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에 남편의 첫사랑이 SNS에 태아 초음파 사진을 올렸다. 그리고 남편에게 고맙다는 글을 함께 올렸다. [10년 동안 나를 지켜준 좋은 남자, 아들 선물해줘서 고마워.]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며 나는 댓글로 남겼다. [상간녀인 줄 뻔히 알면서도 계속하는 거야?] 그러자 남편은 곧바로 전화를 걸어와 나를 꾸짖었다. “네 멋대로 생각 좀 하지 마! 난 그저 시험관 시술만 도와준 거야. 싱글맘이 되고 싶다는 소원을 들어준 것뿐이라고.” “그리고 혜리는 한 번에 임신했는데 당신은 세 번이나 했으면서도 아무 소식이 없잖아. 정말 쓸모가 없어서...” 사흘 전, 남편은 해외로 출장 간다고 하며 내 전화나 메시지에 아무런 답도 없었다. 그냥 바쁜 줄 알았더니 사실은 다른 사람과 산부인과를 다니고 있던 것이었다. 30분 후, 손혜리는 또 한 상 가득 차린 음식을 올렸다. [해외 음식이 이제 질려서 민재가 직접 요리해줌.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로만!] 그 순간, 내 손에 들린 임신 확인서가 차갑게 식어갔다. 8년간 깊이 사랑했고 결혼 후 6년을 참고 견뎠다. 이번에 나는 정말 놓아주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もっと見る차가 급히 떠나는 것을 바라보자마자 내 가슴에 쌓여 있던 답답함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아마도 이젠 드디어 이 엉망인 사람들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건 하늘이 내게 준 최고의 생일 선물이야.’역시나 손혜리는 조산으로 아들을 낳았다.하지만 다행히 아이는 건강해서 큰 문제는 없었다.정민재가 마침내 이혼 합의서에 서명을 했다.구청에서 나올 때 정민재가 나를 불러 세웠다. 그의 얼굴엔 여전히 미련이 남아 있었다.“박지아, 당신 안태석이랑 오래전부터 바람피웠던 거지? 그래서 이혼을 강요한 거 아니야?”나는 그에게 말했다. 새로운 이웃이 이사 온 건 일찍 알았지만 내가 유산 조짐이 있어 병원에 갔던 날이 안태석과 처음 제대로 대화를 나눈 날이라고.나는 떳떳하니까 누가 와서 물어도 답은 똑같을 거라고 했다.“정민재, 당신은 어때? 손혜리와 정말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안 넘었다고 자신할 수 있어?”그러자 정민재가 뭐라 변명하려 했지만 내가 말을 끊었다.“답하지 않아도 돼. 난 이미 알고 있어. 당신도 더 이상 스스로를 속이지 마.”손혜리는 고수다. 예전에는 정민재를 그저 오래된 ‘백업’으로만 여기다가 그가 창업에 성공하자마자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그녀는 정민재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지는 않고 그에게 언제나 독립적이고 고고한 이미지를 심어주었다.그 수법은 정말 뛰어났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손혜리의 작품이 표절로 전시가 취소되고 작업실이 문을 닫기 시작하면서 손혜리도 초조해졌다.그녀가 정민재를 더 잡으려고 할수록 정민재는 그녀를 덜 소중히 여겼다.마치 그가 나에게 했던 것처럼 말이다.“정민재, 난 당신에게 아무 빚진 게 없어. 하지만 당신은 나에게 떳떳하지 못해.”그렇게 말한 후, 나는 손을 흔들어 안태석에게 차를 세우라고 했다.정민재는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고 차의 백미러에서 그가 서서히 사라졌다. 내 세상에서도 완전히 사라졌다.1년 후, 나는 임신을 하게 되어 병원에 산전 검사를 받으러 갔다.그런데 그
그날 정민재와 손혜리는 안태석이 불러온 보안요원들에게 쫓겨나고 나서 몇 달간 잠잠했다.처음엔 두 사람이 어쩌면 이렇게 조용할 수 있을까 의아해했다. 나는 긴 싸움을 준비하고 있었으니 말이다.그러다 들은 소식에 따르면 정민재의 회사에 문제가 생겨서 그가 정신없이 바쁘다는 것이었다.하지만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아 보였고 어느 날 손혜리가 나에게 미친 듯이 메시지를 보내며 욕설을 퍼부었다.그녀는 내가 정민재에게 무슨 말을 해서 그가 예전에 자신에게 준 화실을 다시 회수했느냐고 따져 물었다.나는 답장하지 않고 바로 그 대화를 캡처해 SNS에 올렸다.[손혜리 화가가 자랑하던 독립 작업실이 사실 내 남편이 사준 거였고? 나한테 화풀이할 시간에 정민재한테 이혼 서류에 빨리 서명하라고 독촉이나 해.]손혜리와 나는 여러 명의 공통 친구가 있었는데 예전에 그녀가 일부러 그 사람들과 나를 친구로 만들었던 것이다. 목적은 나를 더 괴롭히기 위해서였다.이제 내가 SNS에 글을 올리면 그녀를 떠받들던 사람들도 다 보게 될 것이다.이번엔 그녀가 실컷 화나서 분노할 차례였다.SNS에 글을 올리고 나서 나는 바로 핸드폰을 넣고 퇴근했다.오늘은 내 생일이라 안태석이 레스토랑을 예약해 나를 축하해주기로 했다.건물을 나서자 몇 달 만에 마주친 정민재가 보였다.그는 많이 수척해졌고 눈 밑에 깊은 다크서클이 생겨 있었다. 얼마나 잠을 못 잔 것인지 짐작이 갔다.내가 냉랭한 얼굴로 못 본 척하려 해도 정민재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어왔다.“오늘 당신 생일이라 선물을 준비했어. 같이 식사할 수 있을까?”나는 고개를 들어 멀리 택시에서 내려오는 손혜리와 시어머니를 보며 비웃음을 지었다.“근데 저 사람들이 너랑 당신이랑 같이 밥 먹는 걸 원하지 않는 것 같은데?”정민재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이마엔 깊은 주름이 잡혔다. 그의 목소리는 조금 신경질적이었지만 피곤한 게 더 크게 느껴졌다.“손혜리, 너 하루라도 조용히 지낼 수 없어? 게다가 엄마까지 데려와서 뭐 하려
정민재가 오늘도 회사 건물 아래에서 나를 기다리다가 우연히 손혜리를 목격한 것 같았다.그는 분명 나의 남편임을 밝히고 들어왔을 것이다.정민재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손혜리도 놀란 눈치였다.하지만 그것도 잠시 손혜리는 더욱 화가 난 듯 내가 그녀를 괴롭혔다는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지아 언니는 항상 네가 나한테 잘해주는 걸 질투했잖아. 분명 이번 기회에 나한테 복수하려고 한 거야!”주변의 수많은 시선이 나를 향하자 정민재는 당황한 듯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지아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그리고 이런 일이 어떻게 작은 직원 한 명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겠어?”손혜리는 충격을 받은 듯 눈을 크게 뜨며 정민재를 바라보며 물었다.“너 어떻게 언니 편을 들어? 나를 믿지 않는 거야?”나는 팔짱을 낀 채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았다.솔직히 나도 조금 놀랐다. 예전 같으면 정민재는 무조건 손혜리의 편을 들었을 텐데 이번엔 상황이 달랐다.“혜리야, 이렇게 예민하게 굴지 말고 문제가 있으면 차분히 대화로 풀어야지. 이렇게 회사에 와서 소란을 피우는 건 마치 시장에서 싸우는 사람처럼 보이잖아! 정말 창피하게 굴지 마.”그 말을 듣고 나는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정민재가 예전에 나를 항상 비난할 때 했던 말들이었다. 예민하다고 생각이 많다고 질투가 많다고 너무 유치하게 군다고 말이다.손혜리는 충격을 받았는지 몸을 휘청였다. 그때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여기서 지금 누가 소란을 피우는 겁니까? 경찰에 신고했습니다.”목소리의 주인은 안태석이었다. 그는 곧장 내 옆에 서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나는 그가 평소 나에게 항상 밝게 웃던 모습과 달리 이렇게 무거운 분위기를 풍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손혜리는 안태석을 잠시 쳐다보다가 갑자기 뭔가 알아챈 듯 말했다.“지아 언니를 병원에 데려갔던 사람 아니에요? 아하, 그래서 지아 언니가 이 회사에서 그렇게 당당했던 거구나! 남자친구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으
나는 안태석이 이 회사의 대표 아들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곰곰이 생각해보니 젊은 나이에 혼자 대형 아파트에서 살고 대학 시절부터 이미 개인 아파트를 갖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집안이 상당히 유복하다는 건 알 수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안태석이 회사 대표의 아들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마침 안태석이 나를 부르자 나는 정신을 차리고 중요한 보고를 해야 한다는 걸 떠올렸다.안태석네 회사는 고급 골동품과 보석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데 그는 따로 현대 미술품 사업을 확장해서 운영하고 있었다.비록 새로운 예술 작품과 현대 주얼리 사업은 고급 라인처럼 큰 거래는 아니지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재미있게도 손혜리의 여러 그림들이 그 사업에서 경매에 올라 있었고 그 가격은 2000만 원대에 이르렀다.하지만 나는 그녀의 그림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녀의 작품은 여러 신진 화가들의 작품을 표절하고 융합한 것이었는데 기존에는 감정팀에서 이 사실을 알아내지 못했으나 내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를 밝혀냈다.“안 팀장님, 이런 작품들이 다른 전문가들에게 발각되면 회사의 전문성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내려야 합니다.”안태석은 내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곧바로 기술팀을 불러 철저하게 재감정하도록 지시했다.“지아 씨 말이 맞다면 단순히 작품을 내리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화가에게 위약금을 청구할 겁니다. 이런 은폐 행위는 계약 위반이니까요.”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후속 처리는 더 이상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일이 끝나고 나서 안태석은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 이름 부르라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요. 왜 자꾸 안 팀장님이라고 불러요? 어색하단 말이에요.”나는 회사에서 그럴 수 없다고 말하며 장난스럽게 그에게 물었다.“팀장님이라고 안 부르면 대체 뭐라고 불러요? 혹시 도련님이라고 불러야 하나?”잠시 놀란 듯한 얼굴이었다. 이제야 안태석도 내가 그의 정체를 알았다는 걸 눈치챈 것이다
정민재의 뻔뻔한 질문을 듣고 더 이상 그와 말다툼할 의욕조차 없었다. 그는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이혼 서류는 1분이면 100장을 인쇄할 수 있어. 도망쳐 봐야 소용없어.”정민재가 화가 나서 벌떡 일어나자 의자는 쾅 소리를 내며 바닥에 넘어졌다. 그는 마치 미친 듯이 방을 왔다 갔다 하며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여보, 정말 그게 그렇게 마음에 걸린다면 내가 보증서 써줄게. 유언장을 써도 좋아! 혜리 아이를 내 자식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내 재산도 그 애한테 상속하지 않겠다고 맹세할게. 이 정도면 안심할 수 있겠지?”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재산은 종이에 적어 보증할 수는 있어도 감정은 그렇게 쉽게 끊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 정말 모르는 건가? 아이가 크다 보면 결국은 자기와 점점 닮아가는 그 아이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동할 수 있을 텐데...’내가 정민재를 다시 믿는다면 그건 세상에서 제일 어리석은 일이었다.“정민재, 당신이 누구를 지키든, 누구와 아이를 낳든, 누구에게 돈을 주든, 이제 난 상관없어.”“난 당신을 8년 동안 사랑했고 심지어 당신과 손혜리의 그 어정쩡한 관계도 참아가며 살았어. 당신 없이는 못 살 줄 알았거든. 그런데 이제 정신이 번쩍 들었어. 당신은 내게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 아니었어.”“이혼의 이유는 딱 하나야. 내 마음이 식었고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됐어. 그게 다야. 이해됐어?”이 말을 할 때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침착하고 이성적이었다.이전처럼 애원하거나 절망하며 울거나 질투심에 미쳐 날뛸 필요가 없었다.정민재도 그것을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는 완전히 당황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결국 정민재는 회사에 일이 있다고 둘러대며 허겁지겁 자리를 떠났다.나는 그를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전에는 날 소중히 여기지 않더니 이제 와서 왜 이러는 거지? 그냥 이혼하고 손혜리랑 함께 사는 게 더 낫지 않나? 아니면 가정에서의 현명한 아내와 바깥에서의 첫사랑을 동시에 누리는 게 더
안태석은 정민재가 사 온 음식을 보고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병원 근처에 환자용으로 적당한 음식점이 많은데 진짜 가장 안 맞는 곳을 선택했네요. 대단하십니다!”정민재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참았는지 겨우 분노를 억누르고는 차갑게 말했다.“앞으로는 내가 직접 요리해서 가져올 테니까 더 이상 신경 쓰지 마시죠.”하지만 안태석도 물러서지 않고 말했다.“못 믿겠는데요? 내가 잘 보살핀 덕에 빨리 퇴원할 수 있었는데 하루도 안 돼 유산했잖아요. 그쪽한테는 더 이상 신뢰가 없어요.”그러자 정민재는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지아는 내 아내입니다. 왜 당신이 오지랖이에요? 유부녀와 거리를 두는 법도 모르는 겁니까?”곧 나는 국자를 세게 내려놓으며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당신이 남을 나무랄 자격이 있어? 당신 정자로 다른 여자에게 시험관 시술을 하는 것보다 더 선을 넘은 게 어딨는데.”안태석은 깜짝 놀라며 정민재를 쳐다보았다.정민재는 얼굴이 빨개지며 목소리가 나올 듯 말 듯 억누르고 있었다.예전 같았으면 벌써 문을 박차고 나갔겠지만 오늘 그는 참으며 조용히 앉아 안태석이 나갈 때까지 지켜보았다.다음 날 정민재는 정말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병원에 가져왔다. 하지만 병실에 도착했을 때 손혜리도 그곳에 있었다.정민재는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여긴 무슨 일로 온 거야?”손혜리는 여전히 온화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말했다.“내가 특별히 너 좋아하는 요리를 몇 가지 만들어왔어. 지아 언니도 너랑 결혼한 지 오래됐으니 네가 좋아하는 음식들 다 좋아하겠지?”나는 음식을 힐끗 보았다. 확실히 정민재의 취향이었다.하지만 이번에는 정민재가 기뻐하지 않고 오히려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이 음식들 너무 기름져서 지아한테는 안 맞아. 내 음식 먹는 게 낫겠다.”그가 곰국을 내 앞에 내밀자 손혜리는 입을 꾹 다물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역시 병에 걸리면 사람 마음을 얻는 법이구나. 민재야, 너 예전에 나한테만 요리해주겠다고 하지 않았어? 이제 지아 언니한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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