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세계적인 록스타 남친이 나만 바라본다 (실버라인): Chapter 91 - Chapter 100

120 Chapters

91화- 보류

다음날 아침이었다.방 안은 조용했다. 줄리안은 침대에 앉은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어제 일은 길게 생각하지 않았다.그럴 여유도 없었다.초인종이 울렸다.한 번 더 울리고 나서야 줄리안이 일어나 문으로 갔다.문을 열자 톰 해리스가 서 있었다.“일어났네.”줄리안이 옆으로 비켜섰다.“…들어오세요.”톰이 안으로 들어오며 방을 한 번 훑어봤다. 그리고 말했다.“오늘 일정 바뀌었다.”줄리안이 물었다.“…어떻게요.”“추가된 거야. 오늘 하루 비는 시간 없어.”톰은 필요한 말만 했다.차가 건물 앞에 멈췄다.겉으로 보기에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거리였다.하지만 유리창 너머로 사람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몇 명 정도가 아니었다.입구 쪽에 꽤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줄리안은 창밖을 보다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뭐야.”“아침부터 있었대.”톰이 담담하게 말했다.줄리안이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내리자, 소리가 한꺼번에 밀려들었다.“줄리안!”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들이 겹쳐 들렸다.앞쪽에 있던 몇 명이 먼저 다가오면서 간격이 순식간에 좁아졌다.“사인 좀 해주세요!”“어제 라이브 봤어요!”“여기 한 번만 봐주세요!”말이 겹쳤다. 손도 같이 올라왔다.종이와 펜, 앨범이 한꺼번에 내밀어졌다.줄리안은 잠시 주위를 살피다가 가장 가까이 있던 걸 하나 받아 짧게 사인해 돌려줬다.그 사이를 스태프가 밀고 들어왔다.“잠깐만요, 뒤로 좀.”막으려고 했지만 완전히 정리되지는 않았다.사람들은 계속 앞으로 다가왔다.“이거 한 번만…”옆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마커스!”줄리안이 고개를 돌렸다.마커스가 차에서 내리자 이미 팬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웃으면서 대응하고 있었지만 앞으로 나오는 속도는 거의 나지 않았다.노아도 뒤에서 내렸다.“어—”뭔가 말하려던 목소리는 곧 다른 소리에 묻혔다.“노아!”“여기 봐주세요!”카메라가 올라왔고 플래시가 연달아 터졌다.사람들 사이의 간격이 다시 좁아졌다.줄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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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화- 뉴욕대도 있잖아

문 앞에 선 줄리안이 침대 쪽을 바라봤다.“…언제 왔어.”애리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한참 뒤에야 작은 목소리가 나왔다.“…아까.”줄리안은 더 묻지 않았다.그 자리에 선 채 애리를 바라봤다.애리가 몸을 일으키자 이불이 아래로 조금 흘러내렸다.줄리안의 시선이 방 안을 한 번 훑고 지나갔다.벗어 놓은 외투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그제야 줄리안이 입을 열었다.“너 옷이 그게 다야?”“응.”줄리안은 애리의 옷차림을 다시 한번 봤다.“…많이 추웠을 텐데.”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응.”방 안이 조용해졌다.줄리안이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애리.”애리가 시선을 들었다.“괜찮아?”그 말을 들은 순간 애리는 줄리안을 바라봤다.“…아니.”숨을 한 번 삼킨 뒤 힘겹게 말을 이었다.“…이해가 안 돼.”말이 끝나자마자 눈물이 떨어졌다.애리는 닦지도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눈물이 계속 아래로 흘렀다.줄리안은 말없이 애리를 바라보다가 움직였다.일부러 조금 거리를 둔 채 침대 끝에 앉았다.애리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고, 눈물만 계속 떨궜다.그는 잠시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애리를 끌어당겼다.처음에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그러다 힘이 풀리듯 몸이 기울었고, 애리는 줄리안의 품에 안겼다.그제야 숨이 흐트러졌다.참고 있던 게 풀린 것처럼 눈물이 더 쏟아졌다.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애리의 어깨가 작게 떨렸다.줄리안은 팔에 힘을 조금 더 줬다. 놓치지 않겠다는 것처럼.애리는 말없이 줄리안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시간이 흘렀다.눈물은 조금씩 잦아들었지만 완전히 멈추지는 않았다.애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았다.“…나 열심히 했는데.”숨이 한 번 흔들렸다.“…진짜 열심히 했는데.”말이 끝난 뒤 방 안이 조용해졌다.줄리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신 손을 움직여 애리의 등을 쓸어내렸다.“…왜인지 모르겠어.”“점수도 괜찮았고…”애리의 말끝이 흐려졌다.“인터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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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화- 조절 안 해

12월이 되었다.실버라인은 올해 마지막 날, 타임스퀘어 무대에 서기로 되어 있었다.뉴욕은 이미 연말 분위기였다.거리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쇼윈도는 전부 바뀌어 있었다.캐럴이 흘러나오고 두꺼운 코트를 입은 사람들이 빠르게 지나갔다.타임스퀘어 쪽은 더 복잡했다.바리케이드가 설치되어 있었으며 경찰과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리허설 장비가 오가고, 무대 위에서는 조명이 계속 바뀌었다.실버라인은 올해 카운트다운 공연 라인업 중 하나였다.무대에 오르는 여러 팀 중에서도 현장의 관심은 실버라인 쪽으로 쏠려 있었다.공연 당일.해가 완전히 지기도 전에 사람들은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숨을 내쉴 때마다 하얀 김이 올라왔다.발을 구르며 버티는 사람도 있었고, 서로 몸을 붙이고 있는 사람도 많았다.시간은 느리게 갔다.그래도 아무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애리는 레이첼 옆에 서 있었다.일반 구역이 아니라, 무대가 비교적 잘 보이는 쪽이었다.관계자 출입증이 있었지만, 안쪽으로 더 들어가지는 않았다.이 자리에서도 충분했다.레이첼이 장갑 낀 손을 비비며 말했다.“여기서도 잘 보여.”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네.”대답하고 무대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조명이 크게 한 번 움직였다.리허설 때 봤던 것보다 훨씬 컸다.사람들 사이로 설치된 대형 화면이 보였고, 그 위에 실버라인 로고가 떠 있었다.주변 소음도 점점 커졌다.“곧 시작한다.”레이첼이 낮게 말했다.조명이 바뀌고 음악이 올라왔다. 그보다 먼저 함성이 터졌다.무대 위로 멤버들이 올라왔다.마커스가 모습을 드러냈고, 노아가 그 옆에 섰다.마지막으로 줄리안이 올라왔다.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무대를 보고 있었다.가까이에서 본 적은 많았다. 그런데 이번은 달랐다.무대 위의 줄리안은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첫 곡이 시작되자 소리가 확 커졌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따라 불렀다.추운 공기 속에서도 열기는 쉽게 식지 않았다.애리는 시선을 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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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화- 가기 전에

새해가 시작된 지 며칠이 지났다.대학 정시 원서 마감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애리는 노트북 화면을 한참 동안 보고 있었다.에세이는 이미 몇 번이나 고친 상태였다.더 고칠 문장이 눈에 띄는 것도 아니었다.그런데도 제출 버튼을 누르기가 쉽지 않았다.이걸로 충분한지, 아니면 한 번 더 손봐야 하는지.애리는 마우스를 움직였다가 멈췄다.커서가 깜빡이고 있었다.다른 탭에는 지원서 페이지가 열려 있었다.예일.하버드.브라운.세 곳 모두 아직 제출 전이었다.애리는 손으로 이마를 눌렀다.“…하.”숨을 내쉬었다.그때 핸드폰이 울렸다.화면을 보니, 줄리안이었다.애리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응.”“뭐 하고 있어.”“원서.”“다 넣었어?”“아직.”“왜.”애리는 노트북 화면을 보며 말했다.“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보는 중.”그러자 줄리안이 바로 말했다.“이미 다 봤잖아.”“그래도.”줄리안이 조금 단호하게 말했다.“오늘 안에 넣어.”애리가 피식 웃었다.“왜 이렇게 급해.”“안 급한 게 더 이상하지. 마감 얼마 안 남았잖아.”애리는 대답하지 않고 화면 위의 커서만 몇 번 움직였다.줄리안이 다시 말했다.“예일 먼저 넣어.”“왜.”“거기 가고 싶다며.”당연하다는 말투였다.애리가 웃으면서 말했다.“뉴욕대 먼저 넣을까 생각 중인데. 가까워서.”줄리안이 바로 잘랐다.“거긴 나중에 넣어도 돼. 예일부터 눌러.”애리는 말없이 화면만 보고 있었다.줄리안이 한 번 더 말했다.“…그냥 누르면 끝이잖아.”조금 낮아진 목소리였다.“알아.”애리가 손을 움직여 제출 버튼을 눌렀다.몇 초 뒤 확인 화면이 떴다.“보냈어.”“잘했다.”줄리안이 바로 말했다.“하버드는 제일 마지막에 넣어.”“…안 넣어도 되고.”애리가 피식 웃었다.“그건 줄리안 욕심이지.”줄리안이 짧게 웃었다.“…그럴 수도 있지.”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우리 그래미 노미네이트 됐어.”애리가 눈을 깜빡였다.“진짜?”“응.”줄리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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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화- 그래미

다음 날이었다.창밖이 밝아진 지 한참 지난 시간이었다.집 안은 조용했다.TV는 켜져 있었지만,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줄여져 있었다.테이블 위에는 피자 박스가 하나 열려 있었고, 두 조각이 남아 있었다.애리가 한 조각을 집어 들며 물었다.“그래미는 언제야?”“2월.”“투어 전이네.”“어.”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두 개라며.”“응.”“어떤 부문인데.”줄리안은 몇 초간 답하지 않았다.애리가 옆에서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왜 또 말 안 해.”줄리안이 웃었다.“별거 아니야.”“거짓말.”애리가 바로 받아쳤다.줄리안은 남아 있던 피자 한 조각을 집어 한 입 베어 물었다.“하나는 신인상.”“그리고 하나는 그룹 퍼포먼스.”애리의 눈이 조금 커졌다.“…대단하다.”줄리안이 어깨를 살짝 으쓱했다.“이 정도는 예상했어.”“오~.”애리가 피식 웃었다.줄리안이 눈을 좁혔다.“반응 왜 이래?”“아니. 자신감이 대단해서.”“틀린 말은 아니잖아.”애리는 웃으며 피자를 한 입 베어 물었다.그녀는 생각하다가 또 물었다.“투어 일정은 떴어?”줄리안이 바로 답했다.“어젯밤에 메일 왔어. 확정된 거.”애리는 들고 있던 피자를 한 입 베어 물었다.“어디부터 가는데?”줄리안도 남은 피자를 한입에 삼키며 말했다.“아시아.”“일본부터.”애리가 곧바로 물었다.“도쿄?”“어.”“두 번.”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다음은?”“오사카.”“그리고 한국.”애리의 눈이 반짝였다.“한국은 한 번?”“어.”“나도 한국 가고 싶다.”줄리안이 웃었다.“올래?”“안 돼.”애리는 고개를 저었다.“학교.”줄리안이 피식 웃었다.“그럼 뭐 사다 줄까.”애리는 눈을 굴렸다.“…진짜로?”“어.”애리 입가에 다시 미소가 번졌다.“그럼 생각해 볼게.”“그래.”“그다음은?”“홍콩, 타이베이.”줄리안이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말을 이었다.“싱가포르, 방콕까지.”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꽤 도네.”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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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화- 월드투어 시작

아시아 투어 첫 공연은 도쿄였다.공연장은 이미 거의 다 찬 상태였다.앞쪽부터 사람들로 꽉 들어차 있었고,중간쯤부터는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글자는 대부분 일본어였다.노아가 무대 뒤에서 말했다.“생각보다 크네.”마커스가 객석을 한 번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첫날 치고는 괜찮은 것 같은데.”줄리안은 대답하지 않았다.이어폰을 빼고 스태프 쪽을 봤다.“사운드 다시 한 번.”스태프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조명이 올라갔다.첫 곡이 시작됐다.함성이 한 번 올라왔다가 바로 가라앉았다.노래가 시작되자 객석이 조용해졌다.소리는 깔끔하게 들어왔다.끝나는 타이밍에 맞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아가 중간에 작게 말했다.“집중 잘하네.”마커스가 짧게 웃었다.“좋다.”줄리안은 앞쪽을 보고 있었다.마이크를 잡은 손이 그대로 올라갔다.다음 파트로 바로 넘어갔다.공연이 끝났다.무대 뒤로 내려오자 스태프가 바로 물을 건넸다.노아가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면서 말했다.“이거 생각보다 괜찮은데?”마커스가 웃었다.“첫날이라 그런 거야.”줄리안은 물을 한 번 마시고 내려놨다.“내일도 한 번 보자.”다음 공연도 도쿄였다.줄리안은 무대 쪽을 보고 있었다.조명이 바뀌는 타이밍을 한 번 더 확인했다.“앞으로 한 걸음 더 가.”마커스가 물었다.“어디?”“두 번째 후렴.”리허설이 끝났다.줄리안이 무대 아래로 내려왔다.스태프가 장비를 정리하고 있었다.옆을 지나가다가 멈췄다.“아까 기타 소리.”스태프가 바로 돌아봤다.“네.”“조금만 더 올려요.”“네, 알겠습니다.”공연 시작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객석은 어제보다 더 빨리 찼다.앞쪽은 전날보다 더 바짝 붙어 있었다.플래카드도 늘었다.같은 문장이 반복되는 것도 보였다.노아가 그걸 보고 말했다.“어제 왔던 애들 또 왔네.”마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어제보다 더 찼다.”공연의 환호는 전날보다 시작이 더 빨랐다.첫 곡 시작 전에 이미 함성이 올라왔다.조명이 꺼졌다가 다시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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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화- 합격, 그리고 공개

싱가포르였다.공연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마커스는 물 한 병을 들고 침대 끝에 앉았다.그때 핸드폰이 울렸다.화면에 떠 있는 레이첼의 이름을 바라보다가 전화를 받았다.“어.”“끝났어?”“응.”“지금 어디야?”“호텔.”“오늘 어땠어?”“괜찮았어.”대답은 금방 나왔지만 그 뒤로 이어지는 말은 없었다.레이첼이 물었다.“…요즘 계속 그렇게 대답하네.”마커스가 눈을 한 번 감았다 떴다.“뭐가?”“괜찮았어.”레이첼이 그의 말을 그대로 따라 했다.“맨날 그거잖아.”마커스는 물병만 만지작거렸다.“나랑 얘기할 때 예전이랑 달라졌어.”“그럼 뭐라고 해야 되는데.”“몰라.”레이첼의 대답도 빨랐다.“근데 지금은 그냥… 이상해.”마커스는 벽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연락도 그렇고. 시간 나면 하는 거 아니잖아.”“시간이 없어.”“그건 알아.”레이첼은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근데 그게 다는 아니잖아.”마커스가 숨을 내쉬었다.“지금 상황이 그래.”“투어고, 계속 이동하고, 일정 꽉 차 있고…”“그래서 나는?”마커스의 말이 끊겼다.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레이첼이 낮게 말했다.“…봐봐. 지금도 그렇잖아.”“뭐가.”“나랑 얘기하는데도 생각 따로 하고 있잖아.”“…아니야.”“맞아.”전화기 너머로 레이첼이 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나 혼자 있는 느낌이야.”마커스는 고개를 숙인 채 손에 들고 있던 물병을 내려놨다.“…지금은 어쩔 수 없어.”“그래. 그 말이야.”레이첼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그게 문제라고.”마커스는 입을 다문 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결국 먼저 대화를 끝낸 건 그였다.“…지금은 얘기해도 답 안 나와.”“나중에 얘기하자.”마커스는 그대로 통화를 끊었다.***방콕이었다.아시아 투어의 마지막 공연을 마친 다음 날이었다.커튼이 닫힌 호텔 방 안은 아직 어두웠다.어디선가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줄리안은 눈을 뜨고 한동안 그대로 누워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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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화- 다음으로 가는 중

다음 일정은 파리였다.이동은 길지 않았고, 공연 준비도 이미 끝나 있었다.객석 분위기는 런던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빈자리를 찾기 어려웠고, 첫 곡부터 반응이 빠르게 올라왔다.파리 공연도 별다른 문제 없이 마무리됐다.다음은 암스테르담이었다.공연을 앞두고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었다.스태프들이 각자 위치에서 장비를 확인하고 있을 때 노아가 뒤늦게 들어왔다.한 스태프가 시간을 확인하며 그를 바라봤다.“조금 늦으셨어요.”노아가 대수롭지 않게 손을 들었다.“맞출게.”마커스가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렸다.굳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줄리안 역시 기타 세팅만 확인했다.리허설은 예정대로 진행됐다.공연에도 문제는 없었다.그리고 베를린.도시는 계속 바뀌었다.공연장도, 객석의 분위기도 매번 달랐지만 흐름은 비슷했다.자리는 채워졌고, 무대가 시작되면 관객들은 곧바로 반응했다.공연은 평소와 다름없이 이어졌다.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문제도 없었다.적어도 무대 위에서는.***베를린 공연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방 안은 조용했다.마커스는 침대 끝에 앉아 물을 마시고 있었다.그때 핸드폰이 울렸다.레이첼이었다.화면에 떠 있는 이름을 바라보다가 전화를 받았다.“어.”“끝났어?”“응.”그 뒤로는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레이첼이 먼저 물었다.“…지금 몇 시야 거기?”마커스가 시간을 확인했다.“늦었어.”“그래.”마커스는 손에 들고 있던 물병을 테이블 위에 내려놨다.예전 같으면 별것 아닌 이야기라도 이어졌을 텐데, 이번에는 둘 다 다음 말을 찾지 못했다.결국 마커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너 뭐 하고 있었어.”“그냥.”이번에도 대화는 거기서 끊겼다.“그래.”마커스가 고개를 숙였다.전화기 너머에서도 아무 말이 들리지 않았다.그러다 레이첼이 낮게 말했다.“…이상하다.”“뭐가.”“예전엔 안 이랬는데.”마커스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부정할 말도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지금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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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화- 리지우드 프롬의 밤 1

4월 말이었다.리지우드 고등학교는 며칠 앞으로 다가온 프롬 이야기로 들떠 있었다.쉬는 시간마다 복도에서는 드레스와 턱시도, 파트너, 애프터파티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지만, 애리는 그런 분위기를 그저 흘려들을 뿐이었다.올해도 프롬에는 가지 않을 생각이었다.사물함 문을 닫자 옆에 있던 반 친구가 말을 걸었다."너 프롬 안 가?""응.""이번에도?"애리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응. 이번에도.""그래도 마지막인데 한 번쯤은 가야 되는 거 아니야?"그녀는 대답 대신 가방을 어깨에 둘러멨다.그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애리."고개를 돌리자 복도 끝, 교무실 앞에 누군가 서 있었다. 프롬 관련해서 자주 보던 교사였다.애리와 눈이 마주친 교사가 손짓으로 잠깐 오라는 신호를 보냈다.애리는 작게 한숨을 삼키며 교무실 쪽으로 걸어갔다.문을 열고 들어가자 책상 위에 서류 몇 장이 펼쳐져 있었다. 교사는 애리가 가까이 다가오자 바로 말을 꺼냈다.“프롬 얘기 들었지?”애리가 고개를 저었다.“안 가려고요.”“그건 어렵겠다.”애리가 눈을 깜빡였다.“…왜요.”교사는 대답 대신 서류 한 장을 애리 앞으로 밀었다.무심코 내려다본 종이 위에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프롬퀸 후보야.”애리는 종이를 바라보다가 작게 물었다."...빠지면 안 돼요?"“가능하면 안 빠지는 게 좋지. 지금 빠지면 다른 애들한테도 영향 가고.”애리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알겠어요.”대답을 마친 애리는 그대로 돌아서 교무실을 나왔다.복도로 나오자 프롬 이야기로 들뜬 목소리들이 다시 귀를 스쳤다.애리는 한숨을 삼켰다.생각보다 일이 귀찮아졌다.그때 앞을 가로막듯 누군가 걸음을 멈춰 섰다.스캇이었다.눈이 마주치자 스캇이 먼저 웃었다.“잠깐.”애리도 걸음을 멈췄다.“…왜.”스캇은 조금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프롬 얘기 들었어. 후보 올라갔다며.”“응.”잠시 침묵이 흘렀다.스캇은 시선을 한 번 피했다가 다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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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화- 리지우드 프롬의 밤 2 (시즌 2 마지막)

토요일 이른 아침이었다.조용한 호텔 방에서 줄리안은 이미 일어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잠은 거의 자지 못했지만 세수만 하고 옷을 챙겨 입은 뒤 곧바로 방을 나섰다.복도에는 톰 해리스가 기다리고 있었다.“준비됐어?”줄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둘은 말없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문이 닫히자 좁은 공간 안에 정적이 내려앉았다.인터뷰 장소는 같은 호텔 안에 마련되어 있었다.크지 않은 공간에 카메라와 조명이 이미 세팅되어 있었고, 세 사람이 들어서자 기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좋은 아침입니다.”줄리안은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마커스와 노아도 옆에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카메라가 켜지자 기자가 웃으며 첫 질문을 꺼냈다.“어제 인터뷰가 화제가 됐는데요.”노아가 옆에서 피식 웃었고, 마커스도 웃음을 참듯 고개를 숙였다.줄리안만 아무 말이 없었다.이후로 몇 가지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길지 않은 인터뷰였고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마지막 질문은 월드 투어에 관한 것이었다.“월드 투어 마무리 소감 한마디씩 부탁드릴게요.”마커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생각보다 빨리 끝난 느낌이에요.”노아가 뒤를 이었다.“그래도 할 건 다 한 것 같아요.”마지막으로 기자의 시선이 줄리안에게 향했다.줄리안은 별다른 고민 없이 대답했다.“…끝났네요.”“컷.”카메라가 내려가자 줄리안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공항까지 얼마나 걸려요?”톰을 향한 질문에 마커스가 고개를 들었다.“공항?”노아도 의아한 표정으로 줄리안을 바라봤다.“지금?”“나 먼저 좀 가 볼게.”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줄리안에게 향했다.마커스가 눈을 좁혔다.“…혼자?”“뭐야, 갑자기.”노아까지 물었지만 줄리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톰에게 다가가 목소리를 낮췄다.“얘기해 둔 건요.”톰은 들고 있던 가방을 들어 보였다.“여기, 준비됐어.”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층수가 빠르게 내려가기 시작했다.톰은 시계를 확인했다.“지금 나가면 맞아.”줄리안이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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