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림유통 전략기획팀의 아침 회의가 시작되기 전, 한지아의 책상 위에는 낯선 서류 봉투 하나가 놓여 있었다.봉투 안에는 투자 프로젝트 담당자 변경 통보서와 업무 인계 확인서가 들어 있었다. 담당자란에는 민서라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마지막 장에는 지아가 모든 자료를 이상 없이 인계했으며, 이후 발생하는 오류에 대해서도 원작성자로서 책임을 진다는 문구가 명시되어 있었다.지아는 마지막 문장을 다시 읽었다. 자신에게서 업무 권한을 빼앗으면서도 그에 따른 책임만은 그대로 남겨 두겠다는 뜻이었다.“사모님, 벌써 출근하셨네요.”민서라가 따뜻한 차가 담긴 종이컵을 들고 다가왔다. 평소 임신 때문에 몸이 무겁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던 서라는 오늘따라 유난히 밝은 얼굴이었다.“대표님이 이번 투자 건을 저한테 맡겨 주셨어요. 솔직히 부담스럽긴 하지만, 사모님이 워낙 자료를 잘 만들어 놓으셔서 조금만 공부하면 될 것 같아요.”서라는 지아의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발견하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어머, 아직 서명 안 하셨어요? 대표님께서 오늘 오전까지 꼭 받아 오라고 하셨는데.”지아는 인계 확인서를 내려놓고 서라를 바라보았다.“이 문구는 수정해야겠어요. 제가 담당하지 않는 기간에 발생한 자료 수정이나 대외 제출 오류까지 책임질 수는 없으니까요.”서라는 난처한 듯 입술을 깨물더니 주변 직원들에게도 들릴 만큼 목소리를 높였다.“사모님, 저 때문에 화나신 건 알겠는데 업무 인계까지 거부하시면 어떡해요? 저는 대표님이 시키신 일을 하는 것뿐인데, 이렇게 나오시면 정말 곤란해요.”근처에 있던 직원 두 사람이 고개를 들었다. 지아는 그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서라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인계를 거부한 적 없어요. 책임 범위를 명확하게 하자는 거예요. 자료 원본과 수정 이력은 그대로 넘길 테니 확인서 문구부터 고쳐 오세요.”서라의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제가 아직 업무를 잘 몰라서 그런 거예요. 사모님처럼 능력이 좋으면 좋겠지만, 저는 이제 막 배우는 중이잖아요.
Last Updated : 2026-10-2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