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결과는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상호 확인 신청을 넣은 지 이틀째 오후였다.윤서하는 복원실에서 작업 중 휴대폰 진동을 느꼈다.발신자는 해온대학교병원 기증자 가족 지원 창구였다.“윤서하 님 맞으시죠?”“네.”“신청하신 기증·이식 연결 확인 절차가 완료됐습니다.”손에 들고 있던 붓이 멈췄다.“결과 나왔어요?”“네. 전화로 상세 내용을 안내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방문 가능하실까요?”“지금 갈게요.”전화를 끊자 재훈이 서하를 봤다.“병원?”서하는 고개만 끄덕였다.가방을 챙겨 나오는 동안 심장은 지나치게 빠르게 뛰었다.몇 달 동안 기다린 답이었다.그런데 병원이 가까워질수록 발걸음은 느려졌다.이미 알고 있는 것과 다름없는 답이라고 생각했는데, 공식 기록은 달랐다.추측은 틀릴 가능성을 남겨둔다.확정은 그 자리를 없앤다.병원 중재실에는 박선영이 먼저 와 있었다.두 사람은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칠 전까지 서로의 얼굴조차 몰랐는데, 이제는 같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담당자가 봉투 두 개를 들고 들어왔다.“양측 동의 범위 내에서 기증·배정 기관 기록 대조가 완료됐습니다.”서하는 손을 무릎 아래로 넣었다.떨리는 게 보이기 싫었다.“먼저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번 확인은 가족이나 병원 관계자의 추정이 아닙니다. 두 분이 동의하신 공식 기록을 기관에서 대조한 결과입니다.”선영이 물었다.“일치했습니까?”담당자는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네.”그 한마디 뒤에 더 긴 설명이 이어졌지만 서하는 제대로 듣지 못했다.봉투가 자기 앞으로 밀려왔다.“직접 확인하셔도 됩니다.”서하는 봉투를 열었다.종이 한 장이었다.위쪽에는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수혜자 윤서하.그 아래 수술 날짜.자신이 죽지 않고 살아난 날이었다.눈이 한 줄씩 내려갔다.이식 장기 — 심장.여기까지는 알고 있었다.그리고 그 아래.손가락이 멈췄다.확인 기증자 — 강이준.서하는 종이를 내려놓지 못했다.글자가 갑자기 너무 선명해졌다.몇 달 동안 모았
“수술받은 날짜가 언제예요?”박선영의 질문에 윤서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날짜는 이미 수없이 확인했다.자신의 이식일.강이준의 장기기증일.같은 날이었다.그 사실만으로도 몇 달을 흔들렸는데, 이제 이준의 어머니가 맞은편에 앉아 그 날짜를 묻고 있었다.“왜 그걸 물으세요?”선영이 가방 안에서 서류봉투를 꺼냈다.“나도 받은 게 있어서요.”병원 담당자가 먼저 서류를 확인했다.개인정보가 포함된 부분은 가려진 상태였다.선영이 서하 쪽으로 종이를 돌렸다.기증자 가족에게 전달된 결과 통지였다.강이준이라는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수혜자 정보도 없었다.대신 기증이 실제로 이루어진 장기 목록이 적혀 있었다.서하는 맨 위에서 손을 멈췄다.심장 — 이식 완료.이미 강태경을 통해 확인했던 내용이었다.그런데 이번에는 그 아래 날짜까지 찍혀 있었다.자신이 수술대에 올랐던 바로 그날.서하가 천천히 말했다.“저도 이날이에요.”선영의 손이 굳었다.“확실해요?”“네.”“서류 있어요?”서하는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냈다.병원 앱에 남아 있는 입원 기록과 수술 이력을 열었다.심장이식 수술.날짜는 같았다.두 여자는 한동안 각자의 화면과 종이를 번갈아 보았다.선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그럼…”“아직 아니에요.”서하가 말을 잘랐다.자신도 놀랄 만큼 빨랐다.“같은 날짜라는 것뿐이에요.”선영이 서하를 바라봤다.“나도 심장이 젊은 여자에게 갔다고 들었고.”“저도 젊은 여자고요.”“날짜도 같고.”“그래도 확인은 아니잖아요.”서하는 말하면서 손끝이 떨리는 걸 느꼈다.확신하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으면서, 막상 마지막 문 앞에서는 필사적으로 멈추고 있었다.담당자가 두 사람 사이에서 조용히 말했다.“윤서하 님 말씀이 맞습니다. 현재 두 분이 각자 가지고 계신 자료만으로 특정 기증자와 특정 수혜자를 공식적으로 연결할 수는 없습니다.”선영이 물었다.“그럼 어떻게 확인합니까?”“양측이 모두 원하실 경우, 기관을 통한 상호 확인 절차를 신청할
박선영은 서하가 들고 있던 서류를 한동안 바라봤다.강이준 — 자.박선영 — 모.이름과 관계가 확인됐는데도 윤서하는 바로 말을 꺼내지 못했다.선영 역시 마찬가지였다.담당자가 먼저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원하시면 제가 자리를 비워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확인이 필요한 내용이 생기면 호출해주시면 되고요.”선영이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습니다.”서하도 따라 대답했다.문이 닫히자 방 안에는 두 사람만 남았다.선영이 먼저 말했다.“윤서하 씨.”서하의 손가락이 움직였다.“저를 아세요?”“사진으로 본 적 있어요.”어떤 사진인지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이준 씨한테서요?”“오래전에.”선영은 물병을 만지다가 손을 거뒀다.“이준이가 당신 얘기를 한 적도 있고.”서하는 예상하지 못한 말에 고개를 들었다.“제 얘기를요?”“많이는 아니었어요.”선영이 잠깐 웃으려다 그만뒀다.“원래 자기 중요한 이야기를 집에서 많이 하는 애가 아니었으니까.”서하는 그 문장을 가만히 들었다.“저 싫어하셨어요?”선영의 눈이 서하에게 향했다.“왜 그렇게 생각하죠?”“강태성 회장은 반대했으니까요.”“그 사람하고 나는 달라요.”답은 빨랐다.“나는 이준이 누구를 만나는지까지 간섭하고 싶지 않았어요.”“그럼 우리 관계 반대 안 하셨어요?”“안 했습니다.”서하는 뜻밖에 말을 잃었다.몇 년 동안 강씨 집안 전체가 자신을 밀어냈다고 생각했다.강태성이 그랬으니 가족도 모두 같을 거라고 여겼다.“그런데 왜 한 번도—”말끝이 끊겼다.자신도 무슨 말을 하려던 건지 알았다.왜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냐고.왜 이준을 말리지 않았냐고.왜 자신에게 진실을 알려주지 않았냐고.하지만 그건 선영이 반드시 해야 했던 일이 아니었다.선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나와 이준이는 오래 소원했어요.”서하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얼마나요?”“몇 년.”“왜요?”선영은 즉시 대답하지 않았다.“한 가지 이유는 아니에요.”손가락으로 물병 뚜껑을 천천히
문이 열린 뒤에도 윤서하는 바로 일어나지 못했다.박선영.강이준의 어머니.사진에서 몇 번 본 얼굴이었다.강태경이 보여준 오래된 가족사진 속에서, 이준의 옆에 서 있던 여자.하지만 사진 속 사람을 실제로 마주하는 일은 전혀 달랐다.선영도 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두 사람 사이에 담당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들어오셔도 됩니다.”선영이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서하는 손에 힘을 줬다.지금 당장 묻고 싶었다.강이준의 어머니 맞으세요?편지를 쓴 사람이 당신이에요?당신 아들의 심장이 정말 내 몸 안에 있는 겁니까?그런데 어느 것도 아직 물을 수 없었다.오늘 확인된 것은 상대 가족이 만남에 동의했다는 사실뿐이었다.서하는 자신이 써놓은 메모를 떠올렸다.기대와 사실 분리.담당자가 두 사람 사이에 앉았다.“먼저 절차를 한 번 더 설명드리겠습니다. 두 분 모두 신원 공개에 동의하셨기 때문에 기본 인적 사항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기증 장기의 구체적인 배정 정보가 자동으로 공개되는 건 아닙니다.”서하의 손끝이 멈췄다.역시 그랬다.박선영이 여기 들어왔다고 해서 곧바로 마지막 등호가 그어지는 것은 아니었다.“그럼 이분이 누구의 가족인지는 알 수 있는 거죠?”서하가 묻자 담당자가 고개를 끄덕였다.“쌍방이 동의한 범위 안에서는 가능합니다.”“기증자 이름도요?”“그 부분은 확인 절차가 따로 필요합니다.”또 한 단계였다.눈앞에 답이 앉아 있는데도 여전히 손을 뻗어 가져갈 수 없었다.서하는 오히려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몇 달 동안 너무 많은 것을 자신이 먼저 연결했다.이번에는 끝까지 순서를 지키기로 했다.담당자가 선영에게도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괜찮으시겠습니까?”선영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그제야 서하는 그녀를 제대로 바라봤다.사진보다 수척했다.하지만 이준과 닮은 부분은 분명히 있었다.눈 끝의 선.입을 다물고 있을 때 턱에 힘이 들어가는 습관.그런 것들이 눈에 들어올 때마다 서하는 스스로를 막았다.닮았다는 건 관
만남 날짜가 정해진 건 이틀 뒤였다.오후 3시.해온대학교병원 본관 7층 기증자 가족 중재실.윤서하는 안내 문자를 받은 뒤에도 한동안 날짜만 들여다봤다.장소가 생기고 시간이 정해지자 갑자기 모든 것이 현실이 됐다.이제 기다리는 문제가 아니었다.가야 했다.그 문을 열면 지금까지 익명으로 존재했던 사람이 맞은편에 앉는다.그리고 어쩌면.강이준이라는 이름이 더 이상 추측이 아니게 될 수도 있었다.서하는 강태경에게 날짜를 알렸다.[다음 주 수요일에 만나기로 했어요.]전화가 바로 걸려왔다.“같이 갈까요?”“아뇨.”“혼자 괜찮겠습니까?”“형이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요.”태경이 잠시 말이 없었다.“왜요?”“상대가 누군지도 아직 모르잖아요. 그런데 형이 나타나면 처음부터 답을 정해놓고 가는 것 같아서.”“알겠습니다.”“하린 씨한테도 말하지 마세요.”“그럴게요.”서하는 통화를 끊고 정하린과의 대화창도 열었다가 닫았다.누구도 데려가지 않기로 했다.태경도.하린도.이번만큼은 다른 사람의 기억과 표정을 먼저 보고 싶지 않았다.자신이 직접 만나고, 직접 들어야 했다.약속 당일.서하는 예정 시각보다 40분 일찍 병원에 도착했다.7층으로 올라가기 전 1층 카페에 앉아 물만 조금씩 마셨다.휴대폰 화면에는 메모가 열려 있었다.확인할 것.기증자의 이름.가족이 알고 있는 기증 과정.편지를 쓴 이유.심장이 누구에게 갔는지 가족이 알고 있는 범위.적어놓고 보니 전부 질문 같지 않았다.답을 얻기 위한 장치 같았다.서하는 마지막 줄을 지웠다.그리고 새로 적었다.상대가 말하고 싶은 것부터 듣기.시간이 가까워지자 7층으로 올라갔다.지원 창구 담당자가 먼저 나와 있었다.“윤서하 님 맞으시죠?”“네.”“상대 가족도 도착하셨습니다. 지금 별도 대기실에 계세요.”심장이 세게 뛰었다.서하는 가슴께에 손을 올리려다가 멈췄다.“혹시 지금이라도 취소할 수 있어요?”“네.”대답은 망설임이 없었다.“상대방이 이미 와 있어도요?”“
“상대 가족도 최종적으로 만남에 동의했습니다.”전화를 끊은 뒤에도 윤서하는 한동안 길가에 서 있었다.기뻐해야 하는지 두려워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상대가 동의했다.그 사실만 확인됐을 뿐인데 머릿속에서는 벌써 강이준의 이름이 떠올랐다.서하는 곧바로 병원에 다시 전화했다.“아까 연락받은 윤서하인데요.”“네.”“최종 동의했다는 게 정확히 어디까지예요?”담당자가 기록을 확인했다.“직접 만남 절차를 진행하는 데 동의하셨다는 의미입니다.”“신원 공개도요?”“그건 아닙니다.”서하의 손가락이 가방끈을 놓았다.“그럼 아직 누군지는 모르는 거네요.”“네. 만남 진행과 신원 공개 범위는 별도로 다뤄집니다.”“가족도 제 이름 모르고요?”“현재 단계에서는 그렇습니다.”서하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또 앞질러 갔다.상대가 만나겠다고 했다는 사실을 듣는 순간, 마음속에서는 이미 이준의 가족이 자신을 만나겠다고 한 것처럼 바뀌어 있었다.“날짜는 정해졌어요?”“조율해서 다시 안내드리겠습니다.”“장소는요?”“그것도 함께 안내드릴 예정입니다.”서하는 더 묻지 않았다.전화를 끊고 휴대폰 메모를 열었다.확인된 것 — 상대 가족이 만남 절차에 동의함.확인되지 않은 것 — 신원. 기증자와 강이준의 동일성.그 아래 한 줄을 추가했다.기대와 사실 분리.다음 날 아침, 서하는 평소 시간에 복원실로 출근했다.작업대에는 전날 마무리하지 못한 고서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찢어진 부분을 보강한 종이는 밤새 안정돼 있었고, 눌러둔 자리를 풀자 형태도 흐트러지지 않았다.재훈이 옆에서 확인했다.“괜찮네.”“응.”“오늘은 다음 장?”“그 전에 이쪽부터.”서하는 붓을 들었다.손상된 부분을 확대해 보고, 보강지를 얇게 잘랐다.해야 할 일은 분명했다.조각을 맞추고.풀을 바르고.눌렀다가 기다리고.마르면 다시 확인하는 것.몇 시간 동안 그 순서만 반복했다.휴대폰은 작업대에서 멀리 두었다.병원 연락을 기다리는 건 맞았지만, 5분마다 화면을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