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미친 권신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Kapitel 11 – Kapitel 20

30 Kapitel

제11화

노부인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더는 돌려 말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입을 열었다.“내가 이렇게 병석에 누워 있는 것도 다 네 혼사 때문에 속을 끓인 탓이 아니겠느냐. 정 효도하고 싶다면 어려울 것 없다. 어서 잠자리 시중을 들 시녀 하나만 곁에 두거라. 그러면 내 병도 씻은 듯이 나을 게다.”하지만 종선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제야 김민희는 조금 전 화연이 그토록 서러운 얼굴을 하고 있던 이유를 짐작했다. 아무래도 종선의 눈에 들지 못한 모양이었다.노부인은 잠시 생각을 굴리더니, 문득 좋은 방법이 떠오른 듯 다시 입을 열었다.“네 나이쯤 된 사내라면 첩은 없어도 잠자리 시중을 드는 시녀는 몇 명씩 두기 마련이다. 그러니 시늉으로라도 하나쯤 곁에 두거라. 그래야 심씨 가문의 아씨도 네 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알고 안심하지 않겠느냐. 어차피 정실부인을 맞아들이면 그런 시녀들은 내보내면 그만이고.”워낙 노골적인 말이라 김민희도 단번에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 괜히 얼굴이 달아오른 그녀는 숨을 죽인 채 조용히 앉아 있었다.노부인이 이토록 노골적으로 말했는데도 종선이 또 거절한다면, 결국 제 입으로 사내 구실을 못 한다고 인정하는 꼴이나 다름없었다.잠시 후, 바깥에서 종선의 맑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렇다면 어머니께서는 누구를 마음에 두고 계십니까?”그 말에 노부인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드디어 가망이 보이는 것이었다!아무리 생각해도 화연만 한 아이가 없었다. 노부인은 아들의 의중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화연이가 괜찮을 듯싶구나. 네 생각은 어떠냐?”종선은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담담하게 대답했다.“어머니께서 좋으실 대로 정하십시오.”노부인은 속으로 기뻐했다.마침내 그 고집을 꺾었구나!노부인은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심명주 이야기를 꺼낼 것을 그랬다!말로는 그저 시늉만 하라는 것이었지만, 밤마다 어여쁜 여인이 곁에서 잠자리를 함께하는데 어느 사내가 끝까지 마음을 굳게 먹고 버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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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손수건이 김민희의 연푸른 옷자락을 스치며 천천히 바닥으로 미끄러져 내렸다. 그 모습을 본 김민희의 눈가가 저도 모르게 파르르 떨렸다.우려하던 일이 결국 벌어지고 만 것이다.월계 역시 낯익은 손수건을 알아보고는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화연은 김민희에게 변명할 틈조차 주지 않고 몰아붙였다.“이 손수건에 매화가 수놓여 있는 건 다들 아는 사실이지요. 종씨 가문에서 이런 손수건을 쓰는 분은 아씨밖에 없잖아요. 아씨께서 늘 지니고 다니시던 물건이 어째서 둘째 나리의 방에서 나왔을까요? 그렇게 입을 다물고 계시지 말고 어디 한번 말씀해 보시죠!”“설마 둘째 나리를 유혹해서 팔자라도 고쳐 보려고 몰래 방에 손수건을 두고 오신 건가요?”화연은 이미 모든 속셈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듯 경멸 어린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큰마님과 노부인께서 그토록 잘해 주셨는데, 어떻게 그런 흑심을 품으실 수가 있어요? 참 낯도 두꺼우시네요!”짝!김민희는 더는 듣고 있지 않았다. 아무 말 없이 손을 들어 화연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느닷없이 뺨을 얻어맞은 화연은 얼이 빠진 채 한 손으로 뺨을 감싸 쥐었다. 그러고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김민희를 바라보았다.하지만 김민희는 화연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저 허리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손수건을 주워 든 뒤, 싸늘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전에는 화연의 곱상한 얼굴이 제법 귀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보니 길가에 흔히 핀 들꽃처럼 보잘것없고 하찮게 느껴질 뿐이었다.김민희의 맑고 서늘한 눈빛과 마주친 순간, 화연은 저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졌다.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던 욕설도 쑥 들어갔고, 기세마저 한풀 꺾였다.김민희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종씨 가문에서는 하인들을 이런 식으로 가르치나 보구나? 감히 주인에게 삿대질하며 소리를 질러도 된다고?”화연은 발끈해 반박하려 했다.아씨가 무슨 주인이라고 그러느냐고 쏘아붙이려던 찰나, 김민희가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그녀를 꾸짖었다.“아니면 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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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종선이 입을 열었다.“무슨 일이냐?”화연이 당황한 기색으로 더듬거리며 대답했다.“아, 아무 일도 아닙니다. 그저 아씨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을 뿐…….”화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종선이 담담하게 말을 끊었다.“네게 물은 것이 아니다.”김민희는 마지못해 몸을 돌렸다. 감히 종선의 얼굴을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아 그의 관복 허리띠에 시선을 둔 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별일 아닙니다. 화연이 저와 잠시 장난을 친 것뿐입니다.”종선은 뒷짐을 진 채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장난이라면서 어찌 저 아이의 뺨에 손자국이 남아 있소? 그대가 때린 것이오?”김민희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대체 어떻게 둘러대야 할지 난감했다.자신이 때렸다고 인정하면 그 이유까지 설명해야 했다. 화연이 먼저 무례하게 굴었다고 말하면 그만이겠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지금껏 종씨 가문에서 보여 온 얌전하고 온순한 모습이 한순간에 무너질 터였다.사실 그 정도는 별문제가 아니었다. 김민희가 진정으로 걱정하는 것은 종선이 자신의 편을 들어 주겠다며 자초지종을 꼬치꼬치 캐묻는 일이었다.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손수건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것만큼은 절대 알려져서는 안 되었다.게다가 김민희는 종선 앞에서 거짓말을 하고도 무사히 넘어갈 자신이 없었다. 자칫 이 일이 노부인의 귀에까지 들어간다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터였다.김민희가 속으로 마음을 졸이며 막 입을 열려던 순간, 뒤에 있던 화연이 불쑥 끼어들었다.“아씨께서 때리신 게 아닙니다! 제가 제 손으로 때린 겁니다. 아씨와는 아무 상관도 없습니다!”김민희의 표정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눈을 들어 종선을 바라보았다.종선이 짤막하게 말했다.“거짓말이군.”그저 담담하게 내뱉은 한마디였지만, 화연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털썩 무릎을 꿇고 말았다!저래서는 제 입으로 거짓말이라고 실토한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김민희는 화연을 힐끗 돌아보았다. 어쩌면 저렇게도 배짱이 없을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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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종선의 손길은 이미 도를 한참 넘어선 행동이었다. 김민희는 황급히 그의 팔을 붙잡고 있던 두 손을 떼고 뒤로 물러섰다.그녀는 놀란 토끼처럼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본능적으로 그가 무슨 말을 꺼내기 전에 어서 이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살려 달라며 울부짖는 화연의 목소리에 차마 발길을 돌릴 수 없었다.종선은 허공에 멈춘 손을 잠시 그대로 두었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천천히 거두어 뒷짐을 졌다.종씨 가문의 실권을 쥔 그에게 하인 하나의 목숨쯤은 대수로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사실 종선은 처음부터 화연을 죽이라고 명한 적이 없었다.그는 살생을 즐기는 사람도 아니었고, 화연은 엄연히 노부인을 모시는 시녀였다. 다만 김민희가 제멋대로 오해하고 잔뜩 겁에 질려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면서도, 굳이 해명하지 않았을 뿐이었다.김민희는 종선이 이 기회를 빌미로 무리한 요구라도 해 오지 않을까 싶어 마음을 졸였다.그런데 뜻밖에도 종선은 별다른 조건 없이 순순히 화연을 살려 주었다.물론 아무런 벌도 없이 넘어간 것은 아니었다. 화연에 대한 처분은 결국 노부인에게 맡겨졌다.그래도 이 정도면 다행이었다.이번 일을 겪으며 김민희가 알고 있던 종선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에게 막연히 품고 있던 영웅이라는 환상도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김민희는 서둘러 상서원으로 돌아왔다. 등줄기가 서늘하다고 생각했는데, 그제야 식은땀으로 등이 흠뻑 젖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월계 역시 뒤늦게 두려움이 밀려온 듯 여전히 다리를 후들거리고 있었다.“아씨, 화연이…… 큰 벌을 받게 될까요?”하지만 월계가 진정으로 걱정하는 것은 화연이 아니라 자신들의 앞날이었다.노부인은 불심이 깊어 평소 고기와 생선을 멀리하고 소박한 채식 위주의 식사를 했으며, 늘 염불을 외었다. 성품도 자비로운 편이라 아랫사람에게 벌을 내리는 일은 드물었다.그런데 이번에는 둘째 나리가 직접 김민희의 편을 들고 나섰다. 게다가 벌을 받게 된 사람은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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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화연은 곤장을 열 대도 채 맞기 전에 정신을 잃고 말았다.최 어멈은 시녀 둘에게 화연을 안으로 옮기게 한 뒤, 사람을 보내 의원을 불러오도록 했다. 그러고는 굳은 얼굴로 하인들을 둘러보며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화연은 감히 윗사람에게 대들고 주인을 모욕하는 말을 내뱉었다. 우리 노부인께서는 평소 자비로우신 분이지만, 제 분수도 모르고 주제넘게 구는 하인만큼은 용납하지 않으신다. 모두 화연이 곤장을 맞는 모습을 똑똑히 보았겠지? 이 종씨 가문에서는 누구든 잘못을 저지르면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것을 명심하거라!”“이번 일을 교훈 삼아 저마다 제 본분을 지키도록 해라. 행여 화연처럼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는 일이 없도록 하고. 알았으면 이만 물러가거라!”하인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인 뒤 서둘러 흩어졌다.하지만 저마다 얼굴에 떠오른 표정은 사뭇 달랐다.최 어멈은 화연이 어느 주인에게 무례를 범했는지 굳이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종씨 가문에서 주인이라 불릴 만한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게다가 송학원의 상 집사까지 직접 나와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니, 하인들은 어렵지 않게 둘째 나리와 관련된 일이라고 짐작했다.시녀 둘은 한참 멀어진 뒤에야 비로소 목소리를 낮추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난 화연 언니가 조만간 둘째 나리의 잠자리 시중을 들게 될 줄 알았는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대체 어쩌다 그런 경솔한 짓을 했을까?”“흥, 우쭐해져서 제 분수도 잊은 거지! 아주 꼴좋게 됐어!”하인들 중에는 평소 콧대 높고 거만하게 굴던 화연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 이들에게 화연이 벌을 받는 모습은 그저 속 시원한 구경거리일 뿐이었다.화연과 가까이 지내던 고향 친구 춘도만이 허겁지겁 그녀를 찾아왔다.“너도 참, 하필 이렇게 중요한 때에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다른 분도 아니고 둘째 나리께 밉보이다니!”침상에 엎드려 있던 화연은 눈물을 흘리며 대답했다.“이미 이렇게 된 마당에 그런 말을 해서 뭐 해. 오늘 일이 없었더라면 둘째 나리께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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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서원에서 돌아온 김민철은 누나의 모습이 평소와 어딘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아무래도 무슨 걱정거리가 있는 듯했다.하지만 김민철은 누나에게 직접 묻지 않았다. 대신 누나가 낮잠을 자는 틈을 타 몰래 월계를 찾아가 넌지시 물었다.“누나가 손수건을 바꿨던데, 전에 쓰던 건 왜 안 쓰는 거야?”마당에서 꽃가지를 다듬고 있던 월계는 뜻밖의 질문에 놀란 듯 김민철을 바라보았다.김민철은 올해 아홉 살이었다. 어려서부터 잔병치레가 잦아 또래보다 몸집은 왜소했지만, 맑고 또렷한 눈동자에는 남다른 총기가 어려 있었다. 행동거지도 나이에 비해 제법 의젓했다.월계는 어린 도련님이 누나의 손수건이 바뀐 것까지 알아차릴 줄은 몰랐다. 그녀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아씨께서 전에 쓰시던 손수건을 잃어버리셔서 새것으로 바꾸신 거예요.”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월계의 눈빛이 순간 미묘하게 흔들렸다.김민철이 한참 동안 빤히 바라보자, 월계는 괜스레 등골이 서늘해졌다.소년은 굳게 닫힌 방문을 힐끗 돌아보더니, 다시 월계를 향해 나직이 물었다.“월계 누나, 내가 없는 동안 집안에 무슨 일 있었어?”월계는 민철이에게만큼은 이번 일을 절대 알리지 말라던 김민희의 당부를 떠올렸다. 그녀는 애써 웃으며 얼버무렸다.“별일 없었어요. 둘째 나리께서 돌아오셔서 집안이 조금 분주했던 것뿐이에요.”김민철이 호기심 어린 얼굴로 다시 물었다.“그 둘째 나리는 어떤 분이야?”“이 집안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시는 분이에요. 작은 도련님께서도 아씨처럼 숙부님이라고 부르셔야 해요.”“그럼 월계 누나도 그분을 만나 봤겠네?”“네.”월계가 고개를 끄덕였다.김민철은 천진난만한 얼굴로 다시 물었다.“그럼 숙부님은 성품이 어떤 분이야? 많이 무서우셔?”“그럼요! 얼마나 무서운 분이신데요! 작은 도련님도 나중에 마주치시거든 되도록 피하시는 게 좋아요. 혹시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예의를 갖춰 공손하게 대하셔야 해요!”김민철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꼭 명심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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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종선은 뒷짐을 진 채 김민철을 내려다보았다.“내가 누구인지 아느냐?”김민철은 종월을 힐끗 바라보더니, 다시 눈앞에 선 훤칠하고 늠름한 사내를 올려다보았다.“종월 도련님께서 숙부님이라 부르셨으니, 종씨 가문의 둘째 나리이시겠지요.”그제야 김민철은 종선이 혼자 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의 뒤에는 낯선 사내 두 명이 서 있었다.김민철은 재빨리 두 사람을 훑어본 뒤,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고개를 숙였다.“월이의 말로는 네가 글공부를 그만두고 놀자고 꼬드겼다던데, 사실이냐?”종선이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종월은 친숙부인 종선을 몹시 어려워했다. 종선이 묻는 동안에도 김민철이 행여 다른 말을 할까 봐 그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김민철은 잠시 머뭇거리다 종월을 힐끗 바라보았다. 종월은 사실대로 말했다가는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 노골적으로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아씨, 큰일 났어요!”서재에서 벌어진 일을 전해 들은 월계가 허둥지둥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동생의 옷을 깁고 있던 김민희는 깜짝 놀란 나머지 바늘에 손가락을 찔리고 말았다.월계는 어느새 곁으로 달려와 다급히 말했다.“작은 도련님께서 무슨 잘못을 저지르셨는지, 둘째 나리께 들키신 모양이에요. 지금 서재에 붙잡혀 돌아오지도 못하고 계세요!”“뭐라고?!”김민희는 소스라치게 놀라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동생을 찾아 황급히 방을 나섰다.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월계는 다급히 아씨를 불러 세우려다 곧장 방으로 돌아가 우산을 챙겨 나왔다.두 사람은 한시도 쉬지 않고 서재를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걸음을 재촉하던 김민희가 물었다.“많이 심각한 일이니? 무슨 일인지 알아낸 건 없어? 얌전히 공부하던 애가 어쩌다 붙잡혀 있다는 거야?”“저도 자세한 사정은 몰라요. 하지만 분명 종월 도련님이 사고를 치셔서 우리 작은 도련님까지 덤터기를 쓰신 걸 거예요!”종월이 응석받이로 자라 버릇없고 짓궂다는 것은 집안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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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어느새 울음소리는 그쳐 있었다.김민철은 어려서부터 천식을 앓아 왔다. 행여 동생이 흥분한 나머지 발작이라도 일으켰을까 봐 김민희는 애가 탔다.종선은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살짝 돌려 방 안을 바라보았다.“안에 있소.”그 말을 듣자마자 김민희는 서둘러 방 안으로 들어갔다.문턱을 넘어서자 나란히 서 있는 김민철과 종월이 눈에 들어왔다.다행히 김민철은 아무 탈 없이 멀쩡했다.조금 전 울고 있던 것은 종월이었다. 통통한 얼굴은 온통 눈물 자국으로 얼룩져 있었고, 아직도 코를 훌쩍이며 흐느끼고 있었다.누나를 발견한 김민철의 눈이 반짝 빛났다.“누나!”김민희는 동생 앞에 쪼그려 앉아 가느다란 손으로 그의 뺨을 어루만지며 걱정스레 물었다.“괜찮니?”김민철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누나의 어깨 너머로 방 안에 들어서는 사람을 바라보았다.뒤따라 들어온 종선은 곧장 종월에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꾸짖었다.“사내대장부라면 제 행동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지. 울기는 왜 우느냐?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종월은 억울한 듯 연신 코를 훌쩍였다.동생이 벌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김민희는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월아!”그때 유씨가 허겁지겁 달려왔다.어머니를 본 종월은 든든한 뒷배라도 생긴 듯 냉큼 품으로 뛰어들어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김민희는 슬그머니 동생을 한쪽으로 데려가 제 등 뒤에 숨겼다.유씨는 안쓰러운 얼굴로 종월의 등을 토닥였다.“울지 마라. 이제 그만 뚝 그쳐.”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물었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마지막 말은 훈장에게 건넨 것이었다.종선이 흘끗 시선을 보내자, 훈장은 머쓱한 얼굴로 대답했다.“제가 잠깐 조는 사이에 도련님께서 몰래 밖으로 나가 놀고 계셨는데, 그만 둘째 나리께 들키셔서…….”유씨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고작 그만한 일로 아이를 이렇게 울리셨단 말입니까?”“그, 그것이…… 법도에 따라 도련님의 손바닥을 세 대 때렸습니다.”종월은 지금껏 단 한 번도 벌을 받아 본 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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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곁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훈장은 기겁했다.그는 보지 말아야 할 것이라도 본 듯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탁자 위에 놓인 책을 주섬주섬 챙겨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훈장이 나가자마자 김민희는 손을 힘껏 빼내 종선에게서 벗어났다. 그러고는 얼른 손을 등 뒤로 감추었다.“이제 됐습니다! 고맙습니다, 숙부님. 이러다 괜히 숙부님의 손수건만 더러워지겠습니다.”그녀의 반응은 다소 지나칠 만큼 예민했다. 두 뺨마저 발그레하게 달아올라 있었다.종선은 그녀가 부끄러워서 그러는 줄로만 알고 더는 고집하지 않았다.“괜찮소. 다른 손은 다치지 않았소?”“괜찮습니다. 살짝 까진 것뿐입니다.”김민희는 그가 또 손을 닦아 주겠다고 나설까 봐 얼른 자신의 손수건을 꺼내 대충 손을 훔쳤다.그 순간, 연분홍빛 손수건에 시선이 닿은 종선의 눈이 가늘어졌다.전에 쓰던 연푸른색 손수건이 아니었다.그녀가 손수건을 바꾼 것이다.김민희는 종선의 얼굴에 잠시 어두운 기색이 스친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녀는 동생과 월계를 데리고 서둘러 인사를 올린 뒤 그 자리를 떠났다.*“민철아, 서재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누나한테 말해 줄래?”인적이 드문 곳에 이르자, 김민희는 동생 앞에 쪼그려 앉아 자초지종을 물었다.김민철은 그동안 있었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털어놓았다.“종월이 또 내 탓으로 돌리려고 했어. 그런데 숙부님은 현명하신 분이라 그 말을 믿지 않으셨어. 나중에는 종월이 훈장님 등에 자라 그림을 붙여 놓은 것까지 알아내시고, 훈장님께 종월의 손바닥을 때리라고 하셨어.”김민철은 혹시라도 누나가 오해할까 봐 다시 한번 강조했다.“누나, 전부 종월이가 한 짓이야. 난 아무것도 안 했어.”“누나도 알아.”김민희는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누나는 널 의심한 적 없어. 우리 민철이가 얼마나 착한 아이인데.”김민철은 그제야 마음을 놓고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누나의 손에 난 상처를 발견하자 얼굴에서 금세 웃음기가 사라졌다.“누나, 손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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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노부인이 황급히 그를 말렸다.“벌을 주라는 뜻이 아니다!”이 나이에 고작 아홉 살짜리 아이를 불러다 잘못을 따진다면 체면이 말이 아닐 터였다.종선이 담담하게 말했다.“월이만 벌한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하신 분이 어머니 아니십니까?”노부인은 머쓱한 얼굴로 둘러댔다.“그저 네가 한쪽만 벌한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혹여 네 형수가 서운하게 생각할까 봐 그러는 게야.”종선은 다시 젓가락을 들어 연근전 한 점을 노부인의 그릇에 놓아 드렸다.“형수님은 사리 분별이 밝으신 분이니 그리 속 좁게 생각하지 않으실 겁니다. 게다가 이번 일을 꾸민 건 월이입니다. 그러고도 제 잘못을 남에게 떠넘기려 했지요. 지금 따끔하게 가르쳐 놓지 않으면 나중에 크게 엇나갈 수 있습니다. 어머니께서도 너무 오냐오냐하지 마십시오.”노부인은 더는 할 말이 없었다.잠시 뒤, 노부인은 망설이다가 끝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그런데 너는 어찌하여 그 김씨 남매에게 그리도 마음을 쓰는 게냐?”종선이 잠시 멈칫했다.“어머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노부인은 그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낳은 자식인데 네 성미를 모르겠느냐. 너는 원래 남의 일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녀석 아니냐. 그런데 지난번에는 김민희 때문에 화연까지 벌하지 않았느냐.”김씨 남매는 종씨 가문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이였다. 아무리 한집에 머물고 있다 한들 결국 남일 뿐이었다.종선이 옅게 웃었다.“어머니께서는 아직도 화연의 일을 마음에 두고 계셨군요.”화연은 노부인이 종선의 잠자리 시중을 들게 하려고 특별히 골라 둔 시녀였다. 그러니 노부인의 마음이 쉽게 풀릴 리 없었다.다만 그 원망은 종선이 아닌, 고스란히 김민희에게 향하고 있었다.“화연이 제 방에서 물건을 몰래 가져가다가 제게 들켰습니다.”종선의 말에 노부인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냐? 그래, 그 아이가 무엇을 가져갔느냐?”종선은 대답하지 않았다.더는 말하고 싶지 않은 기색이 역력하자, 노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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