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첫 번째 토요일 아침이었다.아침 바람이 제법 선선했다.체육관 앞에 서 있는 학생들 사이로 맑은 공기가 내려앉아 있었다.바람이 불 때마다 얇은 후드티와 재킷 자락이 가볍게 흔들렸다.애리는 SAT 시험장 입구 앞에서 수험표를 한 번 더 내려다봤다.이름과 날짜, 시험 시간이 적힌 종이는 이미 몇 번이나 확인한 상태였지만, 마지막으로 눈에 한 번 더 담아두는 게 편했다.종이 가장자리에 남아 있는 접힌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아까 집을 나서기 전,괜히 한 번 더 펼쳐봤던 흔적이었다.앞줄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이름을 확인받은 학생들이 하나씩 안으로 들어갔다.애리는 숨을 길게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쉬었다.손끝에 남아 있던 긴장이 그 숨을 따라 조금씩 풀렸다.자신의 차례가 오자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이름.”“애리 류.”감독관은 명단을 확인한 뒤 체크 표시를 했다. 그리고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안으로 들어가라는 손짓을 했다.애리는 더 말하지 않고 그대로 체육관 안으로 들어갔다.***비슷한 시간이었다.녹음실 문이 닫히면서 바깥 소리가 완전히 차단됐다.두꺼운 문 하나로 공기가 바뀌는 느낌이었다.줄리안은 자연스럽게 헤드폰을 들어 올려 귀에 걸쳤다.밀착되는 순간, 안쪽으로 소리가 꽉 차 들어왔다.바닥에 깔린 카펫이 발소리를 죽이고 있었고,마이크 앞 공간은 비어 있는 것처럼 조용했다.유리창 너머로 라이언이 손을 들었다.“한 번 더 가자.”짧고 익숙한 말이었다.줄리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깨를 한 번 풀었다.손가락을 가볍게 쥐었다 폈다.긴장을 푸는 동작이라기보다, 감각을 정리하는 쪽에 가까웠다.***체육관 안은 거의 가득 차 있었다.긴 테이블이 줄 맞춰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시험지가 모두 뒤집힌 채로 놓여 있었다.애리는 배정된 자리에 앉아 연필을 한 번 굴렸다.나무가 종이에 스치는 감각이 손끝에 또렷하게 남았다.계산기를 꺼내 옆에 두고, 필통 안에 들어 있던 필기도구들을 간단히 정리했다.주변에서는 마
Last Updated : 2026-09-1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