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버린 아내가 재벌이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1 - 챕터 20

32 챕터

제11화

윤서하 시점강태준은 꽃을 하녀 중 한 명에게 건네며 적당한 꽃병에 꽂아 두라고 했다.그는 어머니와 여동생, 하녀들 앞에서 느끼는 난처함을 감추려는 듯 헛기침을 했다. 하지만 어색한 분위기는 조금도 가시지 않았다.“이 꽃은 너 주려고 사 온 거 아니야.”그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시선은 잠시 내게 머물렀을 뿐이었다.그 말을 들어도 나는 아무렇지 않았다. 정말로 더는 상관없었으니까. 그저 이 지긋지긋한 집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다시는 돌아오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미처 정리하지 못한 짐 따위도 이제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저 이 끔찍한 생활과 완전히 작별하고 싶었다.강유진이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강태준은 내게 무슨 말이라도 하려는 듯했지만, 결국 마음을 접고 어머니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어머니, 팔찌 돌려주세요.”서미경은 코웃음을 치며 고집스럽게 고개를 저었다.“이런 걸 가지고 이 집을 나가게 둘 순 없어.”강태준은 짜증스럽게 숨을 내쉬었다. 인내심이 점점 바닥나고 있는 게 분명했다.“어머니, 저는 그 팔찌를 본 적도 없어요. 서하 물건이에요. 돌려주세요.”강태준의 어머니는 곧바로 말을 듣지 않았다.한참이 지나서야 마지못해 손을 움직였지만,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으로 코웃음을 치더니 팔찌를 내게 던졌다.나는 팔찌를 받아 들었다. 서미경은 다시 소파로 돌아가 앉았다. 내가 거실에 들어섰을 때 앉아 있던 바로 그 자리에, 아까와 똑같은 자세로 몸을 기댔다.나는 하녀들이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옷가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짐을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다.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어 손을 재촉했다. 더는 이런 모욕을 반복해서 겪고 싶지 않았다.강태준은 그 자리에 서서 어머니가 어질러 놓은 난장판을 내가 치우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와 그의 어머니는 사과 한마디조차 하지 않았다.그 모습에 모욕감은 더욱 커졌다.짐을 다 정리한 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강태준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그는 조금 전 묘지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6-11-03
더 보기

제12화

윤서하 시점“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갑자기 내 앞에 들이밀면 어떡해!”“갑자기라니요! 우리가 결혼 서약을 나눈 순간부터 이미 이렇게 될 운명이었어요. 당신은 진작에 그 서약을 저버렸고요. 우리 둘 다 알고 있잖아요. 애초에 이 결혼은 이루어지지 말았어야 했어요. 그러니까 더는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가게 해 줘요!”나는 분노에 몸까지 떨릴 지경이었다.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그럼 할아버지는? 이렇게 중요한 결정을 내리면서 이 결혼을 성사시킨 분과 상의조차 하지 않겠다는 거야? 할아버지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 주셨는데.”나는 다시 몸을 돌려 강태준을 마주 보았다. 죄책감을 자극해 나를 붙잡으려는 그의 태도가 몹시 불쾌했다.잠시 그의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나를 그토록 아껴 주셨던 분이 내가 이혼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상상해 보았다.하지만 마음을 바꾸지는 않았다.그런 생각들이 내가 자유를 찾는 데 걸림돌이 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다른 사람들의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 내 행복을 희생할 생각은 없었다.“할아버지와는 제가 직접 이야기할게요. 그러니까 당신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나는 말을 마치고 다시 떠나려 했다.하지만 강태준은 당연히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서하야, 난 서명 안 해! 그 빌어먹을 이혼 서류에 절대로 서명하지 않을 거야!”“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속에 쌓인 분노를 터뜨렸다.“왜 나를 놔주지 못하는 건데요?”그는 고집과 분노가 뒤섞인 눈빛으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이혼 서류에도 서명하지 않을 거고, 네 사직도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회사에는 회사의 규정이 있어. 너도 그걸 따라야 해. 특히 회사에는 네가 처리해야 할 일이 아직 산더미처럼 남아 있어. 내가 너한테 월급을 주는 건 네가 마음대로 그만두라고 주는 게 아니야! 사전 통보도 없이 네 마음대로 사직을 결정할 수는 없다고!”나는 어이가 없어 코웃음을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6-11-03
더 보기

제13화

윤서하 시점집을 나서자마자 하늘에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내가 할머니의 묘 앞에 서 있을 때부터 하늘을 뒤덮고 있던 먹구름이 이제야 비를 쏟아 내는 것 같았다.이렇게 갑자기 날씨가 바뀔 줄은 몰랐다. 잠시 집으로 돌아가 비를 피하다가 폭우가 그칠 때까지 기다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그러면 나는 뭐가 되는 걸까?자신이 내린 결정을 끝까지 지킬 용기조차 없는 나약한 여자?결국 나는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계속 걸어갔다. 뒤로는 여행 가방을 끌고 있었다.거리는 텅 비어 있었고, 차 한 대조차 보이지 않았다. 택시를 잡아 탈 수도 없다는 뜻이었다.설령 택시를 잡는다고 해도 어디로 가야 할까?바로 그 순간, 나는 충동적으로 행동한 대가가 무엇인지 비로소 뼈저리게 깨달았다.나는 갈 곳이 없었다.내 결정을 후회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어찌할 도리 없는 이 상황에 놓이자 나 자신이 싫어졌다.나는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렸다.이번에는 알레르기 때문에 흘리는 눈물이 아니었다. 진짜 눈물이었다.빗소리가 내 울음소리를 삼켰다. 빗물과 눈물이 함께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동안에도 나는 무거운 여행 가방을 끌며 계속 걸었다.너무 지쳤고, 추웠으며, 마음도 아팠다.나는 계속해서 자괴감에 빠져들었고, 눈물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멀리서 차 한 대가 다가오는 것이 보이자 나는 울음을 멈추고 얼굴을 닦았다.빗속을 걷는 것만으로도 이미 미친 여자처럼 보일 텐데, 택시 기사까지 놀라게 해서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나는 길가에 서서 차가 가까워지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빈손을 뻗어 택시를 잡으려 했다.헤드라이트가 눈앞을 환하게 비추는 바람에 순간 눈이 멀었다.나는 다음 순간 벌어질 일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차는 그대로 내 옆을 빠르게 지나갔고, 바퀴가 길가의 웅덩이를 밟으며 튀어 오른 물이 온몸을 흠뻑 적셨다.나는 깜짝 놀라 숨을 들이켰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은 건 말할 것도 없었다.차가 천천히 후진해 왔다. 그리고 차 안에서 보인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6-11-04
더 보기

제14화

윤서하 시점예전에 세 들어 살았던 집이었다.3년 전 이사한 뒤로 한 번도 찾아간 적이 없었다. 하지만 매일 출근할 때 그 길을 지나기 때문에 아직도 그 집이 비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내가 그곳에 살던 시절 겪었던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감수하면서까지 그곳에 살려는 사람은 없었으니까.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곳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나는 기사에게 주소를 알려 주었고, 그는 도시의 외진 곳에 있는 그 집을 향해 차를 몰았다. 젖은 옷 때문에 좌석까지 적셨으니 내릴 때 요금을 조금 더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몇 분 뒤, 우리는 그곳에 도착했다.집주인이 마치 내가 올 줄 알고 있었다는 듯 집 앞에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어차피 그도 집 근처에 살고 있었으니, 도착하면 전화할 생각이었다.택시에서 내려 요금을 지불하고 집주인에게 다가가는 동안, 내 안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느낌이 일었다.그는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먼저 말했다.“여기서 지내실 수 없습니다.”그 말을 듣자 나는 놀란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 집은 오랫동안 비어 있었잖아요. 계속 여기서 살 수 있도록 돈도 낼 생각이에요.”남자는 내 눈조차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 채 말했다.“죄송합니다만, 남편분이 이미 전화하셨습니다.”강태준의 이름이 나오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 사람이 이 일과 무슨 상관이죠?”내가 물었다.“두 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두 분이 직접 해결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습니다. 부인께서는 권력 있는 남자와 결혼하셨잖습니까. 그분이 이 집을 다시 부인께 세놓으면 저를 감옥에 보내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죄송하지만 돌아가 주십시오.”남자는 말을 마치고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나는 충격과 분노가 뒤섞인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강태준은 내가 머물 곳을 구하지 못하도록 미리 전화를 걸어 둔 것이었다. 그 남자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6-11-04
더 보기

제15화

윤서하 시점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몇 초 동안은 몸이 가벼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삶과 죽음의 경계 어딘가를 떠다니는 것 같았다. 그러다 마침내 의식이 조금씩 돌아오면서 감각도 서서히 되살아났다.이내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눈을 한 번 깜빡이고, 두 번 깜빡였다. 몇 번이나 더 눈을 깜빡였지만, 눈앞의 풍경은 여전히 낯설었다.나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당연히 내 방의 칙칙한 남색 벽이 보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눈앞에 펼쳐진 방은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벽은 훨씬 밝고 따뜻한 색으로 칠해져 있어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익숙하지 않은 변화에 의문을 품기도 전에, 수많은 기억이 빠르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자 모든 상황이 이해되기 시작했다.할머니의 장례식부터 지치고 절망한 채 호텔 앞에 서 있던 순간까지, 그동안 있었던 일들이 하나둘 떠올랐다.그 이후로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분명 정신을 잃고 완전히 의식을 잃은 뒤, 누군가에게 이 낯선 곳으로 옮겨진 모양이었다.이상한 점은 이곳이 병실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갑자기 쓰러졌다면 당연히 병원으로 옮겨졌어야 할 텐데.방은 깨끗했고 거의 비어 있었다. 내가 누워 있던 침대와 오른쪽에 놓인 작은 서랍장 하나가 전부였다. 이것만 봐도 이곳이 그저 손님방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누가, 왜, 어떻게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는지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는 사이, 문이 삐걱거리며 열렸다.나는 위험한 상황에 대비해 곧바로 몸을 바로 세웠다. 조금이라도 수상한 기색이 보이면 당장 도망칠 생각이었다.“깨어났네.”문이 완전히 열리자 강재훈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뒤따라 문을 닫았다.나는 놀라 입을 벌렸다.누가 올 거라고 생각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강태준의 삼촌이 들어올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강재훈은 미지근한 차가 담긴 머그잔을 내게 건넸다.목과 입안이 너무 말라 있었기에 나는 망설이지 않고 잔을 받아 들고 절반이나 단숨에 들이켰다.갈증이 어느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6-11-04
더 보기

제16화

윤서하 시점“제가 얼마나 오래 의식을 잃고 있었어요?”“꼬박 하루 반.”그의 대답에 나는 깜짝 놀랐다.비를 몇 분 맞았을 뿐인데 하루나 꼬박 의식을 잃고 있었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마음 한구석에서는 단순히 몸이 차가워진 것 때문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 생각을 애써 떨쳐 냈다.“묘지에서 네가 했던 말 때문이야? 강태준이 다른 여자를 임신시켰다고 했잖아. 그 일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그 사람이 집에서 너를 내쫓기라도 한 거야?”그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분노가 정말인지, 아니면 내가 그렇게 느끼는 것뿐인지 알 수 없었다.우리가 지금까지 진정한 친구 사이였던 것도 아닌데, 왜 그가 내 일에 화를 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런 거 아니에요.”나는 겨우 입을 열었다.“그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봐, 서하야. 어젯밤에는 정말 큰 병이라도 날 뻔했어.”그는 말하는 동안 목소리를 한결 부드럽게 낮췄다.“도와주신 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 재훈 씨. 진심이에요. 하지만 그 일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요.”그가 더는 묻지 않기를 바라며 말했다.이미 충분히 창피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에게 사실대로 털어놓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강재훈은 몇 초 동안 나를 바라보다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지금 말하고 싶지 않다면 괜찮아. 하지만 네가 이야기할 준비가 됐을 때는 언제든 들어 줄 테니 그건 알아 둬. 그리고 여기서 지내고 싶으면 얼마든지 있어도 돼.”나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여기 있을 수는 없어요.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누가 네가 폐를 끼친다고 했어? 진심이야, 서하야.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 여기서 지내도 돼.”안 돼.나는 여기 머물고 싶지 않았다.강재훈은 좋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강태준의 가족이었다. 적어도 지금은 그 집안 사람들과 누구도 엮이고 싶지 않았다.“갈 곳은 이미 있어요.”나는 거짓말을 하면서도 강재훈의 눈을 제대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6-11-04
더 보기

제17화

강태준 시점3일.윤서하가 용기를 내 우리 집을 떠난 지 벌써 꼬박 3일이 지났다.사업가인 나에게 손실을 만회하는 데는 몇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앞으로 나아가 손실을 메울 더 나은 기회를 찾아야 하는데도 이미 잃어버린 것을 붙잡고 계속 슬퍼하는 건 바보나 할 짓이니까.사람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누가 떠나든 상관없었다. 길게 보면 언제나 그보다 나은 사람으로 대체할 수 있으니까.그런데 꼬박 사흘이 지났는데도 그녀를 떠올릴 때마다 가슴을 조여 오는 이 낯선 감정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애초에 잃어도 신경 쓰지 말았어야 할 사람에게만큼은 평소처럼 손실과 대체라는 논리를 적용할 수 없었다.가슴을 조여 오는 이 감정이 무언가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싫었던 나는, 대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감정들에 매달렸다.불안과 분노, 굴욕감, 그리고 철저히 무시당했다는 기분이 내 안에 자리 잡도록 내버려 두었다. 지난 72시간 동안 윤서하가 내게 한 짓을 생각하면, 결국 그런 감정들이 드는 것도 당연했으니까.분노와 굴욕감, 무시당했다는 기분이 드는 이유는 이미 명확했다.정작 내가 느껴서는 안 되는 감정은 불안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윤서하는 빌어먹을 사흘 동안이나 사라졌고, 나는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으니까.이 도시가 아무리 넓어도 내 영향력은 그보다 더 컸다.이 도시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 중 적어도 절반, 어쩌면 거의 모두가 내 손바닥 안에 있었다. 내 인맥은 도시 구석구석은 물론, 도시 밖까지 뻗어 있었다. 전화 몇 통만 걸면 눈 깜짝할 사이에 내가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손에 넣을 수 있었다.그날 밤 집을 나간 걸 윤서하가 후회하게 만드는 건 아주 간단했다. 전화 몇 통만 걸어 놓고 가만히 기다리면 됐다. 갈 곳도 없는 그녀가 결국 패배를 인정하고 내게 기어 돌아오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면 됐다.그날 밤 나는 그녀가 돌아올 순간을 기다리며 밤을 지새웠다.패배한 표정으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녀를 기다렸다.하지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6-11-04
더 보기

제18화

강태준 시점“몸이 너무 긴장해 있잖아, 태준아. 근육이 얼마나 뭉쳤는지 손에 다 느껴져. 내가 풀어 줄게. 그년은 곁에 있지도 않으면서 아직까지 널 괴롭히고 있다니, 정말 어이가 없네.”그녀는 목소리를 낮추며 내 뒤로 돌아가더니, 자신이 말한 긴장을 풀어 주겠다며 어깨를 마사지하기 시작했다.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한서연은 계속 내 어깨를 주물렀다. 처음 몇 초 동안은 두 손을 같은 자리에 두고 있었지만, 이내 손길이 갑자기 내 몸의 다른 부위로 옮겨 갔다.그녀의 손이 셔츠 안으로 들어와 가슴을 유혹하듯 쓰다듬었다. 그리고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 탄탄한 복근을 지나 위험할 정도로 하체 가까이 다가왔다.그녀의 손이 바지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 나는 그녀의 손목을 붙잡아 막았다.“서연아, 안 돼.”“왜 그래, 태준아. 난 그저 네가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것뿐이야. 이렇게 섹시하고 잘생긴 백만장자가 속아서 불행한 결혼 생활에 갇혀 있다니. 그런 사람은 누구보다 좋은 대접을 받아야 하는 거잖아.”그녀는 내 귀에 뜨겁게 속삭였다. 목소리에는 노골적인 유혹이 가득했다. 예전 같았으면 그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히 흥분했을 것이다.“이런 식으로는 하지 마.”나는 다시 한번 말하며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다. 내 뜻을 알아들었기를 바랐다.그런데 예상과 달리 그녀는 내 앞으로 돌아와 내 무릎 위에 앉았다. 입술을 깨물며 욕망이 가득 담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정말 내가 도와주는 게 싫어?”그녀는 다시 물으며 나를 유혹하려는 시도를 한층 더 노골적으로 이어 갔다.하지만 지금 내가 원하는 건 그저 최대한 상처 주지 않는 방식으로 그녀를 내게서 떼어 놓는 것뿐이었다.그녀가 몸을 숙여 내 입술에 입을 맞추려 했다. 하지만 지난 사흘 동안 쌓인 짜증과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불쾌감 때문에 나는 다소 거칠게 그녀를 밀어냈다.그녀는 놀라 숨을 들이켠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매서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도대체 왜 이래? 난 그냥 널 도와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6-11-04
더 보기

제19화

윤서하 시점강재훈의 말에 나는 크게 놀랐다. 놀란 나머지 입이 살짝 벌어지고 눈도 평소보다 훨씬 커졌다.나는 강재훈을 바라보았다. 그는 마치 이제야 처음 본 물건이라는 듯 손에 든 열쇠고리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아마도 열쇠고리의 주인이 자신이 아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에 전과는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것 같았다.나 역시 이 장신구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색깔 외에는 아무것도 몰랐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한 번도 제대로 살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과 장례를 준비하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자세히 들여다볼 겨를이 없었다.그래서 나는 루비와 에메랄드가 박힌 이 장신구에 대해 강재훈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설명해 주기를 기다렸다.“네 할머니가 너한테 이걸 주셨다고 했지?”잠시 후, 강재훈은 마침내 열쇠고리를 내게 돌려주었다.나는 두 손으로 열쇠고리를 받아 들었다. 그러면서도 무심코 고개를 끄덕인 뒤, 그동안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던 유품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하지만 막상 살펴보니 별다르게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다.대대로 물려받은 가보처럼 정교하게 장식되어 있기는 했지만, 새겨진 것은 알파벳 한 글자뿐이었다. 그 외에는 특별히 눈여겨볼 만한 것도 없었다.그 문양도 내게는 전혀 낯설었다. 할머니가 왜 이런 물건을 내게 남겼는지 궁금해졌다. 별다른 단서도 없는 물건이었으니까.나는 어쩌면 이게 오래된 비밀의 책을 열 수 있는 열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저 내 상상력이 앞서 나간 것 같았다.나 혼자 힘으로는 이 사람을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나는 다시 강재훈을 바라보았다.“아까 이게 재훈 씨의 스승님 것이라고도 하지 않았어요?”“처음에는 내 스승이셨어. 내가 졸업한 대학의 선임 강사셨지. 졸업한 뒤에도 나를 눈여겨보셨고, 제자로 받아들여 사업에 대해 가르쳐 주겠다고 하셨어.”강재훈의 목소리에는 그가 말하는 스승에 대한 깊은 존경심이 담겨 있었다.나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6-11-04
더 보기

제20화

윤서하 시점한참 동안 긴 침묵이 이어진 뒤, 강재훈이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강태준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게.”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마워요, 재훈 씨. 정말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어요.”그는 머그잔에 남아 있던 차를 내게 건넸다.나는 기꺼이 잔을 받아 남은 차를 단숨에 마신 뒤 다시 그에게 건넸다.잔을 돌려주는 순간, 내 손가락이 그의 손가락을 아주 살짝 스쳤다.그는 순간 동작을 멈췄다. 눈이 마주쳤고, 그의 눈빛에 묘한 감정이 일렁였다. 나는 몇 초 동안 그 시선에 사로잡힌 듯 그를 바라보았다.그러다 그가 어떻게든 시선을 거두고 몸을 곧게 세웠다.나는 헛기침을 했다. 어색한 상황 때문인지 뺨이 뜨겁게 달아올랐다.“이제 좀 쉬는 게 좋겠어.”그는 그렇게 말한 뒤 몸을 돌려 문밖으로 걸어 나갔다. 내가 대답할 틈도 주지 않았다. 내가 강재훈의 집에서 깨어난 지 이틀이 지났다.이곳에 너무 오래 머물러 폐를 끼치는 건 아닐까 싶었지만, 강재훈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다. 오히려 내가 원할 때까지 얼마든지 머물러도 된다고 매번 안심시켜 주었다.그는 더 이상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지 않았다. 그저 평소처럼 자신의 일을 하면서도 내가 이 집에서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 써 주었다.강재훈의 집은 강태준의 집보다 더 컸고, 이곳에는 따뜻한 분위기가 있었다. 강태준과 함께 살았던 3년 동안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했던 온기였다.그의 집은 그 사람을 그대로 닮아 있었다. 강태준의 집이 그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처럼 말이다.강태준의 집으로 처음 들어가던 날의 기억은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했다. 시어머니가 나를 괴롭히는데도 강태준은 거의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던 모습 역시 또렷하게 기억났다.예전에 살던 집의 밝은 색감과 예쁜 인테리어에 익숙했던 나는 강태준의 집에 있는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나는 강재훈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았다.내가 아는 건 결혼한 뒤 얼마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6-11-04
더 보기
이전
1234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