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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전 금욕주의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91 - チャプター 100

126 チャプター

91화

서인은 재하가 열어준 조수석에 올라탔다. 문이 닫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재하도 운전석에 앉았다. 시동이 걸리고 차가 천천히 한성 본사 앞을 빠져나왔다. 안전벨트를 매던 서인이 옆에 앉은 재하를 봤다. “근데 어떻게 알았어요. 나 지금 끝난 거.” “비서실에 연락했어요.” “아.” 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차가 큰길로 접어들었다. 늦은 시간이라 도로는 낮보다 한산했다. 서인은 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가 다시 넣었다. 오늘 하루 종일 화면을 들여다봤더니 더는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았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불빛을 보고 있던 서인이 말했다. “미안해요. 오늘 우진도 정신없었을 텐데.” “서인 씨가 왜 미안해요.” “결국 한성 일 때문에 우진까지 같이 휘말린 거잖아요.” “서인 씨가 기사 냈어요?” 서인이 재하를 봤다. “그건 아니지만.” “그럼 됐어요.” 서인은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손을 들어 관자놀이를 꾹 누르자 재하가 옆을 봤다. “어디 아파요?” “생각할 게 많아서 그런가. 머리가 좀 아프긴 해요.” “약은요?” “먹었어요.” “밥은?” “아직요.” “밥도 안 챙겨 먹었어요?” 서인은 대답 대신 창밖을 봤다. “커피는 마셨어요.” “그게 밥이에요?” “먹을 시간이 없었어요.” “언제부터 아무것도 안 먹었어요?” “아침부터요. 먹을 새도 없었고.” 서인은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며 눈을 감았다. “근데 지금은 별로 안 먹고 싶어요. 속도 좀 안 좋아요.” “약을 빈속에 먹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런가 봐요.” 재하는 더 묻지 않았다. 차는 한동안 집으로 향하다가 어느 순간 다른 길로 빠졌다. 속도가 줄어드는 걸 느끼고 서인이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드라이브스루 진입로에 들어서고 있었다. “어디 가요?” “배고파서. 내가.” 서인이 옆을 봤다. “저녁 안 먹었어요?” “네.” “왜요?” “시간이 없었어요.” 서인이 헛웃음을 흘렸다. “나한테 뭐라고 할 처지는 아니었네요.”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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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화

다음 날 아침, 서인은 식탁 대신 커피 머신 앞으로 갔다. 컵을 꺼내 버튼을 누르려는데 뒤에서 재하의 목소리가 들렸다. “밥부터 먹어요.” “입맛 없어요.” “조금이라도 먹어요. 어제처럼 빈속에 약 먹지 말고.” 서인이 돌아봤다. 재하는 이미 식탁에 앉아 있었다. 맞은편에는 서인의 몫까지 아침이 차려져 있었다. 평소보다 가벼운 메뉴였다. “오늘은 괜찮아요.” “그러니까 먹어요.” 더 말해봤자 소용없을 것 같았다. 서인은 결국 커피잔을 내려놓고 식탁으로 갔다. 의자를 빼고 앉자 재하는 더 말하지 않았고, 서인이 숟가락을 들고 나서야 맞은편에서도 식기가 움직였다. 몇 숟갈만 먹고 일어나려 했는데, 어느새 그릇이 절반쯤 비어 있었다. “됐죠?” 그제야 재하가 서인의 그릇을 한번 봤다. “그 정도면.” “어제부터 되게 깐깐하네요.” “누구 때문인데요.” 서인은 대답하지 않고 물을 마셨다. 그걸로 아침 식사는 끝이었다. 두 사람은 평소처럼 각자의 차를 타고 출근했다. 전날 하루 종일 긴박하게 돌아가던 한성 본사도 아침이 되자 조금씩 평소의 흐름을 되찾고 있었다. 장 초반 주가는 전날의 낙폭을 일부 회복했고 밤사이 쏟아지던 기사도 눈에 띄게 줄었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끝난 건 아니었다. 보안팀은 여전히 유출 경로를 확인하고 있었고 홍보팀도 추가 보도 가능성을 계속 모니터링 중이었다. 오전 보고를 마친 뒤에도 서인의 책상에는 관련 자료가 계속 쌓였다. 그 사이 비서가 어제 두고 갔던 파일을 다시 가져왔다. “상무님, 거주지는 더 알아볼까요?” 서인은 읽던 보고서를 내려놓았다. “아뇨. 주세요.” 파일을 받아 펼치자 어제 제대로 보지 못했던 사진들이 다시 나왔다. 서인은 거실과 주방, 침실 사진을 차례로 넘겼다. 몇 번을 다시 봐도 어느 쪽이 특별히 더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결국 본사에서 가까운 집의 사진을 앞으로 빼놓았다. “여기로 할게요.” “본사 가까운 곳이요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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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화

수요일 저녁이었다. 서인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집에 돌아왔다. 저녁 약속도 없었고,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도 남아 있지 않았다. 현관에 들어서자 집 안은 조용했다. 재하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위층으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고 귀걸이를 빼던 서인은 화장대 한쪽에 놓인 작은 액자를 발견했다. 결혼식 날 찍은 사진이었다. 둘이 따로 골라 인화한 건 아니었다. 결혼식을 치른 뒤 양가에 나눠주려고 받은 사진 중 하나였고, 어디에 넣어두기도 애매해서 침실 한쪽에 세워둔 뒤로 줄곧 그 자리에 있었다. 너무 오래 같은 곳에 놓여 있어서 평소에는 있는지도 잘 의식하지 않는 물건이었다. 서인은 액자를 집어 들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자신과 턱시도 차림의 재하가 나란히 서 있었다. 사진으로만 보면 흠잡을 데 없는 신혼부부였다. 서인은 사진 속 재하를 잠시 바라봤다. 결혼식 내내 함께 있었으면서도 그날 그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이것도 정리해야 하나. 자신이 가져가기도 이상했고, 그렇다고 이 집에 두고 가기도 애매했다. 한동안 고민했지만 어느 쪽으로도 결론이 나지 않아 결국 액자를 원래 있던 자리에 세워두었다. 액자를 내려놓고 나니 화장대에 늘어놓은 화장품이며 향수, 서랍 속 액세서리까지 신경이 쓰였다. 침대 옆 협탁에 놓인 자잘한 물건들도 마찬가지였다. 하나씩 떼어놓고 보면 전부 자신의 것이었지만, 그것들을 한꺼번에 이 방에서 빼낸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드레스룸 문을 열자 옷과 가방, 신발이 익숙한 자리에 가지런히 들어차 있었다. 계절이 지난 옷까지 합치면 생각했던 것보다 양이 많았다. 언젠가는 전부 이 집에서 가져가야 했다. 발표가 끝나면 집을 나가기로 한 것까지 이미 정해진 일이었다. 그런데 막상 옷장 안을 들여다보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다. 당장 정리할 필요도 없었다. 서인은 옷장 앞에 선 채 옷걸이에 걸린 옷들을 천천히 훑어봤다. 현관문이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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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화

처음에는 아기 울음소리인 줄 알았다. 서인은 빗소리 사이로 섞여든 작은 소리에 눈을 떴다. 잠결에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눈을 감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소리가 났다. 가늘고 짧은 울음이었다. 고양이 울음소리였다. 서인은 이불을 걷고 몸을 일으켰다. 침실 창가에서 밖을 내려다봤지만 어두운 정원에서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정원등이 비추는 곳마다 빗줄기만 하얗게 쏟아지고 있었다. 다시 울음소리가 났다. 아래쪽이었다. 잠옷 위에 가디건을 걸치고 내려가자 거실에서는 소리가 조금 더 선명하게 들렸다. 테라스 너머 어딘가에서 가느다란 울음이 끊겼다가 다시 이어졌다. 서인은 우산을 챙겨 테라스 문을 열었다. 밤새 굵어진 비가 우산을 세차게 두드렸다. 소리가 나는 쪽을 따라 정원을 살피던 서인은 담장 가까이에 심어진 관목 아래에서 작은 움직임을 발견했다.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었다. 비를 피하려고 들어간 모양이었지만 성긴 잎으로는 쏟아지는 비를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털은 흠뻑 젖어 몸에 달라붙었고, 그렇지 않아도 작은 몸이 유난히 앙상해 보였다. 서인은 고양이 앞에 쪼그려 앉았다. “너 여긴 어떻게 왔어.” 손을 뻗자 고양이가 몸을 더 움츠렸다. 서인은 그대로 손을 거두고 들고 있던 우산을 고양이 쪽으로 기울였다. “춥지.” 고양이는 경계하듯 서인을 올려다보다가 작게 울었다. 서인은 우산을 조금 더 기울였다. 고양이 쪽으로 비가 들이치지 않는 대신 자신의 한쪽 어깨가 우산 밖으로 밀려났다. 얇은 가디건 위로 빗물이 스며들었지만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 재하는 테라스 문이 닫히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잠시 누워 있다가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두 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복도로 나오자 맞은편 서인의 방문이 열려 있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 거실에 들어섰을 때, 어두운 정원 한쪽에 우산 하나가 보였다. 재하는 우산을 챙겨 테라스 문을 열었다. 차가운 바람과 빗소리가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정원으로 나가자 관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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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화

서인은 평소보다 조금 늦게 눈을 떴다. 새벽에 다시 잠든 게 몇 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알람을 끄고 침대에서 일어난 서인은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주방을 지나 곧장 다용도실로 향했다. 문을 열자 상자 안에 웅크리고 있던 작은 몸이 보였다. 어젯밤처럼 흠뻑 젖어 있지는 않았다. 털이 마르면서 몸집도 조금 부풀어 보였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여전히 앙상할 정도로 작았다. 서인이 다가가자 고양이가 천천히 눈을 떴다. “잘 잤어?” 고양이는 눈을 깜빡이며 서인을 올려다봤다. 서인은 상자 앞에 쪼그려 앉았다. 물그릇에는 마신 흔적이 조금 있었고, 따뜻한 물을 넣어뒀던 병은 이미 미지근하게 식어 있었다. 손가락을 가까이 가져가자 고양이가 코끝을 움직였다. 이번에는 몸을 움츠리거나 피하지 않았다. 서인은 조심스럽게 머리 위를 한번 쓰다듬었다. “일어났어요?”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서인이 돌아봤다. 재하가 문가에 서 있었다. 이미 출근 준비를 마친 차림이었다. “네. 고양이 좀 괜찮아진 것 같아요.” 재하도 가까이 와 상자 안을 내려다봤다. “밤에는 별일 없었으려나.” “중간에 한번 봤는데 잘 자던데.” “내려와봤어요?” “네.” “병원은요?” “아침에 데려가라고 얘기해뒀어요.” “다행이다.” 출근할 시간은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서인은 조금 더 그 자리에 있었다. 손끝으로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자 녀석이 눈을 느리게 감았다가 떴다. “병원 갔다 오면 어떻게 됐는지 알려줘요.” “그래요.” 서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용도실을 나왔다. *** 한성에 도착하자마자 보안팀에서 연락이 왔다. 전날부터 대조하던 출력 기록과 출입 기록이 어느 정도 정리됐다는 보고였다. 서인은 오전에 잡혀 있던 일정을 하나 미루고 바로 보안팀장을 불렀다. 문제가 된 자료는 전략기획실과 재무 쪽 일부 인원에게만 공유된 문서였다. 출력된 부수와 시각까지는 확인됐지만 회수 기록이 없는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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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화

재하가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 서인은 다용도실에 있었다.출근 준비를 마친 차림으로 바닥에 쪼그려 앉아 낚싯대 장난감을 흔들고 있었다. 서리는 어제보다 기운이 돌아왔는지 깃털을 따라 제법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앞발을 뻗을 때마다 깃털이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갔다.“서리.”“네?”서인이 고개를 들었다.재하가 피식 웃었다.“서리 불렀는데.”“아.”서인은 그제야 고양이를 내려다봤다.“왜 웃어요?”“아무것도 아니에요.”서리는 그사이 깃털을 붙잡고 두 앞발로 끌어안았다. 서인이 낚싯대를 살짝 당겼지만 좀처럼 놓아주지 않았다.“어제보다 훨씬 잘 놀죠? 아침도 조금 더 먹었어요.”“그러네요.”재하는 밥그릇에 남은 사료를 확인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상자 안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던 녀석이었다.“출근 안 해요?”“해야죠.”서인이 시간을 확인하고 장난감을 내려놓았다. 서리가 발치까지 따라오자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일어섰다.“오늘 늦어요?”“모르겠어요. 별일 없으면 일찍 올게요.”“끝나고 바로 와요. 저녁 같이 먹게.”“네.”재하가 뒤따라 나가려는데 서리가 슬리퍼 앞코를 건드렸다. 내려다보자 작은 앞발이 다시 올라왔다.“왜.”재하는 녀석을 상자 옆으로 옮겨놓고 문을 나섰다.윤태수 대표와의 점심은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잡혀 있었다.재하는 오전 회의를 마치고 곧장 호텔로 향했다. 태수는 대학 시절부터 알고 지낸 선배로, 현재 금융지주 계열사 대표를 맡고 있었다. 자주 만나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시간이 맞으면 식사 정도는 함께했다.두 사람은 최근 시장 상황과 우진의 해외 사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태수는 한성의 사정도 알고 있었으나 굳이 자세히 묻지 않았다. 최근 금융권에서 있었던 인사 이야기가 나오자 재하도 몇 마디를 보탰다.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어, 차 변호사.”태수가 식당 입구에서 걸음을 멈췄다.재하가 시선을 돌리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차도윤이었다.“대표님, 안녕하세요.”도윤이 먼저 웃으며 인사했다.“여기서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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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화

서인이 집에 도착했을 때는 자정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현관에서 구두를 벗고 가방을 내려놓은 뒤 곧장 다용도실로 향했다. 문을 열자 작은 무드등 아래에 있던 서리가 고개를 들었다. 상자 밖으로 나온 녀석은 서인을 발견하고 짧게 울더니 곧장 다가왔다. “잘 있었어?” 서인이 손을 내밀자 서리가 손등에 얼굴을 비볐다. 밥그릇에는 사료가 조금 남아 있었고 물도 새로 받아놓은 듯했다. 서인은 밀려난 수건을 다시 펴주고 서리의 등을 몇 번 쓰다듬었다. “왔어요?” 돌아보니 재하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잠옷 차림에 머리가 조금 흐트러져 있었다. “안 잤어요?” “이제 자려고요.” 재하가 다용도실 안을 한 번 들여다봤다. “밥은 먹었어요?” “네. 회사에서요.” “많이 늦었네.” “그러게요. 생각보다 오래 걸렸어요.” 서인이 일어나자 재하가 한 발 물러섰다. “얼른 쉬어요.” “네. 재하 씨도요.” 재하가 먼저 계단을 올라가는 동안 서인은 서리의 등을 몇 번 더 쓰다듬었다. *** 토요일 아침에는 평소보다 늦게 눈을 떴다. 휴대전화를 확인하니 열 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밤사이 도착한 메일 몇 통을 읽고 답장을 보낸 뒤 침대에서 일어났다. 전날 급한 일은 마무리했지만 아직 결재를 기다리는 서류가 남아 있었다. 태블릿을 챙겨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재하가 주방에 있었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모양인지 젖은 머리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일어났어요?” “네. 운동 다녀왔어요?” “좀 전에.” 서인이 식탁에 앉아 태블릿을 켜자 재하가 커피를 한 잔 더 내려 그녀 앞에 놓았다. “어제 일은 끝났어요?” “급한 건요. 이것만 확인하면 돼요.” 재하는 더 묻지 않고 맞은편에 앉았다. 서인은 남은 서류를 검토하고 재무팀에서 보낸 숫자를 다시 확인했다. 마지막 파일까지 처리하고 태블릿을 덮자 재하가 눈을 들었다. “끝났어요?” “네.” 서인은 식어버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재하 씨, 오늘 일정 있어요?” “딱히.” “그럼 저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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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화

서인은 잠시 복도 끝을 바라보다가 제 방문 앞을 지나쳤다.재하의 방문 앞에 멈춰 두 번 노크하자 안에서 대답이 들렸다.“들어와요.”문을 열자 재하가 침대에 기대 책을 읽고 있었다. 안경을 쓴 채 고개를 들었던 그는 서인을 발견하고 책갈피를 끼워 책을 덮었다.“안 잤어요?”“네.”“무슨 일 있어요?”“아뇨.”서인은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왔다.재하가 안경을 벗어 협탁에 내려놓았다. 서인이 침대 가까이 다가가자 그가 몸을 조금 옆으로 비켰다.서인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재하 씨.”“네.”“우리 결혼할 때 스피커 사러 갔던 거 기억나요?”재하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기억하죠.”“그때 저 때문에 엄청 오래 걸렸잖아요.”“그랬죠.”“빌 에번스 음악만 몇 번을 다시 들었는지 몰라요.”“다섯 번.”서인이 고개를 들었다.“네?”“같은 곡 다섯 번 들었어요.”서인이 웃었다.“그걸 기억해요?”“하도 들어서 외웠는데.”“그때 지겨웠겠네요.”“요즘도 가끔 들려요. 환청처럼.”재하가 태연하게 대답하자 서인이 웃음을 터뜨렸다.“오늘 서리 물건 고르는데 그날 생각이 나더라고요.”재하도 웃었다.“오늘은 그 정도로 오래 걸리진 않았네요.”“그러네요.”서인은 웃음이 가신 뒤에도 한동안 말을 잇지 않았다. 재하는 더 묻지 않고 그녀를 바라봤다.서인은 침대 위에 놓인 그의 손에 제 손을 얹었다.“재하 씨.”“네.”“오늘…… 같이 있을래요?”재하의 시선이 서인에게 머물렀다.“그래요.”서인은 침대 위로 한쪽 무릎을 올리고 재하에게 다가갔다. 그의 어깨에 손을 얹자 재하가 허리를 감쌌고, 서인은 그에게 기대어 먼저 입을 맞췄다.처음에는 짧게 입술만 맞추고 떨어질 생각이었다. 그런데 서인이 몸을 떼기도 전에 재하가 그녀를 다시 끌어당겼다. 허리에 감긴 팔에 힘이 들어가자 서인은 침대에 짚고 있던 손을 떼어 그의 목에 둘렀다. 조금 전까지 나란히 앉아 있던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재하의 손이 허리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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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화

“시은 씨 생일도 제대로 못 챙겼네요.” 서인은 조수석에 앉아 호텔 베이커리에서 보내온 케이크 사진을 넘겼다. 시은이 이번에는 오래 머무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유민과 다투고 한국에 들어온 뒤에도 며칠 지나면 돌아갈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체류가 길어졌다. 하필 다툼의 발단도 생일이었다. 유민이 다른 일정 때문에 생일 약속을 취소하는 바람에 시은은 제대로 축하도 받지 못한 채 한국으로 돌아왔다. 생일이 지난 지도 며칠이 흘렀지만, 서인은 뒤늦게라도 챙겨주고 싶었다. 그래서 호텔 베이커리에 제작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방문 예약을 잡았다. “그러게요. 이번에는 단단히 삐졌나 보네.” 재하가 차선을 바꾸며 대답했다. “유민 씨도 아직 한국이죠?” “몰라요.” 서인이 고개를 들었다. “오빠 맞아요?” “각자 사는 거죠.” 너무나 태연한 대답에 서인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동생인데 궁금하지 않아요?” “필요하면 연락하겠죠.” “시은 씨가 들으면 서운하겠어요.” “새삼스럽지도 않을 겁니다.” 재하는 앞을 보며 대답했고, 서인은 웃으며 다시 휴대전화로 시선을 내렸다. 이미 지나버린 생일을 챙기러 가는 길이었지만 정작 재하는 어떤 케이크를 주문하는지조차 제대로 묻지 않았다. 그렇다고 서인 혼자 다녀오게 할 생각도 없었던 모양이었다. 서인이 오후에 호텔에 들러야 한다고 말했을 때 재하는 별다른 설명 없이 차 키부터 챙겼다. 서인은 화면에 띄워둔 케이크 사진을 재하 쪽으로 돌렸다. “이거 어때요?” 신호에 걸려 차가 멈추자 재하가 잠깐 화면을 보았다. “괜찮네요.” “안 보고 대답한 거 아니에요?” “봤습니다.” “그럼 이건요?” 서인이 다른 사진을 보여주자 이번에도 대답은 비슷했다. “그것도 괜찮고요.” “정말 도움이 안 되네요.” “서인 씨 마음에 드는 걸로 하세요.” 서인은 결국 휴대전화를 거두었다. 애초에 재하에게 의견을 구한 자신이 잘못이었다. 호텔 베이커리는 주말 오후답게 손님이 많았다. 서인은 미리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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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화

“네.” 서인은 재하를 바라봤다. “……네?” “질투한다고요.” 너무 간단한 대답이었다. 서인은 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재하는 조금 전과 다름없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진짜요?” “그럼 거짓말이게요?” 재하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걸렸다.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서인은 말끝을 흐렸다. 농담처럼 던진 질문이었다. 재하가 아니라고 부정하거나 적당히 말을 돌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그는 너무 쉽게 인정해 버렸다. 서인은 재하의 얼굴을 다시 살폈다. 웃고 있기는 했지만 농담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방금 한 말이 대단한 고백이라도 되는 양 굴지도 않았다. “재하 씨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어요.” “물어본 건 본인이면서.” “그렇긴 한데…….” 서인은 더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재하는 그런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서류로 시선을 내렸다. 방금 한 말을 수습하거나 더 설명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서인은 재하를 흘끗 바라봤다.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채 서류를 읽고 있는 모습은 조금 전과 다르지 않았다. 서류를 넘기는 손까지 평소와 똑같았다. 괜히 억울했다. 먼저 질투한다고 말한 사람은 저쪽인데, 왜 자신이 더 민망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질투라니. 그것도 권재하가. 서인은 테이블 위의 물잔을 집어 들었다. 이미 물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지만, 괜히 한 모금 마시는 시늉을 했다. 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윤경이었다. 서인은 전화를 받았다. “네, 어머님.” — 서인아, 저녁 먹었니? “아직이요. 어머님은요?” — 우리는 먹었지. 재하도 아직이니? “네. 저희 이제 먹으려고요.” — 그래. 주말인데 두 사람 다 바쁘게 보낸 건 아니고? “아니에요. 오늘은 같이 외출도 했어요.” — 잘했네. 재하가 평소에도 그렇게 시간을 좀 내면 좋을 텐데. 서인은 맞은편의 재하를 한번 봤다. “요즘은 자주 같이 있어요.” — 그래? 듣기 좋네. 윤경은 몇 마디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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