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오후, 도원 본사 회의실에 들어선 이건은 자신도 모르게 가장 먼저 한지아를 찾았다.일부러 찾으려고 한 건 아니었다. 적어도 회의실 문을 열기 전까지는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다.백림유통 전략기획팀장이 인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 옆으로 낯익은 얼굴들이 차례로 보였다. 그러다 맨 끝자리에 앉아 있던 지아와 눈이 마주쳤다.지아도 그를 발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안녕하세요, 대표님.”특별할 것 없는 인사였는데도 이건은 그녀의 얼굴을 한 번 더 눈에 담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앉으시죠.”자리에 앉은 뒤에도 시선이 한 번 더 그쪽으로 향했지만, 지아는 이미 노트북을 열어 자료를 확인하고 있었다. 이건은 그 모습을 잠깐 지켜보다 자신의 앞에 놓인 서류를 펼쳤다.회의는 예정대로 시작됐다.지난 물류 오류 이후 수정된 발주 기준과 재고 관리 절차를 점검하고, 다음 달부터 적용할 온라인 판매 확대안까지 검토하는 자리였다. 백림유통 전략기획팀장이 준비한 자료를 설명하는 동안 이건은 필요한 부분만 짚어 물었다.“온라인 물량을 이만큼 늘리면 물류센터 처리량은 감당됩니까?”“현재 기준으로는 가능합니다.”“현재 기준 말고 프로모션 기간까지 포함해서 말씀해 주십시오.”팀장이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멈칫하자 자료를 넘기던 지아가 고개를 들었다.“프로모션 기간까지 포함하면 조금 빡빡합니다. 평균 물량으로 계산하면 가능한데, 첫 주에는 주문이 몰릴 가능성이 높아요. 작년 비슷한 행사 때도 첫 사흘 물량이 평소보다 두 배 넘게 들어왔고요.”이건의 시선이 지아에게 향했다.“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물량을 줄이든가, 사람을 늘리든가 둘 중 하나죠.”너무 명쾌한 대답에 회의실이 잠시 조용해졌고, 전략기획팀장이 난처한 표정으로 지아를 돌아봤다.“한 과장, 대표님이 그걸 몰라서 물으신 게 아니잖아.”“아, 죄송합니다. 너무 당연하게 대답했네요.”뒤늦게 사과하면서도 지아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보다 정말 너무 당연한 말을 했나 싶은 민
Last Updated : 2026-10-0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