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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hor: 목련청
“서준아, 설아 씨가 너랑 얘기하고 싶다니까 천천히 이야기해. 아이 앞에서는 싸우지 마.”

서유라는 배서준의 옷자락을 살며시 잡아당기며 억울함을 꾹 눌러 담은 눈빛을 보냈지만, 여전히 이해심 많은 사람처럼 행동하려 애썼다.

그 모습을 본 배서준은 살짝 불만스러워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는 옆으로 물러섰다.

얼마나 오래된 일인지도 모를 만큼, 둘만의 시간이 이렇게 주어진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래서인지 남설아는 한동안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배서준의 눈빛은 차가웠다. 그에게는 이미 남설아에게 쏟을 인내심 따위는 남아 있지 않은 듯했다.

“대체 뭘 말하고 싶은데? 애를 데리고 이런 데까지 와서 소란을 피우다니, 엄마라는 사람이 이래도 돼?”

그녀가 과거에 자신을 얻기 위해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았다는 생각에 심지어 그 수단으로 자기 아이까지 이용한다고 느껴져서 배서준은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

“당신이 나은이랑 한 달만 함께하겠다고 약속했잖아요. 그 한 달 동안, 제발 서유라 씨는 나은이 앞에 나타나지 않게 해주세요.”

남설아는 이제 배서준이 자신을 어떻게 보든 상관없었다.

그녀는 그저 딸이 남은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길 바랄 뿐이었다.

“난 나은이랑 한 달 같이 있겠다고 했지, 네가 뭘 요구하든 더 들어줄 생각은 없어. 넌 참 한결같다. 예전에도 더럽고 비열한 수법으로 내 침대에 기어들더니... 너만 아니었어도 난 누구의 아빠도 되지 않았을 거야!”

배서준의 눈빛이 점점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그는 나은을 아주 싫어하는 건 아니었지만 아이가 태어나는 과정만 떠올려도 견딜 수 없이 화가 났다.

역시나 몇 년이 흘러도 그는 끝내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그날 밤은 정말 의도치 않은 사고였고 남설아조차 왜 그 방에 있었는지, 왜 그의 침대에 누워 있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루 만에 나은을 품에 안게 되었을 때, 남설아는 그저 하늘이 자신에게 준 선물이라 여겼다.

하지만 지금...

나은의 병약한 모습을 떠올리면 그녀는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사랑스러운 아이가 세상이 너무 싫어서 그냥 잠깐 들렀다가 떠나려고 하는 것만 같았다.

“서준 씨, 그때의 일이 그렇게도 싫어서 자신의 아이까지도 싫은 거예요?”

남설아는 간신히 목소리를 짜냈다. 자신에 대한 증오는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은에게까지 그렇게 매몰찬 건...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나은이는 아빠를 그렇게나 사랑하는 데 그 사랑이 그에게는 정말 안 보이는 걸까?

“그 아이는 내 의지로 태어난 게 아니야. 네가 나를 함정에 빠뜨렸을 때는 이런 결과를 예상 못 했어?”

배서준의 얼굴에는 혐오감이 가득했다.

그는 세상 모든 걸 다 가진 사람이었고 항상 특별한 존재로 떠받들어져 왔다.

그런 그가 인생에서 처음으로 당한 함정이 바로 이 여자 때문이라 생각하니 분노가 멈추질 않았다.

“엄마!”

나은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까부터 옆에서 있던 유라 이모가 나은이를 데려왔는데 아이는 아빠가 엄마에게 던지는 차가운 말을 모두 듣고 말았다.

나은이는 늘 아빠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느꼈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아빠는 바빠서 그런 거라고 그래도 아빠는 너를 사랑한다고 말해줬다.

하지만 지금, 아빠의 입에서 직접 들은 말은 너무 잔인했다.

“나은아?’

남설아는 아이의 목소리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배서준 역시 당황한 듯했다.

방금 한 말이 아이에게 닿을 줄은 몰랐고 그는 일부러 아이를 상처 주려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뱉은 말은 되돌릴 수 없었다.

“두 분... 얘기 계속하세요.”

“나은아, 우리 먼저 돌아가자. 엄마 아빠 방해하지 말고.”

서유라는 당황한 모습을 하며 휠체어에 앉은 채 나은의 팔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하지만 나은은 이 아줌마가 싫었다.

그저 엄마 옆에 있고 싶었을 뿐인데 아줌마가 자꾸만 엄마랑 떨어뜨리려 했다.

“놔요! 엄마한테 갈 거예요!”

“아야!”

서유라가 비명을 질렀다.

나은이 몸부림치는 바람에 손톱이 서유라의 뺨을 스치며 작은 상처를 냈다.

“나은아!”

“유라야!”

두 사람은 동시에 각자의 소중한 사람에게 달려갔다.

남설아는 아이를 품에 안고 다급하게 살펴봤다.

“나은아, 괜찮아? 다친 데 없어?”

“피났어?”

한편, 배서준은 서유라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상처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지만, 뺨에 맺힌 피 한 방울이 그를 폭발하게 했다.

그는 한걸음에 나은에게 다가가 아이를 잡아당겼다.

“사과해!”

나은은 커다란 손에 휘청였지만, 끝까지 울음을 참았다.

“아줌마가 저를 일부러 여기로 데리고 온 거예요. 저는 오고 싶지 않았어요. 저는 그냥 엄마 찾고 싶었어요.”

“서준아, 아이를 탓하지 마. 다 내 잘못이야. 제발 그만해.”

서유라는 뺨을 감싼 채, 다른 한 손으로 배서준의 팔을 살며시 잡아당겼다.

“아이한테 화내지 마.”

그녀가 이렇게 나올수록 배서준의 분노는 더욱 치솟았다.

나은이는 남설아와 닮은 데다 지금의 고집스러운 표정은 마치 남설아를 그대로 빼닮은 듯했다.

그 모습이 배서준을 더욱 화나게 했다.

그는 눈썹을 잔뜩 찌푸린 채, 경멸 어린 눈빛으로 앞에 서 있는 작은 아이를 노려봤다.

“넌 정말 너희 엄마랑 똑같구나. 어린 것 치고는 참 독하네.”

“엄마한테 그렇게 말하지 마요! 우리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이에요!”

배나은은 작은 몸으로 남설아 앞을 가로막았다.

그 또랑또랑한 눈망울에는 아빠에 대한 깊은 실망이 가득했다.

작은 몸은 두려움과 긴장으로 살짝 떨리고 있었지만 아이는 끝까지 버텼다. 엄마를 지켜야 했으니까.

그동안 아빠의 사랑을 원했던 나은이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아빠는 자신을 싫어하고 엄마도 싫어했다. 그렇다면 아빠가 없어도 괜찮았다. 나은이는 엄마만 있으면 됐다.

“흥.”

배서준은 차갑게 코웃음 치더니 나은이를 쳐다보지도 않고 서유라의 휠체어를 밀며 그대로 돌아섰다.

“나은아, 미안해.”

남설아는 천천히 다가가, 나은의 눈높이에 맞춰 앉아 딸을 꼭 끌어안았다.

그녀는 너무 약한 엄마였다. 자신의 아이가 이런 상처를 겪게 만들다니, 가슴이 미어졌다.

“엄마, 아빠는 저를 싫어하는 거 알아요. 제 이름, 배나은도 그냥 대충 지은 거잖아요. 그래도 난 아빠랑 있고 싶었는데 아빠는 엄마도 싫어하고 저도 싫어하잖아요. 엄마, 저 떠나기 싫어요. 엄마 곁에 있고 싶어요. 엄마 혼자 남으면 어떡해요?”

나은이는 울음을 삼키면서도 남설아를 꼭 껴안았다.

아이의 눈에는 마냥 천진난만해야 할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슬픔과 억울함이 가득했다.

그런데 갑자기, 나은의 작은 몸이 격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입술 끝에서 새빨간 피가 터져 나오더니 아이는 그대로 작게 몸을 웅크렸다. 고통스럽고 절망에 가득 찬 모습이었다.

“나은아! 의사 선생님, 제발 우리 애 좀 살려주세요! 나은아, 제발 엄마를 놀라게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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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2025. 06. 07. AM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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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바이 쓰레기   제67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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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바이 쓰레기   제67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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