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의실 거울 앞에서 혜진은 수영복을 펼쳐 들었다. 검은색 원피스 수영복이었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에 등 부분이 깊게 파여 있었다. - 오랜만이네 대학 시절에는 물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적지 않았다. 바다에 들어갈 때면 두꺼운 잠수복을 입었지만, 실내 수영장에서는 늘 이런 단순한 수영복을 즐겨 입었다. 혜진은 옷을 갈아입고 거울 앞에 섰다. 검은 천이 몸의 굴곡을 따라 매끄럽게 붙었다. 어깨에서 허리로 내려오는 선은 여전히 곧았고, 허벅지에는 오랫동안 걷고 서서 일한 사람 특유의 단단함이 남아 있었다. 혜진은 거울 속 자신을 잠시 바라봤다. 오히려 예전보다 지금의 몸이 마음에 드는 부분도 있었다. 무턱대고 마르기만 했던 시절과 달리, 지금은 제 몸이 가진 무게와 균형을 알았다. 그녀는 수모를 쓰고 머리칼을 안으로 밀어 넣었다. “어휴. 춥겠다.” 혼잣말을 하고는 샤워실로 향했다. 수영장 안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다. 물 위로 희뿌연 수증기가 떠올랐고, 천장에 매달린 조명이 잔잔한 물결을 따라 일렁였다. 일정한 간격으로 물을 가르는 소리와 강사의 호루라기 소리가 울렸다. 혜진은 샤워실에서 나와 풀장 쪽으로 걸었다. 그리고 태오를 발견했다. 그는 레인 끝에 서서 수모를 고쳐 쓰고 있었다. 짙은 남색 수영복이 허벅지 중간까지 내려왔다. 평소 헐렁한 티셔츠나 작업복에 가려져 있던 몸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혜진은 저도 모르게 걸음을 늦췄다. 태오의 어깨는 흡사 접영 선수처럼 넓었다. 목에서 어깨로 이어지는 선이 시원하게 뻗어 있었고, 팔을 들어 올릴 때마다 등과 옆구리의 근육이 유연하게 움직였다. 팔뚝에는 잔근육이 선명했고, 허리는 군살 없이 좁았다. 반면 허벅지는 단단했다. 무작정 운동으로 부풀린 몸이 아니라, 일상에서 수없이 움직이며 만들어진 몸, 그래서 혜진이 좋아하는 거였다. 그가 몸을 돌리자 혜진과 눈이 마주쳤다. 태오가 웃었다. “왜 그렇게 봐요?” “뭘.” “나 보고 있었잖아요.” 태오가 웃으며 다가왔다.
Last Updated : 2026-10-1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