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보관하고 있던 향수병은 그날 밤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유리는 마음 같아서는 당장 본가로 달려가 유리병을 받아 들고 분석실로 향하고 싶었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열일곱 해 전 물건이었고, 만약 정말로 현재 사건과 연결되는 성분이 남아 있다면 그 순간부터 단순한 개인 소지품이 아니라 증거가 될 수 있었다. 어머니에게 병을 열지 말라고 한 뒤 법무팀에 먼저 연락했고, 다음 날 아침 독립 분석기관 직원이 직접 방문해 봉인된 상태로 수거하기로 했다.그 모든 절차를 끝내고 나니 새벽 한 시가 가까웠다.유리는 침대에 누워서도 잠들지 못했다. 눈을 감으면 여덟 살 때의 기억이 떠오를 것 같았지만, 정작 기억나는 건 거의 없었다. 작은 향수병이 예뻤다는 것, 어머니 옆에 낯선 외국인 여자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여자가 자신에게 무언가를 맡게 했다는 것. 아이리스였다는 사실조차 어머니가 말해준 뒤에야 흐릿하게 연결됐을 뿐, 당시의 향을 지금 정확하게 기억한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그런데 그게 오히려 무서웠다.기억하지 못하는데.몸은 기억할 수 있을까.열일곱 해 뒤 전혀 다른 사람의 목 가까이에서 같은 향을 맡았을 때, 머리는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감각만 먼저 반응할 수 있을까.유리는 눈을 떴다.그리고 곧바로 휴대전화를 집었다.메시지 창.권재헌.시간은 오전 1시 07분.보낼까 말까 고민하는데 먼저 메시지가 왔다.[안 자고 있죠.]유리는 눈을 깜빡였다.곧바로 답했다.[어떻게 알아요?][저도 안 자니까.]말도 안 되는 논리였다.유리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다.[그게 무슨 상관인데.]잠시 뒤.[전화해도 됩니까.]유리는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신호가 가기도 전에 재헌이 받았다.[네.]“전화해도 되냐면서요.”[허락받기 전에 걸었군요.]“싫어요?”[아뇨.]그의 목소리가 낮게 들렸다.[좋습니다.]유리는 이불을 조금 끌어올렸다.“재헌 씨도 잠 안 와요?”[네.]“왜.”[오늘 제 몸에서 외부 향료가 검출됐다는 얘기
最終更新日 : 2026-09-20 続きを読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