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강우는 구승훈의 손을 잡고 간절하게 애원했다.“제발 저를 병원에 데려다주세요. 제발!”그는 일부러 연기하는 건지 아니면 진짜로 구승훈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건지 끊임없이 입으로 중얼거렸다.그 모습에 구승훈은 더는 못 참고 그를 바닥에 패대기치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리고 뒤에 있던 수십 명의 경호원들에게 턱으로 가리키며 말했다.“한 사람 한 번씩, 번갈아가 면서 발로 차. 자, 너부터 시작.”순간 맨 앞에 서 있던 경호원이 난감한 얼굴로 물었다.“대표님, 어디를 찰까요?”그러자 구승훈은 한창 피가 콸콸 나고 있는 곳을 밟으며 되물었다.“네 생각엔 어딜 것 같아?”힘을 많이 준 것도 아닌데 바닥에 누워있던 남자는 자지러지는 비명을 질렀다.“여명희! 그 여자가 저더러 천아름 씨를 데리고 놀라고 했어요. 그리고 그 모습을 라이브로 내보내겠다면서 스트리머들이 오기 전까지는 건드리지 말라고 했고요. 다 여명희 씨가 시킨 겁니다!”순간 구승훈의 눈빛에 살기가 가득 맴돌더니 다시 그에게 다가가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물었다.“여명희 씨 말고 다른 사람은 없어?”“저는 정말 모릅니다. 그저 여명희라는 사람밖에는 모른다고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니까 살려만 주세요...”그러자 구승훈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그를 바닥에 내팽개쳤다.그리고 한껏 짜증 난 얼굴로 물티슈를 꺼내 손을 닦았더니 다시 준봉에게 말했다.“경찰서에 데리고 가. 저 쓰레기들도!”준봉은 고개를 끄덕인 뒤 경호원들과 같이 방 안에 널브러져 있는 사람들을 전부 데려갔다.문 앞의 그 스트리머들은 이 피비린내가 가득 나는 장면을 보고 모두 겁을 먹었는지 숨소리조차 못 내고 있었고 심지어 어떤 사람은 현장에서 울기까지 했다.그 모습을 본 구승훈이 눈살을 찌푸리자 그 사람은 애써 울음을 참으며 호소했다.“저희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도착하자마자 당신네 사람들도 와서 아무것도 찍지 못했다고요. 정말입니다!”그러자 구승훈이 코웃음 치며 되물었다.“그럼 우리가 제때 도착하
강하리와 구승훈이 도착했을 때, 마침 구승재가 천아름을 안고 방 안에서 나왔는데 그녀의 옷은 이미 갈기갈기 찢긴 상태로 구승재의 양복을 몸에 두르고 있었다.그리고 방 안에는 몇 명의 남자들이 널브러져 있었는데 그중 부강우의 두 다리 사이에서는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방 밖의 복도에서는 라이브 방송 장비를 든 몇몇 스트리머들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 모습을 보자마자 모두 창백한 얼굴로 손까지 부들부들 떨었다.“사실 저희도 무슨 일인지 모르고 왔습니다. 누군가가 우리에게 이 방에 이따 큰 일이 발생할 거라면서 시청자 수를 늘리고 싶으면 빨리 가보라고 했거든요.”그러자 구승재가 어두운 얼굴로 되물었다.“그런데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모른다는 건가요?”몇몇 스트리머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앞의 이 남자한테 혹시나 맞기라도 할까 봐 냉큼 핸드폰을 꺼내 보여 줬다.“못 믿으시겠으면 보세요. 낯선 번호로 온 메시지입니다.”구승훈은 그걸 보자마자 눈빛이 단번에 차가워졌다.이 번호는 처음에 정양철이 사용했던 그 해외 가상 번호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확인할 필요 없어. 가상 번호야.”말을 마치자마자 단번에 그 스트리머를 쫓아내더니 다시 구승재에게 물었다.“이제 어떻게 할 거야?”그의 말에 구승재는 말없이 자기 품 안의 천아름을 내려다보았다.그녀의 눈가에는 여전히 눈물이 맺혀 있었고 얼굴도 빨간 생태에서 무의식적으로 그의 양복을 꼭 쥐고 있었다.구승재는 안쓰러운 마음에 그녀의 손을 꼭 잡아 줬다.그러자 구승훈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당장 호텔방 하나 새로 잡지 그래?” 구승재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다가 한참 뒤에 입을 열었다.“병원에 좀 데려다줘야겠어.”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천아름을 안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구승훈은 그가 떠나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다가 눈썹을 들썩이며 물었다.“널 멍청하다고 해야 하니, 아니면 정직하다고 해야 하니?” 그러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하리가 뒤에서 그의 종아리를
만약 천아름이 그저 보통 집안 사람이었으면 아마 진작에 달려들었을 것이다.“사장님, 대체 언제 시작하면 되나요?”“그러니까요. 우리한테 맡기겠다고 하셨으면서 왜 만지지도 못하게 해요?”“설마 저희를 이대로 그냥 보내려는 건 아니시겠죠?”침대 옆에 서너 명의 남자들이 음탕한 미소를 지으며 안달 나서 저마다 한마디씩 했고 부강우도 슬슬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었다.그도 눈앞의 여자를 보기만 해야했고 털끝도 만지면 안 된다고 했기에 정말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기다려 봐. 곧 차례가 돌아올 테니까!”말을 마치자마자 그의 눈빛이 반짝거리더니 진짜로 하지는 못해도 약간의 재미는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다가 와인 한 잔을 다시 한번 입에 털어 넣은 뒤 곧바로 침대에 다가가 천아름의 가슴을 만졌고 그 모습에 옆에 서 있던 두 남자도 바지 벨트를 풀기 시작했다.그러나 바로 이때, 원래 침대에 가만히 누워 아무 의식도 없어 보이던 천아름이 갑자기 다리를 들고 그녀 위에 엎어져 있는 부강우를 한쪽으로 차버렸다.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이번에는 하이힐로 그의 머리를 찍어버린 바람에 방안에는 순식간에 비명이 난무했다.그리고 천아름은 벌떡 일어나더니 바닥에서 머리를 감싸고 있는 부강우를 발로 밟고 다시 한번 발굽으로 그의 머리를 세차게 찼다.그의 비명이 또다시 전체 건물에 울려 퍼졌다.순간 바지를 벗으려던 남자들도 눈이 휘둥그레졌고 빠르게 천아름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말했다.“누구든지 덤벼. 내가 제대로 놀아드릴 테니까.”그녀의 하이힐 굽에서는 여전히 피가 줄줄 흘렀고 방금까지 천아름을 어떻게 해보려던 남자들은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게 되었다.그러나 그것도 잠시뿐이었다.“뭐가 무서워? 머릿수는 우리가 더 많은데 계집애 하나를 상대 못 하겠어?”“얘들아, 차라리 침대에 묶어버리자! 그래야 얌전해질 것 같아.”말을 마치자마자 그들은 점점 천아름 쪽으로 몰려왔다.그 모습에 천아름은 하이힐을 벗어서 손에 쥐었지만 손은
구승훈과 구승재가 빠르게 도착해보니 강하리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분장실에서 있었다.그 모습에 구승훈은 빠르게 다가와 강하리의 허리를 감싸고 물었다.“찾았어?”그러자 강하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지금 확실한 건 언니를 여기 분장실에서 데려갔어. 승훈 씨가 보내온 CCTV 영상에서도 아름 언니랑 부강우 씨가 분장실에 들어온 화면은 찍혔는데 다시 나오지 않았거든.”구승재는 눈을 내리깔고 다시 분장실 안을 둘러보더니 문득 창문이 활짝 열려져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동시에 구승훈도 그 사실을 발견했다.“옥상에는 올라가 봤어?”여기가 맨 꼭대기 층이었기에 당연히 가장 가까운 곳이 옥상이다.“시욱 선배가 사람들을 데리고 올라가 봤어.”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시욱이 마침 도착했다.“옥상에 확실히 의심스러운 흔적이 있었어요. 만약 진짜로 천아름 씨를 옥상으로 끌고 간 거라면 이미 이 호텔을 떠났을 가능성이 크겠죠.”“그건 장담하기 힘들어요.”구승훈이 다시 강하리를 보며 말을 이었다.“지난번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게 하려고 네가 여기에 도착하자마자 난 준봉한테 이 호텔 곳곳에 사람을 배치하라고 시켰어. 그쪽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빠져나가지 않은 이상 보는 눈들이 이리도 많은데 다 큰 성인을 데려가기는 힘들 거야.”그의 말에 강하리는 순간 멍해졌고 조시욱은 한껏 어두운 눈빛으로 구승훈을 바라보았다.“그렇다면 아직 이 호텔에 있겠군요.”그리고 다시 구승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저는 이 건물 전체의 CCTV를 다시 확인해 볼 테니 당신은 사람들을 데리고 여기에 있는 모든 방 하나씩 전부 수색해 보세요.”구승훈이 준봉을 바라보자 그는 냉큼 고개를 끄덕이더니 사람들을 데리고 자리를 뜨려 했다.바로 이때, 강하리가 갑자기 준봉을 불러세웠다.“준봉 씨는 먼저 가서 상처부터 치료하고 대신 승재 씨가 찾아줘요.”준봉은 멍한 얼굴로 가만히 서 있다가 구승재가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뜨고 나서야 의심의 눈빛으로 강하리에게 되물었다.“저더
그러자 경호원이 냉큼 달려와 명서현을 데려갔다.한 쌍의 신혼부부가 결혼식 당일에 사이가 틀어져 이런 소동까지 일어났으니, 조명현이든 명서현이든 이 일이 평생 웃음거리로 남게 될 것 같았다.이러고 보면 오늘 천아름이 제대로 이 결혼식을 망친 것 같다.강하리는 몸을 돌려 다시 2층으로 걸어갔고 조명현은 강하리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다시 조시욱에게 몇 마디 건넨 후 명서현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조시욱이 강하리를 뒤쫓아가며 물었다.“일이 터졌는데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조시욱도 사실 마음이 불편했다.오늘 이 소동으로 조씨 가문의 체면이 제대로 구겨졌고 원인을 굳이 따져보자면 강하리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예전 같았으면 당장에라도 강하리와 도리를 따졌을 텐데 방금 명서현의 미쳐 날뛰는 모습을 보고 나니 강하리 탓만 할 수 없는 것 같아 상황이 애매해졌다.그러다가 문득 자기 형은 어쩌다가 저런 여자랑 결혼하겠다고 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굳이 천아름과 비교하면 정말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수 있었다.이때, 강하리가 머뭇거리더니 답했다.“선배가 바빠 보여서요.”그러자 조시욱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되물었다.“그래서 나보다도 더 멀리 있는 구승훈 씨한테 연락하면 했지, 나한테는 도움을 요청하기 싫었던 거야?”순간 강하리의 발걸음이 멈춰졌다. 사실 조시욱이 말해주지 않았다면 자신도 그 상황에서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이 구승훈이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고 단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제일 먼저 그에게 전화했다는 사실도 몰랐을 것이다.강하리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습관이 되었나 봐요.”그리고 더 이상 이 주제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아 빠르게 천아름에 대해 상황을 알려줬다.“아름 언니는 부강우라는 사람이랑 같이 사라졌어요. 그리고 지금까지...”강하리는 자기 손목시계를 내려다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대략 10분 정도 흘렀는데 준봉 씨가 두 사람이 2층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봤대요. 그런
명서현이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모든 사람의 시선이 한꺼번에 이쪽으로 쏠리게 되었다.그리고 금방에라도 술병이 강하리의 머리에 떨어지려는 모습을 보고 저마다 비명을 질렀다.조명현도 계속 걸어가다가 문득 분위기가 이상하단 걸 느끼고는 다시 돌았는데 명서현이 이미 술병을 들고 강하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명서현!”깜짝 놀라 명서현을 부르며 앞으로 나아가 막으려 했지만 이미 너무 많이 늦어버린 것 같았다.금방에라도 강하리가 술병으로 머리를 맞을 것 같았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손으로 술병을 막았다.곧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고 준봉은 손목을 돌려 명서현의 손에 들려 있던 깨진 조각들을 자기 손에 쥐었다.그리고 그가 도대체 어떻게 손을 놀렸는지 아무도 못 봤지만 그는 깨진 유리 조각을 명서현의 목에 가져다 댔다.“보아하니 우리 명 사모님께서는 손버릇이 참 나쁜 것 같은데 제가 저희 사모님 대신해서 제대로 혼내드리겠습니다.”순간 명서현은 목이 조금씩 따끔거리는 느낌에 얼굴이 점점 하얗게 변했다.“당, 당신, 어디 감히 날 건드리기만 해봐요!”화도 나고 무섭기도 했기에 명서현의 얼굴은 더욱 험상궂게 변했다.이때, 준봉이 살짝 손을 움직이자 명서현의 목에서 피가 작게 흐르기 시작했다.“그만해요.”조명현이 그를 말리더니 재빨리 다가와 강하리에게 말했다.“강하리 씨, 오늘 여기는 저와 서현이의 결혼식 자리인데 이런 식으로 경호원이 일부러 사람을 막 다치게 해도 되는 건가요?”강하리는 순간 바닥에 흩어져있는 유리 조각과 유리에 긁힌 준봉의 상처를 보더니 눈빛이 차가워지기 시작했다.“일부러 다치게 했다고요? 말 한번 잘했네요.”그리고 그를 빤히 바라보자 조명현이 난감한 얼굴로 다시 답했다.“서현이도 욱하는 마음에 그랬을 겁니다. 아무도 다치지 않은 걸 봐서라도 일을 크게 만들지 않는 게 어떨까요?”“아무도 다치지 않았다고요? 준봉 씨.”강하리가 준봉을 부르자 그는 옷소매를 걷어 올렸는데 팔에서는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조명현 씨, 설마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