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복수의 불장난 - 내 최고의 친구의 남편이 나에게 불륜을 제안했다: Chapter 41 - Chapter 50

240 Chapters

41 그는 옳았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범위는 좁아. 리암은 그 코드를 몰라. 조비엔은 관심도 없고. 시그리드는 내 밑에서 일하니 그를 도울 리 없어. 그렇다면…”그는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침묵이 길게 이어졌다.“네가 그를 도왔군.”질문이 아니었다.네리사는 프린터에서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를 마주 보았다.“그래.”그의 눈빛에 무언가가 스쳤다.고통이었다.분명한 고통이었지만, 그는 곧 그것을 감춰 버렸다.“밧줄을 던졌군.”“그대로 두면 실패했을 테니까.”“그게 목적이었어.”그의 목소리에는 좌절감이 묻어났다.“그랬다면 그는 모든 걸 잃었을 거야. 회사도, 명성도, 미래도.”네리사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그는 나쁜 건축가가 아니야. 그저 감당하기 벅찬 일에 휘말린 것뿐이야.”그의 턱이 굳었다.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그는 네 가장 친한 친구와 네 침대에서 잤어. 네 결혼을 망가뜨렸고. 네가 병원에서 혼자 아이를 잃는 동안, 그 아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지.”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그런데도 넌 그를 보호하고 있어.”그 말 하나하나가 주먹처럼 가슴을 때렸다.하지만 네리사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난 나 자신을 보호하는 거야.”목소리가 아주 조금 갈라졌다.“그를 사랑했던 나를. 그를 믿었던 나를. 그가 논문을 끝낼 때까지 밤새 형편없는 커피를 만들어 주면서 곁을 지켰던 나를.”네리사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내가 그걸 네가 망가뜨리도록 내버려 둔다면, 내가 여기 서서 그가 물에 빠지는 걸 보고도 아무 감정도 느끼지 않는다면… 그럼 내게 남는 건 뭐야?”잠시 숨을 고른 그녀가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이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사랑했던 사람이 무너지는 걸 지켜보면서 그걸 전략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면.”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넌 합병을 얻겠지.”그의 목소리가 조용했다.“승진도. 승리도.”“그걸로는 부족해.”네리사는 그의 시선을 받아냈다.“충분하지 않아.”그 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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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동맹의 균열

제인은 마침내 상황을 따라잡고 있었다.익명의 이메일은 세 번째를 끝으로 더 이상 오지 않았다.누가 보낸 것인지는 몰랐다.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네리사.계약서를 속속들이 아는 사람은 그녀뿐이었다. 그리고 아무런 대가도, 공도 바라지 않은 채 뒤에서 조용히 자신을 도와줄 사람 역시 그녀뿐이었다.제인은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았다.가장 최근에 제출한 서류가 승인되었다는 확인이 떴다.기한을 맞췄다.그녀가 나를 구해 줬어.내가 그녀에게 무슨 짓을 했는데도.제인은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메시지를 입력했다.네가 보낸 거라는 걸 알아. 고마워.잠시 바라보다가 삭제했다.그녀는 자신에게 들키기를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그게 핵심이었다.제인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언젠가 방법을 찾을 거야.언젠가는.저녁 — 조비엔의 캐빈조비엔의 손이 제인의 팔 위에 놓여 있었다.“당신이라면 해낼 줄 알았어.”제인이 웃었다.하지만 그의 눈에는 웃음이 없었다.“도움을 받았어.”“누구한테?”“익명의 이메일이었어. 관련 법규를 아는 사람이 보낸 것 같아.”조비엔의 눈이 아주 잠깐 가늘어졌다.하지만 그녀는 곧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표정을 부드럽게 풀었다.“뭐, 누가 보냈든 건축가를 보는 안목 하나는 확실하네.”방 건너편에는 네리사가 리암과 함께 앉아 있었다.그녀는 제인을 보지 않았다.조비엔도 보지 않았다.밴스는 저녁 식사를 자신의 캐빈으로 가져갔다.조비엔은 원래 자신의 남편이 앉아 있어야 할 빈자리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제인이 애써 네리사를 바라보지 않는 모습도 지켜보았다.네리사 역시 제인을 바라보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무언가가 있었다.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조비엔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배 위로 내려갔다.아이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계속 자라고 있었다.나는 그를 잃지 않을 거야.7년이나 참고 있다가 그를 되찾으러 돌아왔어.제인은 내 사람이야.내 아이의 아빠야.그때 제인의 시선이 네리사 쪽으로 향했다.아주 잠깐.단 한 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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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차가운 진실

네리사는 대면 이후 몇 시간 동안 롯지 주변의 얼어붙은 길을 걸었다.밴스의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울려 퍼지는 것을 떨쳐 내고 싶었다.과거형. 그런데 그게 맞지 않지?그리고 그건 어리석은 일이야.실패했다.아무리 멀리 걸어도 그 말들은 그녀를 따라왔다.캐빈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돌아왔을 때쯤에는 산 너머로 해가 저물고 있었다.이제 자신의 캐빈으로 돌아가야 했다.다음 이동을 위해 짐을 정리하고 쉬어야 했다.그런데 그녀의 발걸음은 정반대 방향으로 향했다.캐빈 1.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사과하고 싶은 건지, 따지고 싶은 건지, 아니면 그저… 같은 공간에 있고 싶은 건지도 알 수 없었다.캐빈 1에 가까워졌을 때였다.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네리사는 걸음을 멈췄다.조비엔의 목소리였다.나무 벽 너머로 희미하게 들렸지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정말 이혼할 거야?”네리사는 자신이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걸 알았다.돌아서야 했다.그런데 그러지 않았다.잠시 후 밴스의 목소리가 들렸다.조용했다.“내가 이혼하고 싶다고 말한 적은 없어.”잠시 침묵이 흘렀다.그러고는 조비엔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이어졌다.“하지만 당신이 나한테……”“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그의 목소리는 평평했다.“그건 네가 만든 이야기야. 결혼은 계속돼. 서류상으로.”침묵.그리고 조비엔의 목소리가 떨렸다.“그럼 나는 그냥 사업상 계약인 거야?”“결혼할 때부터 알고 있었잖아.”따뜻함도 없었다.망설임도 없었다.“그저 네가 믿고 싶지 않았던 것뿐이지.”그 말이 네리사의 가슴을 세게 때렸다.그녀는 다른 말을 기다렸다.병원에서 보았던 그 남자의 흔적이라도 찾고 싶었다.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얼마 후 조비엔의 목소리가 작아졌다.“당신이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는 사람인 줄 몰랐어.”“나도 네가 이렇게까지 배신할 수 있는 사람인 줄 몰랐어.”밴스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다.“우리 둘 다 뭔가를 배운 셈이지.”발소리가 들렸다.그리고 문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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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무엇이 진짜였을까?

“너에게는 네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 밴스가 말했다. “나에게도 이유가 있어. 네 이유가 좀 더… 감정적이라면, 내 이유는 현실적이야. 하지만 결과는 같아.”그가 잠시 말을 멈췄다.“끝났어야 할 결혼이 두 개 있고, 아직 그걸 끝내지 않은 사람이 네 명 있다는 거지.”네리사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지금 당신 자신과 나를 비교하는 거야?”“네가 내가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걸 비난하면서, 너 역시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걸 말하는 거야.”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이유는 다를 수 있겠지. 하지만 결과는 같아.”네리사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밴스는 다시 창가로 돌아섰다.굳게 굳은 어깨가 보였다.“우리는 내일 돌아가. 돌아가면 예정대로 합병을 진행해. 프로답게 행동하고, 각자 맡은 일을 하면 돼.”잠시 침묵이 흘렀다.“이제 남은 건 그뿐이야.”네리사는 그의 등을 바라보았다.곧게 뻗은 등.미동도 없는 모습.마치 자신이 절대로 들여다볼 수 없는 벽 같았다.“당신 말이 맞아.”그녀가 조용히 말했다.“난 아직 이혼을 신청하지 않았어. 왜 그런지도 모르겠어.”네리사는 잠시 숨을 고르다가 고개를 저었다.“어쩌면 아직도 내 일부가 무언가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어…”말끝이 흐려졌다.“나도 내가 뭘 바라는지 모르겠어.”밴스는 대답하지 않았다.네리사는 문을 향해 걸어갔다.“설리번 씨.”그녀의 걸음이 멈췄다.네리사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우리가 함께했던 일들. 해링턴 계약. 첸 문제. 전부.”밴스는 돌아보지 않았다.“그건 진짜였어. 의미가 있었어. 그건 당신도 알아줬으면 해.”네리사는 기다렸다.조금 더 무언가를 말해 주기를.폭풍 속 대피소에서 함께했던 그 남자의 목소리를 들려주기를.하지만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네리사는 결국 방을 나섰다.네리사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제인을 구했다.그리고 밴스와 자신 사이에 있던 무언가를 잃어버렸다.게다가 이제 알게 되었다.병원에서 자신의 손을 잡아 주었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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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오직 너

아침 식사는 조용했다.서로를 잘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편안한 침묵이 아니었다.더 이상 할 말이 남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흐르는 무거운 침묵이었다.밴스는 테이블 가장 끝에 앉아 커피를 손에 든 채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확인하고 있었다.네리사가 들어와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그녀에게 말을 걸지도 않았다.네리사는 맞은편에 앉은 제인을 바라보았다.그는 일주일 내내 그랬던 것보다 어딘가 가벼워 보였다.마감은 여전히 살인적이었다.일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하지만 그의 안에서 무언가가 달라져 있었다.움직임이 달랐고, 말투도 달랐다.마치 익사하던 사람이 이제야 물 위로 올라와 헤엄치기 시작한 것처럼.제인이 그녀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작게 웃었다.진심이 담긴 미소였다.무언가를 요구하지도 않았다.“좋은 아침.”“좋은 아침.”그게 전부였다.하지만 조비엔은 그 짧은 대화를 놓치지 않았다.제인은 얼어붙은 호숫가에서 네리사를 발견했다.“방해하는 거 아니지?”질문이라기보다는 확인에 가까웠다.네리사는 그를 쫓아내지 않았다.제인은 그녀의 옆에 섰다.조심스러운 거리를 두고.손이 닿을 만큼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난 네가 나한테 그럴 자격이 없다는 거 알아.”제인이 말했다.“무언가를 부탁하려고 온 게 아니야. 그냥… 네가 여기 있다는 게 좋아서.”네리사가 그를 바라보았다.햇빛이 그의 얼굴 한쪽을 비추고 있었다.“그러지 마.”말은 부드럽게 흘러나왔다.“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그가 어깨를 으쓱했다.“그냥 사실을 말하는 거야. 네가 존재한다는 게 좋아. 같은 세상에서 너와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게 좋아. 그게 전부야.”그는 네리사가 대답하기도 전에 돌아서서 걸어갔다.네리사는 호숫가에 그대로 서서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조비엔은 공용 공간에서 노트북을 챙기고 있는 제인을 찾아갔다.“산책할래?”그녀가 물었다.“저녁 먹기 전에. 예전처럼.”제인이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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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균열

침묵이 길게 이어졌다.제인은 그녀를 바라보았다.고등학교 때부터 사랑했던 여자.자신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고, 자신의 결혼을 깨뜨렸으며, 이제는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채 눈 속에 서 있는 여자.“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제인이 말했다.“네가 원하는 사람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그냥 있어 줘.”조비엔이 그의 손을 꼭 잡았다.“그것만 해 줘. 나를 그 안에 혼자 두지만 마.”제인은 대답하지 않았다.하지만 손을 빼지도 않았다.리암은 자신의 오두막에 앉아 휴대폰을 귀에 대고 있었다.“다들 좀 이상해요, 할아버지.”수화기 너머로 알리스터 해링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상하다는 게 무슨 뜻이지?”“그 건축가와 아내는 같은 오두막에서 자지 않아요. 조비는 그 건축가 팔에 계속 매달려 있고요. 밴스는 거의 아무도 쳐다보지 않아요.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VP가 있어요.”잠시 침묵이 흘렀다.“일은 제대로 되고 있나?”알리스터가 물었다.“네. 그 건축가가 제출한 결과물은 전부 탄탄해요.”“그럼 내버려 둬라. 사람들에게 개인적인 사정이 없는 경우는 드물다. 그게 프로젝트에 영향을 주면 나한테 말하고, 그렇지 않다면 관여하지 마.”“알겠어요.”“그리고 리암.”“네.”“계속 지켜봐라. 사람들은 아무도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할 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 주니까.”통화가 끝났다.리암은 창가에 앉아 아래쪽에 보이는 오두막들의 불빛을 바라보았다.그날 밤 늦게롯지는 메인 홀에서 송별 만찬을 준비했다.구운 양고기와 클라우드베리 크림 디저트, 벽을 따뜻하게 밝히는 벽난로의 불빛.시그리드가 건배를 제안했고, 리암이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와인이 잔마다 채워졌다.네리사는 잔 하나를 천천히 홀짝이고 있었다.밴스는 테이블 상석에 앉아 시그리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그는 저녁 내내 네리사를 한 번도 바라보지 않았다.조비엔은 리암의 농담에 필요 이상으로 크게 웃었고, 제인의 팔을 지나치게 자주 만졌다.제인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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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귀환

비행기는 잿빛 구름을 가르며 날아갔다.창밖에서 오슬로가 점점 작아졌다.네리사는 지정된 창가 좌석에 앉아 세상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뒤돌아보지 않았다.옆 통로 건너편에 앉아 노트북으로 서류를 검토하고 있는 밴스도 바라보지 않았다.그는 그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리암은 두 줄 앞에 앉아 있었다.그 옆에는 조비엔이 있었고, 그녀는 그의 팔에 손을 얹은 채 창밖의 무언가를 가리키며 이야기하고 있었다.그를 매료시키고 있었다.다시 관계를 쌓고 있었다.조비엔은 자신의 세계가 무너지는 순간에도 일을 멈추지 않았다.제인은 뒤쪽에 혼자 앉아 아무것도 없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네리사는 발코니 이후로 그를 보지 못했다.승무원이 음료를 권했다.네리사는 물을 받아 들었다.밴스는 아무것도 받지 않았다.조비엔은 리암이 한 말에 웃었다.제인은 눈을 감고 잠든 척했다.여섯 시간이었다.서로 낯선 사람이 되어 버린 사람들과 함께 앉아 있는 여섯 시간.그들 모두가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자신들이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때까지 남은 시간을 세고 있었다.공항은 혼란스러웠다.수하물.세관.택시.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네리사의 휴대폰이 켜졌다.레오: 돌아왔어? 엄마가 계속 물어봐. 도착하면 전화해.레오: 물어보는 건 아닌데… 그래도 묻는 거야. 너 괜찮아?업무 메일도 수십 통이나 와 있었다.해링턴 인수인계부터 일정 조율, 제출해야 할 보고서까지.그리고 밴스에게서 온 메일 하나.월요일 오전 9시 회의. 해링턴 인수인계에 대해 논의한다.인사말도 없었다.맺음말도 없었다.그저 메시지 하나뿐이었다.철저히 업무적이고, 차가웠다.이제 파트너는 없었다.네리사는 한동안 그 메시지를 바라보다가 휴대폰을 잠그고 가방에 넣었다.공항 밖에는 차들이 기다리고 있었다.밴스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검은색 타운카에 올라탔다.조비엔이 그 뒤를 따라 차에 탔다.두 명의 낯선 사람이 한 차량을 공유하고 있었다.한 펜트하우스를.한 삶을.리암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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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새로운 일상

펜트하우스는 그녀가 떠났을 때와 똑같았다.깨끗하고.비싸고.차가웠다.조비엔은 거실에 서서 자신이 직접 고른 가구와 벽에 걸린 미술품, 한때 사랑했던 도시의 풍경을 바라보았다.모든 것이 마치 다른 사람의 삶처럼 느껴졌다.밴스는 펜트하우스에 도착하자마자 서재로 향했다.문은 닫혀 있었다.불은 켜져 있었다.늘 그렇듯.조비엔은 서재 문 앞으로 걸어가 한참 동안 그 앞에 서 있었다.그저 그렇게 서 있었다.손을 들어 올렸다.노크할 준비를 하면서.노르웨이에서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조비엔은 천천히 손을 내렸다.노크하지 않았다.무슨 말을 해야 할까?무엇을 물어야 할까?밴스는 이미 모든 것을 말해 주었다.그저 자신이 듣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조비엔은 침실로 향했다.부부의 침실이었다.비록 몇 달째 함께 쓰지 않고 있었지만.그녀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손이 자연스럽게 배 위로 내려갔다.아이는 아직 그곳에 있었다.계속 자라고 있었다.아직 태동을 느끼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였다.그럼에도 그녀는 손바닥으로 배를 꾹 눌렀다.자신에게 남은 유일하게 진짜인 것을 붙잡으려는 것처럼.제인의 아이.지금쯤 자신의 아내와 함께 아파트에 있을 제인.아마 자신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을 사람.조비엔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이렇게 외롭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어.그 생각이 가슴 한가운데 묵직하게 내려앉았다.움직이지 않았다.배 속에서 무언가 살짝 움직인 것 같았다.어쩌면 착각일 수도 있었다.어쩌면 정말 아이가 움직인 것일 수도 있었다.조비엔은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너밖에 없어.너와 나. 그것뿐이야.대답은 없었다.창밖에서 들려오는 도시의 낮은 소음과,복도 건너편의 닫힌 문,그리고 앞으로 길게 이어질 세월만이 그녀 곁에 남아 있었다.밴스는 펜트하우스에서 서류를 챙긴 뒤 다른 곳으로 향했다.차는 아스테라 스파이어 옆 주거 타워 앞에 그를 내려주었다.아에리.그의 공간.오직 그의 것인 유일한 장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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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아주 작은 틈

제인은 휴대폰을 바라보았다.받지 않았다.무음으로 돌리지도 않았다.그저 바라보기만 했다.진동이 멈췄다.그러다 다시 시작됐다.네리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머그잔을 싱크대에 가져다 놓고 물로 헹군 뒤 식기 건조대에 올려두었다.“나 일해야 해.”그녀는 그대로 걸어 나갔다.뒤돌아보지 않았다.제인은 혼자 식탁에 앉아 휴대폰만 바라보았다.건물은 그대로였다.엘리베이터도, 층도, 복도도.아침의 분주한 움직임에서 비롯된 낮은 소음도 여전했다.네리사는 자신의 사무실로 가는 길에 밴스의 사무실 앞을 지나쳤다.문은 닫혀 있었다.안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반투명한 유리 너머로 그의 실루엣이 보였다.고개를 숙인 채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네리사는 멈추지 않았다.노크하지도 않았다.그대로 지나갔다.하루는 업무로 흘러갔다.오전 중반, 리디아가 그녀의 책상 앞으로 왔다.“블랙우드 씨가 3시까지 해링턴 전망 자료를 원하십니다.”설명은 없었다.그저 전달사항 하나뿐이었다.정오가 되자 이메일이 도착했다.제목: Section 4 수정안본문은 한 문장뿐이었다.첨부했습니다. 오늘 업무 종료 전까지 검토하세요.인사도 없었다.맺음말도 없었다.개인적인 말은 아무것도 없었다.사무실 건너편으로 그의 사무실이 보였다.밴스는 책상에 앉아 있었다.언제나처럼.사람들이 지나가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주변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에도 반응하지 않았다.그는 그녀를 보지 않았다.한 번도.그날 네리사는 그의 사무실 앞을 네 번 지나쳤다.첫 번째로 지나갈 때, 그는 화면에 떠 있는 무언가를 읽고 있었다. 옆에 놓인 커피는 손도 대지 않은 채였다.두 번째로 지나갈 때는 통화 중이었다. 턱을 굳게 다문 채 상대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세 번째로 지나갈 때는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서류 위를 빠르게 움직이는 손이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네 번째로 지나갈 때.그는 아무것도 없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초점이 흐려진 눈.그러다 고개를 한 번 저은 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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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전화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노트북의 낮은 작동음이 침묵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네리사의 맥박이 귀 안에서 크게 뛰었다.그의 손은 여전히 그녀의 손을 감싸고 있었다.따뜻하고 단단했다.엄지는 그녀의 손목 위, 빠르게 뛰고 있는 맥박이 닿는 곳에 머물러 있었다.그의 눈이 그녀의 눈을 붙잡고 있었다.깜빡이지도 않았다.평소의 가면은 사라져 있었다.그곳에서 네리사는 피로를 보았다.하지만 그것만은 아니었다.이름 붙일 수 없는 무언가가 더 있었다.그녀는 무언가 말해야 했다.왜 여기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설명해야 했다.하지만 생각할 틈도 없이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그냥… 서류가 떨어져서.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니—”밴스는 대답하지 않았다.그저 그녀를 바라보았다.네리사는 다시 입을 열었다.“집에 가야 해요. 쉬세요. 하루 종일 너무 무리했잖아요.”여전히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그의 시선은 그녀의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그러다 조용히 말했다.“당신, 나를 지켜보고 있었군.”질문이 아니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네리사의 숨이 순간 멎었다.“노르웨이에서 돌아온 뒤로 당신은 나한테 거의 말을 하지 않았잖아요.”“당신을 의식하고 있었어.”“그거랑은 다르죠.”그는 잠시 침묵했다.엄지는 여전히 그녀의 손목 위에 닿아 있었다.“말해 주길 원해?”그의 목소리는 낮았다.“좋아. 당신이 오늘 내 사무실 앞을 지나갈 때마다. 나를 바라볼 때마다. 바라보지 않을 때마다. 전부 알아차렸어.”그가 그녀를 바라보았다.“돌아온 뒤부터 계속 그랬어. 아니, 그전부터. 폭풍이 몰아치던 날부터.”네리사는 그를 바라보았다.“나는 당신에 관한 건 전부 알아차려.”밴스가 계속했다.“그렇다고 내가 그걸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그 말이 두 사람 사이에 그대로 걸렸다.네리사는 침을 삼켰다.“아직 화났어요?”잠시 멈췄다가 덧붙였다.“내가 한 일 때문에. 그를 도운 거.”그의 턱이 아주 미세하게 굳어졌다.하지만 네리사는 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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