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병원에서 전화가 온 건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보호자님, 검사 결과가 예상보다 좋지 않아 다음 치료를 조금 당겨야 할 것 같습니다.”나는 황급히 빈 회의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얼마나 빨리요?”“이번 주 안으로 입원하셔야 합니다. 추가 검사와 비급여 치료까지 병행하면 비용도 안내해 드린 금액보다 많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간호사가 조심스럽게 제시한 액수를 듣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하지만 망설일 여유는 없었다.“진행해 주세요. 돈은 어떻게든 준비하겠습니다.”전화를 끊자마자 은행 앱을 켰다. 화면에 뜬 숫자를 확인하는 순간 손가락이 굳었다.1,870,000원.며칠 전 월급이 들어왔지만, 내 계좌에는 아버지 검사비조차 치르기 빠듯한 돈만 남아 있었다.그 아래에는 이유가 선명했다.최명숙 4,000,000원.이번 달도 어김없이 빠져나간 시어머니 몫이었다.결혼 초기에는 삼백만 원이었다. 승진으로 연봉이 오르자 시어머니는 기다렸다는 듯 금액을 올렸다.‘현우가 집이며 차며 생활비까지 책임지는데, 네 월급까지 네가 들고 있으면 그게 어디 정상적인 집안이니?’처음에는 모아두는 돈이라고 했다. 나중에 아파트 평수를 넓힐 때 보태주겠다고 했고, 현우 사업에 급전이 필요하면 잠시 쓰고 다시 채워놓겠다는 말도 덧붙였다.나는 그 말을 믿었다.월급날마다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돈을 보냈다. 내가 번 돈인데도 비싼 화장품 하나를 집어 들면 죄짓는 기분에 다시 내려놓곤 했다.친정엄마 환갑 때 현금 삼십만 원을 드렸다가 시어머니에게 들켜 난리가 난 적도 있었다.‘친정에 그렇게 퍼다 나를 거면 시집은 왜 왔니? 사위 돈 빼돌려 친정 살림 보태니?’내가 번 돈이었다.그런데도 그날 나는 엄마에게 보낸 삼십만 원까지 해명해야 했다.그리고 이제 아버지가 쓰러지셨다.몇 년을 쉬지 않고 일했건만, 정작 내 아버지 치료비조차 내 손으로 낼 수 없는 처지였다.휴대전화가 울렸다.시어머니.나는 화면에 뜬 이름을 바라보다 통화 버튼을 눌렀다.“네,
Last Updated : 2026-09-2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