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남편이 나를 팔았고, 그 남자가 나를 샀다: Chapter 21 - Chapter 30

114 Chapters

21화

차 문을 열려던 순간, 뒤에서 손이 뻗어왔다.“한지아.”현우가 내 팔을 거칠게 낚아챘다.몸이 뒤로 쏠리면서 어깨가 열린 차 문틀에 세게 부딪혔다. 둔탁한 통증이 퍼지며 순간 숨이 턱 막혔다.“아…….”“내가 남으라고 했지.”현우는 내가 어디를 부딪쳤는지조차 보지 않았다. 그저 내 손목을 움켜쥔 채 식당 입구 쪽으로 억지로 잡아끌었다.“내일 얘기하면 안 돼요?”“말대꾸하지 말고 들어와.”그때 높은 구두 소리가 가까워졌다.“오빠.”서라였다.가슴이 깊게 파인 원피스 위에 얇은 카디건만 걸친 서라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현우에게 다가와 그의 팔에 손을 얹었다.“왜 이렇게 화가 났어요?”몸까지 바짝 붙여오는 서라를 현우는 밀어내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아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내 손목을 움켜쥔 한쪽 손과 서라의 허리를 감싼 다른 손이 한눈에 들어왔다.서라가 나를 보더니 이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사모님, 괜찮으세요? 부딪히신 소리가 커서 많이 아프실 것 같은데.”입으로는 나를 걱정하면서도 손은 현우의 가슴을 천천히 쓸어내리고 있었다.“오빠도 참. 사모님한테 너무 세게 하면 어떡해요.”꾸짖는 말이었지만 목소리에는 애교가 가득 묻어났다.그 순간 차 문이 열리며 진이건이 내렸다.현우의 손에서 힘이 스르륵 빠져나갔다. 조금 전까지 나를 잡아끌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빠른 변화였다.“진 대표님.”현우는 잡고 있던 내 손목을 놓고 옷매무새부터 정돈했다.“아직 안 가셨습니까?”“무슨 일입니까.”이건의 차가운 시선이 붉어진 내 손목을 지나 어깨에 머물렀다.현우가 어색하게 웃었다.“별일 아닙니다. 한지아 과장이 회사에서 아직 마무리할 일이 남아서요. 내일 투자 관련 보고도 있고 해서 다시 들어가려던 참이었습니다.”“내일 보고라면 제가 직접 받는 겁니까?”“그렇습니다. 대표님께서 보실 자료인데 당연히 완벽하게 준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오늘 받은 자료로 충분합니다. 추가 자료는 내일 오전에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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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차 안에는 한동안 엔진 소리만 낮게 깔렸다.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조금 전 일을 되짚었다.현우 씨가 화를 낸 게 정말 내가 잘못해서였을까.한 번도 의심해 본 적 없는 일이었다. 결혼하고 나서 현우가 화를 내면 언제나 내가 먼저 이유를 찾았다. 말을 잘못했거나, 눈치를 못 챘거나, 남편이 힘든데 쓸데없는 말을 꺼냈거나.그런데 조금 전 진이건의 한마디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차가 큰길을 벗어나자 그제야 낯선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저희 집은 이쪽이 아닌데요.”“병원부터 갑니다.”“병원이요?”“어깨 확인해야죠.”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이 정도로 병원까지 갈 필요는 없어요.”이건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음 신호에서 차가 멈추자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팔 한번 들어보십시오.”“정말 괜찮아요.”“그럼 들어보세요.”하는 수 없이 팔을 들어 올렸다. 어깨 높이를 조금 넘긴 순간 날카로운 통증이 파고들었다.“읏…….”나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리자 이건의 눈매가 차갑게 굳었다.“이게 괜찮은 겁니까?”결국 더는 고집을 부리지 못했다.병원에 도착해 엑스레이까지 찍고 나서야 단순 타박상이라는 말을 들었다. 의사는 며칠 동안 무리하지 말라며 약을 처방하고 냉찜질을 하라고 했다.진료실을 나왔을 때 이건은 복도 끝에 서서 전화를 받고 있었다.“예정대로 집행하십시오. 백림 쪽에는 아직 알리지 말고요.”백림이라는 말에 걸음이 저절로 멈췄다.이건이 통화를 끝내고 나를 돌아봤다.“다 끝났습니까?”“네.”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백림에 투자하시는 돈…… 정말 백억이에요?”이건의 눈이 가늘어졌다.“백현우에게 들었습니까?”“회사에서 알게 됐어요.”정확히는 그 돈 때문에 현우가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먼저 알았다.내 앞에서는 고함을 치고 팔을 잡아끌던 사람이 진이건 앞에서는 싫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했다.“그 돈이 그렇게 중요한 건가요?”이건은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대답했다.“백현우에게는 중요하겠죠. 그 돈이 없으면 지금 벌여놓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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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집에 도착했을 때는 밤 열한 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이건은 대문 앞에 차를 세웠다. 내가 안전벨트를 풀자 뒷좌석에 두었던 약봉지를 건넸다.“오늘은 냉찜질하십시오. 내일까지 계속 아프면 다시 병원에 가고요.”“네. 데려다주셔서 감사해요.”차에서 내려 대문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헤드라이트는 꺼지지 않았다. 현관 앞에 도착하고 나서야 뒤에서 차가 천천히 멀어지는 소리가 들렸다.문을 열자 거실은 어두웠다. 소파 옆 스탠드만 켜져 있었고, TV에서는 소리를 낮춘 영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구두를 벗으려는데 웃음 섞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오빠, 간지러워.”손이 그대로 멈췄다.서라였다.거실 쪽으로 시선을 돌린 순간 숨이 막혔다.서라는 현우의 무릎 위에 마주 보듯 올라앉아 있었다.샤워를 했는지 긴 머리는 아직 조금 젖어 있었고, 몸에는 얇은 실크 잠옷 하나만 걸쳐져 있었다. 가슴선이 깊게 파인 잠옷 사이로 하얀 피부가 훤히 드러나 있었고, 짧은 옷자락은 현우의 허벅지 위까지 말려 올라가 있었다.현우 역시 넥타이는 풀어놓은 채였다. 셔츠 단추가 가슴 아래까지 열려 있었고, 한 손은 서라의 허벅지를 감싸고 있었다.서라가 그의 목에 팔을 두른 채 입술을 가까이 가져갔다.“한 번만 더 해줘요.”현우가 피식 웃으며 서라의 허리를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그 순간 현관문이 닫혔다.두 사람이 동시에 이쪽을 바라봤다.“어머, 사모님.”서라는 놀라는 기색도 없이 현우의 무릎 위에서 고개만 돌렸다.“이제 오셨어요?”흘러내린 잠옷 끈을 굳이 올리지도 않았다.현우가 먼저 미간을 찌푸렸다.“왜 이렇게 늦었어?”나는 손에 든 약봉지를 내려다봤다.“병원에 들렀어요.”“병원?”“아까 어깨를 부딪쳐서요.”현우의 시선이 잠깐 내 어깨에 머물렀다가 곧 얼굴로 돌아왔다.“진 대표랑?”“네.”“둘이 병원까지 갔어?”서라가 현우의 가슴에 기대며 끼어들었다.“오빠, 사모님 다치셨잖아요. 그것부터 물어봐야죠.”그러면서 손끝으로 현우의 열린 셔츠 안쪽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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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눈을 떴을 때는 평소보다 한 시간이나 늦은 아침이었다. 어젯밤 약을 먹고 그대로 잠들어버린 모양이었다. 몸을 일으키자 어깨가 뻐근하게 당겨왔다.급히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주방에서 커피 향이 났다. 식탁에는 현우가 앉아 있었다.나는 습관처럼 시계를 확인했다.“아침 아직 안 드셨어요?”현우는 휴대전화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커피만 마셨어.”“금방 준비할게요.”냉장고를 열려는데 뒤에서 맨발로 바닥을 밟는 소리가 들렸다.“오빠.”돌아보니 서라가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어젯밤 입었던 실크 잠옷 위에는 남자 셔츠가 걸쳐져 있었다.내가 모를 수 없는 옷이었다. 현우가 자주 입는 흰색 셔츠였다. 소매는 손등까지 내려와 있었고, 단추는 중간까지만 잠겨 있어 그 아래로 실크 잠옷의 얇은 끈과 가슴선이 그대로 드러났다.서라는 곧장 현우에게 다가가 뒤에서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왜 먼저 내려왔어요? 나 깨우고 가지.”“잘 자길래.”“그래도 같이 내려오지.”서라가 투정을 부리듯 현우의 볼에 입을 맞췄다.나는 다시 냉장고 안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젯밤 두 사람이 언제 위층으로 올라갔는지는 알지 못했고, 굳이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뭐 해줄까요?”내가 묻자 현우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됐어. 시간 없어. 이거나 봐.”그가 식탁 위에 놓여 있던 서류를 내 쪽으로 밀었다. 백림유통 투자 집행계획서였다.“오늘 진 대표 만나면 이것부터 설명해.”“제가요?”“네가 담당자잖아. 어제 분위기 보니까 진 대표가 네 말은 꽤 잘 듣더라.”나는 서류를 내려다봤다.“오늘은 대표님과 따로 약속이 없는데요.”“그럼 만들면 되지. 연락해서 시간 잡아. 백억이 장난인 줄 알아? 투자 확정됐다고 끝난 게 아니야. 실제 집행까지 우리가 계속 관리해야 돼.”“그건 전략기획팀에서 정식으로 일정을 잡으면…….”“한지아.”현우의 목소리가 낮아지자 나는 더 말하지 못했다. 내가 자기 말에 토를 달 때마다 현우는 늘 저런 얼굴을 했다.“내가 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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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출근하자마자 투자 집행계획서를 책상 위에 펼쳤다.현우가 아침에 한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진 대표가 개인적으로 뭘 부탁해도 일단 거절부터 하지 마.휴대전화를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약속도 없는 사람에게 먼저 연락하는 게 실례처럼 느껴졌지만, 그래도 현우가 시킨 일이었다.결국 명함에 적힌 번호를 눌렀다.신호가 두 번쯤 갔을 때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진이건입니다.”“대표님, 저 한지아입니다.”잠깐의 정적 뒤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 돌아왔다.“어깨는 어떻습니까?”“많이 괜찮아졌어요.”“다행이군요.”나는 조심스럽게 용건을 꺼냈다.“오늘 혹시 시간 괜찮으실까요? 투자 집행계획과 관련해서 추가로 설명드릴 내용이 있어서요.”“어제 받은 자료면 충분합니다.”“그래도 직접 설명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한지아 씨 판단입니까?”서류 모서리를 만지던 손가락이 멈췄다.“네?”“한지아 씨가 저를 만나야겠다고 판단한 겁니까?”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회사 일이라서요.”이건은 더 묻지 않았다.“오후 두 시에 제 사무실로 오십시오.”“네. 감사합니다.”오후 두 시가 조금 되기 전, 도원 본사에 도착했다. 비서의 안내를 받아 대표실로 들어가자 이건이 서류에서 시선을 들었다.“앉으십시오.”나는 맞은편에 앉아 투자 집행계획서를 꺼냈다.“백림유통에서는 우선 손실이 큰 세 지점을 정리하고 온라인 사업 쪽으로 예산을 재배치할 예정입니다. 세부 집행계획은 여기 정리해두었습니다.”설명하는 동안 이건은 말을 끊지 않았고, 필요한 부분에서만 짧게 질문했다.마지막 장까지 설명을 마치자 그가 서류를 덮었다.“잘 봤습니다.”“수정할 부분은 없을까요?”“몇 가지는 실무진과 조정하면 됩니다.”나는 서류를 챙겼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이건이 물었다.“오늘 저를 만나보라고 한 사람, 백현우입니까?”손이 멈췄다.“제가 온 건 회사 일 때문에…….”“어제 추가 자료는 실무진을 통해 받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한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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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회사로 돌아왔을 때는 오후 세 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전략기획팀 사무실로 들어서자 직원 몇 명이 동시에 나를 쳐다봤다. 시선을 따라가다가 걸음을 멈췄다.내 자리에 민서라가 앉아 있었다.서라는 내 컴퓨터 앞에서 서류를 넘기고 있었고, 책상 위에는 오전에 정리해둔 도원 투자 관련 파일이 펼쳐져 있었다.“서라 씨?”“아, 과장님 오셨어요?”“지금 뭐 하는 거예요?”“대표님이 과장님 일 좀 도와드리라고 하셔서요. 자료 정리하고 있었어요.”직원들의 키보드 소리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나는 서라 앞에 펼쳐진 파란색 파일을 덮었다.“이건 투자금 세부 집행자료예요. 아직 정리 중이라 다른 사람이 손대면 안 돼요.”“저도 회사 직원인데요.”“인턴이 볼 수 있는 자료가 따로 있어요. 다음부터는 먼저 저한테 물어봐요.”서라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전 과장님 도와드리려고 한 건데…….”목소리가 작아지자 괜히 직원들 앞에서 몰아세운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졌다.“잘못했다는 뜻은 아니에요. 자료마다 담당자가 있으니까 말씀드리는 거예요.”서라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옆자리 대리가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과장님, 아까 빨간 파일도 찾으시던데요.”서라의 시선이 순간 그쪽으로 향했다.책상 구석에는 분명 오전에 서랍에 넣어두었던 빨간색 파일이 놓여 있었다.“이것도 서라 씨가 꺼냈어요?”“아니요. 전 어디 있는지만 물어봤어요. 여기 나와 있길래 본 것뿐이에요.”아침에 서랍에 넣었던 기억은 분명했지만 서라가 단호하게 아니라고 하자 자신이 없어졌다.내가 꺼내놓고 잊은 걸까.“제가 착각했나 봐요.”“과장님 요즘 많이 바쁘시잖아요. 그럴 수도 있죠.”그때 현우가 들어오자 직원들이 일제히 인사했다.“대표님.”현우는 내 쪽을 바라봤다.“진 대표 만났어?”“네. 계획서는 확인했고 몇 가지는 실무진하고 조정하면 된대요.”“다른 얘기는 없었고?”적어도 나한테는, 한지아 씨가 백억보다 귀한 사람이니까.이건의 목소리가 떠올랐지만 굳이 말하지 않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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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오전 열 시가 조금 넘어 도원에서 메일이 왔다.투자금 1차 집행을 앞두고 백림유통의 주력 상품별 매입원가와 물류비, 납품단가, 실제 마진율을 최종 확인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지난주에 내가 직접 정리해 둔 자료였다.나는 공용폴더에서 어제 확인까지 끝낸 자료를 열었다. 품목별 수치를 몇 가지 훑어본 뒤 그대로 메일에 첨부했다.전송 버튼을 누르려는데 서라가 내 자리로 다가왔다.“과장님, 도원에 보내는 자료예요?”“서라 씨. 중요한 자료니까 이 파일은 건드리면 안 돼요.”“당연하죠.”서라가 웃으며 한 걸음 물러났다.“어제 말씀하신 거 기억하고 있어요. 원본은 절대 안 건드릴게요.”나는 메일을 전송했다.오전 업무가 한창일 때 서라가 결재서류 몇 장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대표실로 들어갔다.대표실 안에서 서류를 받아든 현우는 내용을 제대로 보지도 않은 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그거 때문에 들어왔어?”“그럼 다른 이유도 있어야 돼요?”서라가 책상 앞으로 바짝 다가가자 현우가 피식 웃으며 그녀의 허리를 잡아당겼다. 서라는 기다렸다는 듯 자연스럽게 그의 무릎 위에 올라앉았다.“회사야.”“그래서 문 잠그고 왔잖아요.”서라가 현우의 넥타이를 손가락에 감아 거칠게 끌어당겼다. 곧바로 입술이 삼켜지듯 겹쳐졌다. 열린 입술 사이로 혀가 깊숙이 얽히는 동안 현우의 손이 서라의 얇은 블라우스 속으로 거침없이 들어갔다. 스커트 밑단이 밀려 올라가고 현우의 손이 허벅지를 노골적으로 문지르자 서라의 입에서 얕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하아…… 오빠.”현우는 서라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제 몸 쪽으로 바짝 밀착시켰다. 셔츠 단추가 몇 개 풀리며 서라의 파인 가슴선과 하얀 피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현우가 목덜미에 입술을 묻고 길게 쓸어내리자 서라는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쥔 채 몸을 떨었다.한참 동안 은밀하고 끈적한 마찰음이 흘렀다. 숨을 몰아쉬며 겨우 입술을 뗀 서라가 현우의 목에 두 팔을 감은 채 그의 얼굴을 들여다봤다.“오빠는 과장님이 계속 진 대표님이랑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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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전화를 끊고도 한동안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분명 내가 작성한 파일이었다. 파일명도, 최종 작성자도 그대로였다. 그런데 주력 상품 세 개의 매입단가가 터무니없이 높아져 있었고 마진율은 절반 이하로 떨어져 있었다.급히 공용폴더를 여는 순간 대표실 문이 벌컥 열렸다.“한지아!”현우가 사무실이 울릴 만큼 내 이름을 부르며 성큼성큼 다가왔다. 놀란 직원 몇 명이 고개를 들었다.“도원에서 투자금 집행을 보류했다는데, 무슨 소리야?”벌써 연락을 받은 모양이었다.“제가 보낸 자료의 원가 수치가 바뀌어 있어요.”현우는 내 의자를 밀어낼 듯 옆으로 들어와 모니터를 들여다봤다.“누가 바꿨는데?”“그걸 확인하려고 원본을—”“지금 원본이 문제야?”현우가 책상을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사무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도원에 이 파일 보낸 사람이 누구야.”“……저예요.”“그럼 네가 확인했어야지.”“어제까지는 정상적인 자료였어요.”“백억짜리 투자야. 그 돈 들어오는 날짜에 맞춰 물량 잡고 결제 일정까지 다 맞춰놨는데, 최종 자료 하나 확인 못 해서 회사를 이 꼴로 만들어?”“제가 잘못 입력한 게 아니에요.”억울함이 목까지 치밀었다. 입술을 깨물어도 눈가가 뜨거워졌다. 울고 싶지 않아 모니터만 내려다보는데 숫자가 자꾸 흐려졌다.현우의 시선이 그런 내 얼굴을 훑었다.“그럼 누가 했는데?”손등으로 눈가를 눌렀다.어제 내 서랍을 열었던 사람. 오늘도 내가 메일을 보내는 모습을 지켜봤던 사람.고개를 들자 서라와 눈이 마주쳤다.서라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증거가 없었다.“그건 확인해 봐야 해요.”“지금 남 탓할 때야?”현우가 주변 직원들을 한번 둘러보더니 다시 나를 내려다봤다.“담당 과장이 최종 수치 하나 검토 못 했으면 그게 업무 능력 문제지.”몇몇 직원이 황급히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바로 옆자리 대리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때 의자가 밀리는 소리가 났다.서라였다.“대표님, 과장님이 일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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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사무실에 이건의 목소리가 울렸다.나는 젖은 눈가를 손등으로 눌렀다. 직원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애써 고개를 들었다.“아니요. 제가 입력한 숫자가 아니에요.”“확실합니까?”모니터의 수치를 다시 확인한 뒤 대답했다.“네.”옆에 있던 현우가 기다렸다는 듯 끼어들었다.“진 대표님, 한 과장이 착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최종 파일을 확인하고 전송한 사람이 한 과장이니까요.”“그래서 확인하는 겁니다. 지난주 한지아 씨가 제 앞에서 상품별 원가 구조를 직접 설명했습니다. 매입단가가 이 정도로 올랐다면 마진율이 어떻게 변하는지 모를 사람이 아닙니다.”현우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입술을 꾹 다물었다.방금 전까지 업무 능력을 의심받고 있던 나와 달리, 이건은 그날 내가 했던 설명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공용폴더 사용하십니까?”“네.”“파일 수정 이력부터 확인하세요. 원본은 건드리지 마시고요.”나는 바로 공용폴더를 열었다. 현우가 내 책상에 손을 짚으며 몸을 숙였다.“지금 그게 중요합니까? 투자금부터 다시 집행해 주시면—”“중요합니다. 투자 검토 자료가 내부에서 수정됐다면 숫자 몇 개의 문제가 아닙니다.”그 말에 사무실이 조용해진 가운데 파일 속성을 열자 마지막 수정 시간이 눈에 들어왔다.어젯밤 7시 42분.화면 가까이 몸을 당겨 다시 확인했다. 내가 이미 퇴근한 뒤였다.“대표님, 마지막 수정 시간이 어제 일곱 시 사십이 분이에요. 저는 그 전에 퇴근했어요.”그때 옆자리에서 의자가 밀리는 소리가 났다. 대리가 나와 서라를 번갈아 보며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과장님, 어제 퇴근하신 뒤에 민서라 씨가 과장님 자리 앞에 있는 걸 봤어요.”직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서라에게 쏠리자 그녀가 눈을 크게 떴다.“저요?”“네. 여기 계셨잖아요.”서라는 당황한 듯 손가락을 맞물렸다.“대표님이 과장님 업무 도와드리라고 하셔서 남은 게 있나 본 것뿐이에요. 파일은 건드리지 않았어요.”현우가 서라 앞으로 나서며 대리를 쏘아봤다.“근처에 있었다는 것뿐이잖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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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내 자리 컴퓨터가 아니었다.화면에 찍힌 번호를 메모지에 옮겨 적고 사무실 PC 목록을 열었다. 번호를 하나씩 대조해 내려가던 손이 중간에서 멈췄다.전략기획팀 공용석.신입이나 인턴이 필요할 때 사용하는 자리로, 지금은 서라가 쓰고 있었다.고개를 들자 대표실 유리문 너머로 현우와 서라가 보였다. 소파에 앉은 서라가 무언가를 말하다 배를 감싸자 현우는 곧장 허리를 숙여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다시 모니터를 봤다.우연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제 서라는 내 서랍을 열었고, 내가 퇴근한 뒤에도 내 자리 근처에 있었다. 그리고 파일은 서라가 사용하는 컴퓨터에서 수정되어 있었다.차갑게 식은 손끝을 한번 쥐었다 편 뒤 자리에서 일어나 대표실로 향했다.노크를 하고 들어가자 서라는 현우가 건넨 물을 마시고 있었다. 현우가 책상에 기대선 채 나를 돌아봤다.“무슨 일이야?”나는 두 사람 사이의 테이블에 메모지를 내려놓았다.“파일이 수정된 컴퓨터 확인했어요.”서라가 마시던 물컵을 입가에서 떼었다. 현우는 메모지를 집어 들고 번호를 훑어보더니 별일 아니라는 듯 물었다.“그래서?”“서라 씨가 사용하는 컴퓨터예요.”서라의 손이 멈췄다.“제 컴퓨터요?”“어제 일곱 시 사십이 분에 그 컴퓨터에서 파일이 저장됐어요.”서라는 물컵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나를 빤히 바라봤다. 잠깐 굳었던 얼굴에 금세 억울한 표정이 번졌다.“과장님, 설마 제가 했다고 생각하세요?”“그렇게 말한 적 없어요. 어떻게 된 건지 확인하려는 거예요.”“저 어제 대표님이 시키신 자료 정리하느라 늦게까지 있었어요. 그리고 그 컴퓨터, 저만 쓰는 거 아니잖아요.”현우가 메모지를 내려다보다 나를 향해 내밀었다.“맞잖아. 공용석이라며.”“그래도 누가 사용했는지는 확인해야죠.”“뭘 더 확인해?”현우가 메모지를 책상 위에 툭 던졌다.“진 대표가 원본 보내면 다시 검토한다고 했잖아. 지금은 투자금부터 살리는 게 먼저야.”“제 이름으로 잘못된 자료가 나갔어요.”나도 모르게 목소리에 힘이 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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