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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의무기록

Author: YuIm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1-01 23:29:03

토요일 오전, 은재는 5년 전 입원했던 병원을 찾았다.

간호사를 만나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

출산 직후 산후우울 치료를 받았던 곳.

5년 만에 다시 밟는 이 병원 로비는 리모델링을 거쳐 낯설어져 있었다.

접수 창구의 위치가 바뀌었고, 엘리베이터 옆에 커피 자판기가 새로 생겨 있었다.

하지만 복도를 채우는 소독약 냄새는 5년 전과 똑같았다.

원무과 접수 창구 앞에 줄을 섰다.

앞에 3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은재는 가방 끈을 잡은 손을 풀었다 쥐었다.

"다음 분이요."

은재가 창구 앞에 섰다.

"의무기록 열람 신청하러 왔습니다."

"본인 기록이요?"

"네."

"신분증 주세요."

주민등록증을 내밀었다.

직원이 화면을 확인하며 이름과 생년월일을 대조했다.

"서은재 씨, 입원 이력 1건 확인됩니다. 산부인과 산후우울 관련 치료요."

"네, 맞아요."

"열람만 하실 건가요, 사본 발급도요?"

"사본까지 부탁드려요. 전체 다요."

"사본은 건당 1,000원, 추가 페이지 100원이에요."

"네, 괜찮아요."

"발급까지 20분 정도 걸립니다. 대기실에서 기다려주세요."

"감사합니다."

은재는 신청서를 작성하고 원무과 옆 대기실 의자에 앉았다.

병원 복도의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5년 전에도 이 냄새를 맡았다.

그때와 같은 냄새인데 건물은 달라져 있다는 것이 이상했다.

그때는 출산 직후였다.

몸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울음이 멈추지 않았다.

담당의가 산후우울 진단을 내렸고, 투약과 상담이 시작되었다.

2개월간의 입원.

병실 창 너머로 계절이 바뀌는 걸 보았다.

치료가 끝나갈 무렵 이혼 서류가 도착했다.

은재는 병원 침대 위에서 양육자 지정 심판 청구서를 한 글자 한 글자 읽었다.

옆에 앉아 있던 간호사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았다.

핸드폰이 울렸다.

여동생이었다.

"언니, 병원 갔어?"

"응. 의무기록 사본 기다리는 중이야."

"잘했어. 간호사 만나기 전에 본인 기록 확인하는 게 맞아."

"응."

"혹시 기록에 이상한 거 있으면 바로 사진 찍어둬."

"알았어."

"진료 기록이랑 소견서 내용 비교해봐. 다른 부분이 있는지."

"그러려고."

"그리고 간호사 만남은 2시지?"

"응."

"카페에서 만나는 거면 나도 갈까? 근처에서 기다릴 수 있어."

"아니야. 혼자 갈게."

"……알았어. 끝나면 바로 전화해."

"응."

"병원 냄새 맡으니까 어때?"

은재는 대기실 벽을 보았다.

소독약 냄새가 코끝에 걸려 있었다.

"괜찮아."

"무리하지 마."

통화를 끝냈다.

은재는 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대기실 벽에 등을 기댔다.

맞은편 벽에 신생아 안내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5년 전에도 저 포스터가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서은재 님, 사본 나왔습니다."

은재가 창구로 갔다.

"총 28페이지, 3,700원입니다."

"카드로 할게요."

"여기요."

카드를 긁고 두꺼운 서류 봉투를 받았다.

"혹시 추가 열람이나 재발급 필요하시면 말씀해주세요."

"감사합니다."

대기실 의자로 돌아가 봉투를 열었다.

28장의 의무기록이 시간순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입원 확인서.

진료 기록부.

투약 내역서.

간호 기록지.

퇴원 요약지.

은재는 대기실 구석 의자에 앉아 서류를 한 장씩 넘겼다.

옆자리에 앉은 할머니가 기침을 하며 자리를 떴다.

서류 모서리를 손가락으로 훑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복사된 서류의 잉크가 약간 번져 있는 부분도 있었다.

은재는 번진 부분을 피해가며 한 글자씩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진료 기록부에는 담당의의 소견이 적혀 있었다.

'산후우울증. 투약 치료 및 상담 병행 중. 경과 양호.'

다음 페이지.

'수면 패턴 호전. 식욕 회복 중.'

그 다음 페이지.

'자해 관념 없음. 영아에 대한 위험 행동 관찰되지 않음.'

은재의 손이 멈췄다.

'자해 관념 없음.'

'위험 행동 관찰되지 않음.'

이것이 본진단의 기록이었다.

치료를 담당한 의사가 직접 작성한 경과 기록.

은재가 치료를 받고 회복하고 있었다는 증거.

그런데 법정에 제출된 소견서에는 '자해 및 영아 위험'이라고 적혀 있었다.

보호명령의 근거.

접근 금지의 이유.

5년 동안 아이를 만나지 못한 출발점.

은재는 서류를 계속 넘겼다.

투약 내역서, 간호 기록지, 퇴원 요약지.

모두 같은 서체, 같은 양식이었고 같은 병원 로고가 찍혀 있었다.

마지막에서 2장 전.

한 장의 종이가 끼워져 있었다.

은재의 손이 멈췄다.

서체가 달랐다.

양식도 달랐다.

병원 로고의 위치가 다른 서류들과 미세하게 어긋나 있었다.

종이 두께도 나머지 27장보다 얇았다.

마치 전혀 다른 곳에서 온 서류처럼.

은재는 조심스럽게 그 종이를 집어 들었다.

상단에 '소견서'라고 적혀 있었다.

날짜는 입원 기간 중.

하단에 담당의 서명란이 있었지만, 서명 필체가 진료 기록부의 담당의 서명과 달라 보였다.

은재의 손가락이 떨렸다.

이 한 장.

나머지 27장과 다른 서체, 다른 양식, 다른 두께의 종이.

은재는 소견서를 진료 기록부 옆에 나란히 놓았다.

같은 병원, 같은 기간, 같은 환자의 기록.

한쪽은 '위험 없음'.

다른 쪽은 '위험 있음'.

같은 환자에 대해, 같은 기간 안에, 정반대의 판단이 적혀 있었다.

은재는 두 서류를 겹치지 않게 가방 안 파일에 넣었다.

서류를 잡은 손바닥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병원을 나서며 핸드폰을 들었다.

간호사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후 2시, 약속 장소에서 뵙겠습니다.'

은재는 병원 현관 앞에서 잠깐 멈춰 섰다.

가방 안의 서류가 무거웠다.

종이 28장의 무게가 고스란히 5년의 무게처럼 어깨를 눌렀다.

은재는 가방 끈을 양손으로 고쳐 잡고 카페가 있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중 한 장만이, 나머지 27장과 전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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