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오전, 이건의 휴대전화에 지아의 메시지가 도착했다.[대표님, 어제 샘플 전부 정상 입고됐습니다. 수정한 분류표도 도원 담당자에게 전달했고요. 추가 문제는 없다고 합니다.]회의실로 향하던 이건의 걸음이 조금 느려졌다.어젯밤 자신이 먼저 연락해달라고 했으니 이상할 건 없었다. 내용도 간단하고 정확했다.평소 같으면 ‘확인했습니다.’ 한마디로 끝냈을 일이었다.[확인했습니다.]전송 버튼을 누르려던 손가락이 멈췄다.이대로 보내면 대화는 끝이었다.그게 당연한데, 이상하게 아쉬웠다.어제 물류장에서 박스를 하나씩 확인하던 지아가 떠올랐다. 국밥집 맞은편에 앉아 자신을 재미없게 살 것 같다며 웃던 얼굴도 따라왔다.그러다 문득 다른 장면 하나가 끼어들었다.물컵을 들던 순간, 소매 아래로 드러났던 손목의 멍.이건의 눈매가 조금 가라앉았다.물류장에서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어디 부딪혔나 싶었다. 그런데 식당에서 다시 본 멍은 생각보다 선명했다.더 마음에 걸린 건 지아의 반응이었다.자신이 보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순간, 지아는 아무렇지 않게 소매를 끌어내렸다.놀라지도 않았고, 변명하지도 않았다.마치 늘 그래왔던 사람처럼 너무 자연스러웠다.그게 자꾸 생각났다.어제 하루 종일 지아는 잘 웃었다. 박스를 옮기면서도 농담을 했고, 국밥집에서는 자신을 놀리기까지 했다.아픈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그래서 오히려 더 신경이 쓰였다.그 손목은 왜 그런 걸까.궁금하다고 바로 물을 수는 없었다. 본인이 말하지 않는 일을 굳이 들춰내는 건 이건의 방식이 아니었다.그렇다고 한번 본 걸 못 본 일로 만들 수도 없었다.이건은 잠시 화면을 바라보다 문장을 하나 덧붙였다.[도원 쪽 반응은 어떻습니까?]답장은 금방 왔다.[좋아요. 어제 현장에서 바로 수정해서 오히려 대응이 빨랐다고 하네요. 오늘 오후에 최종 확인만 하면 끝날 것 같습니다.]이건은 메시지를 천천히 읽었다.역시 아무렇지 않았다.자기 손목에 멍이 들어 있든 말든, 지아가 먼저 말하는 건 일이
Last Updated : 2026-10-0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