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지겨웠다. 클럽에 들어온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벌써 누군가 전화번호를 물었고, 누구는 술을 사주겠다고 했다. 방금 전에는 이름도 모르는 남자가 귓가에 대고 어디 사느냐고 물었다. 수진은 대답 대신 잔에 남은 술을 비웠다.“재미없어.”옆에 앉아 있던 친구가 음악 때문에 못 들었다는 듯 귀를 가까이 댔다.“뭐라고?”“재미없다고.”“온 지 얼마나 됐다고.”“그러니까. 벌써 재미없잖아.”수진은 턱을 괸 채 사람들을 구경했다. 번쩍이는 조명 아래에서 남자들은 이상하리만큼 비슷해 보였다. 비싼 시계, 몸에 붙는 셔츠, 잔을 들어 보이며 웃는 얼굴. 눈이 마주치면 십중팔구 다가왔다.의미없이 플로어 옆 테이블들을 훑어 보는데 익숙한 얼굴 하나가 시야를 스쳤다. 수진의 눈썹이 올라갔다.— 쟤가 왜 여기 있어?아는 얼굴이었다. 몇 번 어울린 적이 있는 남자였고, 평판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여자 문제도 복잡했고 입도 가벼웠다. 수진이 속으로 부르던 이름은 간단했다.— 저 쓰레기.그런데 처음 보는 남자가 옆에 있었다. 수진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옮겨갔다. 검은 셔츠에 별다른 장식도 없었다. 시끄러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지도 않았고, 지나가는 여자들을 훑어보지도 않았다. 오히려 이런 장소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처럼 테이블 끝에 앉아 잔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둘이 왜 같이 있지?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저 쓰레기와도, 이 클럽 공간이랑도. 마침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지만, 수진도 남자도 눈을 피하지 않았다, 몇 초쯤 그렇게 바라보다가 수진이 먼저 입꼬리를 올렸다.그러자 남자가 시선을 거뒀다. 그게 조금 의외였다. 대부분은 여기서 웃거나, 잔을 들어 보이거나, 곧장 다가왔다. 그런데 저 남자는 끝이었다.“야, 너 뭐해.”친구가 수진의 팔을 툭 건드렸다.“저기 쟤 있잖아.”“누구?”“저쪽. 흰 티 입은 애.”친구가 눈을 가늘게 뜨더니 바로 알아봤다.“아, 걔?”“쟤 옆에 있는 사람이랑 자려고.”“뭐? 방금까
Last Updated : 2026-09-3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