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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전 금욕주의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71 - チャプター 80

126 チャプター

71화

재하는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떴다. 품 안에 온기가 느껴졌다. 고개를 조금 숙이자 서인이 보였다. 재하 쪽으로 몸을 말고 깊이 잠든 채였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뺨에 붙어 있었고, 한쪽 손은 느슨하게 그의 옆구리에 얹혀 있었다. 재하는 깨우지 않고 잠든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살짝 벌어진 입술 위로 고른 숨이 오갔고, 길게 내려앉은 속눈썹이 이따금 작게 떨렸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품 안에서 작은 움직임이 느껴지더니 서인이 천천히 눈을 떴다. 아직 잠이 덜 깬 얼굴로 몇 번 눈을 깜빡이다가 자신을 내려다보는 재하와 눈이 마주쳤다. “잘 잤어요?” “네.” 목소리도 잠겨 있었다. 서인은 잠시 그대로 있다가 재하의 품에서 빠져나와 협탁의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화면을 보자마자 남아 있던 잠기운이 달아났다. “벌써 가게요?” “출근해야죠.” 몸을 일으키려는데 재하의 팔은 아직 허리에 걸쳐져 있었다. 서인이 그 팔을 한번 내려다봤다. “놔줘요.” 재하가 순순히 팔을 풀었다. “같이 가요?” “오늘은 먼저 가야 돼요.” “그래요.” 서인은 침대에서 내려와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대충 정리했다. “먼저 준비할게요.” “네.” 문을 열고 나가려던 서인이 한 번 뒤를 돌아봤다. 아직 침대에 누워 있던 재하와 다시 눈이 마주쳤다. “왜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서인은 그대로 문을 닫고 나갔다. 재하는 닫힌 문을 잠시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어젯밤에는 서인이 먼저 이 방으로 왔다. 하고 싶다는 말도, 입을 맞춘 것도 먼저였다. 그러고는 아침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러 나갔다. 조금 전까지 서인이 누워 있던 자리에는 흐트러진 이불만 남아 있었다. *** 오후에는 예정되어 있던 자산 매각 회의가 있었다. 이미 조건은 대부분 좁혀진 상태라 확인해야 할 조항도 많지 않았다. 몇 가지 세부 조건을 정리하던 중 상대 측에서 자료를 넘기다 말고 물었다. “우진 쪽 상황은 변동 없는 거죠?”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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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화

오전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아홉 시에 회의가 있었고, 열한 시에는 재무팀에서 올라온 자료를 확인했다. 점심시간을 조금 넘겨서는 채권단 쪽에서 전화가 왔다. 서인은 통화를 끝내고 수정할 부분을 표시해 담당자에게 자료를 돌려보냈다. “상무님.” 비서가 열린 문을 두드렸다. “한 시 전에는 출발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서인은 모니터 오른쪽 아래에 떠 있는 시간을 확인했다. 열두 시 사십 분이었다. “알아요.” “오후에 잡혀 있던 일정은 말씀하신 대로 전부 옮겨뒀습니다.” “고마워요.” 비서가 나가고 서인은 다시 모니터를 봤다. 방금까지 읽던 자료가 그대로 떠 있었다. 남은 부분을 마저 확인해 메일을 보내자 휴대전화가 울렸다. 재하였다. [도착했어요.] 서인은 답장을 보내는 대신 자리에서 일어났다. *** 차는 한성 본사 앞에 세워져 있었다. 서인이 조수석 문을 열고 타자 재하가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들었다. “일찍 왔네요.” “길 막힐까 봐.” “아직 한 시도 안 됐는데.” “늦는 것보단 낫죠.” 안전벨트를 매던 서인이 웃었다. “누가 보면 재하 씨가 이혼 서두르는 줄 알겠어요.” 재하가 서인을 봤다. “그렇게 보여요?” “조금?” “그럼 한 바퀴 돌다 갈까요?” 서인이 재하를 봤다. “늦으면 안 된다면서요.” “나는 천천히 가도 상관없는데.” 서인은 잠깐 재하를 바라보다가 안전벨트를 고쳐 맸다. “가요.” 재하가 입꼬리를 조금 올리며 시동을 걸었다. 차가 도로로 들어섰다. 서인은 창밖을 보다가 생각난 듯 말했다. “어머님이 연락 주셨어요.” “언제요?” “어제요. 조만간 같이 식사하자고 하시던데.” “그래요?” “네. 날짜 잡히면 알려드릴게요.” “네.” 신호가 바뀌고 차가 다시 움직였다. 차가 막힐 때면 간간이 회사 이야기를 했다. 서인은 오전에 있었던 회의 이야기를 짧게 전했고, 재하는 오후에 잡힌 일정 때문에 법원에서 나오는 대로 회사에 다시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평소와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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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화

휴대전화가 울렸다. [내려와요.] 서인은 모니터 오른쪽 아래에 떠 있는 시간을 확인했다. 일곱 시 반. 시간 약속 하나는 철저한 사람이었다. [네.] 열어두었던 파일을 저장해 닫고 책상 위의 자료를 한데 모았다. 휴대전화를 가방에 넣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내려가자 통유리 너머로 익숙한 차가 보였다. 조수석 문을 열고 타자 운전석에 앉아 있던 재하가 고개를 돌렸다. “끝났어요?” “네. 기다렸어요?” “방금 왔어요.” 서인이 안전벨트를 맸다. “어디 가요?” “가보면 알아요.” “뭐예요.” 재하는 대답하지 않고 차를 출발시켰다. 퇴근 시간이라 도로에는 차가 많았다. 서인은 휴대전화를 꺼내지 않고 가방을 무릎 위에 올려둔 채 창밖을 바라봤다. 늘 지나던 도로였다. 퇴근하는 사람들과 길게 늘어선 차들, 하나둘 불이 켜지기 시작한 건물들이 천천히 창밖을 흘러갔다. 한참을 달리던 차가 익숙한 길로 접어들자 서인이 주변을 알아보고 고개를 돌렸다. “어? 거기 가는구나.” “네.” “오랜만이네요.” “그러게요.” 번화한 도로를 벗어난 차가 조용한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낮은 담장과 오래된 나무 사이로 불이 켜진 건물이 보였다. 작은 정원이 딸린 이 층짜리 주택을 개조한 프랑스 요리집이었다. 결혼하고 종종 함께 왔던 곳이었다. 재하가 주차를 마치고 먼저 내렸고, 서인도 뒤따라 차에서 내려 입구 쪽으로 걸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익숙한 직원이 두 사람을 알아봤다. “두 분 정말 오랜만에 오셨네요.” 서인이 웃으며 인사했다. “잘 지내셨죠?” “그럼요. 안쪽 자리 준비해드렸습니다.” 안내받은 자리도 익숙했다. 창가에서 조금 떨어진 구석이었다. 정원이 내려다보이면서도 다른 테이블과 거리가 있어 둘이 올 때면 자주 앉던 자리였다. 서인은 의자를 당겨 앉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여긴 진짜 안 변하네요.” 맞은편에 앉은 재하가 메뉴를 펼쳤다. “변하면 안 되죠.” “그건 그래요.” 저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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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화

재하는 빗속으로 걸어나가는 서인을 잠시 바라봤다. 가느다란 굽이 젖은 돌바닥을 밟았다. 서인이 몇 걸음 더 가자 재하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차양 밖으로 나왔다. “천천히 가요. 발 다쳐요.” 서인이 빗속에서 돌아봤다. 젖은 머리카락이 뺨에 붙어 있었다. “빨리 와요.” 재하가 가까이 오자 서인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가요.” 재하가 그 손을 잡았다. 그제야 둘은 함께 뛰기 시작했다. 차가운 빗물이 머리와 어깨 위로 사정없이 쏟아졌다. 서인은 미끄러운 돌길을 조심해서 뛰었고, 속도가 느려질 때마다 재하도 보폭을 맞췄다. 잡은 손은 차에 도착할 때까지 놓지 않았다. 문을 닫고 나니 요란하던 빗소리가 조금 멀어졌다. 둘 다 완전히 젖어 있었다. 서인은 얼굴에 붙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고, 재하는 운전석에 앉아 젖은 셔츠 소매를 걷어 올렸다. 그러다 어느 순간 눈이 마주쳤다. 서인이 먼저 웃었다. 재하도 따라 웃었다. 차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빗줄기는 거짓말처럼 약해졌다. 유리창을 세차게 때리던 빗방울이 하나둘 가늘어지고, 흐렸던 하늘 사이로 늦은 저녁빛이 조금씩 번졌다.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그쳐가는 비를 바라봤다. “와인은 괜찮으십니까?” 직원의 목소리에 서인이 고개를 들었다. 조금 전까지 귓가를 채우던 빗소리 대신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직원은 와인병을 든 채 테이블 옆에 서 있었다. “네. 좋아요.” 잔이 다시 채워졌다. 직원이 물러가자 재하가 서인을 봤다. “뭘 그렇게 웃어요.” “그때 생각나서요. 우리 비 맞으면서 뛴 날.” 서인은 잔을 들었다. “차 타고 나니까 거짓말처럼 그쳤잖아요.” “그래서 내가 조금만 더 기다리자고 했잖아요.” “기다리긴. 재하 씨가 먼저 뛰어가버려놓고.” “차 가져오라면서요.” “그거 사실 농담이었는데.” 재하가 웃었다. “손잡고 빗속으로 뛰어든 건 기억납니까?” 서인이 잠깐 생각했다. “내가 먼저 손을 잡았나?” “네.” “재하 씨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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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화

얼마 지나지 않아 디저트가 나왔다. 접시 한가운데 놓인 아이스크림은 가장자리부터 조금씩 녹고 있었다. 서인은 작은 스푼으로 한쪽을 떠먹었다. 차갑고 단맛이 혀끝에 오래 남았다. 와인을 평소보다 조금 많이 마신 탓인지 몸도 기분도 느슨했다. 취했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평소 같으면 한 번 생각하고 넘겼을 것들이 오늘은 이상하게 오래 머릿속에 남았다. 재하가 맞은편에서 물었다. “취했어요?” “에이, 이 정도로?” “눈이 풀렸는데.” 서인은 눈가를 손끝으로 한번 만져봤다. “저 원래 이렇게 생겼어요.” 재하가 웃었다. “아닌데.” 서인은 대꾸하지 않고 아이스크림을 한입 더 먹었다. 몇 입 더 먹고 나니 물이 당겼다. 습관처럼 물잔으로 손을 뻗으려는데 재하가 먼저 잔을 집어 서인 쪽으로 밀어놓았다. 손을 뻗을 필요도 없이 잔이 바로 앞에 놓였다. 서인은 물잔을 들다가 문득 재하를 봤다. 재하는 이미 제 잔으로 시선을 돌린 뒤였다. 원래 이런 데 빨랐다. 같이 식사를 할 때도, 차를 탈 때도, 사람이 많은 곳을 지날 때도 그랬다. 서인이 뭘 필요로 하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먼저 알아채는 일이 많았다. 그동안은 그저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을 보고 상황을 읽는 게 빠르고, 어디서든 실수하는 법이 없으니까. 그런 종류의 센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은 그런 사소한 것들이 이상하게 하나씩 눈에 들어왔다. 프로방스에서 자신이 맛있게 먹었던 음식도, 그때 찍은 사진 몇 장으로 찾아낸 이 식당도, 어디에 뒀는지조차 잊고 있던 빈 와인병도. 그리고 방금 재하가 말없이 앞에 놓아준 물잔까지. 서인은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재하 씨는 나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아요.” 재하가 눈을 들었다. “모르면 안 되죠.” “왜요?” “그동안 같이 살았는데.” 당연하다는 말투였다. 서인은 물잔을 내려놓았다. “그런가.” 스푼 끝으로 조금 녹은 아이스크림을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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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화

다음 날 아침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재하는 먼저 내려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창밖으로 들어온 햇빛이 식탁 끝까지 번져 있었다. 밤사이 조용히 가라앉은 집 안에는 막 내린 커피 냄새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평소보다 조금 늦게 내려온 서인은 가방을 챙기며 시간을 확인했다. “먼저 갈게요.” “아침은요?” “회사 가서 먹으려고요. 아침부터 회의가 있어서.” 가방 안을 확인하던 서인이 뒤늦게 생각난 듯 고개를 들었다. “아, 맞다.” “왜요?” “자료를 두고 갈 뻔했네.” 가방을 의자에 내려놓은 서인이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다. 재하는 커피잔을 들었다. 그때 식탁 위에 놓인 서인의 휴대전화가 짧게 울렸다. 바로 앞에 놓인 화면이 켜지면서 이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차도윤. [어제 신고까지 잘 마치셨죠?] 곧이어 두 번째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럼 이제 약속하신 술 한잔은 얻어먹어도 되겠네요.] 커피를 마시려던 재하의 손이 멈췄다. 재하의 시선이 잠시 화면에 머물렀다. 이내 불이 꺼지면서 검은 액정 위로 아침 햇빛만 희미하게 비쳤다. 위층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자료를 들고 내려온 서인은 식탁을 지나치다가 휴대전화를 발견하고 도로 돌아왔다. “핸드폰도 놓고 갈 뻔했네요.” 휴대전화를 챙겨 가방에 넣었다. “나 이제 진짜 가요.” “오늘 늦어요?” “음, 아마도요.“ 재하는 들고 있던 잔을 내려놓았다. “약속 있어요?” 서인이 돌아봤다. “아뇨. 퇴근하면 바로 집에 오려고요.” “그래요.” “왜요?” “그냥.” 서인은 잠시 재하를 바라보다가 현관으로 향했다. “시간 맞으면 집에서 저녁 같이 먹어요.” 재하는 잠시 뒤 대답했다. “그래요.” “이따 봐요.” 현관문이 닫혔다. 재하는 남아 있던 커피를 마셨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적당했던 온도가 어느새 미지근해져 있었다. 그는 말없이 잔을 내려놓았다. *** 오전 회의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온 뒤에야 서인은 밀린 메시지 사이에 있던 도윤의 이름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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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화

토요일 오후, 서인은 소파에 누워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딱히 할 일 없는 주말은 오랜만이었다. 밀린 업무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노트북을 펼칠 정도로 급한 일도 없었다. 오전 내내 늦잠을 자고 일어나 간단히 점심을 먹은 뒤로는 줄곧 거실에 늘어져 있었다. 재하는 운동을 하러 나간 상태였다. 휴대전화가 울린 건 그때였다.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한 서인이 몸을 일으켰다. “네, 어머님.” — 그래, 서인아. 쉬고 있니? “네. 집에서 쉬고 있었어요. 어머님은요?” — 나야 늘 똑같지. 요즘 회사는 좀 어때? 많이 바쁘고? “괜찮아요. 지난주보다는 좀 나아졌어요.” —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 말고. 얼굴 본 지도 오래됐네. 서인은 웃었다. “그러게요. 제가 한번 갔어야 했는데.” — 됐다. 바쁜 애를 뭘 오라 가라 해. 몇 마디 안부가 더 오간 뒤에야 본론이 나왔다. — 내일 시간 어때? 점심 괜찮니? “내일이요?” 서인은 머릿속으로 일정을 떠올렸다. 특별한 약속은 없었다. “네. 괜찮아요.” — 그럼 점심이나 같이 하자. 시은이가 들어왔어. “시은 씨가요?” 지난번 한국에 들어왔을 때 같이 쇼핑을 한 뒤로도 꽤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연락은 몇 번 주고받았지만 직접 얼굴을 본 건 오래전이었다. “언제 들어왔대요?” — 어제. 이번에도 갑자기 왔더라.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죠?” — 혼자 들어오긴 했는데 아직 별말은 없네. 시은은 종종 혼자 한국에 들어오곤 했다. 이번에도 크게 이상할 건 없었다. “그럼 내일 뵐게요, 어머님.” — 그래. 오랜만에 얼굴 좀 보자. 오늘은 푹 쉬고. “네. 어머님도요.” 전화를 끊은 뒤 서인은 다시 소파에 몸을 기댔다. 시은에게 따로 연락해볼까 하다가 그만뒀다. 어차피 내일 만나기로 했으니 그때 보면 될 일이었다. 오후는 느리게 흘렀다. 해가 조금씩 기울 무렵이 되어서야 서인은 소파에서 일어났다. 오늘 저녁에는 재하와 해장국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곳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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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화

서인이 먼저 집과 반대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재하도 아무 말 없이 보폭을 맞췄다. 주말 저녁이라 거리는 붐볐다. 식사를 하러 나온 사람들과 쇼핑백을 든 사람들 사이로 천천히 걷다 보니 술기운도 조금씩 가라앉았다. 그대로 한참을 걷던 서인이 옆을 돌아봤다. “영화 볼래요?” “어떤 거요?” “저번에 같이 예고편 본 영화 있잖아요. 그거 개봉했대요.” 재하가 잠시 생각하다 물었다. “그거 공포영화 아니에요?” 서인이 웃었다. 재하가 바로 물었다. “왜 웃어요?” “재하 씨 공포영화 못 봐요?” 재하가 어이없다는 듯 서인을 봤다. “누가 못 본대요?” “별로 보고 싶은 목소리는 아니었는데.” “상관없습니다.” “그럼 그거 봐요.” 서인은 걸으면서 상영 시간을 확인했다. 마침 삼십 분쯤 뒤에 시작하는 회차에 나란히 붙은 자리가 남아 있었다. 그대로 두 자리를 예매한 뒤 걷던 방향을 영화관 쪽으로 틀었다. 영화관에 도착했을 때는 상영 시작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다. 둘은 팝콘과 음료를 산 뒤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조명이 아직 켜져 있었고 스크린에는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서인은 안쪽 자리에 앉아 팝콘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재하가 옆자리에 앉자 서인은 기다렸다는 듯 그쪽으로 몸을 조금 기울였다. “재하 씨.” “왜요.” “무서우면 눈 감아요.” 재하가 서인을 봤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었다는 표정이었다. “한서인 씨나 잘 봐요.” 서인이 소리 없이 웃었다. 그사이 광고가 끝나고 상영관의 조명이 천천히 꺼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영화는 제법 무서웠다. 초반까지만 해도 서인은 팝콘을 집어 먹으며 느긋하게 화면을 보고 있었지만, 중반을 넘어서자 어두운 장면이 길어질 때마다 저도 모르게 손이 멈췄다. 한동안 고요하던 화면이 갑자기 바뀌며 커다란 효과음이 울렸다. 서인의 손이 팝콘 통 안에서 멈췄다. 동시에 옆에 있던 재하의 어깨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 정말 미세한 움직임이었다. 서인은 천천히 고개를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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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화

일요일 점심을 조금 앞두고 두 사람은 집을 나섰다. 어제와 달리 하늘이 흐렸다. 차창 밖으로 낮게 깔린 구름을 보고 있던 서인이 문득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시은 씨 들어온 거 알고 있었어요?” 재하가 짧게 서인을 봤다. “아뇨.” “어제 들어왔대요.” “갑자기?” “네. 어머님도 자세한 건 모르시는 것 같던데.” 재하는 별로 놀라지 않은 얼굴이었다. “또 싸웠나 보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죠.” 재하가 짧게 웃었다. “이번에는 또 얼마나 가려나.” 시은과 유민이 싸우는 건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부터 만났다. 같은 학교 동창으로 만나 오래 연애한 끝에 졸업 후 결혼했고, 유민이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자연스럽게 미국에 자리를 잡았다. 시은도 그곳에서 함께 생활했다. 서인이 결혼한 뒤 가족 행사에서 몇 번 마주친 두 사람은 언제나 가까이 붙어 있었다. 시은이 찾기도 전에 유민이 필요한 걸 건네고, 유민이 무심코 지나친 걸 시은이 대신 챙기는 식이었다. 둘이 함께 있을 때면 그런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대신 한번 부딪치면 둘 다 좀처럼 물러서지 않았다. 시은이 크게 싸운 뒤 혼자 한국에 들어온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서인은 다시 창밖을 바라봤다. 재하도 더는 시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얼마 뒤 차가 재하의 본가에 도착했다. 현관으로 들어서자 윤경이 먼저 두 사람을 맞았다. “왔어?” “네, 어머님.” 윤경은 서인을 보자마자 반갑게 웃었다. “우리 며느리는 볼 때마다 예뻐지네. 들어와.” “어머님도 참.” 서인이 웃으며 안으로 들어서자 윤경이 자연스럽게 옆으로 붙었다. “시은이는 안에 있어.” 그러면서 서인의 팔을 가볍게 두드렸다. “네.” 그때 거실 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언니이.” 길게 늘어진 목소리와 함께 시은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인을 발견한 순간 얼굴 가득 웃음이 번졌다. 양쪽 볼에 깊은 보조개가 패였다. “시은 씨.” “왜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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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화

아무도 바로 말을 잇지 못했다.윤경은 시은의 얼굴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뒤늦게 되물었다.“……뭐?”“이혼한다고.”“무슨 소리야, 갑자기.”“갑자기 아니야.”윤경의 미간이 좁아졌다.“최 서방하고 무슨 일 있었어?”“싸웠어.”재하는 별다른 반응 없이 물을 마셨다.시은과 유민이 싸우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윤경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이번에는 또 뭘로.”“내 생일에 저녁 먹기로 했는데 당일에 취소했어. 갑자기 지도교수님 쪽에 일정이 생겼다고.”“그것 때문에?”“그것 때문에 시작한 거지.”시은의 목소리가 금세 높아졌다.“그러다 지난번 얘기 나오고, 그 전 얘기 나오고. 걔도 할 말 다 하고 나도 할 말 다 하고.”윤경이 한숨을 쉬었다.“너희는 어떻게 싸울 때마다 그렇게 끝을 보니.”“그러니까.”시은이 물잔을 내려놓았다.“맨날 싸우고 화해하고 또 싸우고. 나도 이제 피곤해.”조금 전까지 높아졌던 목소리는 어느새 가라앉아 있었다.“그만할래.”태준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최 서방도 그러겠대?”“아니. 걔는 내가 또 삐진 걸로만 알아.”윤경의 얼굴이 굳었다.“권시은.”“연락 안 할 거야.”“너 진짜…….”“오늘은 그만.”태준이 말을 끊었다. 윤경은 할 말이 남은 얼굴이었지만 결국 입을 다물었고, 시은 역시 더 설명하지 않았다.집을 나설 때쯤에는 시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웃고 있었다. 현관까지 따라 나온 시은이 서인의 팔을 잡았다.“언니, 내가 따로 연락할게요.”“알겠어요.”시은은 서인의 팔을 놓고 재하를 돌아봤다.“오빠도 조심히 들어가.”“응.”윤경과 태준에게도 인사를 마친 두 사람은 그대로 본가를 나섰다.돌아오는 길에는 갈 때보다 차가 많았다. 흐린 일요일 오후, 도로를 빼곡하게 메운 차들이 신호가 바뀔 때마다 조금씩 앞으로 밀려났다.서인은 창밖으로 천천히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다가 식사 중 시은이 별 뜻 없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둘은 싸우지도 않겠지.생각해보면 정말 그랬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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