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아홉 번째 생에는 당신의 신부가 되지 않겠습니다: Capítulo 11 - Capítulo 20

30 Capítulos

제011화. 이름이 적힌 주사제

“그 가방, 열지 마세요.”한지우의 목소리가 복도를 잘랐다. 의료가방을 들고 있던 남자가 손을 멈췄다.“윤해원 씨 보호이송 요청서가 정식으로 접수됐습니다. 현장 안정화를 위해 필요한 처치만—”“처치 대상자 동의는요?”“보호자 요청이 있습니다.”“성인 본인의 의사를 대신할 법적 근거를 묻는 겁니다.”지우가 서류를 받아 들었다. 해원은 가방 옆면의 라벨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윤해원 / 27 / 정맥 진정]처방일자도, 담당의 이름도 비어 있었다. 그런데 약은 준비돼 있었다.해원은 라벨을 확대해 찍었다. 이름 아래에는 병원 등록번호 대신 임시 식별코드가 찍혀 있었다. 정상적인 외래 처방이라면 남아 있어야 할 접수기록이 보이지 않았다.첫 번째 삶에서 그녀를 잠재웠던 주사도 이런 식이었다. 그때는 공황을 가라앉히기 위한 처치라고 믿었다. 깨어났을 때는 이미 봉인실 안이었다.그 기억까지 설명할 생각은 없었다. 해원이 휴대전화를 꺼내 촬영을 시작했다.“제 이름이 왜 붙어 있죠?”남자의 눈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이송 중 과흥분 가능성에 대비한 겁니다.”“누가 제가 과흥분한다고 판단했습니까?”“신고 내용상—”“신고자 이름.”대답이 없었다.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열렸다. 차시헌이 이선경과 함께 내렸다.도하의 턱선이 단단하게 굳었다.“국가이변관리청이 왜 여기까지 옵니까?”시헌은 도하가 아니라 해원을 먼저 봤다. 그리고 의료가방에 시선이 닿자 걸음을 멈췄다.“그 약, 투여하면 안 됩니다.”해원의 눈빛이 날카롭게 꺾였다.“왜죠?”“현재 윤해원 씨의 영력 파형과 충돌합니다.”“약 이름도 안 봤는데요.”짧은 정적이 생겼다.시헌은 즉시 말을 바꾸지 않았다.“가방에 붙은 관리코드로 확인했습니다.”지우가 가방 쪽을 보았다.“저 코드가 보였어요?”“네.”해원은 믿지 않았다.거리는 10미터 가까이 됐다. 게다가 코드는 손가락 한 마디만 했다.시헌은 자신이 의심받는 걸 아는 얼굴이었다.“확인하셔도 됩니다. 해당 계열 진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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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12화. 보호라는 이름의 명령

검은 주사기는 특수 보관함으로 옮겨졌다. 의료진은 별도 회의실에서 신원 확인을 받았고, 선우도하는 지우의 요구로 사무실 밖에 남았다.그러나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밤 10시 18분.국가이변관리청 전산망을 통해 새 문서가 도착했다.[긴급 영력위험 보호명령 사전통지]대상자 윤해원.사유는 비정상 영맥 파동, 공격성 발현, 미등록 각인 반응.해원은 마지막 줄까지 읽은 뒤 태블릿을 내려놓았다.“빠르네요.”지우의 표정은 싸늘했다.“빠른 정도가 아니야. 현장 조사도 끝나기 전에 결론부터 만들어 놨어.”“효력은요?”“사전통지 단계라 지금 당장 구금은 못 해. 그런데 심의가 통과되면 최대 72시간 지정시설 보호가 가능해.”해원은 웃지 않았다.서류 하단에는 ‘당사자의 예측 불가능한 이능력 사용 가능성’이라는 문구도 붙어 있었다. 행사장 영상과 의료진 신고가 근거로 첨부돼 있었다.여덟 번의 삶에서 수없이 보았던 문장이 다른 이름을 달고 돌아왔다.위험하므로 보호한다.불안정하므로 대신 결정한다.시헌은 맞은편에 서 있었다.해원이 물었다.“당신 쪽 명령입니까?”“아닙니다.”“국가이변관리청 문서인데요.”“제1수사팀은 보호명령 신청 권한이 없습니다. 위험심의실에서 별도 발의한 겁니다.”“그럼 막을 수 있습니까?”시헌은 잠깐 생각한 뒤 대답했다.“제가 취소할 권한은 없습니다.”해원의 눈이 차갑게 식었다.“그럼 결국 같은 조직이네요.”“네. 그래서 제 말이 아니라 기록을 보셔야 합니다.”시헌이 태블릿 하나를 내밀었다. 그 안에는 제1수사팀 의견서가 떠 있었다.[현 단계에서 강제보호 필요성 인정 어려움.][대상자의 의사결정 능력 저하를 확인할 객관 자료 없음.][최근 파동은 외부 비인가 각인 개입 가능성 우선 조사 필요.]서명자는 차시헌이었다.해원은 문서를 끝까지 읽었다.“왜 이렇게까지 반대하죠?”“근거가 부족하니까요.”“그게 전부입니까?”시헌의 시선이 잠깐 내려갔다.“지금 답하면 믿지 않으실 겁니다.”“또 순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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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13화. 거울 속 신부

실종된 신부의 이름은 박서윤이었다.29세.이능력 등록 이력 없음.결혼식은 2시간 뒤 예정돼 있었다.“마지막 확인 시각은 20시 41분입니다.”이선경이 현장 보고를 읽었다.“메이크업 담당자가 대기실을 나간 뒤 6분 후 다시 들어갔는데 사람이 사라졌습니다. 창문은 고정형, 비상문은 내부 잠금 상태. CCTV에는 출입 기록이 없습니다.”해원은 사진을 확대했다.거울 주변에는 흰 장미 장식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바닥에는 신부의 구두 한 짝만 떨어져 있었다. 몸싸움 흔적도, 깨진 유리도 없었다. 지나치게 멀쩡한 공간이라 오히려 기묘했다.거울 속 검은 문양은 자신의 손목과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원을 감싸는 선의 방향이 반대였다.“이건 감시각인이 아니에요.”시헌이 해원을 봤다.“근거가 있습니까?”“내 손목 건 바깥에서 안으로 감겨요. 이건 안에서 바깥으로 열려 있어요.”지우가 옆에서 고개를 기울였다.“문처럼?”“아마도.”해원은 손가락으로 화면을 밀었다. 거울 하단에 희미한 글자가 있었다.사진이 번져 알아보기 힘들었다.[신부는 들어오고—]뒤가 끊겨 있었다.해원은 불쾌한 기분을 숨기지 않았다.“오늘따라 신부라는 말이 많이 나오네요.”시헌은 입을 다물었다.그 침묵이 오히려 해원의 신경을 건드렸다.“이 사건, 저랑 관련 있다고 생각하죠?”“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습니다.”“얼마나?”“현재 확보된 자료로는 수치화하지 않겠습니다.”누군가라면 이미 퍼센트를 말했을지도 모른다.해원은 그 생각을 지웠다.수치가 필요한 순간과, 수치로 사람을 밀어붙이는 순간은 달랐다. 시헌은 적어도 모르는 것을 아는 척 숫자로 포장하지 않았다.지금 중요한 건 누가 자신을 신부라는 이름으로 묶으려 하는지였다.지우가 말했다.“해원아. 네가 사건에 관심 있는 건 알겠는데 보호명령 대응이 먼저야.”“알아.”“현장에 갔다가 공격성 발현 운운하면 불리해질 수도 있어.”“그것도 알아.”해원은 손목을 내려다봤다.검은 각인은 조금 전보다 더 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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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14화. 선택권의 가격

현장으로 출발하기 전, 한지우는 조건부터 세웠다.“1시간. 그 이상은 안 돼.”“수사 상황에 따라—”“아니, 차 팀장님.”지우가 시헌의 말을 잘랐다.“제 의뢰인은 지금 보호명령 심의 대상자예요. 사건 협조가 임의라면 돌아오는 시간도 본인이 정합니다.”시헌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현장 내 단독 행동 금지. 신체 접촉이 필요하면 사전 고지. 영력 억제 장비 사용 금지. 기록 전부 열람.”“수용합니다.”“또 하나. 현장에서 언론 접촉이 생기면 의뢰인 얼굴과 이름 비공개.”“수사팀 권한 내에서 차단하겠습니다.”“권한 밖이면?”“한 변호사님에게 즉시 알리겠습니다.”지우는 그제야 펜을 내려놓았다.해원이 팔짱을 꼈다.“내 조건은 하나 더 있어.”두 사람이 동시에 해원을 봤다.“시헌 씨가 아는 걸 사건 때문이라는 이유로 숨길 때마다 기록에 남겨요. ‘답변 보류’라고.”시헌의 눈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그 기록이 도움이 됩니까?”“당신이 몇 번이나 보류했는지 나중에 세려고요.”“알겠습니다.”지우가 한숨을 쉬었다.“둘이 이상한 방식으로 신뢰를 쌓네.”“신뢰 아니야.”해원이 즉시 정정했다.“감사 기록이지.”***차량은 3대로 나뉘었다.해원은 지우와 같은 차에 탔다. 시헌의 차는 앞에서 길을 열었다.이동 중 지우의 태블릿에 보호명령 관련 추가 자료가 도착했다.“발의 근거 중 하나가 오늘 행사장 공격 영상이야.”“차시헌한테 여우불 날린 거?”“응. 그런데 앞부분이 잘렸어. 네 손목 각인 절단 장면은 없고, 네가 먼저 공격하는 부분부터 제출됐어.”해원이 창밖을 봤다.예상했던 방식이었다.원인을 지우고 반응만 남긴다.“원본 확보 가능해?”“행사장 CCTV는 보전 요청 걸어놨어. 문제는 제출자가 누구냐는 건데 익명 처리돼 있어.”“또 익명.”“대신 법원 제출용 사실조회 바로 넣을 수 있어.”해원은 고개를 끄덕였다.도망치지 않기로 한 이상 기록으로 싸울 생각이었다.휴대전화가 진동했다.발신자는 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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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15화. 내가 들어가겠다고 했다

거울 속 면사포는 눈을 깜빡이는 사이 사라졌다. 해원은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방금 촬영됐습니까?”이선경이 현장 카메라를 확인했다.“네. 영상 남았습니다.”선경은 촬영 시각과 카메라 번호까지 화면에 띄웠다. 조작 여부를 나중에 다툴 수 없도록 원본 해시도 즉시 보존했다.“좋아요.”해원은 자신의 휴대전화도 켰다. 누군가 나중에 환각이었다고 말해도 상관없었다.기록이 남으면 된다.시헌이 연회장 출입문 앞에 섰다.“내부는 현재 공간 왜곡이 의심됩니다. 구조팀이 먼저 진입합니다.”해원이 물었다.“저 문양이 내 각인과 연결돼 있는지 확인하려면요?”“외부 측정부터 합니다.”“그걸로 안 되면?”시헌은 대답을 서두르지 않았다.“그때 다시 선택을 묻겠습니다.”해원은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현장 요원들이 측정 장비를 설치했다.수치는 안정과 급등을 반복했다.연회장 안에는 사람의 생체반응이 없었다.그런데 거울에서는 체온과 비슷한 열점이 계속 움직였다.“실종자가 거울 안에 있다는 뜻입니까?”지우가 물었다.선경이 고개를 저었다.“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잔류정보일 수도 있어요.”해원은 거울 가까이 다가갔다. 시헌이 옆에서 거리를 맞췄지만 팔을 잡지는 않았다.거울 표면에는 자신의 모습과 텅 빈 복도가 함께 비쳤다. 그 안에서만,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었다.하얀 웨딩드레스.늘어진 면사포.박서윤이었다.“보여요?”해원이 물었다.“보입니다.”시헌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직접 접촉하지 마십시오.”거울 속 신부가 손을 들었다. 손바닥에는 검은 문양이 있었다.해원의 손목이 동시에 타올랐다.“연결돼 있어.”해원이 중얼거렸다.박서윤의 입이 움직였다.‘문을 열어.’연회장 안쪽에서 잠금장치가 혼자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철컥.출입문 위 비상등이 붉게 바뀌었다.현장 요원이 소리쳤다.“내부 봉쇄 활성화!”시헌이 검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윤해원 씨, 뒤로 가십시오.”해원은 움직이지 않았다.“저 문, 억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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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16화. 거울 안의 초대

수십 명의 윤해원이 동시에 웃었다.면사포 아래의 얼굴은 같았지만 표정은 조금씩 달랐다. 울고 있는 얼굴, 체념한 얼굴, 아무 감정도 남지 않은 얼굴.가장 앞의 신부가 거울에 손바닥을 붙였다.‘하나만 들어와.’입술은 그렇게 움직였다.해원은 손을 내리지 않은 채 물었다.“저것들도 촬영되고 있습니까?”“네.”이선경의 대답과 함께 카메라 표시등이 깜빡였다.거울 속 신부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수십 쌍의 눈이 카메라를 향했다가 다시 해원에게 돌아왔다.시헌이 검 끝을 조금 낮췄다.“봉혼막이 안쪽에서 당겨지고 있습니다. 1분 안에 접촉을 끊겠습니다.”“끊으면 문도 닫히죠?”“가능성이 높습니다.”거울 깊숙한 곳에서 박서윤이 쓰러졌다. 하얀 드레스 자락 아래로 검은 선이 뻗어 나와 발목을 감고 있었다.해원은 측정 장비의 수치를 확인했다.“제가 들어가면 돌아올 좌표는 누가 잡습니까?”“제가 잡겠습니다.”“방법은요?”“접촉한 상태로 윤해원 씨의 생체영력을 고정합니다.”해원의 시선이 시헌의 장갑 낀 손으로 향했다.직접 접촉을 피하려고 손목 대신 검만 내민 남자였다. 필요하다는 이유로 먼저 잡지는 않을 것이다.그래서 해원이 선택해야 했다.“제 오른손을 잡아 주세요.”시헌의 눈빛이 멈췄다.“허락하시는 범위는 손바닥부터 손목 아래까지입니까?”“네. 제가 놓으라고 하면 바로 놓으세요.”“알겠습니다.”시헌이 장갑을 벗었다.드러난 손등에는 검은 선이 얽혀 있었다. 오래된 화상처럼 손목 안쪽에서 시작된 흔적이 소매 아래로 이어졌다.해원의 시선이 닿자 시헌이 손을 거두려 했다.“그대로요.”해원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두 손이 맞닿자 차가운 기운이 손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사람의 체온은 분명한데, 그 아래에는 밤바다처럼 깊은 냉기가 깔려 있었다.검은 흔적이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해원의 감시각인이 곧바로 반응했다.찌르는 통증과 함께 거울 안의 문이 크게 열렸다.“좌표 고정됐습니다.”시헌이 말했다.“들어가실지는 지금 결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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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17화. 검은 봉혼흔

“한 명만 나갈 수 있다는 조건에 누가 동의했죠?”해원의 질문에 신부들의 웃음이 멎었다.시헌이 잡은 손을 통해 낮은 진동이 전해졌다. 거울 공간 전체가 불쾌해하는 반응이었다.“대답이 없네요.”해원은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그럼 아직 계약이 아닙니다.”해원의 휴대전화가 짧게 진동했다.진입 후 3분을 알리는 타이머였다. 그러나 외부에서 확인하기로 한 지우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화면에는 녹화 표시만 남아 있었다.“통신이 끊겼습니다.”시헌이 바로 물었다.“철수하시겠습니까?”“아니요. 서윤 씨 위치를 확인할 때까지 계속합니다.”“알겠습니다.”“영상은 내부 저장 중입니다. 나가면 원본을 복구할 수 있습니다.”“좌표는요?”“아직 유지됩니다. 제 손을 통해 바깥의 봉혼막과 연결돼 있습니다.”해원은 맞잡은 손을 내려다봤다.나가는 길이 한 사람의 몸에만 걸려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돌아가는 즉시 이 구조부터 바꿀 생각이었다.신부들의 면사포가 동시에 들썩였다.검은 실들이 바닥을 기어 두 사람의 발목으로 뻗었다. 시헌이 검을 휘두르자 실이 끊어지며 유리 깨지는 소리를 냈다.절단된 조각들이 다시 붙기 시작했다.“형태만 계약을 흉내 낸 저주입니다.”시헌이 말했다.“조건을 받아들이는 순간 실제 구속력이 생깁니다. 어떤 제안에도 답하지 마십시오.”“당신도요.”“네.”해원은 박서윤이 쓰러진 검은 문 쪽으로 움직였다.신부들이 길을 막았다. 몸이 서로 겹치면서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거울이 만든 영상이라기보다 한 덩어리의 의지가 여러 얼굴을 쓰고 있는 것에 가까웠다.가장 앞의 신부가 해원의 팔을 붙잡으려 했다. 시헌이 손을 당겨 피하게 했다.힘은 필요한 만큼만 들어왔다. 해원이 균형을 되찾자 곧바로 느슨해졌다.“접촉 범위를 바꿔도 됩니까?”“왜죠?”“손바닥만으로는 충격 때 좌표가 끊길 수 있습니다.”해원은 검은 실이 다시 모이는 걸 봤다.“손목까지 잡으세요. 제가 먼저 놓지 않는 한 유지해요.”“알겠습니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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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18화. 꼬리는 대가가 아니다

“싫습니다.”해원은 망설이지 않았다.거울 속 신부의 웃음이 사라졌다.“그 꼬리 하나면 끝나.”“제 목숨을 계산에 넣는 제안은 받지 않아요.”“저 여자가 죽어도?”검은 실이 박서윤의 목까지 차올랐다.해원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상대는 거절 뒤에 죄책감을 붙여 결정을 바꾸게 하려 했다.익숙한 방식이었다.“죽이는 건 당신입니다. 책임을 저한테 넘기지 마세요.”푸른 여우불이 칼날을 타고 커졌다.불빛 아래에서 검은 실의 구조가 더 선명해졌다. 실은 박서윤의 몸에 직접 박힌 게 아니었다. 왼손 약지의 반지를 감은 뒤, 바닥의 문양과 가짜 해원의 꼬리로 이어져 있었다.해원이 무릎을 낮췄다.“반지를 통해 신부라는 자격을 붙잡고 있어요.”“계약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역할이라는 뜻입니다.”시헌이 검을 비스듬히 세웠다.“역할을 벗기면 실종자와 공간의 연결을 끊을 수 있습니다.”“서윤 씨가 직접 철회해야겠죠.”“네. 저희가 대신 결정하면 다른 구속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박서윤은 의식이 있었지만 목을 조인 실 때문에 말하지 못했다. 그녀까지 가려면 가짜 신부들을 지나야 했다.해원은 휴대전화 화면을 확인했다. 통신은 끊겼어도 카메라는 켜져 있었다.“렌즈도 거울과 비슷한 경계면이죠?”시헌이 질문의 뜻을 알아들었다.“아주 약하지만 바깥과 연결할 수 있습니다.”“제 불을 보내면요?”“좌표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당신이 잡아 주세요.”해원은 검 손잡이를 더 단단히 쥐었다.“제가 여우불을 보내는 동안, 이 검으로 돌아갈 길을 고정해 주세요.”시헌은 위험을 먼저 계산했다.“봉혼흔이 다시 열릴 수 있습니다.”“꼬리를 떼는 것보다는 낫습니까?”“비교할 일이 아닙니다. 둘 다 소모하지 않는 범위로 하겠습니다.”“좋아요.”해원은 카메라 렌즈에 손끝을 댔다.푸른 불꽃 한 줄기가 유리 안으로 스며들었다. 시헌이 칼날을 바닥에 박자 검은 막이 원형으로 퍼지며 흔들리는 공간을 붙들었다.불꽃이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순간 그의 팔에서 검은 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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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19화. 한 명이 아닌 출구

검은 초승달이 바닥을 가르자 연회장이 두 쪽으로 기울었다. 박서윤의 몸이 틈 쪽으로 미끄러졌다.해원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시헌은 해원의 허리를 잡는 대신 검을 바닥에 박아, 세 사람 아래에 봉혼막을 펼쳤다.“접촉 없이 1분 정도 버팁니다.”“출구는요?”시헌이 뒤를 봤다.처음 들어온 거울은 손바닥만 한 크기로 줄어 있었다. 바깥의 지우가 유리 너머에서 무언가를 외쳤지만 소리는 닿지 않았다.거울 위에는 검은 글자가 떠올랐다.[하나의 문에는 하나의 신부.]박서윤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 때문에 두 분이…….”“서윤 씨 때문 아닙니다.”해원이 바로 끊었다.“지금부터는 숨만 고르세요. 나가는 방법은 저희가 찾습니다.”바닥의 틈이 넓어졌다.시헌의 검 주변으로 검은 피가 번졌다. 봉혼막을 유지할수록 팔의 상처도 깊어지고 있었다.해원은 남은 반사면을 훑었다.벽의 거울은 바깥에서 모두 가려졌다. 대신 바닥에 떨어진 휴대전화 3대가 희미한 빛을 내고 있었다. 외부 수사팀이 푸른 문장을 본 뒤 안쪽으로 밀어 넣은 장비였다.각 화면에는 서로 다른 카메라가 켜져 있었다.“하나의 문이라는 건 저 거울 하나를 말하는 거죠?”“현재 구조상 그렇습니다.”“그럼 문을 늘리면 돼요.”시헌이 휴대전화들을 확인했다.“화면을 임시 경계면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3개를 동시에 고정해야 합니다.”“제 여우불로 분리할게요.”“저는 경계를 자르겠습니다.”“둘 중 하나에 부담이 몰리면 중단해요.”“동의합니다.”해원은 서윤에게 휴대전화 하나를 쥐여 줬다.“화면에서 눈을 떼지 마세요. 출구가 열리면 본인이 먼저 넘어가는 겁니다.”“두 분은요?”“각자 문이 있어요.”해원은 두 번째 휴대전화를 들었다. 시헌은 마지막 화면 위에 검 끝을 댔다.푸른 불꽃이 세 갈래로 나뉘어 기기 가장자리를 감쌌다.꼬리가 다시 드러났지만 털은 흩어지지 않았다. 해원은 생명 자체가 아니라, 지금 쓸 수 있는 영력만 정확히 잘라 보냈다.시헌의 검이 허공을 세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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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20화. 죽은 나를 안은 사람

월흔 속 비는 소리까지 선명했다.석문은 중앙이 안쪽으로 꺾여 있었다. 틈새마다 타 버린 푸른 불꽃이 달라붙어 있었고, 바닥에는 해원의 피가 빗물과 섞여 흘렀다.기억 속 차시헌은 무너진 문을 검으로 벌리고 들어왔다. 지금보다 조금 젊은 얼굴이었다.시헌의 소매에 달린 기록장치에는 석문 붕괴 뒤의 시각이 찍혀 있었다. 적어도 이 장면의 그는 문이 닫힌 뒤에 나타났다.그 전에 무엇을 했는지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그는 쓰러진 해원 앞에 무릎을 꿇어 목과 손목을 차례로 확인했다. 손끝이 멎었다.“사망 확인됐습니다.”뒤따라온 검은 제복들이 안으로 들어왔다.“대상 시신과 잔여 영력을 회수합니다.”“접근하지 마십시오.”시헌이 해원의 몸 앞을 막았다.“차 수사관, 봉쇄는 끝났습니다. 사망자입니다.”“영혼 반응이 남아 있습니다.”해원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자신의 가슴 쪽을 봤다.죽은 몸 안에서 아주 작은 푸른 불씨가 깜빡이고 있었다. 꼬리 모양의 빛이 꺼지지 못한 채 검은 실에 휘감겨 있었다.시헌도 같은 것을 보고 있었다. 그가 장갑을 벗고 푸른 불씨에 손을 댔다.검은 실이 즉시 손등을 파고들었다.살이 타는 냄새가 났다.주변 사람이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놓으십시오. 반동을 받으면 당신 혼까지 묶입니다.”“아직 사라지지 않았습니다.”“살릴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시헌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는 검을 바닥에 내려놓고 죽은 해원의 상체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젖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받친 뒤 자신의 품에 기대게 했다.해원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시헌의 표정에는 사랑보다 먼저 참혹한 실패를 마주한 사람의 책임감이 보였다.그가 낮게 말했다.“윤해원 씨.”대답은 없었다.“들리면, 불을 놓지 마십시오.”푸른 불씨가 한 번 흔들렸다.검은 실이 시헌의 팔을 타고 올라갔다. 지금 그의 몸에 남은 봉혼흔과 같은 모양이었다.그는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도 해원을 놓지 않았다.“경계를 열겠습니다.”검은 칼날이 빗물 위에 초승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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