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서는 천 년 뒤의 세상에서 온 사람이었다.시스템에 의해 낯선 고대 왕조로 오게 된 그녀에게 주어진 임무는 당시 가장 총애받지 못하던 칠황자 이헌을 도와 황제의 자리에 올리는 것이었다.그녀는 책사의 신분으로 이헌에게 접근했고, 그와 함께 피비린내 나는 황위 쟁탈전을 헤쳐 나갔다.그를 위해 계책을 세우고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으며, 때로는 그에게 닥친 온갖 위험을 몸소 막아 내기도 했다.두 사람은 허물어진 사당에 숨어 차갑게 굳은 찐빵 하나를 나눠 먹었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추위 속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온기를 나누었다.수많은 시신이 쌓이고 피가 흥건한 전장에 나란히 서서, 마침내 손에 넣은 옥새를 올려다보던 날도 있었다.언제부터였을까. 차갑고 도도한 데다 속내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던 어린 황자가 어느새 나윤서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다.처음에는 그녀를 경계하고 이용하려는 속셈이 가득했던 눈빛에도 차츰 온기가 스며들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날이 갈수록 깊어졌고, 마침내 뜨거운 애정으로 가득 찼다.즉위식 날, 조정 대신들이 일제히 엎드려 만세를 외쳤다.이헌은 나윤서의 손을 굳게 잡고, 조정이 발칵 뒤집히고 예부의 원로 대신들이 목숨을 걸고 간언하는데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끝내 모든 반대를 물리치고 그녀를 황후로 책봉했으며, 만백성 앞에서 평생 오직 그녀 한 사람만을 사랑하겠다고 맹세했다. “윤서야, 짐은 그대 없이는 아니 되오. 그대가 곁에 없다면 이 드넓은 강산도 짐에게는 황량한 황무지에 지나지 않소.”나윤서 역시 어느새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이헌을 사랑하게 되었다.시스템은 임무가 끝났으니 언제든 이곳을 떠날 수 있다고 알렸다. 그러나 나윤서는 용상에 앉아 자신을 향해 다정히 웃는 이헌을 바라보며, 처음으로 시스템을 거슬러 이곳에 남기로 마음먹었다.나윤서는 그것이 두 사람의 결말이라 생각했다.하지만 황위 다툼에서 패한 폐태자 이찬이 결사대를 이끌고 돌연 궁궐에 쳐들어오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반란은 순식간에 진압되었다. 중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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