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서인은 식탁 대신 커피 머신 앞으로 갔다. 컵을 꺼내 버튼을 누르려는데 뒤에서 재하의 목소리가 들렸다. “밥부터 먹어요.” “입맛 없어요.” “조금이라도 먹어요. 어제처럼 빈속에 약 먹지 말고.” 서인이 돌아봤다. 재하는 이미 식탁에 앉아 있었다. 맞은편에는 서인의 몫까지 아침이 차려져 있었다. 평소보다 가벼운 메뉴였다. “오늘은 괜찮아요.” “그러니까 먹어요.” 더 말해봤자 소용없을 것 같았다. 서인은 결국 커피잔을 내려놓고 식탁으로 갔다. 의자를 빼고 앉자 재하는 더 말하지 않았고, 서인이 숟가락을 들고 나서야 맞은편에서도 식기가 움직였다. 몇 숟갈만 먹고 일어나려 했는데, 어느새 그릇이 절반쯤 비어 있었다. “됐죠?” 그제야 재하가 서인의 그릇을 한번 봤다. “그 정도면.” “어제부터 되게 깐깐하네요.” “누구 때문인데요.” 서인은 대답하지 않고 물을 마셨다. 그걸로 아침 식사는 끝이었다. 두 사람은 평소처럼 각자의 차를 타고 출근했다. 전날 하루 종일 긴박하게 돌아가던 한성 본사도 아침이 되자 조금씩 평소의 흐름을 되찾고 있었다. 장 초반 주가는 전날의 낙폭을 일부 회복했고 밤사이 쏟아지던 기사도 눈에 띄게 줄었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끝난 건 아니었다. 보안팀은 여전히 유출 경로를 확인하고 있었고 홍보팀도 추가 보도 가능성을 계속 모니터링 중이었다. 오전 보고를 마친 뒤에도 서인의 책상에는 관련 자료가 계속 쌓였다. 그 사이 비서가 어제 두고 갔던 파일을 다시 가져왔다. “상무님, 거주지는 더 알아볼까요?” 서인은 읽던 보고서를 내려놓았다. “아뇨. 주세요.” 파일을 받아 펼치자 어제 제대로 보지 못했던 사진들이 다시 나왔다. 서인은 거실과 주방, 침실 사진을 차례로 넘겼다. 몇 번을 다시 봐도 어느 쪽이 특별히 더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결국 본사에서 가까운 집의 사진을 앞으로 빼놓았다. “여기로 할게요.” “본사 가까운 곳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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