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김민희는 월계를 데리고 집을 나서 백향루로 향했다.한 달쯤 전, 김민희는 백향루의 주인 범정을 직접 찾아가 장사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었다.백향루는 도성에서 이름난 주루도 아니었고, 자리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쟁쟁한 가게들 사이에 끼어 있으니 장사가 신통치 않은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책 속 세상으로 들어오기 전, 김민희는 호텔에서 관리직으로 일했다. 덕분에 주방 사정에도 어느 정도 밝았다. 전문가라고 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이 시대에서는 그 정도 지식만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다.예전에 민철을 데리고 피란을 다니던 시절, 김민희는 한 어촌에 몸을 숨기고 지낸 적이 있었다. 그곳에는 해산물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지만, 마을 사람들끼리 잡아먹을 뿐 바깥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사람이 살아가는 데 먹는 일만큼 중요한 것도 없었다. 그곳에서 장사할 기회를 발견한 김민희는 줄곧 그 일을 마음에 품고 있었다. 그러다 사씨 가문에 자리를 잡은 뒤, 사회옥의 이름을 빌려 촌장과 거래를 맺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본격적으로 장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사씨 가문에 변고가 생겼다. 그 후 김민희는 사회옥과 함께 도성으로 올라오게 되었다.벼슬살이에 바빠진 사회옥은 그 일에 더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히려 괜히 바깥일에 나서지 말고 종씨 가문 안채에서 얌전히 지내라고 타일렀다. 자신이 그녀를 책임질 테니 아무 걱정도 하지 말라면서.하지만 김민희가 그 말을 순순히 따를 리 없었다.그녀는 거문고와 바둑, 서예와 그림 중 어느 하나 제대로 익힌 것이 없었다. 그러니 도성의 명문가 규수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훗날 사회옥이 약속을 지켜 그녀를 정실부인으로 맞아 준다 해도, 세월이 흐르면 결국 이 얼굴에도 싫증을 느낄 터였다.그때 가서 소박이라도 맞는다면 어쩌겠는가? 돌아갈 친정조차 없는 몸으로 어린 동생을 데리고 어디로 간단 말인가?김민희는 누구에게도 의지할 생각이 없었다. 그녀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었다.그런 먼 훗날의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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