만에 아래에서 신호가 올라왔다."당겨!"젖은 밧줄이 팽팽해졌다.넷이 붙어 감았다. 소매를 걷어붙인 팔뚝에 힘줄이 도드라졌고,굴대를 당길 때마다 어깨가 함께 넘어갔다.손이 미끄러지자 하나가 옷자락으로 밧줄을 감아 쥐었다.물 찬 통이 갱 밖으로 올라왔다.쏟아지는 물이 발치의 흙을 파고 지나갔다. 흙탕이 신을 넘었다.물을 받아 흘려보내는 것은 아낙들이 맡았다.괭이로 골을 파서 아래로 길을 냈다.한쪽이 막히면 둘이 붙어 흙을 걷어냈고, 그러는 동안 치맛자락이 다 젖었다."한 번 더!"빈 통이 다시 내려갔다.그 옆에 또 하나가 걸렸다. 두레 둘이 번갈아 돌기 시작했다.아이들이 물동이를 이고 올라왔다.일하던 자들이 하나씩 손을 놓고 받아 마셨다.받아 마시고 나서 머리를 한 번씩 쓸어주는 자도 있었다.한쪽 바위에 노인 둘이 앉아 있었다."밧줄을 그리 잡으면 손이 나간다.""놔두세요, 어르신."당기던 자가 그렇게 답하고는, 다음번에 잡을 때는 손 위치를 바꿔 잡았다.노인이 그것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산에서는 목재를 베었다.도끼 소리가 골짜기를 타고 내려왔다.껍질을 벗기면 그 아래가 축축했다.벗겨낸 것을 발로 밀어 한쪽에 모았고, 손에 묻은 송진은 옷에 문질러 닦았다.껍질을 벗긴 나무가 미끄러져 아래로 굴렀다."비켜라!"길에 있던 자들이 한쪽으로 붙었다.무령 하나가 그 앞을 막아서서 손을 들었다.목재가 다 지나갈 때까지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지나가고 나서야 그가 손을 내렸다.수레가 진흙을 밟고 올라갔다.바퀴가 한 번 헛돌자 뒤에서 둘이 붙어 밀었다.발이 미끄러졌고, 누군가 웃었다.밀던 자의 종아리에 흙이 튀어 말라붙어 있었다.그것을 털어내지도 않고 다음 수레로 갔다.말이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곁에 있던 무령이 고삐 아래를 잡고 목을 몇 번 쓸었다.말이 곧 발을 놓았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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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4화 [저녁] - 1 -

갱 앞에 사람들이 모였다.물은 어제 다 빠졌다. 상한 지지대 셋 가운데 둘을 갈았고, 나머지 하나는 그 앞을 아예 막아두었다.늙은 광부가 먼저 들어갔다.등을 들고 안쪽까지 걸어 들어갔다가, 한참 만에 나왔다."들어가도 됩니다.""어디까지요.""막아둔 데 앞까지입니다. 그 너머는 아직 안 됩니다."서리가 고개를 끄덕였다.여덟이 들어갔다.곡괭이를 든 자가 넷, 나머지는 실어 나를 자들이었다.밖에 남은 사람들이 갱 입구를 보고 있었다.한동안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그러다 안에서 소리가 났다.쇠가 돌에 부딪히는 소리였다.한 번.또 한 번.그 뒤로는 소리가 이어졌다. 여럿이 번갈아 치는 소리였다.갱 입구에 서 있던 여인 하나가 앞치마를 쥐었다.돌이 떨어져 굴렀다.한 번 나오자 그다음은 빨랐다.실어 나르는 자들이 갱 안으로 들어갔다가 광주리를 지고 나왔다.쏟아놓은 자리에 돌이 쌓이기 시작했다.아이들이 그 곁으로 몰려들었다가 어른 손에 밀려났다.밖에서는 아낙들이 그것을 크기별로 갈랐다.굵은 것은 한쪽에, 잔 것은 다른 쪽에.손이 금세 검어졌지만 아무도 씻으러 가지 않았다.처음 나온 것을 광부가 들고 나왔다.해가 드는 자리에서 그것을 살폈다.깨진 면을 손톱으로 긁었고, 돌려가며 빛에 대어 보았다."됩니다."그자가 말했다."윗자리 것치고는 나쁘지 않습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더 나올 겁니다."사람들이 그제야 소리를 냈다.누군가 웃었고, 누군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리는 그 자리에 서서 보고 있었다.몇이 들어갔는지, 얼마 만에 나오는지, 한 번에 얼마나 지고 나오는지.감씨가 곁에서 그것을 받아 적었다."오늘 것은 나르지 않습니다."서리가 일렀다."쌓아두고 얼마나 되는지만 세십시오. 사흘치를 보고 나서 정하겠습니다."청암 사람 하나가 서리 곁으로 왔다."삼 년 만입니다.""예.""저 소리를 다시 들을 줄은 몰랐습니다."서리는 답하지 않았다.안에서 다시 소리가 났다.—같은 날, 북계였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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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5화 [저녁] - 2 -

이겸이 송현으로 돌아온 것은 밤이 가까워서였다.마당에 등이 걸려 있었다.안에 들어서니 서리가 서안 앞에 앉아 있었다."오셨습니까."서리가 고개를 들었다."오늘 처음 캤습니다."이겸이 걸음을 멈췄다."나왔습니까.""나왔습니다. 윗자리 것치고는 나쁘지 않다더군요."서리가 종이 한 장을 밀어 보였다."안쪽으로 들어가면 더 나온다 합니다. 다만 막아둔 데는 아직 손대지 않았습니다.""사람은요.""다친 이는 없습니다."이겸이 고개를 끄덕였다."송탄촌에 서신을 보냈습니다."서리가 덧붙였다."제련 쪽이군요.""예. 아직 보낼 것이 없으니 불을 지피라는 말은 아니고요."서리가 종이를 한 장 더 넘겼다."제련로가 성한지, 풀무가 쓸 만한지부터 보라 했습니다. 숯이 얼마나 있는지도요.""장인은요.""그게 문제입니다."서리가 잠시 말을 멈췄다."삼 년이면 다 흩어졌을 겁니다. 몇이나 남았는지부터 세어보라 했습니다.""남아 있겠습니까.""모르겠습니다."서리가 답했다."다만 물어보기는 해야지요."이겸이 그 말에 짧게 웃었다."북쪽은 어떻습니까."서리가 물었다."어렵습니다.""어떻게요.""어제까지 한편이던 것들이 오늘 갈라졌습니다. 그런데 갈라진 것들이 서로를 살피면서 이쪽 근처까지 왔다가 돌아갔습니다.""노린 겁니까.""모르겠습니다."이겸이 그렇게 답했다."모르겠다는 것이 오늘 종일 한 일입니다."서리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한동안 종이 넘기는 소리만 났다.그러다 서리가 말했다."오늘 감씨가 떡을 쪄 왔습니다."이겸이 고개를 들었다."떡이요.""청암 사람들 몫으로 찐 것인데, 저한테 먼저 두 개를 주더군요."서리가 답했다."뜨거운 걸 그냥 손에 쥐여줘서 한참 들고만 있었습니다.""맛은요.""맛있었습니다."서리가 그렇게만 답했다.이겸이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물었다."두 개를 다 드셨습니까.""하나는 초은에게 주었습니다.""초은이 받았습니까.""받았습니다. 서서 먹더군요."이겸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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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6화 [무게] - 1 -

사흘치가 갱 앞에 쌓였다.굵은 것과 잔 것으로 갈라 두 무더기였다.굵은 쪽이 생각보다 많았다.서리가 그 앞에 서서 수량을 확인하고 있었다."이만하면 어떻습니까."늙은 광부에게 물었다."셋째 날 것이 제일 낫습니다."그자가 답했다."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나아진다는 뜻이지요."서리가 고개를 끄덕였다."싣겠습니다."수레 셋에 나눠 실었다.굵은 것을 아래에 깔고 잔 것을 위에 얹었다.싣는 동안 바퀴가 조금씩 내려앉았다.다 싣고 나서 수레를 한 번 밀어보았다.움직이지 않았다.둘이 붙어 밀자 그제야 바퀴가 돌았다."무겁습니다."미는 자가 그렇게 말했다.웃는 얼굴이었다.—내려가는 길은 오르던 길보다 오래 걸렸다.바퀴가 진흙에 깊이 박혀 몇 번을 멈췄다.그때마다 사람들이 붙어 밀었고, 무령이 앞에서 길을 봤다.한 번은 바퀴가 돌부리에 걸렸다.수레를 뒤로 물렸다가 다시 밀었다.그러는 사이에 위에 얹은 것이 조금 흘러내려, 아이 하나가 그것을 주워 도로 올렸다.마을 사람 몇이 따라 내려왔다.시키지 않았는데 따라왔다.내려가는 내내 아무도 큰 소리를 내지 않았다.—송현에 닿은 것은 해가 기울 무렵이었다.문이 열려 있었다.첫 수레가 문턱을 넘었다.바퀴가 문턱을 넘을 때 소리가 달랐다.빈 수레가 넘을 때는 한 번 튀어 오르고 마는 소리였다.이번에는 눌렸다가 무겁게 내려앉는 소리였다.문기둥 아래에 오래된 자국이 있었다.바퀴통이 스치며 난 자국이었다.새 수레가 그 옆을 지나가면서 같은 자리에 자국을 하나 더 남겼다.마당에 있던 사람들이 하던 일을 놓고 그쪽을 보았다.누구도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백종길이 문 옆에 서 있었다.수레 셋이 다 들어올 때까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서리가 마당으로 나갔다."몇 시진 걸렸느냐."첫마디가 그것이었다."내려오는 데만 세 시진 반입니다.""오르는 것보다 더 걸렸군.""무거워서 그렇습니다."서리가 수레 쪽으로 갔다.바퀴 자국을 눈으로 따라가 보았다.마당 흙에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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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7화 [무게] - 2 -

그다음이 열렸다.방이었다.앞에 서리가 서 있었다.이헌이 무언가를 물었다. 목소리가 높았다.서리가 답했다.무슨 말인지는 들리지 않았다.다만 답을 하고 있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말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다.그런데 그때의 자신은 그것을 듣고 있지 않았다.이미 정해놓은 뒤였다.말을 자르고, 돌아서고, 나갔다.나가면서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그때 서리가 무어라 더 말했다.그 소리가 등 뒤에서 한 번 났다가, 곧 멎었다.그 뒤로도 장면이 이어졌다.한 번은 서리가 무언가를 들고 와 서안 위에 놓았다.무엇인지는 보이지 않았다.그날은 끝까지 들었다.그런데 그날 밤에 다른 말이 들어왔다.무슨 말인지는 들리지 않았다.다만 그 말을 듣고 나서 이헌이 서안 위의 것을 밀어놓았다.그런 것이 한 번이 아니었다.어떤 것은 그날 안에 왔고, 어떤 것은 며칠 뒤에 왔다.말을 옮기는 얼굴도 매번 같지 않았다.다만 그 말들이 놓이는 자리는 늘 한쪽이었다.처음에는 반쯤 흘려들었다.그러다 어느 때부터는 그쪽 말이 먼저 들어왔다.나중에는 서리의 말을 듣기 전에 이미 답이 서 있었다.창밖에 눈이 쌓여 있었다.다음 것에서는 뜰에 꽃이 피어 있었다.또 다음 것에서는 여름 볕이 마루까지 들어와 있었다.그리고 다시 눈이었다.어느 것에서는 뜰에 서 있는 사람이 하나 늘어 있었다.전에는 없던 자리였다. 새로 든 후비의 자리라 했다.궁인들이 그쪽으로 상을 나르고 있었다.그다음 것에서는 그 자리에 아무도 눈길을 두지 않았다.원래 거기 있던 것처럼 되어 있었다.같은 무렵의 어느 장면에서 왕후가 앉아 있었다.머리에 흰 것이 조금 섞여 있었다.전에는 없던 것이었다.그 뒤로도 계절이 몇 번 더 바뀌었다.서리가 오는 일이 줄었다.무엇을 들고 오지도, 무엇을 묻지도 않았다.이헌은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편하다고 여겼다.한 번은 회랑 끝에 서 있는 것을 보고 걸음을 돌려 다른 길로 갔다.한 번은 같은 상에 앉았는데, 말을 주고받은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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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8화 [불] - 1 -

송탄에서 답이 온 것은 나흘 뒤였다.제련로는 둘 가운데 하나가 성했고, 풍구는 틀만 남아 있었다.숯은 없었고, 사람은 넷이라 했다."광석을 보내겠다고 답하십시오. 숯은 이쪽에서 대겠다고요."—닷새 뒤에 사람 하나가 송탄에 들어왔다.예전에 그곳에서 풍구를 잡던 자였는데, 지금은 아래 고을에서 남의 집 담을 쌓고 있었다 했다.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왔다.그다음 이레 사이에 셋이 더 왔다.하나는 제련을 본 적도 없다는 아들을 데리고 와서, 보면 알게 된다고 했다.또 하나는 손이 굳어 예전만 못하다면서도 앉아서 볼 수는 있다고 했다.그 뒤로도 하루에 하나, 며칠 뒤에 또 둘이 들어왔다.누가 불렀느냐고 물으면 아무도 부르지 않았다고 했다.어느새 작업장에 사람이 있었다.비어 있던 작업장에 망치 소리가 먼저 돌아왔다.무너진 벽을 괴고, 녹슨 집게를 닦고, 바닥에 쌓인 재를 긁어내는 소리였다.손이 굳었다던 자는 앉은 채로 연장 놓을 자리를 하나씩 일러 주었다.거기 있던 것이 거기 다시 놓였다.데려온 아들은 아비 뒤를 따라다니며 이름도 모르는 연장을 날랐다.아무도 누가 어디에 서라고 정해 주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저마다 예전에 서던 자리로 갔다.—제련로는 사흘 만에 다시 섰다.풍구에 새 가죽을 대고, 숯이 올라오자 그날로 불을 붙였다.송탄에 사람이 다 나와 있었다. 불을 붙이는 일과 상관없는 자들까지 작업장 문간에 모여 섰다.풍구가 돌아가자 처음에는 소리만 났다. 그러다 안쪽이 붉어지기 시작했다.늙은 장인이 그 앞에 앉아 불빛을 보다가 한 번씩 눈을 돌렸고, 그때마다 풍구 잡은 자가 손을 늦추거나 서둘렀다. 말은 하지 않았다.풍구 소리가 오래 이어졌다. 바람이 들어갈 때마다 안쪽이 밝아졌다가 도로 가라앉았다.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한참 뒤에 늙은 장인이 손짓하자 받아낸 것이 흘러나왔다.붉은 것이 흘러 내려가다가 끝에서 굳었다.식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식은 뒤에 그것을 깨뜨려 보았다."됩니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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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9화 [불] - 2 -

이겸이 송현을 비우는 날이 늘었다.북현에서 온 기별이 달라진 무렵이었다.처음에는 통행이 줄었다는 것이었고, 그다음에는 길가 마을 하나가 비었다는 것이었다.그다음에는 사람이 넘어왔다는 것이었다.여섯이었다. 며칠 뒤에는 그보다 많았다.이겸은 북현에서 이틀, 사흘씩 묵고 왔다.처음에는 저녁에 돌아왔고, 그러다 밤늦게 돌아왔고, 그러다 아예 다음 날 낮에 돌아왔다.서리는 묻지 않았다.그래도 어느 날이 늦는 날인지는 얼추 알게 되었다.북현 쪽에서 사람이 다녀간 날이면 이겸은 그날 밤에 돌아오지 않았다.돌아오면 밥이 남아 있었다. 식은 것이 아니라 따로 두었던 것이었다.한 번은 이겸이 그것을 보고 잠시 서 있었다."안 드셔도 되는데요."서리가 말했다."드시라고 둔 것은 아닙니다. 그냥 남은 겁니다."이겸이 그 말에 앉았다. 먹는 동안 서리는 서안 앞에 있었고, 말은 별로 하지 않았다.한 번은 이겸이 늦게 들어와 보니 서리가 아직 앉아 있었다."안 주무십니까.""이것만 보고요."그 말을 한 지 한참이 지나도록 종이가 넘어갔다. 이겸이 제 것을 펴놓고 그 옆에 앉았다.어느 날부터는 두 사람이 같은 방에서 각자 다른 것을 보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이겸이 북현 것을 보고, 서리가 송탄 것을 보았다.한 시진쯤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한쪽이 등잔 심지를 돋우면 다른 쪽이 그것을 받아 저도 하나 돋웠다.한 번은 이겸이 붓을 찾다가 손을 뻗었는데 그 자리에 이미 놓여 있었다.서리가 밀어둔 것이었고, 언제 밀어두었는지는 둘 다 몰랐다.이겸은 늘 서안 왼쪽 끝에 앉았다. 어느 날부터 서리는 그 자리를 비워 두고 앉았다.서리가 장부를 펼쳐 두는 순서도 이겸이 먼저 알게 되었다.한 번은 이겸이 북현으로 나서기 전에, 서리가 다음에 볼 장부를 맨 위로 올려놓고 나갔다.서리는 그것을 보고 한동안 손을 대지 않았다.이겸이 돌아오지 않는 날에는 방이 조금 넓었다.등잔은 그래도 둘이 켜져 있었다. 서리가 하나를 끄려다 그대로 두었다.서리는 그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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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0화 [문] - 1 -

북현 관문 위로 깃발이 올랐다.바람을 받자 꼬리가 아홉으로 갈라진 것이 펼쳐졌다.성벽 아래에서 그것을 올려다보던 병사 하나가 어깨를 폈다."저게 우리 쪽에 서니 든든하구나.""저 깃발이 그렇게 대단합니까."곁에 선 젊은 병사가 물었다."올라온 지 얼마 안 돼서 잘 모릅니다.""호악부대다."앞서 말한 자가 답했다."무령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북계를 지키던 부대다. 저 둘이 같이 서 있던 세월이 얼마인데.""저 여우는 무엇입니까.""양가 조상이 겨울 산에서 얼어 죽게 됐을 때 여우가 길을 내주었다더라. 그 뒤로 저 문양을 쓴다고 들었다."말이 오가는 동안 아래쪽에서는 병력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수레가 들어오고, 창이 세워지고, 관문 안쪽 마당이 채워졌다.—깃발 아래에서 호악백이 말에서 내렸다."오래 기다리셨소.""기다린 것은 아니고."이겸이 답했다."오시면 좋겠다 싶었지요.""그 말이 기다렸다는 말이오."호악백이 웃었다.두 사람이 관문 안으로 들어가는 동안 백우가 뒤따랐다."영감께서 오셔서 다행입니다."백우가 말했다."주군을 도성으로 모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자네가 제일 반가운 모양이군.""제일까지는 아니고, 그다음쯤은 됩니다."인계는 그날 안에 끝났다.넘어온 자들을 어디에 두었는지, 몇이 들어왔고 그중 손이 성한 자가 몇인지.국경 쪽에서 사람이 도는 자리가 어디인지.호악백은 대개 한 번만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저쪽 안이 정리되기 전까지는 이대로 가면 되겠소.""예.""넘어오는 것은 막지 않으시겠다는 뜻이지.""막을 수도 없습니다."이겸이 답했다."다만 무엇이 섞여 넘어오는지는 봐야지요."호악백이 그 말에 짧게 웃고는 지도를 제 앞으로 당겼다.—같은 무렵, 송현이었다.마당에 수레가 서 있었다.돌려보낸 것이었다.서리가 그 앞에 서 있었다.덮개를 젖히자 안에 실린 것이 그대로 보였다.나갈 때 담았던 그대로 짚까지 끼워져 있었다."감씨.""예, 마님.""홍설아와 안기현은.""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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