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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사업자 등록을 마쳤습니다

Author: Jin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5 09:39:56

나는 마지막 줄 아래에 선을 그었다.

예진은 문턱에 서서 노트를 내려다봤다.

“그걸 누구한테 보여 주려고?”

“일 맡기는 사람.”

“노트째 보여 줄 거야?”

나는 흙 묻은 모서리를 손으로 털었다. 종이 사이에 마른 흙이 조금 더 나왔다.

“따로 써야겠네.”

예진이 책상 위 빈 종이를 집어 줬다.

“돈 받는 일은 읽을 수 있게 써. 오빠만 알아보게 쓰지 말고.”

나는 노트 옆에 종이를 놓았다. 받은 물건, 받는 자리, 내주는 자리부터 옮겨 적었다. 일당이라고 쓰려다 펜을 멈췄다.

하루를 팔면 짐이 적어도 하루였고, 짐을 잘못 받으면 오늘처럼 하루가 없어졌다.

이번에는 운임이라고 적었다.

예진이 그 글자를 보고 물었다.

“직접 하려고?”

“그게 낫겠어.”

“그럼 회사 이름도 있어야지.”

나는 종이 맨 위를 비워 뒀다.

◉

3월 23일(월), 어머니가 밥그릇을 내려놓을 때까지 맨 위 칸은 비어 있었다.

나머지는 주말 동안 채웠다. 자루에 담긴 물건과 낱개로 놓인 물건을 나눴고, 개수를 누가 확인할지도 적었다. 취급하기 어려운 물건은 받기 전에 따로 보기로 했다.

상호만 남았다.

어머니가 종이를 들여다봤다.

“밥은 먹고 해라.”

“이름만 쓰면 돼요.”

“니 이름 쓰면 안 되냐.”

나는 신우재 운송이라고 적어 봤다. 내 이름 아래로 인수 확인, 반출 확인, 파손 책임이 이어졌다.

이름을 지우고 등짐 운송이라고 썼다.

어머니가 숟가락을 놓았다.

“등짐이 뭐냐.”

“등에 지는 짐이요.”

“니는 등에 안 진다며.”

“하던 일이 그거라서요.”

어머니는 내 어깨를 보고 종이를 다시 봤다.

“전화로 말해도 알아듣겄다.”

나는 종이 위에 적힌 글자를 소리 내 읽었다. 등짐 운송. 짧았고, 무슨 일을 하는지도 들어 있었다.

시계를 보니 이름을 고르는 데 10분이 걸렸다.

예진이 출근 가방을 메고 나오다가 종이를 집었다. 회사 이름 아래에 내가 적어 놓은 문장을 읽더니 펜으로 띄어쓰기를 고쳤다.

“운송장 없는 짐은 안 받는다?”

“서로 뭘 줬는지 적어야 해.”

“파손 시 전액 배상. 이건 오빠가 다 물어준다는 거야?”

“내가 받았으면 내가 내줘야지.”

예진은 그 줄에 밑줄을 그었다.

“그럼 받기 전에 깨진 데 없는지 꼭 봐.”

나는 인수 확인 옆에 물품 상태를 추가했다.

어머니가 식탁에 김을 올렸다.

“종이가 밥 먹여 주냐.”

“짐을 받아야 먹여 줘요.”

“그럼 지금은 밥부터 먹어.”

나는 펜을 내려놓았다.

◉

구청 민원 창구에서 업종을 묻는 직원에게 말했다.

“화물 운송입니다.”

직원은 내 뒤를 한번 봤다. 옆에는 서류를 든 사람들만 앉아 있었다.

“차량으로 운송하시는 건가요?”

“게이트 안에서 물건을 가지고 나옵니다. 차량은 없습니다.”

나는 관리청 등록증을 꺼냈다.

직원은 판정란보다 능력 종류를 먼저 확인했다. 그러고는 옆에 놓인 안내철을 펼쳐 해당 서류를 찾았다.

“대표자 혼자 하시는 거죠?”

“네.”

“사업장 주소는 여기 적으신 자택이고요?”

“사무를 볼 곳은 집입니다. 짐은 게이트에서 받아 반출 창구에 내려놓습니다.”

직원은 신청서의 빈칸을 짚어 줬다. 내가 쓰지 않은 연락처와 개업일이었다.

지난주에 개통한 전화에서 내 번호를 찾아 적었다. 아직 번호를 외우지 못해서 화면과 종이를 번갈아 봤다.

직원이 서류를 넘기다가 상호를 읽었다.

“등짐 운송.”

“네.”

“등록증 받을 때도 이 이름으로 확인하시면 됩니다. 관리청 소속 신고는 따로 하셔야 하고요.”

“오늘 가려고 합니다.”

직원은 필요한 절차가 적힌 종이를 내 쪽으로 밀었다. 나는 처리 순서 옆에 작은 점을 찍었다. 끝낸 것과 아직 안 한 것을 나누는 표시였다.

서명란에 이름을 썼다.

직원은 종이 아래로 삐져나온 다른 서류를 봤다. 내가 집에서 만든 운임 원칙이었다.

“이건 제출 서류는 아닙니다.”

“제가 쓸 겁니다.”

“그럼 가져가셔야 해요. 같이 철할 뻔했네요.”

나는 그 종이를 빼서 노트에 넣었다.

회사에 직원은 없었고, 창고도 없었다. 지금 가진 것은 내 이름으로 받은 서류와 앞으로 받을 짐의 조건이었다.

서류가 접히지 않게 봉투에 넣었다. 집을 나올 때는 가방에 그냥 넣었는데, 돌아갈 때까지 구겨 두고 싶지는 않았다.

◉

구청 복도 끝의 긴 탁자에서 서류를 다시 확인했다.

상호, 이름, 주소, 전화번호가 맞았다. 등록증 옆에 놓았던 운임 원칙을 펼쳐 보니 수정한 곳이 너무 많았다. 예진이 고친 글자와 내가 덧붙인 글자가 겹쳐 있었다.

나는 새 종이에 처음부터 썼다.

『등짐 운송 / 운임은 현재 운반 시세에 따릅니다. / 운송장 없는 짐은 받지 않습니다. / 파손 시 전액 배상합니다.』

그 아래에는 받기 전에 할 일을 적었다.

품목과 개수 확인. 포장 상태 확인. 출발과 도착 지점 확인. 운임 합의.

늦어지는 경우는 원인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얼마를 빼겠다는 말을 끝난 뒤에 듣는 것은 한 번이면 됐다.

운송장도 따로 그렸다.

노트에 쓰는 것은 나만 볼 수 있었다. 맡긴 사람도 한 장 가져야 했다. 두 장을 나란히 쓰고, 서로 한 장씩 갖기로 했다.

『품목: 의뢰 물품 / 출발: 인수 지점 / 도착: 관리청 반출 창구 / 운임: 사전 합의 금액』

빈칸은 넓게 남겼다. 품목 이름만 쓰면 자루째인지 낱개인지 알 수 없었다. 옆에 개수와 포장 상태를 적을 자리도 만들었다.

인수와 인계 아래에는 서명란을 넣었다.

지난번 팀장의 이름을 떠올리다 펜을 멈췄다. 서로 이름을 알고 있어도 누가 어떤 상태로 넘겼는지는 남지 않았다.

이번에는 받기 전에 적기로 했다.

탁자 반대편에 앉은 사람이 내 종이 위로 밀려온 서류를 거뒀다.

“죄송합니다. 자꾸 흘러가네요.”

서류 묶음을 잡은 집게가 너무 작았다. 나는 내 봉투를 옆으로 옮겨 자리를 비워 줬다.

“넓게 놓고 정리하셔도 됩니다.”

그 사람은 종이를 탁자에 펼쳐 순서대로 쌓았다. 나는 내 서류가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봉투에 넣었다.

◉

명함 가게는 구청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문을 열자 종이를 자르는 소리가 멎었다. 가게 사장은 작업대에서 손을 털고 나왔다.

“명함 하시려고요?”

“100장입니다.”

“내용 주세요.”

나는 회사 이름과 내 이름, 전화번호를 적은 종이를 내밀었다. 사장은 컴퓨터 앞에 앉아 글자를 옮겼다.

화면에 내 이름이 큼직하게 떴다.

“직함은 대표로 넣을까요?”

“네.”

대표라고 쓰면 아래에 누가 있어야 맞는 말이었다. 지금은 아무도 없었지만, 빈칸으로 둘 말도 없었다.

사장이 아래쪽에 문구를 하나 넣었다.

게이트 물자 운반.

“이렇게 쓰면 될까요?”

“그게 좋겠습니다.”

사장은 종이와 나를 번갈아 보더니 이름을 다시 확인했다.

“신우재 씨 맞으시죠?”

“네.”

“그 귀환자분이세요? 동부 게이트에서 오셨다는.”

“맞습니다.”

“S급이라고 들었는데.”

“아공간입니다.”

사장은 내 빈손을 봤다. 그러고는 화면 아래로 번쩍이는 테두리를 넣어 봤다.

“눈에 좀 띄게 할까요?”

“전화번호가 잘 보이면 됩니다.”

테두리가 사라졌다.

회사 이름을 위에 놓고, 가운데에 내 이름, 아래에 전화번호를 넣었다. 나는 번호를 휴대전화 화면과 다시 맞춰 봤다.

사장이 시험 출력한 종이를 건넸다.

『등짐 운송 / 대표 신우재 / 게이트 물자 운반』

전화번호까지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하겠습니다.”

“가격은 2만 원인데, 1만 5,000원만 주세요.”

나는 지갑에서 돈을 꺼내다 멈췄다.

“왜 깎아 주십니까?”

“나중에 뭐 좀 옮겨 주세요. 여기 종이가 한번 들어오면 무거워요.”

작업대 아래에 종이 상자가 쌓여 있었다. 상자 하나의 윗면이 벌어져 있었고, 사장이 그 위에 작은 물건들을 올려 둔 상태였다.

나는 상자 옆면을 봤다.

“출발하는 곳과 내릴 곳을 알려 주시면 견적 드리겠습니다.”

사장이 웃었다.

“지금 당장 해 달라는 건 아니고요.”

“네. 필요할 때 전화 주십시오.”

할인 이유를 들었고, 옮길 물건도 있었다. 나는 노트에 종이 운반 문의라고 적었다. 아직 계약은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일을 맡길 곳이 생겼다.

사장은 명함을 자르러 작업대에 돌아갔다.

나는 구석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얇은 종이를 자를 때와 두꺼운 종이를 자를 때 소리가 달랐다. 잘린 명함은 작은 상자에 담겼다.

사장이 뚜껑을 닫으려다 테이블 가장자리의 종이 뭉치를 쳤다. 주문서 몇 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가까운 것부터 주웠다. 글자가 적힌 쪽을 안으로 모아 작업대에 올렸다.

“앞뒤가 섞였네요.”

“날짜가 위에 있어요. 제가 맞추면 됩니다.”

나는 더 손대지 않고 옆으로 밀어 줬다. 누구 물건인지 모를 때는 정리까지 해 주는 게 일이 늘어날 수도 있었다.

사장이 명함 상자를 내밀었다.

“이건 안 넣어 보세요?”

“개수부터 보겠습니다.”

사장은 뚜껑을 다시 열고 웃었다.

100장이 묶음으로 나뉘어 있었다. 나는 끝부분을 세고 상자를 닫았다. 뚜껑이 쉽게 빠질 것 같아서 가방 안쪽 칸에 넣었다.

명함 상자도 포장이었다. 잘 닫히지 않으면 받는 동안 흩어졌다.

계산을 마친 뒤 영수증을 받았다. 노트에 명함 100장, 지출 1만 5,000원이라고 적었다.

매출 칸은 아직 비워 뒀다.

◉

관리청 동부 사무소에 도착하자 초소 직원이 내 봉투를 봤다.

“오늘은 서류 보러 오셨습니까?”

“소속 신고입니다.”

직원은 2층으로 올라가라고 했다.

유소정은 책상 위 서류를 정리하다 나를 보고 빈 의자를 가리켰다. 나는 봉투에서 사업자 등록 서류와 소속 신고서를 꺼냈다.

유소정은 첫 장을 읽고 둘째 장으로 넘겼다가, 다시 첫 장으로 돌아왔다.

“개인 사업… 운송업이요?”

“네.”

“S급으로요?”

“네.”

유소정은 펜 끝으로 업종란을 짚었다.

“전투 관련 업무는 안 하시는 거고요?”

“저는 짐을 나릅니다.”

“사업 내용에도 그렇게 적혀 있네요.”

유소정은 신청서를 나머지 서류와 맞춰 놓았다. 이름과 등록 번호를 확인한 뒤 주소를 봤다.

“지금은 혼자 운영하시는 겁니까?”

“네.”

“전화번호는 개통하신 번호고요?”

나는 휴대전화를 꺼내 화면을 켰다.

“맞습니다.”

유소정은 화면을 보고 번호를 대조했다. 오늘 번호를 확인하는 데만 몇 번이나 전화를 꺼냈다. 외우는 것보다 정확한 게 나았다.

유소정이 펜을 내려놓았다.

“규정상 문제없습니다. 소속은 등짐 운송으로 등록하겠습니다.”

도장이 종이에 닿았다.

나는 돌려받은 서류를 두 손으로 잡고 찍힌 자리를 봤다. 오늘 아침에 정한 이름이 관리청 서류에도 들어가 있었다.

유소정은 신고서 아래쪽을 짚었다.

“연락처나 사업장 주소가 바뀌면 변경 신고를 해 주세요. 게이트 출입과 반출 절차는 기존대로 지키시면 됩니다.”

“운송장은 제가 만든 것을 써도 됩니까?”

“반출 신고서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맡긴 사람과 제가 나눠 가질 겁니다. 반출 신고는 따로 하고요.”

나는 만든 양식을 꺼냈다.

유소정은 품목란부터 내려가며 읽었다. 인수와 인계 서명란에서 잠깐 멈췄다.

“그 용도라면 쓰셔도 됩니다.”

“두 장씩 쓰려고 합니다.”

“같은 내용인지 확인하고 서명 받으세요. 나중에 고친 부분이 생기면 양쪽에 남기시고요.”

나는 노트에 수정 시 양쪽 확인이라고 적었다.

유소정은 운임 원칙도 읽었다.

“시세에 따르신다고요?”

“처음에는 그렇게 받겠습니다.”

“파손 시 전액 배상도요?”

“제가 옮기다가 깨뜨린 것은 물어드리려고 합니다.”

유소정은 종이를 내 쪽으로 돌려줬다.

“받기 전 상태를 남겨 두셔야겠네요.”

“여기에 적겠습니다.”

나는 포장 상태 칸을 가리켰다.

유소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서류 봉투에 들어가지 않은 명함 상자를 봤다.

“명함도 만드셨네요.”

나는 상자를 열어 한 장을 건넸다.

유소정은 명함의 앞뒤를 확인했다. 뒷면은 비어 있었다.

“관리청에서 사업 의뢰를 연결해 드리는 건 아닙니다.”

“연락처가 바뀌면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이 번호로 등록하겠습니다.”

유소정은 명함을 연락처 서류 옆에 놓았다.

나는 남은 명함을 상자에 넣었다. 100장 가운데 한 장이 책상 위에 남았다.

◉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명함 가게에 다시 들렀다.

사장은 잘라 놓은 종이를 정리하고 있었다.

“글자가 잘못됐어요?”

“아닙니다.”

나는 명함 한 장을 꺼내 건넸다.

“아까 전화 주시라고 말씀드리고 번호를 안 드렸습니다.”

사장은 명함을 받아 계산대 옆에 세워 놨다.

“사업 시작하셨네요.”

“등록했습니다.”

“종이 들어올 때 연락드릴게요.”

나는 상자에 명함이 줄어든 자리를 손가락으로 눌렀다. 물건이 먼저 나간 것이 아니라 내 번호가 먼저 나갔다.

가게 문을 닫고 나와 노트의 문의 옆에 명함 전달이라고 적었다.

◉

저녁에는 방바닥에 서류를 펼쳤다.

등록 서류는 봉투에 넣고, 운임 원칙은 책상 앞에 붙였다. 운송장 양식은 여러 장 옮겨 썼다. 두 장씩 짝을 맞춰 겹쳐 놓으니 어느 쪽을 줄지 헷갈리지 않았다.

예진이 들어와 벽에 붙인 종이를 읽었다.

“이제 대표님이네.”

“나 혼자야.”

“그래도 전화 받으면 회사 이름부터 말해.”

나는 명함을 책상 위에 놓았다. 전화가 오면 번호를 받아 적을 수 있게 노트도 펼쳐 뒀다.

첫 줄에는 품목, 둘째 줄에는 무게, 그다음에는 위치를 적었다. 자루 개수와 포장 상태도 물어야 했다.

예진이 노트를 봤다.

“다 물으면 상대가 귀찮아하지 않아?”

“안 물으면 만나서 더 오래 걸려.”

“그럼 먼저 종이 필요하다고 말해.”

나는 질문 맨 위에 운송장 작성이라고 적었다.

어머니가 방문 앞에 와서 빈 명함 상자를 집었다. 가벼운 것을 확인하고 다시 내려놓았다.

“돈은 썼고?”

“명함에 1만 5,000원이요.”

“일은?”

“전화 기다려요.”

어머니는 책상 모서리에 걸린 충전 선을 안쪽으로 밀어 줬다. 발에 걸리지 않을 자리였다.

나는 운송장 두 장을 가방에 넣었다. 장갑은 흙을 털어 말려 뒀고, 노트의 빈칸도 준비했다.

그때 책상 위 전화가 처음으로 길게 울렸다.

화면에는 저장하지 않은 번호가 떴다.

나는 펜을 잡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등짐 운송입니다.”

상대는 잠깐 말을 고르더니 물었다.

“거기… 짐 옮겨 주는 데 맞아요?”

(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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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가를 바꾸시겠다는 겁니까?”배석훈이 물었다. 나는 계산기 옆에 놓인 빈 운송장을 당겼다.“네. 무게만으로 계산하니 맞지 않습니다.”“싸진다는 뜻인지 비싸진다는 뜻인지부터 알려 주십시오.”“이번 짐은 싸집니다. 다만 묶는 작업비를 따로 받겠습니다.”전화기 너머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가 멎었다.“총액으로 주세요. 현장에서 추가되는 돈 없이.”“포장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까?”“사진 보내겠습니다. 덩어리 크기도 적어 드리고요.”“길안내도 필요합니다. 저는 서울-8호에 들어가 본 적이 없습니다.”“그건 견적에 넣으십시오.”나는 필요한 항목을 적었다. 무게, 거리, 묶음 작업, 길안내.배석훈은 전화를 끊기 전에 한 번 더 물었다.“반출은 얼마나 걸립니까?”“묶는 사람을 붙여 주시면 하루 안에 끝내겠습니다.”“작업할 신입 여덟은 있습니다.”“그럼 묶음을 확인할 사람은 제가 데려가겠습니다.”전화를 끊고 육만길의 번호를 찾았다. 늦은 시간이었다. 노트에 먼저 연락드릴 일이라고 적었다.◉사진에는 자루보다 덩어리가 많았다.광석은 바위 옆에 품목별로 모여 있었고, 갑각은 서로 포개져 있었다. 마력석 자루는 입구를 접어 놓기만 한 것도 있었다.나는 사진을 크게 벌려 봤다. 겉보기에는 정리된 짐이었다. 손을 대서 넣을 수 있는 묶음은 아니었다.식탁 반대편에 앉은 예진이 계산기 화면을 봤다.

  • 이세계에서 20년 짐꾼이었는데, 귀환하니 아공간이 S급   11화. 타사 영업 제안은 받지 않습니다

    “조건을 먼저 보겠습니다.”공대환은 명함을 건넨 손으로 안주머니를 짚었다. 접힌 종이를 꺼내려다 대문 안쪽을 봤다.계단 위에서 예진이 내려오고 있었다.“여기서 말씀하시게요?”공대환이 종이를 다시 넣었다.“내일 가져오죠. 계약서는 앉아서 봐야 하니까.”“4월 1일 오전이면 됩니다.”“신 대표도 생각해 보세요. 혼자 전화 받고 짐 나르고 돈 받는 게 쉬운 일 아닙니다. 우리는 일감을 붙여 드리는 거예요.”나는 명함을 뒤집어 봤다. 뒷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운송장도 같이 가져오십시오.”“그건 걱정 마세요. 우리 양식 쓰면 됩니다.”공대환은 대문 밖으로 나갔다. 예진이 마지막 계단에 서서 명함을 봤다.“계약하는 거야?”“조건을 봐야지.”“집 주소는 어떻게 알았대?”명함 아래에 내 명함을 겹쳤다. 등짐 운송의 사업장 주소는 집이었다.예진은 두 명함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내일 엄마 없을 때 와?”“오전.”“컵은 싱크대 왼쪽에 있어.”예진은 그 말만 하고 올라갔다. 나는 공대환 명함을 노트에 끼웠다.◉4월 1일(수), 공대환은 오전에 왔다.어머니가 출근한 뒤였다. 나는 식탁 위의 운송장을 치우고 빈 종이와 계산기를 놓았다. 공대환은 의자에 앉자마자 서류 봉투를 열었다.계약서와 운송장 양식이 나왔다.운송장 맨 위에는 만금 물류 이름이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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