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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전 금욕주의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81 - チャプター 90

126 チャプター

81화

소화제를 먹고 방으로 올라온 뒤로 두 시간 가까이 지났다.잠깐 누워 있으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래 갔다. 꽉 막힌 것 같던 속은 조금씩 풀리고 있었지만 여전히 뭘 먹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서인은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대고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시은에게서는 아직 연락이 없었다. 따로 이야기하겠다고 했으니 먼저 묻지는 않을 생각이었다.휴대전화를 내려놓으려던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네.”문이 열리고 재하가 들어왔다. 손에는 작은 종이봉투가 들려 있었다.“좀 어때요?”“괜찮아요. 아까보다는.”재하는 방 안으로 들어와 테이블 위에 봉투를 내려놓았다. 서인이 몸을 조금 일으켰다.“뭐예요?”“아이스크림.”“갑자기요?”“시원한 거 먹으면 좀 나을까 싶어서.”“무슨 맛이에요?”“초코.”서인은 곧바로 봉투 안을 들여다봤다.“맛있겠다.”재하가 봉투에서 제법 큰 아이스크림 통과 스푼 두 개를 꺼냈다. 뚜껑을 벗기자 서인은 기다렸다는 듯 스푼을 들었고, 한 숟갈 떠먹고는 천천히 등을 기댔다.차갑고 단 게 들어가자 답답하게 남아 있던 느낌도 조금 가시는 것 같았다.재하는 침대 끝에 걸터앉아 자신의 스푼을 들었다.서인은 아이스크림을 한 번 더 떠먹다가 통 안을 내려다봤다.“근데 이렇게 큰 게 다 초코네요.”“네.”“재하 씨가 좋아하는 맛은요?”“나도 초코 좋아해요.”서인이 고개를 들었다.“너무 달다고 싫어하지 않았었나?”“좋아지더라고.”재하가 아무렇지 않게 한 숟갈을 떠먹었다.“먹다 보니까.”서인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다시 아이스크림을 떴다.한동안 두 사람의 스푼만 번갈아 통 안을 오갔다.“아가씨 괜찮을까요?”“괜찮겠죠.”“별로 걱정 안 돼요?”“둘이 알아서 하겠지.”재하는 정말 별로 걱정하지 않는 얼굴이었다.서인도 시은과 유민이 크게 싸웠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붙어 다닌 게 한두 번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다만 이번에는 시은이 이혼이라는 말까지 꺼냈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어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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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화

서인은 다시 기사를 내려다봤다.기사의 시작은 한성이었다.최근 한성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자산 매각과 채권단 협상을 이어가는 동안, 사돈 관계인 우진그룹에서는 별다른 지원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거기까지는 사실이었다.문제는 그다음이었다.기자는 우진이 한성을 돕지 않는 이유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관계까지 거슬러 올라간 모양이었다. 최근 몇 달 사이 예정되어 있던 재계 행사에 두 사람이 나란히 불참한 일이 잦았고, 이를 두고 한 관계자는 권재하와 한서인이 예전처럼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고 전했다.그 몇 가지 사실 사이에 추측이 붙었다.두 사람이 사실상 각자의 생활에 집중하고 있다는 말이 재계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으며, 우진이 한성과 거리를 두는 것 역시 부부 관계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내용이었다.서인은 기사를 끝까지 읽었다.우진의 지원을 받지 않기로 했을 때부터 이런저런 말이 나올 거라는 생각은 했다. 그럼에도 재하와 우진을 한성의 사정에 끌어들이지 않는 쪽을 택했다.다만 그 결과가 별거설이라는 제목으로 돌아올 줄은 몰랐다.“일단 최초 보도 경위부터 확인해주세요. 후속 기사도 전부 모니터링하고요.”—네, 상무님.“나머지는 출근해서 보죠.”전화를 끊은 서인은 마저 귀걸이를 끼웠다.출근 준비를 끝내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주방에 있는 재하가 보였다. 커피를 내린 모양인지 익숙한 향이 먼저 났다.서인은 식탁 위에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기사 봤어요?”“네.”재하의 반응은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우리 별거한대요.”“그렇다던데요.”서인은 의자를 당겨 앉았다.“일단 최초 보도 경위 확인하고 대응 준비하라고 했어요.”“우리 쪽도 준비시킬게요.”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예상 못 한 건 아니잖아요.”“그래도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네요.”서인은 물을 한 모금 마셨다.“별거라니.”재하가 커피잔을 들었다.“아닌 건 아니라고 하면 돼요.”간단한 대답이었다.서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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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화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별거설 관련 보고가 뜸해졌다.서인은 오전 내내 쌓여 있던 업무를 처리하다가 잠시 의자에 등을 기댔다. 아침부터 몇 번이나 울리던 휴대전화도 모처럼 조용했다.책상 한쪽에 엎어둔 화면이 다시 켜진 건 그때였다.도윤이었다.[기사 확인했어요.]서인이 메시지를 읽는 사이 하나가 더 도착했다.[혹시 저희 쪽에서 확인해드릴 내용 있을까요?]서인은 잠시 생각하다가 답장을 보냈다.[아뇨. 회사에서 대응하고 있어서 괜찮아요.]답장은 금방 왔다.[알겠어요.]그리고 잠시 뒤.[혹시 몰라서 저희 쪽도 한번 확인해봤는데, 관련 내용이 외부로 전달된 정황은 없었습니다.][기사 내용도 저희가 가지고 있는 정보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고요.]협의이혼 신고를 마친 게 불과 며칠 전이었다. 기사 내용은 실제 이혼 여부와 한참 동떨어져 있었지만 시기가 공교롭기는 했다.서인은 화면을 내려다보다가 답장을 썼다.[신경 써줘서 고마워요.]메시지를 보내고 나니 지난번 자신이 먼저 했던 약속이 떠올랐다.[도윤 씨 이번 주에 언제 시간 돼요?]이번에는 답장이 조금 늦었다.[화요일이랑 목요일 괜찮아요.][왜요?]서인은 웃으며 자판을 두드렸다.[약속 까먹은 거예요?][술 사드리기로 했잖아요.]몇 초 뒤 답장이 왔다.[그럼 화요일이 좋겠네요.][좋아요. 제가 예약하고 알려드릴게요.][네. 내일 봐요!]서인은 대화를 닫고 비서를 불렀다.“내일 저녁에 두 명 예약 좀 해주세요.”“어떤 곳으로 알아볼까요?”“한식으로요. 프라이빗한 곳이 좋겠어요.”비서가 알겠다고 답하고 나갔다.서인은 다시 펼쳐두었던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다음 날 저녁, 서인은 퇴근하자마자 청담동으로 향했다.비서가 잡아둔 곳은 작은 한식 다이닝이었다. 코스 위주로 운영되는 곳이었지만 지나치게 격식을 차릴 필요는 없었고, 독립된 공간이라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이야기하기에도 좋았다.도윤은 먼저 와 있었다.“오래 기다렸어요?”“아뇨. 저도 방금 왔어요.”서인이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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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수요일 오후, 밀린 결재를 처리하던 서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시은이었다.[언니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요?]서인은 남은 일정을 확인했다. 예정된 회의는 모두 끝났고, 급한 일 몇 가지만 정리하면 평소보다 조금 일찍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괜찮을 것 같아요.]답장은 바로 왔다.[나 관리받으러 가는데 같이 가요.]일요일 이후 시은에게서 따로 연락이 온 건 처음이었다.[그래요.][혼자 가기 싫었는데 잘됐다ㅋㅋ][몇 시예요?]곧이어 예약 시간이 도착했다.[갈게요.][역시 언니밖에 없어❤️][이따 봐요.]서인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다시 서류를 펼쳤다.***퇴근 후 찾아간 호텔 스파에는 시은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언니.”로비 소파에 앉아 있던 시은이 서인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느슨하게 묶은 머리에 화장도 거의 하지 않은 편한 차림이었다. 일요일에 봤을 때보다 표정도 한결 편해 보였다.“일찍 왔네요.”“집에 있으니까 할 게 없어요. 이제 쇼핑도 지겹고.”서인은 주변을 한번 둘러봤다.“어머님은요? 같이 안 나오셨어요?”“내가 도망 나온 거예요. 잔소리 폭탄이라 집에 편히 누워 있질 못해.”시은은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자연스럽게 서인의 팔에 팔짱을 꼈다.두 사람이 나란히 안쪽으로 걷는데 벽 한쪽을 가득 채운 거울 앞을 지나던 시은이 문득 걸음을 늦췄다.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이쪽저쪽으로 살펴보다가 서인에게 물었다.“언니, 나 근데 그새 살찐 것 같아요.”“며칠이나 됐다고요.”“진짜로요. 너무 먹었어.”“그런 거 걱정 말고 많이 먹어요. 집밥 그리웠다면서요.”“이젠 좀 자제해야겠어요.”그러던 시은이 시간을 확인하고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들어가요. 늦겠다.”예약된 관리는 피부와 바디가 함께 들어가는 코스였다.조도를 낮춘 관리실에는 은은한 향이 났다. 따뜻하게 데워진 베드에 나란히 눕고 나서는 관리사들이 오가는 탓에 제대로 대화를 나눌 틈도 없었다.한동안 조용하던 옆자리에서 갑자기 짧은 비명이 터졌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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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화

목요일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오전부터 이어진 회의가 오후까지 밀렸고, 중간중간 결재와 보고가 끼어들었다. 퇴근할 무렵에는 다음 날 오전에 볼 자료까지 가방에 넣어 나와야 했다. 금요일 역시 비슷했다. 한성 본사를 빠져나온 건 해가 거의 진 뒤였다. 서인은 곧장 청담동의 샵으로 향했다. 갈라 참석을 결정한 게 월요일이었지만 준비할 시간은 충분했다. 브랜드 측에서 드레스와 주얼리 후보를 보내왔고, 그중 몇 가지를 추려 피팅까지 마친 상태였다. 헤어와 메이크업을 마치고 드레스로 갈아입은 뒤에야 서인은 거울 앞에 섰다. 검은 드레스는 장식이 거의 없는 디자인이었다. 몸을 따라 떨어지는 선이 매끈했고, 드러난 목선을 따라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힌 목걸이가 올라갔다. 머리를 올려 묶어 드러난 귀에는 같은 컬렉션의 귀걸이를 착용했다. 평소보다 짙어진 손끝도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수요일에 시은이 골라준 네일이었다. 그날은 지나치게 화려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드레스와 주얼리까지 갖추고 나니 오히려 잘 어울렸다. 손을 움직일 때마다 작은 스톤이 조명을 받아 반짝였다. 마지막으로 립을 수정하던 중 직원이 들어와 재하가 도착했다고 알려왔다. 서인은 가방을 챙겨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건물 앞에는 검은 세단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사가 열어준 문으로 차에 오르자 먼저 와 있던 재하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그 역시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검은 턱시도에 흰 셔츠, 별다른 장식 없는 보타이까지 평소 공식 석상에서 보던 차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인이 옆자리에 앉아 드레스 자락을 정리하는 동안에도 재하는 말이 없었다. 문이 닫히고 나서 고개를 들자 그가 여전히 자신을 보고 있었다. “왜요?” 재하는 그제야 시선을 거뒀다. “아니.” 잠깐의 틈을 두고 그가 덧붙였다. “오늘 예쁘네요.” 서인은 잠시 재하를 바라봤다. 결혼하고 함께 공식 석상에 나선 게 한두 번도 아니었다. 그때마다 비슷한 차림을 했고, 재하 역시 그 모습을 수도 없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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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화

재하의 입술이 닿았다. 처음에는 가볍게 맞닿는 정도였다. 바로 앞에서 플래시가 연달아 터졌다. 손을 잡고 들어오는 모습부터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까지 이미 수없이 찍혔으니, 이 정도면 충분했다. 그런데 재하는 떨어지지 않았다. 허리를 감은 팔이 서인을 조금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잠시 떨어졌던 입술이 다시 닿았다. 서인의 손가락이 재하의 옷자락을 잡았다. 눈을 감아도 연달아 터지는 플래시가 눈꺼풀 너머로 번졌다. 사방에서 두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는 와중에도 재하는 서두르지 않았다. 입술이 떨어질 듯 멀어졌다가 다시 닿자, 서인도 자연스럽게 고개를 기울였다. 재킷을 쥔 손에 조금 힘이 들어갔다. 먼저 입술을 뗀 건 재하였다. 서인이 눈을 뜨자 바로 앞에서 시선이 마주쳤다. 서인의 손은 그의 재킷 자락을 쥔 그대로였다. “두 분 이쪽도 부탁드립니다!” 그제야 서인이 카메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재하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몸을 바로 세웠다. 정면을 보고 몇 장, 반대편을 향해 다시 몇 장. 마지막까지 촬영을 마친 뒤에야 두 사람은 포토월에서 내려왔다. 사람들 사이로 들어서며 서인이 말했다. “이제 별거설은 확실히 들어가겠네요.” “그래야죠.” 재하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서인이 잠깐 그를 쳐다봤다. 곧이어 갈라 디너가 시작됐다. 두 사람은 같은 테이블에 앉아 평소처럼 사람들을 상대했다. 인사를 건네는 사람에게 웃으며 답하고, 일 이야기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대화에 끼었다. 브랜드 관계자가 찾아왔을 때도 별다를 것 없이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키스 한 번으로 어색해질 사이는 아니었다. 그러다 와인잔을 들다가 재하와 눈이 마주친 순간, 아까 포토월에서 제 입술을 내려다보던 눈이 떠올랐다. 재하는 먼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서인은 잠시 그를 마주보다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마침 테이블 위에 놓아둔 휴대전화 화면이 켜졌다. 홍보팀이었다. [상무님, 관련 기사 공유드립니다.] 아래로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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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화

아침부터 한바탕 소동이었던 사진 이야기는 점심때가 되어서야 대충 정리됐다. 서인도 더는 반응을 찾아보지 않았고, 재하 역시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둘은 늦은 점심을 먹었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식탁 위에 둔 서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윤경이었다. “네, 어머님.” —서인아. 혹시 지금 바쁘니? “아니요. 집이에요.” —재하도 같이 있어? “네. 같이 밥 먹고 있어요.” 평소보다 목소리가 다소 난처하게 들렸다. “무슨 일 있으세요?” —유민이가 왔어. “네?” —시은이가 한국 들어온 걸 알았나 봐. 어젯밤에 바로 비행기 타고 들어왔대. “어머…….” —그런데 시은이는 절대로 만나기 싫다고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너희가 좀 와주면 안 되겠니? 서인은 맞은편에 앉은 재하를 봤다. “유민 씨가 왔대요.” 재하는 별로 놀라지도 않았다. “왜 안 오나 했네.” “우리가 좀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애들도 아니고…….” 서인은 다시 휴대전화를 귀에 댔다. “네, 어머님. 저희가 지금 바로 갈게요.” 통화가 끝났다. 재하는 내키지 않는 얼굴로 잔에 남은 물을 마저 비웠다. 그래도 가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 재하를 따라 서인도 식탁을 정리했다. 평창동 저택에 도착하자 현관 한쪽에 커다란 캐리어부터 보였다. 거실에는 유민이 앉아 있었다. 편한 후드 차림에 머리는 눌린 채였고,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 평소 깔끔하게 면도하고 다니던 턱에도 거뭇하게 수염이 올라와 있었다. 두 사람이 들어오자 유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셨어요, 형님.” “오랜만이다.” 유민은 곧바로 서인에게도 인사했다. “형수님도 오랜만에 뵙네요.” “그러게요. 언제 왔어요?” “두 시간 전에 도착했어요.” “비행기에서 잠은 좀 잤어요? 피곤해 보여요.” “못 잤어요. 잠이 안 와서.” 유민이 난처한 듯 웃었다. “형수님. 시은이가 저랑 이혼한대요.” “들었어요.”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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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화

평창동을 나왔을 때는 오후가 꽤 지나 있었다. 차가 큰길로 접어든 뒤에도 서인은 한동안 창밖을 보고 있었다. 시은이 했던 말이 자꾸 생각났다. ‘난 언니랑 오빠처럼 살고 싶었는데.’ 자신과 재하가 이미 이혼했다는 걸 알면 시은은 뭐라고 할까. “뭐래요.” 재하가 물었다. “시은 씨요?” “네.” “유민 씨 이제 안 사랑한대요.” “퍽이나.” 서인이 웃었다. 시은은 유민이 어디 있는지부터 확인했고, 미국으로 돌아가라는 말도 굳이 서인에게 전해달라고 했다. 안 사랑한다는 사람치고는 신경 쓰는 게 많았다. 서인은 고개를 돌려 재하를 봤다. “왜요.” “그냥요.”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집에 도착한 뒤에는 자연스럽게 각자의 시간을 보냈다. 서인은 방에서 밀린 메일을 몇 개 확인했고, 재하는 서재로 들어갔다. 저녁때가 가까워져서야 서인은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냉장고를 열어 안을 훑다가 얼마 전 재하가 만들어준 알리오올리오가 떠올랐다. 재하가 별것 아닌 듯 만들어준 저녁이었다. 마주 앉아 먹으면서 맛있다고 몇 번이나 말했던 기억이 났다. 오늘은 자기가 해볼까 싶었다. 서인은 휴대전화를 세워놓고 화면에 띄운 레시피를 확인했다. 혼자 살 때도 가끔 요리를 했으니 아주 못하는 건 아니었다. 면을 삶고, 준비한 재료를 정해진 양대로 넣었다. 시판 소스까지 쓰고 있으니 맛이 없다면 그건 소스 쪽에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을 터였다. “뭐 해요?” 서인이 돌아봤다. 재하가 주방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저녁이요.” 재하가 조리대 위를 한번 훑었다. “서인 씨가?” “저도 할 줄은 알거든요?” “나 뭐라고 안 했는데.” “표정이 그랬어요.” 재하가 웃었다. “뭐 만들어요?” “파스타.” “도와줘요?” “아뇨.” “왜요.” 서인은 다시 레시피를 확인하며 말했다. “오늘은 온전히 제 실력으로 평가받고 싶어요.” 재하가 조리대에 놓인 소스 병을 봤다. “온전히 서인 씨 실력이라고 하기엔…….” 서인이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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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화

일요일 오전, 서인은 평소보다 조금 늦게 외출 준비를 마쳤다. 가방을 챙겨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거실에 있던 재하가 고개를 들었다. 테이블 위에는 다 마신 커피잔과 태블릿이 놓여 있었다. “나가요?” “네. 지은이 만나러요.” “신혼여행은 잘 다녀왔대요?” “네. 좋았대요. 진작 만나려고 했는데 둘 다 정신없어서 이제야 보네요.” 서인은 가방 안을 확인하다가 휴대전화를 꺼냈다. 조금 전에 지은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어디서 만나요?” “세온백화점 본점이요. 거기서 브런치 먹기로 했어요.” 재하가 태블릿을 내려놓았다. “같이 가요.” 서인이 고개를 들었다. “재하 씨도요?” “나도 거기 볼일 있어요.” 재하가 손목을 들어 보였다. 평소 자주 차던 시계였다. “이거 점검 좀 맡기려고요. 요즘 조금씩 늦어서.” 어차피 같은 곳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럼 같이 가요.” 얼마 뒤 재하가 차를 끌고 나왔다. 서인은 익숙하게 조수석에 올라탔다. 결혼하고 나서는 기사가 운전하는 차를 함께 타는 일이 훨씬 많았는데, 최근에는 재하가 직접 운전하는 차에 둘만 타고 움직이는 일이 부쩍 늘었다. 이제는 조수석에 앉자마자 안전벨트를 매고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것도 자연스러웠다. 지은에게 출발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차는 곧 백화점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식당이 있는 층까지 함께 올라간 둘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갈라졌다. “얼마나 걸려요?” “글쎄요. 한두 시간?” “먹고 연락해요.” “먼저 안 들어가게요?” “근처에 있을게요.” 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끝나면 연락할게요.” 지은은 이미 와 있었다. 창가 자리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던 지은이 서인을 발견하고 손을 들었다. “한서인.” “응?” “너 진짜 얼굴 보기 힘들다.” “누가 할 소리.” 서인이 맞은편에 앉았다. “잘 다녀왔어?” “응. 아무것도 안 하고 쉬니까 좋더라.” “그게 최고지.” “우리 진작 만났어야 됐는데. 왜 결혼식 끝나고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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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화

“상무님, 말씀하신 거주지 후보 정리했습니다.” 월요일 아침이었다. 출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서인의 책상 위로 비서가 파일 하나를 내려놓았다. “벌써요?” “네. 말씀해주신 조건에 맞는 곳들 중에서 두 군데로 추렸습니다.” 서인은 파일을 펼쳤다. 건물 외관과 위치, 내부 사진부터 평면도와 주차장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동선, 관리 방식과 보안 관련 내용까지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되어 있었다. 한 곳은 회사에서 가까웠고 다른 한 곳은 조금 더 넓었다. 둘 다 외부 노출이 적고 보안이 잘되어 있었다. 혼자 살기에는 어느 쪽이든 충분했다. “여기는 출입구가 따로 있어요?” “네. 세대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고 지하 주차장에서도 바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쪽은요?” “전용 엘리베이터는 아닌데 보안층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대신 본사에서는 이쪽이 더 가깝습니다.” 서인은 두 자료를 번갈아 넘겨봤다. 회사와의 거리는 이쪽이 나았고, 보안은 다른 쪽이 조금 더 좋았다. 어느 쪽을 골라도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 서인은 다시 첫 번째 장으로 돌아갔다. “어느 쪽으로 진행할까요?” “……조금만 더 볼게요.” “네. 결정하시면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비서가 나가고 서인은 파일을 책상 한쪽으로 밀어두었다. 오전 회의 자료를 확인하고 밀린 메일 몇 개에 답을 달았다. 새로 들어온 결재까지 처리하고 있을 때 내선이 울렸다. 홍보실장이었다. —상무님. 지금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 하나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보내주세요.” —그게……. “무슨 일인데요?” —내부 자료가 첨부돼 있습니다. 서인은 바로 메신저를 열었다. 기사에 첨부된 사진부터 확인했다. 한성 로고가 박힌 문서였다. 상단에는 선명하게 대외비가 찍혀 있었다. 지난주 전략회의에서 검토했던 계열사별 사업 재편안이었다. 일부 사업부 철수 가능성과 인력 조정 검토, 추가 자산 처분안에 계열사별 예상 손실과 단기 자금 소요액까지. 외부에 공개된 적 없는 내용이었다. “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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