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지나지 않아 디저트가 나왔다. 접시 한가운데 놓인 아이스크림은 가장자리부터 조금씩 녹고 있었다. 서인은 작은 스푼으로 한쪽을 떠먹었다. 차갑고 단맛이 혀끝에 오래 남았다. 와인을 평소보다 조금 많이 마신 탓인지 몸도 기분도 느슨했다. 취했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평소 같으면 한 번 생각하고 넘겼을 것들이 오늘은 이상하게 오래 머릿속에 남았다. 재하가 맞은편에서 물었다. “취했어요?” “에이, 이 정도로?” “눈이 풀렸는데.” 서인은 눈가를 손끝으로 한번 만져봤다. “저 원래 이렇게 생겼어요.” 재하가 웃었다. “아닌데.” 서인은 대꾸하지 않고 아이스크림을 한입 더 먹었다. 몇 입 더 먹고 나니 물이 당겼다. 습관처럼 물잔으로 손을 뻗으려는데 재하가 먼저 잔을 집어 서인 쪽으로 밀어놓았다. 손을 뻗을 필요도 없이 잔이 바로 앞에 놓였다. 서인은 물잔을 들다가 문득 재하를 봤다. 재하는 이미 제 잔으로 시선을 돌린 뒤였다. 원래 이런 데 빨랐다. 같이 식사를 할 때도, 차를 탈 때도, 사람이 많은 곳을 지날 때도 그랬다. 서인이 뭘 필요로 하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먼저 알아채는 일이 많았다. 그동안은 그저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을 보고 상황을 읽는 게 빠르고, 어디서든 실수하는 법이 없으니까. 그런 종류의 센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은 그런 사소한 것들이 이상하게 하나씩 눈에 들어왔다. 프로방스에서 자신이 맛있게 먹었던 음식도, 그때 찍은 사진 몇 장으로 찾아낸 이 식당도, 어디에 뒀는지조차 잊고 있던 빈 와인병도. 그리고 방금 재하가 말없이 앞에 놓아준 물잔까지. 서인은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재하 씨는 나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아요.” 재하가 눈을 들었다. “모르면 안 되죠.” “왜요?” “그동안 같이 살았는데.” 당연하다는 말투였다. 서인은 물잔을 내려놓았다. “그런가.” 스푼 끝으로 조금 녹은 아이스크림을
最終更新日 : 2026-09-29 続きを読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