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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선비, 밤에는 마물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91 - チャプター 100

116 チャプター

죽은 사람을 위한 밥상 (2)

"서방님……?"사내가 밥그릇을 떨어뜨렸다. 그가 몸을 틀자 도진이 쌀광 뒤에서 나섰다. 들창으로 달아나려던 사내는 다리에 힘이 풀려 찬장에 부딪쳤다."움직이지 마시오. 얼굴만 보겠소."사내의 손이 품속으로 들어갔다. 녹슨 단도 끝이 드러나는 순간 도진의 부채가 손목을 눌렀다. 사내는 이를 악물고 팔을 빼려 했다. 연화가 그의 팔에 침을 놓자 마비된 손에서 단도가 떨어졌다.도진은 발로 칼을 멀리 밀었다. 그 사이 민씨가 문턱을 넘었다."서방님, 저예요. 저를 보세요."연화가 등잔의 가리개를 벗겼다. 빛 아래로 드러난 사내의 눈이 크게 뜨였다. 덥수룩한 수염과 파리한 얼굴 너머로 아내를 알아보는 기색이 지나갔다."어찌…… 부인이 여기에…….""제 집이잖아요. 당신 집이고요."민씨는 손을 내밀고도 바로 닿지 못했다. 사내가 먼저 고개를 숙였다. 그 움직임에 입가에 붙어 있던 밥알이 떨어졌다. 여인이 한 걸음 더 다가가 그의 뺨을 만졌다.손바닥 아래에서 살이 떨렸다."살아 계셨네요."민씨의 목소리가 꺾였다. 권 첨정은 대답하지 못했다. 아내의 손등을 쥐려던 손이 허공에서 멎더니, 바닥에 흩어진 밥알을 가리려는 듯 내려갔다.연화는 남편을 끌어안으려는 민씨의 팔을 살짝 붙들었다."다리부터 받쳐야 합니다. 옆에 앉아 계세요."걷어 올린 바짓자락 아래로 붓고 뒤틀린 정강이가 드러났다. 다친 채로 오래 버틴 다리였다. 도진이 등을 받쳐 앉히는 동안, 민씨는 부엌을 나갔다가 접은 방석을 안고 돌아왔다. 연화가 도진의 팔을 짚으며 낮게 말했다. "등은 그대로 받쳐 주세요. 다리는 제가 보겠습니다." 도진은 권 첨정이 기울지 않도록 자세를 고쳤다."이것이면 될까요?""예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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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을 위한 밥상 (3+4)

북촌으로 돌아온 가마는 정문 대신 별채 뒤로 들었다. 문석진이 길목을 지켰고, 권 첨정은 민씨와 함께 지하 약방으로 옮겨졌다.가마에서 내리다 발을 디디려는 사내를 연화가 막았다."걷지 말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지금 고집부리시면 치료가 더 길어져요."민씨가 반대쪽 팔을 받쳤다. 권 첨정은 아내의 얼굴을 보고서야 다리에 힘을 뺐다. 도진은 안으로 옮길 자리를 비운 뒤 약방 문 앞에 남았다. 연화가 지나치며 그의 팔에 손을 얹었다. "들어오셔도 될 때 부를게요." 도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약방 문에서 비켜섰다.치료는 등잔 기름을 보탠 뒤에도 끝나지 않았다. 연화가 침을 놓아 고통을 누그러뜨리는 동안 민씨는 남편의 손을 잡았다. 다친 곳을 바로잡을 때마다 권 첨정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당분간 다리를 고정해 두셔야 합니다. 통증이 줄었다고 걸으시면 안 돼요."연화는 새로 댄 받침을 확인하고 이불을 덮었다. 권 첨정은 숨을 고르다가 낡은 도포가 어디 있는지 물었다. 민씨가 침상 곁에 접어 놓은 옷을 보여 주자 비로소 눈을 감았다.연화는 도진을 약재실로 불렀다. 그가 들어서며 환자 쪽을 돌아보았다."말을 들을 수 있겠소?" "깨면 잠깐은요. 그러나 오늘 밤에 전부 들으려 하시면 제가 내보낼 겁니다." "나를 말이오?" "환자 눕혀 놓고 누구를 내보내겠습니까."도진이 입술을 다물었다. 연화의 손가락에 천의 매듭 자국이 붉게 남아 있었다. 그는 물그릇을 가까이 옮겨 주고 그녀가 손을 씻을 때까지 기다렸다. 연화는 손을 닦고 물그릇을 내려놓은 뒤 그의 손목을 가볍게 잡았다. "오래 기다리셨지요." 도진은 고개를 저으며 그녀의 손을 잠깐 마주 잡았다."아까 부엌에서 칼자국을 보았소." "저도 보았습니다. 그렇지만 상처만으로 누가 베었는지는 알 수 없어요."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약방 안에서 민씨가 남편을 부르는 소리가 났다. 잠에서 깨어난 권 첨정은 약방 천장을 한동안 올려다보다, 곁에 놓인 아내의 소매를 쥐었다.도진이 다가가자 그 손에 힘이 들어갔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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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을 위한 밥상 (5)

창고 앞을 밝힌 횃불 아래로 순라군들이 나섰다. 수레를 끌던 사내가 고삐를 당겼고, 뒤에서 따라오던 자가 칼을 뽑았다."비켜!"도진은 칼날을 정면으로 받지 않았다. 옆으로 비켜 칼을 쥔 손목을 부채 끝으로 내리쳤다. 칼이 떨어지자 순라군 둘이 사내를 눌러 묶었다. 다른 살수들이 창고 문으로 몰려나왔다.문석진은 휘하 군사들을 나눠 문 양옆을 막았다. 도진은 수레 쪽으로 향하는 우두머리를 쫓았다. 놈이 노린 것은 순라군이 아니라 말의 고삐였다."수레 뒤를 비켜라!"뒤에서 짐을 붙들고 있던 짐꾼 하나가 놀라 넘어졌다. 우두머리가 말의 엉덩이를 칼등으로 때리자 수레가 비탈로 쏠렸다. 금이 든 궤짝이 짐꾼 쪽으로 밀렸다.도진이 방향을 틀었다. 우두머리의 등을 치는 대신 수레 옆으로 뛰어들었다. 그가 고삐를 붙잡아 말을 돌리는 동안 순라군들이 바퀴 앞에 나무를 받쳤다. 궤짝이 수레 옆틀에 부딪치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연화는 멎은 수레 아래에서 짐꾼을 끌어냈다. 사내는 팔을 품에 붙이고 신음했다. 그녀가 손목을 살피자 사내의 눈이 창고 문으로 향했다."저는 시키는 대로 짐만…….""지금은 움직이지 마세요. 칼 맞으러 돌아가실 겁니까?"짐꾼이 입을 다물었다. 연화는 그를 군사 뒤로 옮기게 하고, 도진 쪽을 돌아보았다.도망칠 틈을 얻은 우두머리는 이미 갈대밭으로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나루 앞에서 대기하던 순라군이 길을 막았다. 칼을 휘두르며 돌아선 놈이 연화를 발견했다."비켜라!"놈이 다가오기 전에 도진이 둘 사이로 들어섰다. 칼날이 도포 자락을 갈랐다. 도진은 부채를 접어 놈의 팔꿈치를 치고, 다시 칼을 들어 올리려는 손을 눌렀다. 연화의 은침이 사내의 팔에 닿았다.갑자기 힘이 빠진 놈이 칼을 놓쳤다. 문석진이 달려와 어깨를 꺾어 바닥에 엎드리게 했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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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을 위한 밥상 (6)

"풍랑에 잃은 국고입니다. 남의 창고에서 금이 나왔다 한들 그것이 그 금인지 어찌 안다는 말입니까."윤종배의 목소리는 또렷했다. 도진이 원장을 내놓아도 그는 무릎을 꿇지 않았다. 편전에 있던 대신들 사이로 웅성거림이 번졌다.도진은 어전에 엎드려 아뢰었다."전하, 밀약서에 적힌 곳에서 원장과 같은 궤짝 30개를 찾았습니다. 궤짝의 표식과 금괴의 무게를 대조한 기록도 함께 올리옵니다."승지가 문서들을 국왕 앞으로 옮겼다. 윤종배는 밀약서의 낙관을 보더니 눈썹을 찌푸렸다."낙관을 흉내 내는 자가 어디 한둘이겠습니까. 출처도 모를 문서입니다.""그 문서를 가지고 나온 사람이 있소.""누구입니까?""권 첨정이오."윤종배의 입이 벌어졌다가 닫혔다. 그는 곧 소매를 여미며 국왕을 향해 몸을 돌렸다."그자는 배와 함께 죽었습니다."편전 밖에서 의자가 옮겨지는 소리가 났다. 군관들이 권 첨정을 앉힌 의자를 안으로 옮겼다. 연화는 그의 곁을 지켰다. 사전에 환자의 상태를 들은 국왕이 앉은 채로 답하게 허락했다. 사내는 고정한 다리를 앞으로 뻗고 겨우 허리를 세웠다."전하, 권 첨정이 살아 돌아왔사옵니다."윤종배가 그를 보았다. 권 첨정의 손이 의자 끝을 움켜쥐었다. 연화는 어전에서 대신 답하지 않았다. 그가 숨을 고르고 입을 열 때까지 곁에 서 있었다. 도진이 짧게 그녀를 돌아보았고, 연화는 고개를 끄덕여 괜찮다는 뜻을 전했다."경이 본 것을 고하라."국왕의 말에 권 첨정이 고개를 들었다. 금을 옮기던 배, 갑판으로 올라온 왜상들의 살수, 불길을 피해 강으로 뛰어들던 군관들. 그는 기억이 끊긴 곳에서는 모른다고 했다."물에 떨어진 뒤로는 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배에 불이 붙기 전에 금부터 다른 배로 옮겼습니다."윤종배가 나섰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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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을 위한 밥상 (7)

권 첨정 부부는 치료를 더 받으려고 배 판서 댁 별채로 돌아왔다. 민씨는 남편의 밥을 따로 덜었다. 오래 굶은 사람이 빨리 먹으려 들면 그릇을 조금 당겨 놓았다. 그때마다 권 첨정은 아내의 손을 보았다."또 빼앗기는 것 같습니까?""그런 것이 아니오.""그러면 천천히 드세요. 여기 더 있습니다."빈 밥그릇 앞에서 남편이 손을 내려놓았다. 민씨가 남은 밥을 보여 주자 그제야 다시 수저를 들었다. 연화는 고정한 다리를 살피며 두 사람이 나누는 말을 들었다.며칠에 걸친 국문 끝에 윤종배와 결탁한 자들에게 능지처참과 가산 몰수의 명이 내려졌다. 희생된 군관들의 집에는 뒤늦게 참상이 전해졌다. 되찾은 금괴를 호송하던 날과 달리, 도진은 기쁜 얼굴로 그 소식을 가져오지 않았다.권 첨정도 처벌 소식을 듣고 오래 말이 없었다. 죽은 동료들의 이름을 하나씩 적어 달라고 청했을 뿐이었다. 민씨는 남편이 불러 주는 이름을 옆에서 받아 적었다.이후 민씨는 경기도 광주로 거처를 옮기겠다고 했다. 친정 가까운 곳에 방을 마련해, 남편이 나을 때까지 함께 지낼 생각이었다."다시 관아에 나가셔야 할 때는 서찰부터 보내 달라 말씀드렸어요. 저 모르게 나서는 건 안 된다고요."권 첨정이 민망한 듯 고개를 숙였다. 민씨는 그 손을 잡은 채 연화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무서워서 못 열던 문을 마님께서 열어 주셨습니다.""이제는 안에서 같이 여셔야지요. 길이 불편하면 쉬어 가시고요."가마가 떠난 뒤, 연화는 치료에 쓴 방을 정리했다. 침상 곁에 수저 한 벌이 남아 있었다. 민씨가 부엌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연화는 깨끗한 천에 싸서 짐을 뒤따라 보냈다.그날 밤 도진이 안방에 들어오자 연화가 그의 손을 잡았다. 고삐에 쓸린 자리를 덮은 천은 이제 풀어도 되었다. 그녀가 천을 걷는 동안 도진은 눈을 내리깔았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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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으로 먹인 독 (1)

며칠 뒤 오후, 광주에 닿은 민씨에게서 서찰이 왔다. 남편이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부 뒤에 글씨가 급해졌다. 도성에 다녀온 친정 식구에게 이상한 말을 들었다는 내용이었다.'피맛골의 여의원이 자신을 배 판서 댁 연화 마님이라 합니다. 극음의 선약이라며 큰돈을 받고 있는데, 마님을 뵌 적 없는 이들이 그 말을 믿고 있습니다. 사실을 여쭙고자 급히 기별합니다.'연화는 편지를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약을 먹고 낫지 않았다는 사람도 있다는 대목에서 손이 멎었다. 서찰만으로는 무엇을 먹였는지 알 수 없었다.그때 서재 문이 열렸다. 궐에서 돌아온 도진이 다급히 들어섰다."부인, 피맛골에 부인을 사칭하는 자가 있다 하오."연화는 남편에게 편지를 내밀었다."제 이름으로 약을 먹였답니다."도진은 서찰을 다 읽기도 전에 문을 향해 돌아섰다."문 군관을 불러 당장 잡아들이겠소.""그 전에 약을 드신 분들부터 찾아야 합니다."연화가 편지를 놓지 않았다. 두 사람이 종이 양끝을 잡고 섰다. 도진은 아내의 얼굴을 보고서야 제가 글을 가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연화가 그의 손을 가볍게 누르며 말했다. "같이 봐요.""이름을 도둑맞았소. 부인께서 가서 해명할 일이 아니오.""제 이름이라 믿고 마셨잖아요. 누가 지었든 그 약이 무엇인지는 봐야 합니다."도진이 손을 놓았다. 연화는 서찰에서 약을 먹고도 낫지 않았다는 대목을 짚었다. 민씨가 들은 소문만으로 환자의 상태를 알 수는 없었다."그럼 함께 갑시다. 혼자 가라는 말만은 하지 마시오.""아직 그런 말 안 했습니다."그가 입을 다물자 연화는 짧게 웃었다. 웃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도진도 더는 부인의 이름을 모욕했다는 말부터 하지 않았다. 연화가 그의 소매를 잡으며 속삭였다. "걱정은 알아요." 도진은 그녀의 손을 한번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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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으로 먹인 독 (2)

건달이 도진의 손을 뿌리치려 했다. 도진은 팔을 비틀어 가마니를 떨어뜨린 뒤, 노파 곁에서 떨어뜨려 놓았다."문 군관!"골목 밖에서 순라군들이 들이닥쳤다. 건달 하나가 몽둥이를 들고 달려들었으나 도진의 부채에 손등을 맞고 주춤했다. 그 틈을 군사들이 놓치지 않았다. 마당 양쪽 길이 막혔다.연화는 주위의 소란에도 노파에게서 주의를 돌리지 않았다. 노파의 목덜미를 받친 손에 식은땀이 묻었다. 백은 침에 극음의 영기를 모으자 거칠던 경련이 조금 늦어졌다. 그러나 숨은 여전히 얕았다."어머니를 일으키지 마세요. 여기서 제 말을 들어주세요."노파의 아들이 몸을 낮췄다. 연화는 언제 약을 마셨는지, 오늘 다른 약도 먹었는지 물었다. 사내가 울먹이며 대답하는 동안에도 그녀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노파가 몸을 웅크리며 토했다. 연화는 숨이 막히지 않게 곁을 받쳤다. 긴 기침 끝에 들어간 한 번의 숨에 아들이 울음을 터뜨렸다."어머니, 어머니!""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눈을 뜨셔도 바로 세우지 마세요."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연화는 노파의 맥을 다시 확인하고서야 뒤를 돌아보았다. 장옷 여인은 순라군에게 붙들린 채 제 이름이 적힌 천을 가리키고 있었다."누구를 잡는 줄 아느냐! 나는 배 판서 댁…….""배 판서는 여기 계신다."문석진의 말에 여인이 입을 다물었다. 도진이 벗어 둔 삿갓을 군관에게 넘겼다. 사칭자는 그의 얼굴과 연화를 번갈아 보았다.환자들의 시선도 두 사람에게 쏠렸다. 누군가 다행이라며 바닥에 주저앉았고, 누군가는 쥐고 있던 약봉지를 감췄다. 노파의 아들은 어머니를 안은 채 연화를 올려다보았다."그러면 마님이…… 진짜 연화 마님이십니까?""예.""저희는 그 이름을 듣고 왔습니다. 다른 데서는 못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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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으로 먹인 독 (3)

"버렸다던 약을 팔았다는 말이오?"이튿날 아침, 도진은 서찰과 약재 표지를 나란히 놓았다. 연화는 별채에서 노파를 살피고 돌아온 길이었다. 밤새 고비는 넘겼으나 안심할 만큼 기운이 돌아오지는 않았다."어떤 약을, 언제 버렸다는 것인지부터 확인해야겠어요. 표지 하나로는 알 수 없습니다."도진이 서찰의 은빛 문양을 짚었다. 궐 안에서 쓰던 설화지였다. 먹에도 익숙한 솔향이 남아 있었다."내가 집무를 볼 때 쓰는 종이와 같소. 관청에서 흘러나왔을 수 있겠군.""팔거나 건네받은 것일 수도 있겠지요?""그렇소. 종이가 고급이라 하여 범인까지 높은 자리에 있는 것은 아니오."문석진은 사칭자에게서 받은 진술을 펼쳤다. 그녀는 얼굴을 가리고 연화의 이름을 쓰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 약과 서찰은 함께 받았지만, 보낸 사람의 얼굴은 보지 못했다고 했다.도진은 들은 것과 직접 본 것을 나누어 적게 했다. 여인이 책임을 피하려 거짓말할 수도 있었다. 그 진술만으로 누군가를 붙잡을 생각은 없었다."혜민서의 약재 출납 대장을 확보하라. 저 궤짝의 표지가 어느 물건에 붙었던 것인지도 확인하고."한성부 판관에게 보낼 서찰을 봉한 뒤, 도진은 연화에게 돌아섰다. 그녀는 약 찌꺼기를 든 사발을 들여다보고 있었다."이 약을 먹으면 몸이 낫는다고 했답니다. 아파도 믿고 기다렸겠지요."도진은 해독할 수 있느냐는 말부터 묻지 않았다. 별채에서 기별이 오면 연화는 다시 일어설 사람이었다. 그는 의자를 가까이 당겨 주었다."아침은 들었소?""조금 있다 먹겠습니다.""그 말은 소담에게도 했겠구려."연화가 고개를 들었다. 도진은 그녀의 사발을 빼앗지 않고 옆에 식사를 놓았다. 서류를 펼친 자기 자리에도 밥상을 들였다."함께 먹기로 한 약속은 환자가 와도 기억하고 있소."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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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으로 먹인 독 (4)

"잘못 옮겨 적었다고 하면 어찌합니까?"한성부 판관이 날짜 두 곳을 번갈아 보았다. 도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창고지기를 따로 만나게 했소. 문 군관, 들은 것을 말하라."문석진이 종이 한 장을 더 펼쳤다. 창고지기는 약재를 태우거나 묻은 적이 없었다. 박진우가 보낸 수레에 실어 주었고, 약이 상했다는 말은 나중에 장부에서 보았다고 했다."폐기라 써 놓았으니 자기 책임이 될까 봐 말하기를 꺼렸습니다. 수레가 오간 날을 따로 적어 두었다기에 가져왔습니다."세 차례의 날짜가 피맛골 장부에 적힌 약재 수령일과 맞았다. 도진은 두 종이를 나란히 놓았다. 단순히 잘못 쓴 숫자 하나가 아니었다.연화가 따로 싸 둔 약봉지를 펼쳤다. 피맛골 뒤칸에서 거둔 포장에는 초오와 비소의 이름이 남아 있었다. 이를 다른 약재와 뒤섞어 내놓은 탕약이 환자들의 사발에 들어갔다."그날 쓰러진 노파만의 일이 아닙니다. 아직 집에 약을 두고 드시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판관이 군사를 더 보내 남은 약을 회수하도록 조치했다. 도진은 그쪽 병력과 박진우를 잡으러 갈 병력을 나누었다. 두 일을 한꺼번에 해야 한다는 연화의 말에 다른 이들도 토를 달지 않았다.문석진이 수레꾼의 진술을 내밀었다. 목적지는 광희문 기슭 박진우의 별채였다. 그곳에는 기록에 올리지 않은 약재 창고가 있었다."피맛골만 거래한 것이 아닙니다. 고관댁으로 보낸 물건도 장부에 적혀 있습니다."연화는 거래처 이름을 훑다가 종이를 돌려놓았다. 사칭패를 붙잡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남은 약재부터 없앨 수 있었다."서찰을 보내 불러올 때까지 기다리면 안 되겠습니다."도진은 판관을 돌아보았다. 판관은 서류를 거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제가 군사를 나누겠습니다. 밖으로 나가는 짐도 확인하지요."그날 해가 기울 무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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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으로 먹인 독 (5)

부채가 시위를 쳤다. 불화살 하나가 빗물 고인 마당에 떨어졌다. 도진은 다른 사내의 활을 밀쳐 화살이 처마 밖으로 나가게 했다."관군이다!"박진우가 몸을 돌렸다. 부하 하나가 횃불을 약재 더미에 던졌다. 연화가 잡고 있던 덮개를 펼쳐 떨어진 불씨를 눌렀다. 젖지 않은 짚으로 옮겨붙기 직전이었다.도진이 돌아서려 하자 연화가 소리쳤다."뒤문을 막으세요!"그는 멈추지 않고 박진우를 쫓았다. 박진우가 선반 사이의 문을 열어젖혔으나, 밖에는 돌아 들어온 문석진이 서 있었다. 사내가 함을 품에 끌어안고 물러섰다.군사들이 창고로 들어왔다. 연화는 덮개를 누른 채 가까운 군관을 불렀다."남은 불씨부터 봐 주세요. 저쪽 궤짝은 열지 마시고요."군관이 불을 맡았다. 연화는 연기를 마시고 주저앉은 사내를 처마 밖으로 옮겼다. 그가 비를 맞으며 기침하는 동안 다른 군관이 쓰러진 선반을 받쳤다. 포로를 묶는 사람과 불을 살피는 사람의 발걸음이 갈라졌다.사내가 몸을 일으키려다 다시 무릎을 꿇었다. 연화는 그의 등을 받치고 군관을 불렀다."이 사람은 앉혀서 데려가세요. 걷다 쓰러지면 곧장 알리시고요."군관이 사내의 팔을 맡았다. 연화는 그가 숨을 가다듬는 것을 보고서야 창고 안으로 돌아섰다.박진우가 작은 함을 바닥에 던지려 했다. 도진이 팔을 붙들었다. 함이 비스듬히 기울며 문서가 쏟아졌다. 박진우가 종이를 밟으려 하자 도진의 부채 끝이 그의 발을 밀어냈다."종이는 그냥 두시오.""소인은 약을 관리했을 뿐입니다!""그래서 불부터 붙였소?"문석진이 박진우의 두 팔을 묶었다. 도진은 젖기 전에 문서를 주워 천에 쌌다. 비방서와 밀매 장부였다. 비방서에는 내의원 어의의 낙관이 찍혀 있었다.연화가 돌아왔을 때 창고의 불은 꺼져 있었다. 그녀는 사발에서 거둔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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