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오후, 아버지 병실 문을 열자 뜻밖의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백현우였다.“지아야, 왔어?”나를 돌아보며 문을 열어주는 얼굴에는 다정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아버님, 오늘은 좀 어떠세요? 가슴 답답하신 건 괜찮아지셨어요?”현우는 침대 곁으로 다가가 아버지의 이불깃을 매만졌다. 때마침 들어온 담당 간호사에게 검사 경과와 치료 일정도 꼼꼼히 물었다.“추가 검사는 언제 진행하나요?”“내일 오전으로 잡혀 있습니다.”“비용은 상관없으니 필요한 검사는 전부 진행해 주세요.”엄마가 감격한 얼굴로 현우의 손을 꼭 쥐었다.“현우야, 참 고맙다. 네가 아니었으면 우리가 이 큰 비용을 어떻게 감당했을지…….”“어머니, 제가 사위인데 당연히 아버님을 모셔야죠.”나는 병실 문가에 서서 그 모습을 바라봤다.어제는 내연녀의 집에 가져갈 전복죽을 챙기게 하더니, 오늘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내 부모 앞에서 다정한 사위 노릇을 하고 있었다.엄마가 나를 돌아봤다.“지아야, 너 현우한테 정말 잘해야 한다. 요즘 세상에 장인 병원비까지 이렇게 대주는 사위가 어디 있니.”현우가 다가와 내 어깨를 감쌌다.“지아도 고생이 많은데요, 뭘. 제가 더 잘해야죠.”잠시 후 현우는 원무과에서 입원 보증금과 추가 검사비까지 결제했다.병원을 나설 때까지 그는 헌신적인 사위였다.지하주차장에서 차 문이 닫히기 전까지는.“진 대표한테 연락했어?”방금 전까지 다정했던 목소리가 차갑게 변했다.나는 안전벨트를 매며 대답했다.“했어요.”“뭐래?”“아직 제대로 얘기 못 했어요.”현우가 시동을 걸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한지아, 지금 한가하게 굴 때야?”“무슨 말이에요?”“백억 투자 말이야. 진 대표가 당신 말은 듣잖아.”나는 가방 안으로 손을 넣어 휴대전화의 녹음 버튼을 누른 뒤 무릎 위에 내려놓았다.“그래서요?”“다음 미팅도 당신이 맡아. 필요한 자료 다 준비하고, 진 대표가 요구하는 것도 최대한 맞춰줘.”“대표님 상대하는 게 제 일이니까요?”“그것도 있고
Last Updated : 2026-09-2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