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기다림의 무게그날 이후로, 아드리안은 정말로 아무것도 캐묻지 않았다.⁃ 정말로, 나를, 기다려주시는구나.셀레스티아는 그 사실이, 오히려 더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모든 것을 캐물었다면, 차라리 나았을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곁에 있어 주시니까— 이게 더, 미안해서 견딜 수가 없지는 이 마음은 뭘까그녀는 황후궁 창가에 앉아, 저물어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말한다면, 뭐라고 해야 할까. 정말로,⁃ "저는 이미 한 번 죽었습니다. 세계수를 구한 대가로, 이미 화형대에서요." 이렇게?⁃ 그다음은. "그러니 이번 생에는 아무도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폐하 때문에 그 다짐이 자꾸 흔들립니다." 이것까지, 다 말해야 하나.그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왔다.⁃ 만약, 믿지 않으시면.⁃ 아니, 믿는다 해도— 그다음엔.⁃ 회귀했다는 걸 안 순간, 이 사람도— 나를 다르게 보게 되지 않을까.⁃ 계산적이고, 비밀이 많고, 언제 또 무엇을 숨기고 있을지 쓸쓸하고 외로운 아무도 모르는 존재로.그녀는 문득 씁쓸하게 웃었다.⁃ 우습다. 인간을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내가, 이제는— 그렇게 믿어달라고, 그렇게 바라고 있다니.그때, 문밖에서 낯익은 발소리가 들렸다. 노크 소리와 함께, 아드리안의 목소리가 이어졌다."들어가도 되나.""……예."문이 열리고, 아드리안이 들어섰다. 평소처럼 담담한 얼굴이었지만, 그 손에는 낯선 것이 들려 있었다."이건……""북부에서, 조사단이 가져온 것 중 일부다."그가 내민 것은, 작은 압화가 든 유리 장식품이었다. 옅은 푸른 빛이 나는 하늘빛 꽃이 곱게 눌려 있었다."보고서와 별개로, 조사단이 그대에게 전해달라더군. 북부 지역 특산품이라고."셀레스티아는 그 꽃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성국 북부의 꽃이잖아.⁃ 예전에, 서고에서 선물 받았던 그 꽃과 같은."……감사합니다."그녀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받아 들었다. 그 순간, 손끝이 아주 살짝 떨리고 있다는 걸
Last Updated : 2026-09-2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