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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다시 고른 낭군: Chapter 101 - Chapter 110

125 Chapters

제 101화 [그 곳] - 2 -

이헌이 고개를 들었다.두고 왔다는 말이 이헌에게 오래 남았다.버렸다는 말도, 잊었다는 말도 아니었다.그곳에 두고 여기로 왔다는 뜻이었다.그러면 그곳에 남은 것 가운데 자신도 있는 셈이었다.이 사람은 여기 있는데, 자신은 아직 거기 있었다.이헌은 그것이 아팠다.무엇 때문에 아픈지는 알 수 없었다.용서를 받지 못해서인지, 미안해서인지, 되돌릴 수 없어서인지.아니면 그 사람이 이미 다 정리하고 앞으로 가버렸기 때문인지.이헌은 그것을 구분하지 못했다.다만 하나는 알았다.미안하다는 말로는 이 아픔의 크기가 셈이 맞지 않았다.그러나 지금은 그 이유까지 헤아릴 수 없었다.이헌이 잔을 내려놓았다."이제 와 되돌릴 수는 없겠지요.""압니다.""그렇다면 전하께서도 그 일은 그곳에 두십시오.""그래도 사과는 드리고 싶었습니다.""제게 사과하러 오신 것이라면, 받았습니다."—이겸이 대문을 들어선 것은 그 무렵이었다.평소보다 이른 시각이었다.마당에서 감씨가 별채 쪽을 보고 서 있었다.이겸이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별채 앞에서 안의 소리가 들렸다."……이제 와 되돌릴 수는 없겠지요.""압니다."이겸의 걸음이 멎었다."그렇다면 전하께서도 그 일은 그곳에 두십시오.""그래도 사과는 드리고 싶었습니다.""제게 사과하러 오신 것이라면, 받았습니다."이겸은 그 자리에 잠시 서 있었다.무슨 일인지는 알 수 없었다.다만 왕태자가 제 부인에게 사과하고 있었다.되돌릴 수 없는 일이 있었다는 뜻이었다.이겸은 그다음을 궁금해했다.궁금해한 것을 알아채고 나서 걸음을 옮겼다.저 안의 이야기는 자신이 서서 들을 것이 아니었다.이겸이 몸을 돌렸다.일부러 걸음 소리를 냈다."전하께 내가 왔다고 아뢰어라."감씨가 별채 쪽으로 갔다.—이헌이 나온 것은 곧이었다."영안공.""전하.""오래 있지는 않았습니다.""편히 계셨으면 좋았을 것을."이겸이 그렇게 답했다.이헌이 잠시 이겸을 보았다.그러고는 서리 쪽으로 몸을 돌렸다."그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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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2화 [선] - 1 -

행원 쪽 답이 두 곳에서 더 들어왔다."세 곳은 조건이 맞습니다."안기현이 정리한 것을 올렸다."묵는 값과 말 먹이는 값은 정해졌고, 수레 둘 자리도 있습니다. 한 곳만 짐 맡는 값을 두 배로 부르는데, 창고가 좁아서 그렇답니다.""주인이 바뀐 곳은 아직 답이 없습니다."백종길이 덧붙였다.서리가 종이를 훑고 안기현을 보았다."짐 값을 두 배로 부르는 데는 짐을 안 맡긴다."서리가 그렇게 말했다."묵는 것과 짐 맡기는 것을 굳이 한자리에서 할 것도 없다. 그 근방에 짐만 받아주는 데가 있는지 알아보거라.""따로 두면 오가는 품이 듭니다."안기현이 말했다."그 품과 두 배 값을 견주어 보거라."서리가 덧붙였다."밖에 세우고 사람을 붙이는 값도 같이 재보거라. 그중 나은 것으로 하자.""예."서리가 백종길에게 시선을 돌렸다."주인이 바뀐 곳은 뒤로 미룹니다.""거기가 길목이라 아쉽습니다만.""아쉬워도 지금은 어쩔 수 없지요."서리가 종이를 모아 옆에 놓았다."되는 곳부터 시작하지요.""세 곳으로 하시겠습니까."안기현이 물었다."우선은 그리하자."서리가 답했다."한 번 다녀보고 나서 늘리면 된다. 정해놓고 지키지 못하면 그것부터 말이 난다."—궁에서 사람이 온 것은 그 무렵이었다.북현의 일은 틈틈이 문서로 올리고 있었다.다만 왕명을 받고 다녀온 길이었으므로 직접 아뢸 것이 따로 있었다.도성으로 돌아온 뒤 며칠이 지나 있었다.이겸이 곧 나섰다."돌아온 지 며칠이 되었는데 이제야 얼굴을 보는구나."왕이 그렇게 말했다."보고가 늦었습니다."이겸이 답했다.늦은 까닭은 대지 않았다."다음에는 내가 먼저 부르게 하지 마라.""예."이겸이 북현의 일을 아뢰었다.넘어오는 자가 이달 들어 백을 넘겼고, 지난달의 곱절이라는 것.겨울까지는 북계에서 대지만 그 뒤는 셈이 서지 않는다는 것.호악백이 국경 쪽을 맡고 있고 당분간은 손이 모자라지 않다는 것.왕이 그 대목에서 물었다."넘어온 자들 가운데 손이 성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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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3화 [선] - 2 -

이겸이 물러난 것은 그 뒤였다.궁 밖으로 나오자 볕이 아직 강했다.백우가 고삐를 잡고 뒤를 따랐다.이겸은 말에 오르지 않고 한동안 걸었다.부인의 곁에 있는 것.그 집의 사람이 되는 것.형님은 그 둘을 나누어 놓았다.이겸에게는 나뉘지 않는 것이었다.부인이니까 곁에 있었고, 부인의 일이니까 손을 보탰다.길이 겹치면 순찰을 그 시각에 맞췄고, 보급로를 볼 일이 있으면 겸사겸사 올라갔다.소금 나루를 채워 쓰라 이른 일도 있었다.그것을 두고 무엇을 얻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얻을 것이 있다고 여겼으면 그리하지 않았을 것이었다.그런데 형님은 그것을 세고 있었다.누가 어느 마당에서 자고 나오는지를 세는 자가 있다고 했다.이겸이 걸음을 멈췄다.정치적으로 그 말이 맞다는 것은 알았다.영안공이 어디에 머무는지가 아무 뜻도 없을 수는 없었다.그런데 그것을 알고 나서도 무언가가 걸렸다.부인의 곁에 있는 일을 두고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 것.그것이 누군가가 재고 관리해야 할 일로 놓이는 것.이겸에게 그 일은 그냥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이었다.언제부터 그러했는지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거기서 처음으로 하나가 걸렸다.언제부터였지.부인의 일을 이렇게 당연히 제 일로 여기게 된 것이.혼인한 날부터는 아니었다.그때는 얼굴도 몇 번 보지 못한 사이였다.그러면 어느 날부터인가.답이 나오지 않았다.찾아본 적이 없는 물음이었다.이겸이 다시 걸었다.한참을 걷고 나서 말에 올랐다."어디로 모실까요."백우가 물었다."저자 쪽으로 간다."백우가 말머리를 돌렸다.이겸은 그것을 정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영안궁은 비워둔 지 오래였다.그쪽으로 가라 이르는 것이 오히려 낯설었다.—서가 저택에 닿았을 때 해가 기울고 있었다.마당에 사람이 여럿 있었다.수레 한 대가 짐을 부리는 중이었다.서리가 별채 앞에 서 있었다.곁에 홍설아가 종이를 들고 있었다."마님. 먼 데서 기별이 하나 왔습니다.""말해보거라.""남쪽 끝입니다. 서가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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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4화 [익숙한 것] - 1 -

아침에 이겸이 나설 때 서리가 마당까지 나왔다."다녀오십시오."서리가 그렇게 말하고는 한쪽으로 밀린 옷깃을 바로잡아 접힌 자리를 손끝으로 눌러 폈다.이겸은 별말 없이 그 손길을 내려다보고 있었다.생각보다 가까웠다.서리가 손을 거두려는 순간 이겸이 고개를 숙였다. 입술이 잠깐 닿았다가 떨어졌다.떨어지고 나서야 제가 무엇을 했는지 알았다."다녀오겠습니다."이겸이 그렇게 말하고 한 걸음 물러서서 말에 올랐다.말머리를 돌리는 데 평소보다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서리는 그 자리에 잠시 서 있다가, 반쯤 올라와 있던 손을 내리고 안으로 들어갔다.전에는 문 앞에서 인사만 하고 갈라졌다.그것이 언제 바뀌었는지는 둘 다 모르고 있었다.—북문 쪽 일은 오전에 다 보지 못했다.초소 셋 가운데 하나는 지붕이 상해 있었고, 하나는 사람이 둘 모자랐다.지붕이 상한 데는 안쪽 벽까지 젖어 있었다.이겸이 손으로 눌러보니 물기가 배어 나왔다."비 오는 날에는 어찌하나.""아래 마을 헛간을 빌립니다.""그럼 초소를 왜 세워두었나."답이 없었다.이겸이 그것을 적게 했다."지붕은 이달 안으로 올리고, 사람은 어디서 뗄지 셈해서 올려라. 모자란 대로 두면 없는 것이나 같다."바깥 길은 오후에 돌았다.수레가 다니는 길은 성했다. 사람이 오가는 자리라 손이 가 있었다.문제는 그 위쪽이었다."이쪽 산길은 아직 못 봤나."이겸이 물었다."지난 일정에서도 빠졌습니다."백우가 답했다."봄에는 비가 오래 왔고, 그 뒤로 북계 일까지 겹쳐서요. 마지막으로 돈 것이 삼 년쯤 전입니다."이겸이 지도를 폈다.산줄기를 따라 길이 하나 나 있었다. 아래쪽에서 갈라져 위로 붙었다가, 다시 도성 바깥으로 돌아 내려오는 길이었다."요즘도 이 길로 다니나.""잘 안 다닙니다. 아래가 더 편하니까요.""그러니까 봐야지."이겸이 그 선을 손끝으로 따라갔다."사람이 안 다니는 길이 비어 있는지 아닌지는 가봐야 안다."이겸이 손을 거뒀다."넘어온 자들이 어디로 흩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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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5화 [익숙한 것] - 2 -

밖에서 사람 소리가 난 것은 그때였다."영안공부인께서 드셨습니다."이겸이 몸을 돌렸다.마당에 서리가 서 있었다.감씨와 초은이 뒤에 있었고, 짐이 궤로 둘이었다."벌써 오셨습니까."이겸이 그렇게 물었다.말해놓고 나서 그 말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다."급한 일은 마무리했습니다."서리가 답했다."기별을 받고 나서 두 가지만 정하고 나왔습니다.""내일 오셔도 되었을 텐데요.""내일은 내일 할 것이 있지요."서리가 그렇게 답했다."오늘 것을 오늘 끝냈으니 온 것입니다."서리가 그렇게 답하고는 덧붙였다."나머지는 내일 더 가져오라 했습니다."이겸이 그 말을 잠시 들여다보았다.몇 시진 동안 맞지 않던 것이 그 자리에서 가라앉았다.마당에서 짐 궤를 들이는 소리가 났다.감씨가 궤부터 안으로 들이라 이르는 소리도 났다.조금 전까지 아무 소리도 없던 마당이었다.집이 불편했던 것이 아니었다.그것까지는 생각이 갔는데, 그다음은 가지 않았다."드시지요."이겸이 그렇게 말했다."저녁은 드셨습니까.""아직입니다. 나오느라 때를 놓쳤습니다.""그럼 다시 차리라 하겠습니다."늦은 저녁상이 다시 들어왔다.먹는 동안 서리가 오늘 정한 것들을 말했다.행원 세 곳에 사람을 보내기로 한 것, 짐만 받아주는 데를 알아보라 한 것.이겸도 북문 초소 이야기를 했다.지붕이 상한 것과 사람이 둘 모자란 것."초소는 언제 고치십니까.""목재부터 올려야 합니다.""그건 저희 쪽이 더 빠릅니다."이겸이 잠시 서리를 보았다."아무래도 그건 군에서 처리할 일입니다."서리가 잠깐 생각했다."……저희 쪽 물건을 사시는 것도 모양이 좋지는 않겠군요.""그렇습니다.""값을 제대로 치르셔도요.""제대로 치렀는지는 나중 이야기가 됩니다."서리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거래처만 알려드리지요.""거래처를요.""서가와 얽히지 않은 데로요."서리가 답했다."급하다 하셨으니 빨리 대줄 만한 데 정도는 압니다. 그것까지 모른 척할 것은 없지 않습니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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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6화 [그 전부터] - 1 -

눈을 떴을 때 옆자리가 비어 있었다.이불 한쪽에는 아직 미지근한 온기가 남아 있었고, 베개 가까이에는 은은한 향이 희미하게 배어 있었다.이겸은 잠시 그대로 누워 있었다. 늦게 잠들었는데도 몸이 무겁지 않았다.씻고 옷을 갖춰 입고 나오니 서리가 먼저 나와 있었다.상이 평소보다 넉넉했다.주방에서 신경을 쓴 모양이었다."오늘은 저자에 나가십니까.""나갑니다. 오후에는 돌아옵니다.""저는 북문 쪽을 마저 봐야 합니다.""늦으십니까.""해 지기 전에는 돌아옵니다."상을 물리고 나서 채비를 갖춘 이겸이 문을 나설 때, 서리가 마당까지 따라 나왔다."어제 말씀드린 목재상은 사람을 보내 알려드리겠습니다.""그리해 주십시오.""잘 다녀오십시오."—이겸이 나간 뒤 서리도 곧 나섰다.만품전에서 어제 것을 받아 보았다.거울이 셋, 대야가 둘, 약재가 여러 봉지.북방에서 내려온 것도 있었다.청암에서 사흘에 한 번씩 내려오는 것이 그대로 돌고 있다는 것과, 송탄에서 이번에 내려보낸 물목.행원 쪽에서는 첫 달 셈이 올라왔다."두 번째 행원에서 말이 왔습니다."안기현이 짚었다."눈이 오면 말을 안쪽에 들여야 하는데, 그 자리가 좁다고요. 그때는 값을 달리 쳐달라 합니다.""올 겨울 것까지는 정한 대로 갑니다."서리가 답했다."정해놓고 곧바로 고치면 다음에 정할 때 저쪽이 안 믿습니다."서리가 종이를 넘겼다."다만 겨울에 마구가 좁다는 것은 적어두십시오. 다음에 값을 정할 때 그것까지 넣어 셈하면 됩니다."그러던 참에 홍설아가 들어왔다.목소리를 낮추고 있었다."뒤로 손님이 왔습니다."뒤로 들어온 사람은 셋이었다.하나는 수레와 짐꾼을 대고, 하나는 창고를 붙여 쓰며, 나머지 하나는 곡물과 말먹이를 중개해온 자였다.셋은 서로 모르는 사이가 아니었다.자리를 잡는 순서부터 가장 나이 든 자에게 시선을 모으는 것까지, 누가 먼저 입을 열 것인지 이미 정해두고 온 눈치였다."서가 가주님을 뵙습니다."예를 마친 자가 지체하지 않고 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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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7화 [그 전부터] - 2 -

"어째서요?""상태가 좋지 않았다고요."그자가 답했다."위쪽은 멀쩡했는데 아래쪽 포대를 풀어보니 쭉정이가 많이 섞여 있었다더군요.""저희 쪽에서 풀어본 것이군요.""그렇다고 들었습니다. 그냥 실어 갔으면 몰랐을 텐데요.""그래서 다시 꾸린 것이군요.""예. 그러느라 며칠 갔습니다."서리가 그 대목에 표를 해두게 했다."이런 것이 또 있습니까.""찾아보면 몇 건 더 있을 겁니다."안기현이 답했다."다만 이런 일은 흔합니다. 장거리 거래에서 물건이 한 번 물리는 것이 이상할 것은 없지 않습니까?""그렇지요."서리도 그것을 인정했다.그 사이에 제때 온 것이 훨씬 많았다.한 해에 열 몇 번을 주고받는데 그중 두어 번이었다.그것만 놓고 무어라 하기는 어려웠다.그래도 표는 계속 해두게 했다.—밤에 이겸이 돌아왔을 때 서리는 아직 장부 앞에 있었다.이겸이 그것을 보고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드시고 하십시오."그렇게만 말했다."조금만 더 보고요.""드시고 보십시오."서리가 붓을 놓았다.먹는 동안 이겸이 산길 이야기를 했다. 내일모레쯤 돌아볼 참이라 했다.서리는 그 말을 들으면서도 반쯤은 장부 쪽에 정신이 가 있었고, 이겸도 그것을 알고 더 묻지 않았다.—이튿날 삼 년 전 것으로 들어갔다.가을께에서 안기현의 손이 멎었다."여기 창고에 불이 났습니다."창고를 대던 자가 고개를 들었다."그 불이면 저도 압니다. 제 것은 아니었고, 그 집 창고였습니다.""무엇이 들어 있었습니까.""북쪽으로 올릴 것들이었지요. 곡식이며 말먹이며 약재며.""다 탔습니까.""다는 아니고, 절반쯤 상했다고 들었습니다. 탄 것보다 물에 젖어 못 쓰게 된 것이 많았다더군요.""그래서 어찌 되었습니까.""다시 꾸렸지요. 그 집도 급했으니까요.""그때 그 집이 어땠습니까."서리가 물었다."난리였습니다."창고를 대던 자가 답했다."곡식을 어디서 급히 사들이고, 수레를 여기저기서 끌어모으고요. 저한테도 자리 있느냐고 사람이 왔습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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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8화 [알아본 것] - 1 -

궁에서 목가로 사람이 든 것은 그 며칠 사이였다.왕실의 뜻을 전하러 온 자였고, 전한 것은 태자의 혼약에 관한 것이었다.목연의 아버지가 그 자리에서 예를 갖춰 답을 올렸다.사람이 물러간 뒤에 아버지가 목연을 불렀다."들었을 것이다.""예.""모레 입궁하거라. 왕후께 인사를 올리고 나면 자리를 마련해 주실 것이다."목연이 고개를 숙였다.그날 밤 목연은 함 안에 넣어두었던 것을 다시 꺼내 보았다.그날은 접힌 채 가장자리만 살폈다.이번에는 천을 끝까지 펴 등불 가까이 기울였다.귀퉁이의 수실을 따라 옅은 윤기가 흘렀다.목연의 손이 멎었다.이 실을 알고 있었다.연택례가 치러지기 전, 궁의 자리에서 태자가 쓰던 손수건을 몇 차례 본 적이 있었다.수에 쓰인 실이 빛을 받을 때마다 꼭 저런 윤기가 났다.이후 영안궁에서 왕후마마께서 내리신 비단을 보았을 때도 그 손수건을 떠올렸었다.같은 물건인지는 알 수 없었다. 드문 실이 쓰였다는 것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었다.다만 태자가 쓰던 것을 잃어버린 것이라면 돌려드리는 것이 옳았다.목연이 그것을 곱게 접어 갈무리했다.—이틀 뒤에 목연이 입궁했다.왕후에게 인사를 올리고 나서 차가 나왔다. 날씨 이야기와 집안 이야기가 오갔다.왕후는 목연의 앉음새와 말끝을 한 번씩 살폈다.혼담을 전해 들은 뒤인데도 흐트러진 데가 없었다."목 대감은 별고 없으시냐.""예. 문안 올리라 하셨습니다."왕후가 고개를 끄덕였다."둘이서도 말을 나누어 보아라.""혼사를 앞두고 둘이 따로 말을 나누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자리는 후원에 마련되었다.상이 하나 놓였고, 시종들은 마당 건너편으로 물러나 섰다.보이는 자리였고, 들리지 않는 자리였다.이헌이 먼저 와 있었다."목 소저.""전하."목연이 예를 갖추고 앉았다.봄에 본 것보다 여위어 있었다. 잠을 잘 못 자는 사람의 얼굴이었다.이 자리가 무엇을 위한 자리인지는 둘 다 알고 있었으므로, 말을 돌리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이 혼약을 조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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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9화 [알아본 것] - 2 -

목연이 잠시 생각했다.돌려줄 자리를 알고 있다고 여겼는데, 이 사람이 주인을 안다고 했다.그러면 저보다 이쪽이 맞았다.목연이 천을 도로 접어 상 위로 밀어놓았다."그리하십시오."이헌이 그것을 받아 품에 넣었다.시종들이 멀리서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두 사람이 상을 사이에 두고 오래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쁘지 않게 헤어졌다.목연이 물러난 뒤에 왕후가 그 이야기를 들었다.혼사가 오간다는 것은 굳이 감추지 않되, 정식으로 예를 갖추는 일은 북쪽이 가라앉은 뒤로 미루었으면 한다는 말이었다.왕후는 그 셈을 곧바로 알아보았다.바라던 것이 다 되는 것은 아니었다.다만 목가와 태자 사이에 혼담이 오갔다는 말이 도는 것만으로도 저쪽에서 읽을 것은 읽을 것이었다.그것을 두고 지금 당장 예를 서두르면, 무엇이 급해서 그러느냐는 말이 붙는다."그리하라 이르거라."다음 달 안으로 넣겠다던 것이 그만큼 뒤로 밀렸다.—같은 무렵, 북문 밖이었다.이겸이 산길로 들어선 것은 아침이었다.백우와 셋이 더 붙었다.아래쪽 길은 사람이 다니는 자리라 성했다.갈라지는 데서 위로 붙자마자 달라졌다.풀이 무릎까지 올라와 있었고, 가지가 길 위로 내려와 있었다.말을 탄 채로는 두 사람이 나란히 못 갔다."여기서부터는 하나씩 갑니다."백우가 앞으로 나가며 가지를 쳐냈다.베어낸 자리가 마른 것을 보니 오래 손을 안 댄 길이었다."삼 년 손을 안 대면 이만큼 덮입니다.""내년에 또 이러겠구나.""봄에 한 번 돌면 덜합니다."해 묵은 물길에 파인 자리가 두 군데 있었다.하나는 발이 빠질 만했고, 하나는 돌이 흘러내려 길 절반이 없어져 있었다.이겸이 말에서 내려 그 자리를 밟아 보았다.흙이 푸석하게 말라 있었다.발을 딛자 가장자리가 부스러져 아래로 흘러내렸다."수레는 못 지납니다.""말은.""조심하면 지납니다. 다만 어두우면 어렵습니다.""짐을 지고 걷는 것은.""그것도 됩니다. 여기만 지나면 위는 나쁘지 않습니다."이겸이 그것을 적게 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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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0화 [여섯 대] - 1 -

이겸은 남은 구간을 끝까지 돌고 내려왔다.무너진 데를 어디까지 손볼지, 순찰을 몇 번으로 잡을지 다 정하고 나서였다.돌아가는 길에 두 번 더 멈췄다.두 번 다 아무것도 없었다.돌아오는 길에 백우가 한 번 물었다."아까 그 자리에서 무엇을 보셨습니까.""아무것도 없었다."그렇게 답했다.거짓은 아니었다.다만 그 한 장면이 지워지지 않았다.쓰러져 있던 사람.죽은 듯 고요했다.숨을 쉬고 있었는지 아닌지는 보지 못했다.확인하기 전에 사라졌다.그것이 무엇인지도, 어째서 보였는지도 알 수 없었다.그런 것을 겪어본 적이 없으니 무어라 부를 말도 없었다.저녁에 서가 저택으로 돌아갔을 때 서리는 마당에 있었다.멀쩡했다.장부를 든 채로 안기현과 무언가를 짚어보고 있었고, 이겸이 들어서자 고개를 들었다."오셨습니까.""예."이겸이 그 자리에 잠시 서 있었다.서리가 서 있는 자리와 그 장면이 겹치지는 않았다.겹칠 것도 없었다. 여기는 마당이고 저기는 산 아래였다.그런데도 한 번 더 보게 되었다."어디 편찮으십니까?"서리가 물었다."아닙니다."그날 밤에 이겸이 백우를 불렀다."부인 곁에 사람을 둘 더 붙여라."백우가 잠시 이겸을 보았다."무슨 일이 있습니까?""없다.""그런데 둘이나요?""저자에 나가는 날이 많지 않으냐."이겸이 그렇게 답했다."요즘은 사람도 여럿 만나신다. 초은 혼자 다 보기는 어렵다.""그건 그렇습니다."백우가 알겠다고 하고 물러갔다.물러가면서 한 번 돌아보았다.—이튿날 아침상에서 서리가 그 이야기를 꺼냈다."수레를 돌려받으려 합니다.""어느 것 말입니까.""삼 년 전에 저쪽에서 빌려 간 것입니다. 여섯 대고요."이겸이 잔을 내려놓았다."돌려준다 하겠습니까?""안 줄 까닭이 없지요."서리가 답했다."지금 그 집이 수레 여섯 대가 아쉬운 집도 아니고요.""그럼 어째서요?""돌려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 나오는지를 보려는 것입니다."이겸이 그 말을 잠시 들여다보았다."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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